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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209화 (209/221)

209 몽골(1)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한율이 대강당 단상 위, 원활한 회의를 위해 임시로 설치된 거대한 모니터를 바라봤다.

낡고 헤진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해골, 몬스터의 척추뼈를 주재료 삼아 제작된 지팡이를 쥔 해골이 모니터 화면에 띄워져 있었다.

트리플 S등급 몬스터, 하이시스를 제외하고 현재 지구를 공격하는 몬스터 중 가장 위협이 되는 몬스터는 무엇일까.

“……리치.”

일반적인 리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몬스터는 네크로맨서 리치.

인간은 전투 중 사망자가 발생하면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헌터, 그러니까 휴식을 취하기 위해 전투를 잠시 중단하고 후방으로 물러선 헌터를 사망자가 발생해 부재가 일어난 팀에 합류시킨다.

하지만 네크로맨서는 다르다. 네크로맨서는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전투 도중 사망한 적군의 사체를 스켈레톤, 구울, 그리고 레이스로 만들어 부재가 발생한 팀에 합류시킨다.

적아를 구분하지 않는다. 거기다 근처에 시체라도 묻혀 있으면 그 시체를 스켈레톤, 레이스로 만든다.

전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유리해지는 흑마법사, 네크로맨서.

“물론 방책은 존재합니다.”

모니터에 고정된 헌터들의 시선을 돌린 김환성이 단상 아래, 컴퓨터를 조작하던 직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단상 위에 설치된 거대한 모니터의 화면이 바뀌었다.

광화문에 생성된 가짜 숭례문.

정확하게는 그 가짜 숭례문에서 걸어 나오는 새하얀 옷을 입을 신관들.

“차원 연합군, 신전 연합군 소속 신관들입니다.”

정식 명칭은 다른 차원의 지원군이다. 하지만 차원 연합군이라는 이름이 더 입에 맞아 사람들은 다른 차원의 지원군이 아닌 차원 연합군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이들은 신성력. 흑마법의 약점인 신성력이라는 이능의 힘을 사용하는 집단입니다. 그렇기에 차원 연합군은 리치가 출현한 전장에 신성력 사용자들을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헌터들도 신관들을 지키기 위해 함께 참전하지만…….”

말끝을 흐린 김환성이 대사관에서 방문한 각국의 임시 대표들을 힐끔 훔쳐보고 다시 마이크 앞에 입을 가져갔다.

“리치가 출현한 국가. 그 국가의 헌터들이 지키는 임무, 즉 호위 임무를 맡기로 했습니다. 대한민국 헌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김환성이 말을 끊는 순간, 가짜 숭례문에서 걸어 나오는 신관들의 사진이 넘어갔다.

국내 지도.

“리치가 출현한 지역의 헌터들이 호위 임무를 맡습니다. 그럼 잠시 질문을 받겠습니다.”

사사삭.

각국의 임시 대표들은 손을 들지 않았다.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린 사람은 국내의 헌터들.

“앞에서 세 번째 줄, 오른쪽 끝에서 다섯 번째 분.”

“여주 임시 길드 연합의 부연합장, 김송대라고 합니다.”

“예. 말씀하시죠.”

“국내에 리치가 출현할 경우, 신관들이 전장에 합류한다고 하셨습니다.”

“정확하게는 신성력 사용자인 신관과 성기사입니다.”

“무림, 정령계의 지원군은 합류하지 않는 것입니까?”

김환성은 신성력 사용자들이 파견된다고 말했다.

모니터에 띄운 화면도 차원 연합군 전체가 숭례문 앞에 서 있는 사진이 아닌 신관, 성기사들이 가짜 숭례문에서 걸어 나오는 사진.

전투에 참가하는 신관, 성기사의 무력에 관련해 질문을 던지려던 사람들, 전투 이후 신관, 성기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려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김송대 헌터를 바라봤다.

“맞습니다. 전투에 참가하는 것은 신성력 사용자들 한정입니다.”

“그럼 다른 판타지, 무림, 정령계의 실력자들은.”

