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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200화 (200/221)

200 퀘스트 생성(2)

“왜 왔냐?”

“오, 알아보네.”

“못 알아보는 게 이상하지 않나?”

도를 사용하는 검은 가면.

한율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고, 그 말에 동의하듯 검은 가면이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왜 왔냐면 우리 대빵이 같이 가 달라고 해서.”

“…….”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유일하게 붉은색 가면을 착용한 사내에게 향했다.

바로 목적을 밝힐 거라는 예상과는 달랐다.

잠시 한율을 바라보던 붉은 가면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실외 훈련장 중앙에 서서 마탑 내부를 둘러봤다.

우측 건물 옥상.

세 남녀가 난간 위에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좌측 건물 옥상.

한 소녀가 막대사탕을 문 채로 바라보고 있었고, 붉은 머리의 사내가 팔짱을 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중앙 건물 입구.

한 노인이 서 있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바라보는 것과는 다르게 좌우측 건물 옥상에 자리 잡은 이들보다 더 강한 압박을 줬다.

“후우…….”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쉰 붉은 가면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방금 전까지 훈련을 하고 있었는지 조금 숨이 거친 네 사람이 서 있었다.

한율과 다른 차원의 지원군, 마지막으로 헌터 협회의 대표인 김환성.

누가 이 네 사람 중에 가장 목소리가 높을까.

붉은 가면이 고민 끝에 김환성을 돌아봤다.

이유는 모른다.

다른 차원의 지원군들이 마탑에 머무르는 이상, 그리고 그 한율에게 다른 차원의 지원군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이상 설득해야 하는 대상은 한율이다.

하지만 그 대상은 자신이 가진 힘에 취해 이리저리 휘두르는 사람이 아니니 설득해야 하는 대상은 김환성이 될 수밖에 없다.

“거래를 하러 왔습니다, 헌터 협회의 협회장님.”

“허, 허허. 거래? 범죄자들이?”

“상위 등급 헌터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니까요.”

“…….”

상위 등급 헌터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것은 맞다.

어찌할까.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기에 바로 거부하지 못하고 고민하던 김환성이 아크럼 뒤, 입구 주변에 모여 촬영 중인 기자들을 확인하고 말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지.”

***

4층 연구실.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빤히 바라보던 한율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환장하겠네.”

건물 밖, 실외 훈련장에서 만나고 그들과 함께 연구실로 향할 때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마법사의 탑을 방문한 아크럼의 헌터들을 구경했다.

당연한 일이다.

범죄자니까.

그것도 각성 범죄자, 국가가 지정한 각성 범죄자 집단이니까.

입구에서는 기자들.

마탑 내부에서는 기숙사로 복귀한 마법사와 중앙 건물, 일명 본관이라 불리는 건물에서 근무하는 일반 직원 및 협력 단체, 기업, 국가에서 찾아온 헌터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한율이 다시 한 번 각성 범죄자 집단, 아크럼 소속 범죄자들을 살폈다.

붉은 가면을 착용한 사내의 양옆으로 흑색 가면을 착용한 이들이 앉았고, 그런 붉은 가면과 흑색 가면 뒤로 회색 가면을 쓴 범죄자들이 서 있었다.

자연스럽게 살펴보던 도중이었다.

한율은 눈이 마주치자마자 손을 흔드는 도를 다루는 흑색 가면을 무시하고 붉은 가면을 바라봤다

“그래서 목적은?”

침묵을 유지하던 협회장, 김환성이 붉은 가면에게 물었다.

“방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거래를 하러 왔습니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잡아서는 안 되는 이유는?”

“그것도 방금 전에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가면을 쓰고 있어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연구실을 찾은 사람들은 가면 뒤의 얼굴, 그 얼굴에 작은 미소가 그려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붉은 가면의 목소리가 가벼웠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지구가 위험합니다. 상위 등급 헌터는 한 명이라도 필요하고, 그 이유로 감옥에 갇힌 이들과 협상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들은 적이 없다. 그래서 한율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김환성이 한숨을 뱉고 대답했다.

“그 말대로다. 현재 국가에서는 감옥에 갇힌 각성 범죄자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정말 총력전이네.”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어깨를 으쓱한 김환성이 다시 붉은 가면을 바라봤다.

감옥에 갇힌 범죄자들과 협상을 벌이는 것은 극비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실제로 협상이 잘 체결되어도 국가 소속 비공식 헌터 팀에 소속되어 움직이고 말이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역시 협상 중이라는 사실만일까?

김환성이 그런 생각을 하며 바라볼 때, 붉은 가면이 다시 입을 열었다.

“먼저 제안하겠습니다. 비공식 헌터 팀.”

“…….”

국가 소속, 그것도 국가에 소속된 고위 인사가 아크럼과 엮여 있다는 것을 뜻하는 제안.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던 김환성이 다시 인상을 폈다.

“분명 그쪽이 말한 것처럼 상위 등급 헌터는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각성 범죄자들까지 이용할 생각은 없다.”

“감옥에 갇힌 범죄자들과는 협상을 통해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각성 범죄자들과 손을 잡을 수 없다는 게 무슨 뜻인지.”

