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 S등급(2)
만약 헌터 협회 앞에 몬스터가 출몰한다면, 그 출몰한 몬스터가 A등급이라면 헌터 협회는 어떠한 저항도 못 해 보고 도망쳐야 했고, 그렇게 되면 컨트롤 타워를 잃은 대한민국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수방사는?”
“북한산. 숨겨진 게이트가 존재했습니다.”
북한산 숨겨진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를 토벌하고 있다.
“여유가 있는 헌터는?”
“있습니다.”
“등급은?”
“B등급입니다.”
환장할 상황이다. 그래서 깊은 한숨을 내쉰 김환성이 다시 여유가 있는 헌터를 찾기 위해질문을 던지려 할 때, 빛의 폭발과 함께 한 노인이 회의실에 나타났다.
“후우! 뒈질 뻔했네.”
이름 있는 명문가의 사람처럼 보이는 노인의 입에서 욕설이 나왔다.
담뱃재를 털어 내고 다시 곰방대를 입에 무는 노인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어색한 미소를 그렸던 김환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십시오.”
“수고하네.”
“어땠습니까?”
“응? 아까 말하지 않았나. 뒈질 뻔했다고.”
“…….”
골드 드래곤.
중간계의 수호자라 불리는 드래곤 일족의 수장.
크라이스가 김환성에게 말했다.
“모두가 나서야 해.”
“…….”
“피해를 각오해야 하고.”
“그 정도입니까.”
“등급으로 따지면 SSS등급이지 않는가.”
“…….”
SS등급 게이트, 지구의 가디언이다. 당연히 가디언의 등급은 한 단계 높은 SSS등급 몬스터.
“뭐. 당장 움직일 생각은 없어 보이니 그나마 안심이지. 아, 그리고.”
“예. 크라이스 님.”
“놈의 능력, 무력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공간은 확인할 수 있었네.”
“……!”
중요한 이야기다.
김환성은 물론 회의실에 자리한 모든 이들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순간, 담뱃재를 툭툭 털어 낸 크라이스가 다시 곰방대를 입에 물고 대답했다.
“50만.”
“……예?”
“아공간 하나에 50만.”
“……총 병력입니까.”
“아니. 아공간에 남은 몬스터가 50만이라고. 정확한 숫자는 언데드 아공간이 56만 3천 8백 23마리. 키메라 아공간이 48만 9천 7백 89마리.”
김환성이 고개를 돌려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좌측 상단에는 인천, 우측 상단에는 부산, 좌측 하단에는 서울에서 펼쳐지는 전투 영상.
마지막으로 우측 하단은 흑색 거성, 몽골.
김환성에 이어 사람들의 시선이 우측 하단, 몽골 영상으로 향할 때, 크라이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대충 아공간 하나에 1백만 마리가 있었다고 보면 된다.”
“……하, 하하.”
너무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아 김환성이 웃음만 터트릴 때, 다른 사람들을 따라 고개를 돌려 모니터 화면을 확인한 크라이스가 그에게 말했다.
“나는 한율 경을 도우면 되겠군. 위치를 알려 줄 수 있겠나.”
“마탑 주변입니다.”
“다행이군. 좌표를 알고 있으니.”
작은 미소와 함께 중얼거린 크라이스는 다시 이동 마법을 사용해 회의실에서 모습을 감췄다.
“…….”
“…….”
1백만 마리, 아공간이 두 개이니 2백만 마리나 되는 적을 상대해야 한다.
최악 중에 최악.
예상하고 있던 상황보다 더 최악의 상황.
“일단 우리나라가 2백만 마리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니까.”
협회 직원들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환성의 말대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2백 마리나 되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국내의 혼란부터 없앤다. 인천, 부산, 서울을 비롯해 각 지역에 상황을 빠르게 보고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
정령왕은 모든 정령들의 왕이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로서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 등 등급이 있는 정령과는 달리 ‘사기’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는 능력이 있다.