“키메라, 네크로맨서 리치 외 다른 언데드, 즉 S등급 몬스터가 출현한 전장에 합류합니다. 다만.”

“…….”

침묵.

김송대 헌터를 바라보던 사람들이 다시 고개를 돌려 김환성 협회장을 바라봤다.

“차원 연합군의 지원군들이 전투에 참가한다고 해도 쉽게 몬스터를 토벌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은 알고 계십시오.”

“현재 알려진 차원 연합군의 무력을 생각하면 S등급 몬스터 정도는 어렵지 않게 쓰러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차원 연합군의 최정예 실력자들은 다른 전장에 배치될 것입니다.”

“……서울입니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최정예 실력자들을 서울에 배치한다고 추측한 김송대 헌터의 물음에 몇몇 헌터들이 인상을 찌푸리는 순간이었다. 분위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것을 단번에 파악한 김환성 협회장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서울이 아니다.

차원 연합군의 최정예 실력자들이 배치되는 곳이 서울이 아니다.

국내 다른 지역의 전투가 조금 불리하더라도 그들이 배치될 장소는 어디일까.

고민에 잠겨 있던 김송대 헌터가 짧은 탄성을 흘리고 입을 열었다.

“몽골이군요.”

“아.”

“그렇군.”

몽골.

트리플 S등급 몬스터, 하이시스가 출현한 국가.

고개를 끄덕인 김환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헌터 협회, 그리고 차원 연합군은 각국의 최정예 실력자들을 몽골로 이동, 하이시스를 공격할 생각입니다. 물론 하이시스 토벌에 성공한다고 해서 지구에 찾아온 위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이시스를 토벌해도 그가 소환한 몬스터들이 남아 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반인들을 피난시키던 정령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언데드 중에는 지성이 남아 있는 언데드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하이시스 토벌에만 집중할 생각은 없었다.

김환성이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직원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바뀌는 모니터 화면.

리치, 가짜 숭례문, 국내 지도에 이어 모니터가 띄운 사진은 세계 지도, 그것도 붉은색 원이 세계 곳곳에 칠해져 있는 지도였다.

“퀘스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세계 곳곳에 게이트의 핵이 생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게이트의 핵을 파괴하면 일정 공간 몬스터가 생성되지 않죠. 하이시스의 소환수인 언데드와 키메라가 이동 마법진을 통해 소환되는 것은 막지 못하지만.”

게이트 통합에 따라 게이트의 핵이 생성되고 그 주변에 몬스터가 소환되는 것과 하이시스가 아공간을 열어 자신의 몬스터를 소환해 이동 마법진을 통해 이동시키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하지만 게이트의 핵을 파괴하면 몬스터가 소환되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한두 마리 소환되는 하이시스의 몬스터와 싸우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

복잡하다.

위험하다.

너무 골치 아픈 상황에 미간을 찌푸리는 헌터들이 많아지자 김환성이 마이크를 톡톡 두들겨 사람들의 시선을 다시 모았다.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A급 이하, 그리고 국가의 S급 헌터 절반이 국내를 수호하고 게이트의 핵을 파괴합니다.”

마법, 무공, 그리고 차원 연합군으로 인해 S급 헌터가 늘어난 상황.

“국가의 S급 헌터 절반은 몽골로 향합니다. 이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원 연합군도 마찬가지로 절반으로 나눈다.

마법사의 탑에 남아 각국의 지원 요청을 받아 출진하는 1팀.

몽골로 이동, 흑색 거성 앞에 주둔한 몬스터를 토벌하고 하이시스를 토벌하는 2팀.

“처음에는 시간을 들여 적들의 약점을 파악하고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는 식으로 퀘스트를 진행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변수가 존재했죠.”

하이시스의 언데드와 키메라.

미발견 게이트.

“특히 하이시스의 언데드 중 네크로맨서 리치가 가장 문제가 되었습니다.”