“그들은 정체를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과학과 이능의 힘을 빌려 팔과 다리를 묶었으니까.”

정체를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는 매우 크다. 그리고 과학의 힘을 빌려, 이능의 힘을 빌려 그들에게 제약을 주었느냐, 주지 않았느냐의 차이도 매우 크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들은 정체를 밝힐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과학, 이능의 힘을 빌려 제약을 거는 것도 거부할 것 같고.”

“맞습니다. 우리는 정체를 밝힐 생각이 없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행동의 제약을 주는 과학적 기술, 이능의 힘을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러니 거절이다.”

“흐음, 그렇군요.”

예상한 것처럼 붉은 가면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의 침묵.

자연스럽게 눈앞에 놓인 찻잔을 매만지며 침묵을 지키던 붉은 가면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김환성의 표정에 살짝 변화가 생겼을 때, 그때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다른 제안을 하겠습니다.”

“…….”

“S급 퀘스트를 클리어 할 때까지 각성 범죄자 집단, 아크럼은 그 어떤 범죄 행위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대신, S급 퀘스트를 클리어 할 때까지, 그때까지 아크럼을 공격하지도, 추적하지도 마십시오.”

“함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로를 공격하지도 않는다?”

“예. 이 정도면 받아들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만.”

“…….”

“참고로 지금 이 손을 잡으면 다른 각성 범죄자들까지 동참시킬 수 있습니다. 뭐, 모든 각성 범죄자들을 동참시킬 수는 없지만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집단은 참여시킬 수 있습니다.”

“상세 조건은?”

“추적 금지, 공격 금지. 마탑의 물건 구입 및 판매 허가.”

“그게 목적이었군.”

“후후.”

이능의 힘이 담긴 가면을 써서 얼굴을 가렸다. 이름도 나이도 숨겼다. 알고 있는 것은 뛰어난 헌터라는 것이 전부였기에 아크럼 소속 범죄자들은 다른 범죄자들보다 쉽고 편하게 바깥세상의 물건을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범죄를 저질러 지하 세계에 숨어든 각성 범죄자 중에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이가 아크럼에 캐스팅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크럼에 소속되기 전, 지하 세계로 숨어들기 전 바깥세상에서 저지른 범죄 행위가 있다. 당연히 기록된 범죄 행위로 인해 그들은 바깥세상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도, 물건을 판매하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

물론 어려운 것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업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판매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아크럼 소속 범죄자들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가게가 있었다.

마법사의 탑.

마법사의 탑에서 제작된 물건들을 공급받은 가게였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상관없다. 마탑의 물건을 공급받은 가게는 구입자의 신분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판매했다.

북한 영토에서 진행되었던 기습 작전이 아크럼에게 흘러 들어간 탐지 마법 주문서에 의해 실패했기 때문이다.

“앞에 두 가지는 어떻게 가능할 거 같기는 하지만.”

뒤에 붙은 두 가지 조건은 다르다. 그래서 김환성은 고개를 돌려 한율을 바라봤다.

마탑의 물건을 구입하고 판매하는 행위를 허락하는 것이다. 협회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도, 마탑에서 거부하면 그만이었다.

김환성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몰려든 사람들의 시선.

한율이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붉은 가면을 바라봤다.

붉은 가면도 마찬가지로 한율을 바라봤다.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감시자 한 명 붙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시자로 누구를 붙일지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아, 그렇군요. 누구를 감시자로 붙이실 생각이십니까?”

기껏해야 S급 헌터라고 생각한 붉은 가면이 여유로운 목소리로 묻자 한율이 고개를 돌려 연구실을 찾은 이 중에 한 명을 바라봤다.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사람들의 시선.

“하!”

협회 및 한율과 관계된 이들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으음.”

아크럼 관계자들은 신음을 흘렸다.

한율이 감시자로 고른 사내는 언소월의 차원에서 넘어온 정의맹의 부맹주, 팽호진이었기 때문이다.

***

차원, 차원의 벽.

화아아악!

가로세로 2m 정도 되는 회색 타원형 게이트가 생성되는 것과 동시, 차원의 벽에 존재하던 유일했던 게이트가 대량의 마나를 방출했다.

푸른 마나는 그대로 회색 타원형 게이트를 향해 날아가 구체 형태의 실드가 되었다.

파앗!

푸른빛의 폭발.

푸른 실드에 둘러싸인 회색 타원형 게이트가 빛의 폭발과 함께 차원, 차원의 벽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퀘스트 생성 2년 11개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퀘스트, S등급 게이트 내용이 수정되었습니다.]

[정정합니다. S등급 퀘스트가 삭제됩니다. 퀘스트, SS등급 게이트가 생성됩니다.]

이름: SS등급 게이트.

설명: 가디언, 하이시스가 사망할 때까지 지구가 게이트가 됩니다. 기존의 게이트는 통합됩니다. 게이트의 핵이 설치됩니다. 게이트의 핵을 파괴할 시, 일정 공간에 몬스터가 소환되지 않습니다.

보상: 게이트 생성 속도 감소.

전 세계에 있는 모든 헌터, 그리고 레스트, 언소월, 에리얼의 앞으로 지구의 시스템의 도움을 받은 차원의 벽에 경고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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