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 SS등급 게이트(2)
미국만이 아니다. 특이 게이트가 등장하자 수십 개의 국가가 대한민국을 지켜봤고, 특이 게이트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오자마자 대한민국에 연락해 뒤늦게 다른 차원에서 방문한 한율의 동료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국가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해 한국을 찾았다. 대한민국과 가까운 국가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그렇게 대사관(텔레포트 마법진), 그리고 공항(비행기)에 도착하자마자 청와대로 향한 각국의 대표들은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다른 차원에서 찾아온 한율의 동료들, 그들 모두가 마탑으로 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마탑이요?”
“하, 하하.”
탑이 아닌 건물이다.
그것도 거대한 건물.
레스트의 물음에 어색한 미소를 그린 한율이 화제를 돌리기 위해 발 빠르게 걸음을 옮겨 그들을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때마침 편의점을 나오는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어깨에 정령을 앉힌 소년과 소녀.
“오?”
“호오?”
소년과 소녀를 목격한 정령왕들이 탄성을 흘렸다.
차원의 벽이 파괴되기 전까지 정령이 태어나지 않았던 지구에서 태어난 정령, 그리고 그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였기 때문이다.
정령왕들이 소년 소녀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음?”
“에?”
-잉?
-엥?
소년 소녀, 그리고 두 정령이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정령왕들은 그런 그들의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지구의 정령들을 관찰했다.
“빛이네요.”
“어둠도 있다.”
“어떻게 생각해?”
“충분할 거 같은데.”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몰라 소년과 소녀, 그리고 두 정령이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하고, 그런 그들의 의문을 풀어 줄 생각을 못한 것인지 정령왕들이 자신의 할 말만 하며 대화를 나눌 때였다.
“세혁 씨.”
“네.”
“안내를 부탁드릴게요. 특징은 기억하시죠.”
“기억합니다.”
“그럼 안내를 부탁드릴게요.”
한율이 김세혁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 남은 이들과 함께 다시 이동했다.
엘리베이터 앞.
“역시 스승이 없어서 그런가 많이 아쉽군.”
언소월을 제외한 무인들이 지하 수련장으로 향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 있던 마탑 소속 헌터들을 관찰하며 대화를 나눴다.
“어, 음.”
은신 능력을 각성해 한율은 김세혁과 함께 광화문 광장을 찾고 청와대를 방문했다.
“유지태 비서관님.”
“예. 한율 헌터님.”
“안내를 부탁드릴게요.”
한율이 헌터 인사 비서관의 유지태에게 부탁하고 무인들을 먼저 엘리베이터에 태웠다.
아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디지털 화면을 확인한 한율이 지하에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확인하고 옆에 서 있는 언소월에게 물었다.
“같이 안 가셔도 괜찮아요?”
“저는 무인이 아닌 술법사… 아니, 마법사니까요.”
무공이 아닌 마법을 선택한 언소월이다. 고개를 끄덕인 한율이 레스트와 그의 협력자, 그리고 언소월과 그의 협력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이동했다.
지원군이 도착하기로 한 날짜로부터 사흘 전.
1층 창고에 있는 회의 테이블과 수십 개의 의자를 연구실로 이동시켰기에 한율은 자신을 따라 연구실에 도착한 이들에게 자리를 권유하고 마지막에 의자에 앉았다.
왼쪽에는 언소월이, 오른쪽에는 레스트가 있다.
몇 차례나 만남을 가졌지만 어색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는지 레스트가 자리한 우측에는 레스트 차원의 협력자, 언소월이 자리한 좌측에는 언소월 차원의 협력자들이 앉았다.
‘아직 4개월이나 남았으니까.’
4개월이나 남았다. 4개월 동안 열심히 친분을 쌓고 함께 훈련을 해 어색함을 지운다. 그래도 어색함이 사라지지 않으면 따로따로 나눠서 움직인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아, 짧게 하겠습니다. 도착하자마자 회의를 하기에는 너무 피곤하실 테니까.”
‘그걸 알면서 회의를 진행하냐.’