전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사체를 조종하는 네크로맨서를 보유한 하이시스가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새벽 3시 23분. 전 세계 헌터 협회 및 각국의 전략가들과 기나긴 회의를 걸쳐 단기 결전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아직 이동 마법진을 타고 침략을 시작하지 않은 리치, 몽골에 주둔하고 있는 리치를 흑색 거성 앞에서 토벌해야 피해가 줄어드니.”

***

잠깐의 휴식 시간이 찾아왔다.

“후우.”

회의장으로 바뀐 대강당을 나와 다시 자판기 앞으로 이동, 콜라와 식혜를 구입한 한율이 의자에 앉아 문이 활짝 열려 있는 대강당 내부를 바라봤다.

네크로맨서 리치를 포함한 하이시스의 언데드.

S등급으로 분류되는 하이시스의 키메라.

게이트의 핵 주변에 소환되는 몬스터.

이 중 가장 처리하기 쉬운 몬스터는 역시 게이트의 핵 주변에 소환되는 몬스터였다. 미발견 게이트 중 A등급, 그리고 S등급 게이트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한두 마리에 불과하지만 S급 헌터 수십 명을 쓰러트릴 수 있는 하이시스의 언데드, 그리고 키메라.

“언데드는 신전 연합이 어찌어찌 할 수 있겠지만.”

“예. 키메라가 문제죠.”

키메라는 흑마법으로 탄생한 몬스터가 아니다. 그들이 품은 것은 평범한 마나였기 때문에 신성력이 담긴 공격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능력에 맞춰 빠르게 전장을 바꾸는 형식으로 진행해야겠죠?”

“아뇨. 기존 헌터들이 먼저 몬스터를 공격해 능력을 확인하고 그 후에 차원 연합군이 움직여야 합니다.”

“흐음, 그게 낫겠네요.”

헌터들의 위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게 옳은 방법이었다.

다른 차원의 지원군은 말 그대로 다른 차원에서 지구를 돕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불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자신의 차원이 아닌 자신들과는 전혀 관계없는 ‘다른 차원’을 ‘돕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니까.

“이 이야기는 언소월 님께서 해 주셔야 할 거 같아요.”

“알겠습니다.”

지구의 한율이 다른 차원의 지원군들의 피해를 걱정해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마법사의 탑, 그리고 한율 헌터에게 불만을 가지는 이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선전투 후지원’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차원의 지원군에 소속된 언소월이 하는 것이 좋았다.

“하이시스는 여전하고요?”

“예. 성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대신 소환이 시작되며 각국에서 다시 전투가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도 한 마리가 소환되었다고 합니다.”

언소월의 이야기에 한율이 스마트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했다.

지구를 방문한 모든 이들에게 스마트폰, 태블릿 PC, 무전기, 그리고 중국에서 개발한 통역이 가능한 이어폰을 제공했다.

사용법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잠시, 그들은 한 달 만에 전자기기를 마스터했다.

무림, 정의맹 소속 무인이 보낸 사진이 첨부된 문자.

하반신이 나무에 가려진 거대한 몬스터.

도시가 아닌 산에 소환된 키메라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크로맨서 리치가 아니다. 거기다 문자 내용을 확인해 보니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토벌이 가능한 몬스터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저벅저벅.

누군가의 발소리와 함께 주변에서 들려오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율아.”

한율이 임지혜와 함께 대강당을 나오는 김환성을 돌아봤다.

“네?”

“숲, 산에 생성된 게이트의 핵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심해에 생성된 게이트의 핵은 조금 문제가 된다.”

현대식 해상 병기를 움직여도 상대가 몬스터이니 게이트의 핵을 파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정령, 그리고 판타지 쪽에 전달하겠습니다.”

한율 대신 대답하는 언소월.

김환성이 자신의 걱정을 덜어 주는 언소월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감사합니다.”

“또 문제가 되는 것이 있습니까?”

“현재로서는 없습니다만. 아, 드래곤 님들의 연구는 어찌 되었습니까?”

드래곤은 몬스터의 소환을 막기 위해 이동 마법진을 연구하고 있었다.

“일주일 정도는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끄응.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군요.”

“하이시스의 마법이니까요.”

“대체 얼마나 강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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