자연 이동.
물의 정령왕은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불의 정령왕은 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바람의 정령왕, 땅의 정령왕도 마찬가지다. 물론 기억을 해야 하고, 그 땅의 자연을 직접 느끼고 기억을 해야 했지만 지구를 방문한 정령왕들은 퀘스트 발생 당일에 지구에 도착한 것이 아니었다.
퀘스트가 생성되고 2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 그때 차원의 문을 이용해 지구를 찾아 지구에 머물렀다.
시간은 충분했고, 그래서 그들은 예상보다 일찍 S등급 게이트, 아니 SS등급 게이트 퀘스트가 시작되자 그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손이 부족한 나라를 방문해 상급, 그리고 최상급 정령을 소환했다.
갑작스러운 재앙에 대비하지 못한 나라를 방문해 민간인들을 피신시켰다.
“후우.”
크게 숨을 고른 에리얼이 바람을 타고 움직였다.
슈슈슈슉!
아슬아슬하게 어깨 위를 통과하는 흙으로 이루어진 창.
천천히 속도를 줄인 에리얼이 아래를 내려 봤다.
갑작스러운 재앙을 맞이한 민간인들을 피난시키고 있을 때, 그때 스켈레톤 한 마리가 소환되었다.
무시?
할 수 없었다.
검은 로브를 두르고 후드를 깊게 눌러쓴 흑색 지팡이를 들고 있는 스켈레톤은 리치, 그것도 8서클 경지에 오른 리치였기 때문이다.
“하이시스의 제자?”
“…….”
리치는 침묵했다. 하지만 에리얼은 상대를 내려다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아니.
들려오는 어둠의 마나가 섞인 노인의 음성.
“아니다?”
-나는 노예다.
“…….”
에리얼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큭큭 웃은 리치가 다시 지팡이를 흔들어 수십 개의 흙으로 이루어진 창을 소환하고 말했다.
-하이시스와 계약을 맺었지.
“…….”
-죽음 뒤에 나의 영혼, 나의 시체를 넘겨주는 계약을.
그래서 노예구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에리얼이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흙의 창을 확인하고 바람의 창을 만들어 날려 보냈다
콰과과광!
리치와 에리얼 사이에서 흙의 창과 바람의 창이 부딪쳐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흙먼지와 검은 마나 연기?
에리얼은 가벼운 손짓으로 연기를 날려 보낸 후에 다시 리치를 바라봤다.
귀찮지만 집중하고 전력을 다하면 쓰러트릴 수 있다.
지성을 갖춘 놈이니 함정을 설치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지구의 헌터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걱정은 없다.
“너 같은 이들이 얼마나 많지?”
-한 서른 명 정도로 기억하는군. 마법사만.
“…….”
에리얼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린 리치가 지팡이를 가볍게 흔들어 수백의 흙의 창을 생성하고 말했다.
-힘을 바라는 이가 과연 마법사뿐일까.
에리얼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리치를 바라봤다.
그의 말대로다.
힘을 바라는 이는 마법사만이 아닐 것이다.
기사도 있을 것이다.
직업을 넘어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이 계약을 통해 하이시스에게 힘을 건네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데스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통일되겠지만 그 데스 나이트 중에는 인간이, 엘프가, 드워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빨리 끝내고 확인을 해야겠네.”
바람의 정령왕이다. 마나를 이용해 정보를 모으는 골드 드래곤처럼 자신은 바람을 이용해 정보를 모을 수가 있어 그녀는 수백의 바람의 창을 생성하고 차가운 눈으로 리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슈슈슈슈슉!
***
머리가 세 개다.
하나는 불, 하나는 독, 하나는 마법진을 다루기 때문에 까다로운 적이라고 생각했지만 한율은 달랐다.
30분.
“머리는 세 개, 능력도 세 개지만 몸이 하나이기 때문에 동시에 능력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키메라 드레이크 토벌조가 사용하는 주파수.