몇몇 이들이 그런 의미를 담은 눈으로 한율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에게도 이유가 있었다.
“아마 국가의 대표라는 이들이 찾아와 귀찮게 할 겁니다. 제가 막고 각 차원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언소월, 레스트 님이 막아도요.”
“아.”
국가, 그러니까 사회에서 이름 좀 날리는 이들의 방문을 받을 수밖에 없는 뛰어난 실력자들이다. 한율은 자신의 말에 동의하듯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작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여기 있는 두 분.”
양손으로 든 한율이 언소월, 레스트를 가리켰다.
“밑에 있는 분도 계시지만 그분에게도 따로 이야기를 할 테니, 차원의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했다고 말하세요.”
언소월, 레스트가 귀찮아진다?
그럴 일 없다.
“그럼 여기 두 분이 매일 저녁에 한 시간씩 찾아오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불러 회의를 통해 해결할 테니까요.”
막는다?
막으면 마탑 입구에서 기다릴 게 분명했다.
기다려도 만나지 못하면?
그들은 계속해서 전화를 걸 것이다.
만날 때까지.
***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4개월이나 남은 상태에서 지구를 방문한 다른 차원의 지원군들은 무슨 일을 할까.
차원의 도시 계획 회의?
아니다. 다른 차원의 지원군은 국가, 그리고 협회의 도움을 받아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당연히 팀을 나눠 움직였고, 그렇게 오전과 오후 시간을 투자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른 국가와 만남을 가지고 다른 국가의 헌터들과 훈련을 했다.
저녁에는 휴식을 취하느냐?
아니다.
휴식을 취하는 이가 있었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이가 있었다.
다른 차원의 실력자와 대련해 실력을 키우는 이가 있었고, 개인 훈련을 하는 이가 있었다.
레스트는 이 중 개인 훈련에 집중했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 위한 개인 훈련은 아니었다.
“지금 당장 한율 님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마법이 아닌 반복된 수련, 그리고 동일한 마나량으로 동일한 캐스팅 시간을 통해 마법을 발동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집중력 상승입니다.”
레스트는 한율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그의 개인 훈련에 참가했다. 그리고 그런 둘의 훈련에 언소월도 자연스럽게 참여했다.
정령왕, 에리얼도 개인 훈련에 들어갔지만 레스트와 다르지 않았다. 그녀 또한 다른 누군가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저녁마다 개인 훈련에 들어갔다.
다른 누군가?
빛의 정령과 계약한, 그리고 어둠의 정령과 계약한 김세후와 김세연을 가르쳤다.
지구에서 태어나 지구에서 자란 정령들이었지만 두 정령의 잠재력이 너무나 높았기 때문에 두 정령을 가르치기로 한 것이다.
선생님이 넷이나 되기 때문에 2인 1조로 이틀에 한 번씩 교육을 진행해 이틀에 한 번꼴로 지구의 문화를 즐겼지만 말이다.
오전, 오후에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적응 기간을 가진다.
저녁에는 각자의 시간을 가지며 시간을 보낸다.
각 차원의 대표들은 귀찮지만 저녁 10시마다 각국에서 방문한, 또는 각 기업에서 방문한 이들과 회의를 해야 했지만.
저녁 10시.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의를 마치고 다시 지하 수련장으로 내려와 언소월과 함께 레스트의 교육을 받으며 훈련에 열중하던 한율이 4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확인하고 손을 들었다.
“레스트 님.”
레스트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벽에 걸려 있는 디지털 시계를 확인했다.
02:01.
“벌써 새벽 2시군요.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끄으으응.”
인사를 건넨 한율이 기지개를 펴고 레스트, 그리고 언소월을 돌아봤다.
언소월 또한 오랫동안 진행한 수련을 해서인지 굳어 버린 몸을 풀고 있었다. 레스트도 마찬가지였다. 수업을 듣는 이에 못지 않게 수업을 진행하는 이도 체력과 정신력 소모가 컸기 때문에 그 또한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있었다.
“밖에 나가서 조금 쉬죠.”
