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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201화 (201/221)

201 시작(1)

차원, 차원의 벽에서 지구 어딘가로 이동한 회색 타원형 게이트.

저벅, 저벅.

천천히 게이트에서 걸어 나온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해골, 흑색 구슬이 끝에 달려 있는 흑색 지팡이를 쥔 해골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확인했다.

사방이 훤히 뚫려 있는 초원 한복판이었다.

해골은 제자리에서 천천히 회전해 후방과 측면까지 확인한 후에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로 바닥을 찍었다.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하지만 해골은 무언가를 읽어 내려는 것처럼 제자리에서 꿈쩍 않았고, 이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재밌는 차원이군.”

아공간을 개방하기가 무섭게 차원의 벽의 힘을 느꼈고, 무의식적으로 그 힘을 관찰하고 관찰을 마쳤을 때,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흐음.”

짧은 신음을 흘린 해골이 고개를 들었다.

하늘 위.

거대한 금속 덩어리가 하늘 위에 떠 있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금속 덩어리 중앙에 있는 유리와 그 유리 안에 있는 또 다른 유리.

해골이 다시 지팡이를 가볍게 흔들었다.

쾅!

가볍게 지팡이를 흔든 것과는 다르게 하늘 위에 떠 있던 금속 덩어리가 폭발했지만 해골은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다시 고개를 내려 푸른 초원을 바라봤다.

차원, 차원의 벽으로 이동해 차원의 벽을 파괴하고 모든 차원을 여행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소환된 이 행성이 자신을 방해하고 있었고, 차원의 벽이 자신이 소환된 이 행성과 협력해 자신을 방해하고 있었다.

“즉슨, 어느 정도 파괴해야 한다는 것.”

따악!

지팡이로 다시 한 번 땅을 찍었다. 그러자 그의 앞으로 거대한 아공간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아공간에서 수십, 수백, 수천, 수만의 해골들이 걸어 나왔다.

인간의 사체로 만든 스켈레톤.

동물의 사체로 만든 스켈레톤.

몬스터의 사체로 만든 스켈레톤.

따악!

해골이 다시 한 번 지팡이로 바닥을 찍었다. 그러자 스켈레톤이 걸어 나오는 아공간 옆에 새로운 아공간이 나타났다.

키에에엑!

쿠워어어어!

아공간에서 걸어 나오는 수백, 수천이 넘는 몬스터.

일반적인 몬스터는 아니었다. 머리가 두 개인 몬스터가 있었고,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진 호랑이가 있었고, 사자의 머리와 뱀의 꼬리를 한 몬스터가 있었다.

키메라.

마법의 힘으로 강제 변이 또는 진화한 키메라.

수십 만이 넘는 몬스터가 초원을 가득 채웠고, 가볍게 지팡이를 흔들어 아공간을 없앤 해골이 몸을 돌렸다.

해골이 자신이 걸어 나온 아공간을 없애고 지팡이로 바닥을 찍었다.

따악!

쿠구구궁!

이번에는 아공간이 나타나는 대신 지진이 일어났고, 그 지진이 멈췄을 때 해골 앞에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파앗!

빛의 폭발, 그리고 그 빛의 폭발이 끝났을 때 해골 앞, 정확하게는 마법진이 생성된 땅 위에 거대한 성이 소환되었다.

흑색 거성.

해골이 활짝 열려 있는 성문을 통과하기 직전,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봤다.

푸른 하늘.

새하얀 구름이 천천히 움직이는 하늘.

하지만 해골은 마치 무언가를 지켜보듯 한곳을 빤히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겨 성문을 통과했다.

***

S급 퀘스트가 SS급 퀘스트로 수정되는 순간.

모든 헌터들의 앞으로 차원의 벽에 경고가 날아오는 그 순간 모든 국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위성을 이용해 지구를 관찰했고, 마법의 도움을 받은 탐지 능력을 각성한 헌터들이 지구를 관찰했다.

그래서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수천, 수만의 스켈레톤이 걸어 나오는 아공간을.

수천, 수만의 키메라가 걸어 나오는 아공간을.

마법진의 도움을 받아 아공간에서 소환된 흑색 거성을.

마지막으로 화면을 바라보는 흑색 로브를 두른 해골을.

“……꿀꺽.”

“후우.”

해골의 시선 때문일까, 아니면 초원을 가득 채운 스켈레톤과 키메라 때문일까.

누군가가 침을 꿀꺽 삼키고 누군가가 깊은 한숨을 내쉴 때, 멍하니 대형 모니터를 바라보던 헌터 협회의 협회장, 김환성이 사람들에게 물었다.

“기존에 있던 게이트는 어떻게 됐지?”

“사라졌습니다. 대신 게이트가 있던 장소에 게이트의 핵이 나타났고, 그 주변에 게이트 내에 서식하던 몬스터들이 소환되었습니다.”

“퀘스트 내용대로다?”

“예. 그렇습니다.”

“2달 전부터 게이트 소멸 작전을 진행해서 다행이군.”

만약 S급 게이트가 생성되기 한 달 전에 작업을 진행했으면 지구는 SS급 몬스터, 하이시스를 상대하기 전에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그래서 김환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건 너무 이른 행동이었다.

“무, 문제가 생겼습니다.”

“…….”

타국의 헌터 협회와 연락을 하던 협회 직원이 황급히 입을 열어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보고.”

“바다가 함락되었습니다.”