한율의 말을 들은 헌터들이 빠르게 기억을 더듬어 30분간 상대한 키메라 드레이크를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가진 능력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붉은 머리가 능력을 사용하면 다른 두 개의 머리는 물리적인 공격을 했다. 녹색 머리가 능력을 사용할 때에도, 푸른 머리가 능력을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키메라 드레이크는 동시에 두 가지 능력을 사용하지 못했다.
불과 독을, 불과 마법을, 독과 마법을 동시에 상대할 방법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가진 능력이 너무나 강력한 탓인지 마나의 유동이 매우 큽니다. 붉은 머리가 능력을 사용하려고 하면, 붉은 머리 쪽으로 거대한 마나의 유동이 발생합니다.”
때마침 붉은 머리가 입을 벌리고 있다.
헌터들은 빠르게 마나를 퍼트렸고, 한율의 말대로 붉은 머리 주변에서 마나의 유동이 발생하자 붉은 머리의 움직임을 주시하다가 사방으로 흩어져 파이어 브레스를 피했다.
한율이 편하게 키메라 드레이크를 상대하는 헌터들을 확인하고 땅을 박차 뒤로 물러서서 놈을 관찰했다.
놈의 능력을 무력화시킨 후, 그 후에 놈을 쓰러트려야 했다. 그렇다면 세 개의 머리 중에 어떤 머리를 먼저 노려야 할까.
그리고 어떤 공격으로 놈의 머리를 공격해야 할까.
생각에 잠겨 있던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파앗!
바로 옆에서 일어난 작은 빛의 폭발.
눈을 한 번 깜빡였던 한율이 곰방대를 물고 있는 크라이스를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크라이스 님.”
“일단 말하마. 하이시스에게 불의의 습격을 당해 드레이크를 직접 상대할 수가 없다.”
“옆에서 도와주는 건 가능하고요?”
“그래.”
“사용하실 수 있는 마법은요?”
“6서클 이하.”
“충분해요.”
“…….”
크라이스가 고개를 돌려 한율을 바라볼 때, 그가 탄창을 교체했다.
탄창을 교체하고 총알을 장전했다.
조정간을 단발에서 자동으로.
거기서 끝이 아니다. 한율이 총구를 아래로 향하게 한 후, 오른손으로 총을 들고 왼손으로 개머리판에 달린 작은 버튼을 눌렀다.
달칵.
작은 홈이 나타났다.
가공을 마친 마석을 끼울 수 있는 홈,
한율이 다시 허리띠 쪽으로 왼손을 움직여 허리띠에 달린 작은 가방에서 마석을 꺼내 홈에 끼웠다.
“하양이, 커피.”
중급 정령에 불과하기 때문에 두 정령을 민간인 피난 쪽으로 보냈었다. 한율은 자신의 부름에 따라 어깨 위에 소환된 두 정령을 확인하고 다시 고개를 들어 드레이크를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거래창. 메모라이즈 사이코키네시스.”
마법을 이용한 터치를 위해 거래창을 열고 메모라이즈 마법을 사용해 사이코키네시스를 사용했다.
“뭐부터 노릴 거냐.”
“푸른 머리요. 마법을 사용해요.”
“오냐. 디스펠이면 되냐?”
“네. 다른 머리는 헌터들에게 부탁할 거니까요.”
크라이스가 등장했을 때, 수신 버튼을 누른 것도 모자라 스피커 모드 버튼도 눌렀다.
한율은 고개를 돌렸고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본 몇몇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무릎을 살짝 굽혔다.
바람의 정령, 하양이.
땅의 정령, 커피.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처럼 보이지만 이 둘은 정령이다.
그것도 중급 정령.
한율은 땅을 박차 앞으로 튀어나갔고, 그런 정령사를 위해 두 정령이 정령술을 사용해 그를 보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