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210화 (210/221)

210 몽골(2)

퀘스트 생성 2일차.

8시간이 지나자 첫날과 마찬가지로 몬스터의 소환이 멈췄다. 하지만 몬스터의 소환이 멈춘 것이었지, 몬스터의 활동이 멈춘 것은 아니었다.

소환된 몬스터들은 생명체를 죽이는 것이 최우선 목적이었는지 마나, 또는 생명력을 감지해 움직였다.

도시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이시스의 언데드와 키메라는 열심히 마나, 생명력을 추적해 인간들을 학살하려 했고, 헌터들은 그런 몬스터의 공격을 막아 내기 위해 계속해서 싸웠다.

하이시스의 언데드와 키메라는 가장 등급이 낮은 몬스터가 A등급으로서 그런 놈들을 막기 위해 똑같이 A등급, 그리고 S등급 헌터들이 나서야 했다.

그렇다면 B등급 이하 헌터들은 가만히 대기하고 있었을까?

아니다.

그들은 게이트의 핵을 파괴하기 위해 움직였고, 피난민들의 대피 지원, 그리고 갑작스러운 대피로 인해 부족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를 돌아다녔다.

“동시에 움직이는 것보다는 먼저 몽골로 이동해 리치들의 발을 묶는 것이 낫겠죠?”

신관, 성기사들도 쉴 때는 쉬어야 한다. 그러니 몽골로 이동, 하이시스 및 흑색 거성 앞에 대기하고 있는 몬스터를 토벌하는 이들은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 아닌 먼저 이동할 수 있는 이들이 이동해 전투를 진행하는 것이 좋았다.

“문제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끄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건데.”

“그 경우, 차원 연합군의 지원을 잠시 중단하면 됩니다.”

“……아하.”

차원 연합군도 몽골로 이동해 하이시스와 싸운다. 그러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늦게 도착하려는 국가가 있으면 그 국가의 지원 요청을 거부하면 된다.

불평불만?

비난?

만약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면 차원 연합군도 똑같이 대응하면 그만이고, 그 경우 차원 연합군이 비난을 받는 것이 아닌 일부러 시간을 끌었던 국가가 비난을 받게 된다.

나라를 지키는 것?

중요하다.

하지만 하이시스를 토벌하고 흑색 거성 앞에 대기하고 있는 몬스터를 공격해 이동 마법진을 타고 이동하는 몬스터의 숫자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헌터 협회의 헌터 훈련장.

언소월과 함께 다시 이동 마법진 위로 올라가 마법사의 탑으로 복귀한 한율이 바로 연구실로 이동했다.

기다란 테이블 앞에 서서, 또는 의자에 앉아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는 드래곤.

촬영한 이동 마법진을 관찰, 연구하는 드래곤들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이동한 한율이 휴게실 문을 살짝 열어 내부를 확인했다.

자신이 휴식을 취하는 공간, 그리고 연구실을 방문한 이들이 휴식을 취하는 휴게실은 수십 개의 모니터, 수십 개의 키보드가 설치된 컴퓨터실로 바뀌었다.

상황 보고실.

1층, 일반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무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그리고 한율을 비롯한 연구실에서 대기하는 인원들에게 빠른 보고를 위해 휴게실을 상황 보고실로 바꾼 것이었다.

열심히 키보드를 두들기고, 열심히 연락 대상에게 말을 전달하는 직원들을 확인한 한율이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다시 걸음을 옮긴 한율이 이번에 멈춰 선 곳은 창문 앞.

피난민들을 마탑 주변 건물로 이동시킨 덕에 첫날과는 다르게 헌터, 다른 차원의 지원군들만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율이 대기하는 이 순간에도 실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훈련 중인 마법사의 탑 소속 헌터들을 바라보았다.

‘정식으로 심사만 받지 않았지 대부분 S등급.’

다른 차원의 지원군들이 합류함으로써 가장 큰 전력 강화 혜택을 받은 이들은 역시 마법사의 탑에 소속된 헌터들이었다.

‘김세혁 헌터도 함께 갈 수 있으려나.’

김세후, 김세연이 걱정되어 마탑에 남을 수도 있다.

“세혁 씨는 대기.”

누군가는 남아 마법사의 탑, 그리고 주변 건물로 대피한 일반인들을 지켜야 한다.

그러면…….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함께 마법사의 탑에서 복귀한 언소월은 휴게실로 이동, 상황 보고실을 지원하고 있었다.

한율이 걸음을 옮겨 연구실을 빠져나왔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그는 1층으로 이동, 본관 옆, 실내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주변 건물이 아닌 마탑에 남은 일반인들이 1층을 장악하고 있지만 그건 실내 훈련장 1층에 한정된 이야기다.

실내 훈련장 뒤편, 새로 가입한 헌터를 위해 새로 세운 건물에는 일반인들이 접근하지 않았다.

따앙. 따앙.

새로 세워진 건물에 가까워질수록 선명하게 들려오는 맑은 쇳소리.

한율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따앙! 따앙!

한 사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의뢰가 없어도 자신의 일을 멈출 수가 없었던 사내.

마법사의 탑에 소속된 헌터였지만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투에 참가하는 대신 본업에 집중하고 있던 사내.

그리고…….

‘생각보다 무공의 재능이 있었지.’

