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 퀘스트 생성(1)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각성을 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가까워지는 퀘스트를 대비해 마법, 그리고 무공 수련에 더욱더 시간을 투자했다.
물론 퀘스트 등급을 생각해 공격 마법이 아닌 방어 마법, 치료 마법, 그리고 보법과 경공과 같은 도주를 목적으로 한 마법과 무공을 수련했다.
정재계 인사.
처음 그들은 명명, 숭례문 게이트를 타고 지구를 방문한 다른 차원의 사람들을 찾았다.
하지만 마법사의 탑이 강력하게 항의하고 다른 차원에서 찾아온 지원군들이 거부해 눈앞까지 찾아온 위험 퀘스트를 대비해 움직여야했다.
헌터.
그들은 지금과 똑같은 일상을 보냈다. 게이트를 방문해 몬스터를 토벌하며 실력을 키웠고, 영약 시장을 찾아가 영약을 구입했으며, 인터넷에 올라온 마법 또는 무공을 공부했다.
3개월 후.
퀘스트 생성 3년이 되는 순간 찾아올 S급 게이트, 지구를 대비해서.
***
헌터 협회.
“후우! 그럼 한 달 전에 모든 게이트를 닫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헌터 협회의 협회장, 김환성의 말에 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11월 26일 전에 모든 게이트를 소멸시킨다. 한 달 동안 헌터의 성장은 멈추겠지만 어쩔 수가 없다. 예상하는 최악의 상황, 그 최악의 상황이 바로 모든 게이트가 S급 게이트로 통합되어 게이트 내에 서식하는 모든 몬스터가 지구를 침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협회장을 바라본 회의 참석자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넨 후에 회의장을 벗어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서류를 정리하던 협회장, 김환성은 모든 회의 참석자들이 회의장을 벗어나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더럽게 힘드네.”
12월 26일까지 3개월.
격주에 한 번 회의를 진행한 김환성은 주에 한 번 회의를 진행했고, 다른 차원의 지원군들이 지구를 방문하자 이틀에 한 번 회의를 열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다른 차원의 지원군이 도착하고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가까운 국가는 비행기를, 멀리 떨어진 국가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해 한국을 찾았기 때문이다.
각국의 정재계 인사만 방문한 것이라면 헌터 협회가 이틀에 한 번꼴로 회의를 열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각국의 정재계 인사들과 함께 헌터 협회의 대표, 또는 부대표까지 한국을 방문했다.
각국의 정계 인사는 여의도로.
각국의 재계 인사는 협력 기업의 본사로.
각국의 헌터 협회 인사들은 헌터 협회로.
“지혜야.”
“네. 협회장님.”
“회의는 끝이지?”
“네.”
“다음 스케줄은?”
“방공호 확인, 그 다음 군사 기지 방문입니다.”
“……어제 다녀오지 않았나?”
“어제는 부산 방공호 및 군사 기지였습니다. 오늘은 인천입니다.”
협회장이 직접 정비를 마친 방공호, 완공된 군사 기지를 확인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람이 없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결재란에 사인을 할 사람이 없었다.
아랫사람에게 시찰을 맡긴다? 그다음 올라온 보고서에 사인만 한다?
그럴 수 없다.
지구의 운명이 걸린 일이었기 때문이다.
정재계 쪽도 다르지 않았다.
비리?
없다. 대형 사업을 진행하면 당연하다는 듯 비리가 나온다. 재료를 바꿔치기하거나, 인력을 조절해 인건비 분야에 장난을 치거나.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런 비리는 일어나지 않았다.
지구의 운명이 걸린 일이었으니까.
물론 눈앞까지 다가온 위험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비리를 저지르려는 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저 정계와 재계가 손을 잡고 비리를 저지르려는 정치인을, 그리고 기업을 처단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김환성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다른 차원으로 피난을 가면 좋았겠지만…….’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렇기에 스킬, 차원의 문에 대해 들었을 때, 김환성은 다른 차원으로 피난을 가는 계획을 제안했지만 한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 2천 명을 피난시키는 것이 아니다. 수억, 수십억을 피난시키는 것이다.
반대로 스킬, 차원의 문은 400명으로 이동 인원이 제한되어있다.
그래서 한율이 반대한 것이다.
모두를 피난시키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다른 차원 피난 계획은 오히려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으니까.
“한율은 지금 뭐하고?”
“레스트, 그리고 레스트 님의 협력자들과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텔레포트 마법진 정비, 군사 기지 및 방공호 마법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오전, 오후에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S급 퀘스트를 대비하고 저녁에는 수련 또는 휴식을 취한다.
고개를 끄덕인 김환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비서, 임지혜와 함께 회의장을 나왔다.
“언소월 님은?”
“언소월 님은 협력자들과 함께 헌터들을 모아 무공 수련을 돕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헌터들을 수련시키는 언소월과 그의 협력자들.
“드래곤 님들은?”
“바다와 하늘에 마법진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인간 마법사는 불가능한 바다 아래에 마법진을 설치하고 하늘에 마법진을 설치하며 만일을 대비했다.
“정령왕 님들은?”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걸음을 멈춘 김환성이 버튼을 누르고 임지혜를 돌아봤다.
“인재?”
“무공, 마법과는 다르게 정령사는 계약을 통해 큰 힘을 얻습니다. 또한 상위 정령일수록 정령사의 경험이 미천하다고 해도 바로 전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힘과 경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인재를 찾는다고 했습니다.”