“……함락?”

“동해와 서해에 해상 몬스터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바닷속, 정확하게는 심해에 게이트가 존재하던 것 같습니다.”

“그건 예상하고 있던 사항이니 심각한 문제는 아닌데.”

수색이 어려운 심해에 게이트가 존재하고 그 게이트가 지구의 게이트화가 되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었고, 그래서 드래곤의 도움을 받아 바다에 마법진을 설치했다.

“총 일흔여덟.”

“…….”

“총 일흔여덟 개의 게이트의 핵이 생성되었다고 합니다.”

“…….”

아무리 많아도 서른 개 이하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게이트가 등장하는 족족 소멸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보, 보고!”

또 다른 타국의 협회와 연락을 하던 직원이 소리쳤다.

“초원에 소환된 스켈레톤, 키메라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김환성을 비롯한 회의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고개를 돌려 대형 모니터를 확인했다.

직원의 외침대로 스켈레톤과 키메라가 사라지고 있었다. 푸른 마나에 둘러싸인 다음, 신기루처럼 흐릿한 잔상을 남기고, 그 후에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보, 보고!”

다시 들려오는 직원의 외침.

사람들이 대형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직원의 보고를 기다렸다.

“프랑스 파리에 스켈레톤과 키메라가 나타났습니다!”

“…….”

전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니터 화면, 초원을 가득 채운 몬스터들 아래에 펼쳐져 있는 대형 마법진을 확인하고 이를 바득 갈았다.

***

“…….”

퀘스트 내용이 수정되었다는 홀로그램이 눈앞에 떠오르자 강의를 하던 한율이 모든 행동을 멈추고 홀로그램만 바라봤다.

수업을 듣고 있던 몇몇 마법사들도 같은 행동을 보였다.

일반인이 아닌 각성을 했음에도 마법사의 길을 걷고 있는 헌터들이었다.

드르륵!

몇몇 각성한 마법사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까지 했다. 그만큼 수정된 퀘스트의 이름, 내용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타악!

“모든 강의를 종료합니다.”

분필을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 한율이 바로 강의 종료를 알렸다.

“오늘 자 강의가 아닙니다. 퀘스트 내용이 변경되었습니다. 그리고 일찍 퀘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

“S급 퀘스트, 아니 SS급 퀘스트를 클리어 할 때까지 강의는 없습니다. 중요 사항을 게시판을 통해 확인해 주십시오. 국가의 요청이 오신 분은 1층 인사부를 방문해 보고를 하고 움직이시면 됩니다. 대기를 하셔도 됩니다. 헌터 협회에서 헌터가 방문해 지원을 요청할 테니까.”

“지금 당장 움직이고 싶은데 방법이 있겠습니까!”

한 마법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묻자 강의실 입구로 향하던 한율이 걸음을 멈췄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마법사.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대피시킵시오.”

드르륵!

드르륵!

모든 마법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가, 또는 협회의 지원 요청이 올 때까지 대기할 생각이 없는지 그들은 바로 단상 좌우측에 있는 문이 아닌 단상 반대편에 설치된 문을 통해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한율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다시 걸음을 옮겨 강의실을 나왔고,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헌터, 귀에 착용한 이어폰에 손가락을 올린 채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헌터들과 합류해 엘리베이터 앞으로 이동했다.

“일단 최악의 가설이 적중했고.”

따로 보고를 받을 필요도 없다. 퀘스트 내용에 ‘기존의 게이트는 통합된다’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상황은요?”

한율이 고개를 돌려 협회 소속 헌터에게 물었다.

“발견하지 못한 게이트, 시간이 없어 소멸시키지 못한 게이트가 있었습니다. 또한 몰래 게이트를 숨기고 있던 국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안전합니다.”

“몰래 게이트를 숨기고 있던 국가?”

“예. 돈이 되니까요.”

“어느 국가죠?”

“가장 가까운 국가는 중국입니다.”

“…….”

한율이 인상을 찌푸렸다. 과거와는 다르게 협력적이라고 생각했기에 배신감이 컸다.

“헌터 협회에게도 숨긴 몇몇 지역 유지들이 저지른 짓으로 파악됩니다.”

“……쯧.”

그럼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짧게 혀를 찬 한율이 엘리베이터에 6층을 눌렀다.

4층은 연구실.

5층은 가정집.

6층은 옥상.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협회 소속 헌터가 다시 입을 열어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한율만이 아니라 국가, 그리고 기업 소속 헌터까지 그를 바라봤다.

“몽골에 나타난 하이시스로 추측되는 해골이 소환한 몬스터들이 전 세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게 뭐가 문제죠?”

“마법을 통해 전 세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전이?”

“예.”

열심히 달리는 것이 아니다. 마법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인간들을 공격한다.

“전이 마법의 발동하는 시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다른 국가의 보고에 따르면 바다에 빠지는 몬스터의 숫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협회 소속 헌터의 추가 보고.

“연락이 왔습니다.”

한율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국가 소속 헌터를 바라봤다.

“전국에 몬스터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다에서 몬스터가 걸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몬스터는 하늘 위에서 나타나 지상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

한율이 잠시 침묵했다.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그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봤다.

크게 도약해 옥상을 찾아오는 이가 있었고, 마법을 통해 옥상에 도착하는 이가 있었다. 엘리베이터 옆, 비상계단을 이용해 옥상에 도착하는 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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