두 사람이 바로 동의해 한율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이동, 사람은 없지만 불은 켜져 있는 편의점으로 함께 이동했다.
“후루룹. 후루룹.”
세 사람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편의점 한쪽에 설치된 테이블 앞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는 이가 있었다.
“에리얼 님?”
정령왕, 에리얼.
“그리고 오리에드 님.”
에리얼 맞은편에 앉아 있는 단발머리 소녀, 땅의 정령왕 오리에드.
그녀는 컵라면을 먹는 에리얼 앞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고등학생 외모의 소녀가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참 못마땅했지만 실제 나이를 알고 있으니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한율이 레스트, 언소월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두 정령왕이 자리한 테이블 앞으로 이동했다.
자연스럽게 옆에 있는 테이블에서 의자를 끌고 온 한율이 캔 음료를 땄다.
오리에드가 맥주를 마시는 것을 보고 다른 차원의 술에 관심이 생겼던 레스트는 캔 맥주를 땄다.
허기가 졌는지 언소월은 샌드위치와 페트병 녹차를 가져와 에리얼처럼 야식을 먹었다.
아무 말 없이 식사를 즐기는 것도 잠시, 국물을 꿀꺽꿀꺽 삼킨 에리얼이 바람의 힘을 이용해 과자와 음료를 가져왔다.
“한율 씨.”
“네. 에리얼 님.”
“차원의 도시요.”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에리얼을 바라봤다.
“네. 차원의 도시.”
“차원의 도시에도 편의점이 들어오나요?”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한율을 바라봤다.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 편의점.
한율이 자연스럽게 모여든 사람들의 시선에 실소를 한 번 터트리고 대답했다.
“네. 들어오죠.”
“PC방도 들어와요?”
오리에드가 물었다.
“네. 들어올걸요.”
“좋았으.”
오전, 오후 일과를 마친 오리에드는 저녁마다 사지방(사이버 지식 정보방)을 찾아 다양한 온라인 게임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빛의 정령, 화이트와 어둠의 정령, 초코의 교육이 없는 날에 즐겼다.
주먹을 불끈 쥐는 오리에드.
그녀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린 한율이 고개를 돌려 레스트와 언소월에게 물었다.
“두 분은 뭐 들어왔으면 하는 거 없나요?”
“차원의 도시에 말입니까?”
“네.”
“흐음.”
레스트가 턱을 쓰다듬었다.
지구로 여행을 오고 2개월이나 지났다. 한율의 안내를 받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던 기억을 꺼낸 레스트가 오랜 고민 끝에 대답했다.
“전자 제품 판매점?”
태블릿 PC.
간단한 조작으로 인터넷을 즐기고,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얻는 것에 매우 흥미를 가졌던 것이 떠올랐다.
“마트도 들어와야겠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한율이 고개를 돌려 언소월을 바라봤다.
“저는.”
“네.”
“영화관…….”
언소월을 비롯한 무인들과 함께 액션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국가의 도움을 받아 영화관을 빌려야 했지만 화려한 액션 영화를 함께 관람한 적이 있었다.
“영화관이라……. 네. 한번 확인해 볼게요.”
“감사합니다.”
자연스럽게 세 사람과 두 정령이 차원의 도시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1시간이 넘도록 대화를 나눴다. 음료를, 맥주를, 과자를 가져와 테이블 위에 펼쳐 함께 야식을 먹으면서 그들은 새벽 5시가 될 때까지 차원의 도시를 주제 삼아 대화를 이어 나갔다.
***
퀘스트 생성 2년 11개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퀘스트, S등급 게이트 내용이 수정되었습니다.]
[정정합니다. S등급 퀘스트가 삭제됩니다. 퀘스트, SS등급 게이트가 생성됩니다.]
이름: SS등급 게이트.
설명: 가디언, 하이시스가 사망할 때까지 지구가 게이트가 됩니다. 기존의 게이트는 통합됩니다. 게이트의 핵이 설치됩니다. 게이트의 핵을 파괴할 시, 일정 공간에 몬스터가 소환되지 않습니다.
보상: 게이트 생성 속도 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