생각 이상으로 뛰어난 재능을 갖춰 본격적으로 무공이 공개된 이후, 빠르게 실력이 상승한 사내.

S급 전투 실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S급 전투 실력을 낼 수 있는 무구를 장비한 헌터이자, 전투와 전투가 계속될 때, 아군을 지원할 수 있는 장비 제작 및 수리 능력을 가진 헌터.

한율이 고개를 돌려 대장간 구석, 휴게실을 바라봤다.

한 여인이 물수건으로 얼굴을 덮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그녀의 옆에는 난쟁이 노인이 말을 건네고 있었다.

드워프의 가르침을 받아 더욱더 실력이 상승한 장비 제작 능력자.

퀘스트를 시작하기 전, 다른 차원의 지원군이 마법사의 탑에 자리를 잡는 것과 동시에 마법사의 탑에 머무르는 장비 제작 능력자.

잠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한율이 휴게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마법사의 탑, 다른 차원의 지원군이 몽골로 향했다.

퀘스트 발생 3일차 아침에 찾아온 소식에 방어(국가 수호)와 공격(하이시스 토벌) 팀을 나누는 회의에 한창이던 국가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간 끌기?

시간을 끌려던 국가는 없었다.

그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일부러 시간을 끄는 국가는 지원 요청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라는 연락이 함께 왔기 때문이었다.

모든 헌터들이 이동 마법진을 이용해 몽골로 향했다.

비행기?

이용하는 헌터는 없었다.

경고가 있었으니까.

***

흑색 거성, 그리고 그 앞에 주둔한 몬스터들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진 장소.

드래곤과 대마법사들의 마법으로 세워진 군사 기지에 도착한 카일,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어 비틀거렸던 S급 헌터, 카일이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정말 적응 안 되는 마법이야.”

엘렌과는 다르게 마법에 대한 재능이 너무 부족했다.

다행히 마법이 아닌 무공에 재능이 있었지만 말이다.

눈을 감은 채 혼잣말을 뱉었던 카일 알렌시아가 천천히 눈을 뜨고 주변을 살폈다.

일반적인 군사 기지와는 다르게 흙으로 만들어진 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법진을 설치해 강화를 했지만 정말 급하게 세워진 군사 기지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흙으로 만들어진 벽이었다.

“한국에서 연락이 오고 1시간밖에 안 지났지?”

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른 나라의 헌터들이었다.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늦어도 여섯, 일곱 번째 순서로 도착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중국, 일본, 몽골, 프랑스, 러시아, 인도 등등.

이름을 알고 있는 헌터, 전 세계에 찾아온 다양한 게이트 및 몬스터의 위협에 의해 함께 싸웠던 헌터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열일곱 번째라고 하네요.”

가까운 거리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었는지 함께 몽골로 향한 S급 헌터의 말에 헛웃음을 터트린 카일 알렌시아가 걸음을 옮겼다.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야 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차원 연합군?

아니다.

마법사의 탑.

판타지 차원의 마법사의 탑이 아닌 지구의 마법사의 탑, 그 마법사의 탑의 대표라 할 수 있는 한율이 보이지 않았다.

“여.”

러시아의 알렉스.

군인 신분의 헌터에게 보고를 받고 있던 알렉스가 손을 살짝 들어 카일을 반겼다.

“오랜만이군. 한율 헌터는?”

“차원 연합군과 함께 먼저 전장으로 향했다.”

“먼저?”

“그래.”

고개를 끄덕인 카일이 벽을 바라보자 알렉스가 툭툭 건드린 후, 턱짓으로 그의 뒤를 가리켰다.

그의 행동에 카일뿐만이 아니라 미국 국적의 S급 헌터들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수십 대나 되는 커다란 모니터, 그리고 그 모니터 앞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헌터.

미국 국적 S급 헌터들이 걸음을 옮겨 모니터 앞으로 이동했다.

소리는 없다.

영상만 존재한다.

도복을 입은 사람들이 기다란 오러 소드를 뽑아 몬스터를 학살하고 있었다.

지팡이를 들고 있던 사람들이 손에 쥔 지팡이로 바닥을 찍자 몬스터들의 발밑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 이내 그 마법진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황금색 드래곤과 붉은색 드래곤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비행형 언데드, 그리고 키메라를 상대하고 있었다.

“카일 헌터님, 왼쪽에서 다섯 번째 모니터입니다.”

카일이 고개를 돌려 왼쪽에서 다섯 번째 모니터 화면을 확인했다

찾고 있던 사내, 한율이 금발의 사내와 함께 서서 뭐라뭐라 중얼거리고 있었고,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다무는 순간, 한율이 들고 있는 총기에 달린 푸른 구슬이 빛을 뿜어냈고, 금발의 사내가 들고 있던 지팡이에 달린 구슬이 빛을 뿜어냈다.

카일이 고개를 살짝 돌려 왼쪽에서 여섯 번째 모니터를 확인했다.

확대한 화면이 아닌 축소된 화면.

한율과 근처에 있는 마법사들만 보여 주던 화면이 아닌 한율과 멀리 떨어져 있는 몬스터들을 보여 주는 화면.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

새하얀 모니터 화면.

“하.”

카일은 몽골을 방문하고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엄청난 활약을 보이는 한율의 모습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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