네 명의 정령왕들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정령사를 모집했다.
바쁘다.
그것도 너무나 바쁘다.
띵동.
천천히 열리는 엘리베이터의 문.
바로 걸음을 떼 엘리베이터에 오른 김환성이 협회장실이 위치한 층을 누르고 임지혜에게 말했다.
“저녁에 시간 좀 만들어. 마탑 좀 다녀와야겠다.”
“네?”
“나도 훈련을 해야지.”
협회장이라는 높은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김환성 또한 A급 헌터.
임지혜는 태블릿 PC를 꺼내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김환성은 회의를 위해 꽉 조인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뒤지게 바쁘네.”
***
다른 차원의 지원군들이 숙소로 잡은 대한민국 헌터 길드, 마법사의 탑.
일명 마탑이라 불리는 헌터 길드는 아침, 점심, 저녁, 심지어 새벽에도 사람이 찾아왔고, 사람이 나왔다.
과거와는 다르게 출입 제한을 완화했기 때문이고 다른 차원의 지원군들이 헌터들의 훈련을 돕는 것에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눈치가 있어 B등급 이상 헌터들만이 직접 마탑을 찾아와 지원군들에게 가르침을 받았지만.
“후우. 후우.”
거칠게 숨을 고르던 김환성이 다시 자세를 잡고 백발의 노인을 바라봤다.
실제 나이와는 다르게 단단한 육체와 날카로운 감각을 가진 노인.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그리고 있는 노인이 천천히 롱소드를 들어 올리자 김환성이 다시 한 번 달려가 거대한 망치를 휘둘렀다.
타악!
각성 능력, 경량화.
무공.
A급 헌터인 김환성이 전력을 다해 노인을 공격했고, 노인은 그런 전력을 다하는 A급 헌터의 공격을 막아 내며 그에게 조언했다.
자세, 완력 조절, 마나 활용법 등등.
김환성만이 아니다. 다른 길드의 길드장 및 대표 헌터, 각국의 대표 헌터 등등.
B등급 이상 헌터들 모두가 판타지, 그리고 무협 차원에서 넘어온 이들의 가르침을 받았다.
“3개월 내에 한 단계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요?”
지하 수련장 한쪽에 위치한 휴게실.
수련을 마치고 레스트, 언소월과 함께 휴게실로 이동한 한율이 캔 콜라를 마시며 묻자 팔짱을 끼고 창밖, 수련에 열중하는 헌터들을 바라보던 레스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단계가 아닙니다. 두 단계, 세 단계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겁니다. 한율 님도 느끼고 계실 텐데요.”
“……그건 그렇죠.”
차원 거래 능력 중 하나인 ‘대화’ 능력을 사용해 레스트의 조언을 받아 실력을 키웠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직접 듣고, 보고, 마법과 마나를 사용하는 것을 느끼니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쉽게 마나를, 그리고 마법을 이해할 수 있었다.
6서클 마스터.
계기만 있다면 7서클에 오를 수 있는 경지.
잠깐의 침묵 끝에 허탈한 표정으로 레스트의 말에 긍정을 표한 한율이 캔 콜라를 구겨 쓰레기통에 버릴 때였다.
우우웅.
바지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스마트폰이 작동했다.
한율은 스마트폰을 꺼냈고, 문자가 아닌 전화가 온 것을 확인하고 통화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무슨 일이세요, 세혁 씨.”
-아주 귀찮은 인간들이 방문했습니다.
“……예?”
-아크럼의 대표라고 합니다.
“누구요?”
한율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휙 들어 수련장을 바라봤다.
빠른 걸음으로 김환성의 곁으로 이동하는 임지혜가 보였고, 임지혜의 이야기를 듣고 딱딱하게 굳어 버리는 김환성이 보였다.
***
한율.
마법사, 한율과 만나고, 그가 만든 길드에 가입하면서 김세혁은 정말 놀라운 일을 겪었다. 그래서 그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그게 아니었군.”
남들보다 빨리 다른 차원의 지원군들을 만났다. 그중에는 드래곤이 있었고, 정령왕이 있었다. 그러니 그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활시위를 강하게 잡아당기고 있던 김세혁이 여섯 명의 남녀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시켰다.
가면을 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몸매만으로 남성은 물론 여성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금 의아한 것은.’
천천히 고개를 돌린 김세혁이 다섯 남녀보다 한 걸음 앞서 걸음을 옮기던 붉은 가면의 사내를 바라봤다.
이대한, 문수원, 양 리리는 물론 마탑 입구에 서서 기삿거리를 찾던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화아악.
거대한 마나가 바람을 타고 김세혁을 거쳐 여섯 남녀에게 향했다.
쿠구구궁!
털썩.
“허!”
“시발. 뭐야.”
“미친…….”
아크럼의 헌터들이 욕설을 뱉었다. 마나가 주변을 둘러싸는 순간, 중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드래곤?”
“인간입니다.”
아크럼의 헌터들의 중얼거림을 듣고 바로 대답한 금발의 사내, 레스트가 지팡이를 가볍게 흔들어 마나를 회수했다.
그 옆에 서 있던 한율이 붉은 가면을 빤히 바라보다가 검은 가면을 착용한 아크럼 소속 헌터 중에 한 명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