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97화 (197/221)

197 SS등급 게이트(1)

드래곤.

하늘을 날아 게이트를 통과한 세 마리의 용을 모두가 얼빠진 표정으로 바라볼 때였다. 세 마리의 용이 헌터들이 정신을 차리고 공격을 하기 직전에 폴리모프 마법을 사용해 인간으로 변신했다.

금발의 노인, 붉은 머리의 청년, 그리고 푸른 머리의 소녀.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멍하니 세 사람을 바라보았지만, 그들의 시선은 바로 그들의 뒤, 가짜 숭례문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 엘프?”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귀가 뾰족한 남녀.

엘프로 추측되는 검을 패용한 남성, 활을 등에 메고 있는 여성, 단창을 등에 메고 있는 노인과 인간으로 변신한 드래곤, 그들 옆에 섰다.

저벅저벅.

이번에 가짜 숭례문에서 걸어 나온 이들은 키가 매우 작은 사람들이었다.

드래곤, 엘프다. 그렇다면 그다음 키가 매우 작은 인간들은 누구일까.

“드워프.”

선두에 서 있던 헌터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드워프.

키가 매우 작은 종족.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종족.

엘프와 함께 이종족이라고 하면 반드시 언급되는 종족.

다섯 드워프가 엘프 옆에 섰다.

다음은 누굴까.

경악하던 사람들이 기대감을 품고 가짜 숭례문을 바라볼 때, 한 무리의 인파가 걸어 나왔다.

인간.

아쉽다. 드래곤, 엘프, 드워프 다음에 인간이 모습을 드러냈기에 매우 아쉬웠다. 하지만 그건 일반인들이 느끼는 감정이었다.

“……미친.”

“사, 사람이 맞나.”

헌터들은 일반인들과는 다른 감정을 품었다.

드래곤, 엘프, 드워프와는 달리, 가짜 숭례문을 통과한 인간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처럼 마나를 개방한 채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가짜 숭례문을 통과한 인간들이 드워프 옆에 섰다.

마지막인가?

더 있을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때, 네 사람이 게이트에서 걸어 나왔다.

“정령!”

정령과 계약한 헌터가 소리쳤다.

정령을 소환하고 있던 헌터가 고개를 홱 돌려 자신과 계약을 한 정령을 바라봤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이 정령과 계약한 헌터에게 향했다. 하지만 그는 호기심을 담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멍하니 정령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정령왕…….”

“……!”

정령과 계약한 헌터 주변에 자리하고 있던 헌터들이 고개를 홱 돌려 헌터를 한 번 바라본 후, 가짜 숭례문을 통과한 네 남녀를 바라봤다.

정령왕.

드래곤, 엘프, 드워프, 인간, 그리고 정령.

멍하니 정령왕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다시 가짜 숭례문을 바라봤다.

또 있을까.

있었다.

저벅저벅.

“……미친.”

누군가가 욕설을 뱉었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영화, 또는 만화에서나 볼 법한 도복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검을 패용한 이가 있었고, 도를 등에 메고 있는 이가 있었다.

정령왕들의 뒤를 이어 가짜 숭례문을 통과한 이들이 깜짝 놀란 것처럼 몸을 흠칫 떨었다. 하지만 바로 정신을 차린 것처럼 자세를 바로 하고 정령왕들 옆에 섰다.

일렬로 섰다.

아직 대표자가 나오지 않은 것처럼 일렬로 서서 헌터들을 마주보고 있을 때, 한 사내가 홀로 걸어 나왔다.

회색 로브를 두른 사내.

지팡이를 들고 있는 사내.

천천히 걸음을 옮긴 지팡이를 든 금발의 사내가 일렬로 서 있는 이들보다 한 걸음 더 걸음을 옮긴 후에 멈춰 섰다.

-왔어요?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익숙한 사내의 목소리.

금발의 사내, 레스트는 건물 옥상에 자리 잡은 사내를 확인하고 작은 미소를 그렸다.

***

⤷특이 게이트에서 나타난 사람들!

⤷인간들과 함께 나타난 거대한 용, 드래곤?!

⤷엘프와 드워프라니!

가짜 숭례문, 차원의 문을 통과한 다른 차원의 협력자들이 지구에 도착하자 인터넷은 물론 TV에서도 그들이 차원의 문을 통과해 지구에 도착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 줬다.

혼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이야기를 들은 대통령을 비롯한 헌터 협회는 빠르게 레스트에게 접근해 통역 이어폰을 전달했고, 통역 이어폰을 이용해 짧은 대화를 나눈 후에 청와대로 이동했다.

한율도 청와대를 찾았다. 건물 옥상에서 그들의 도착을 지켜볼 때와 마찬가지로 이동 마법을 사용해 몰래 청와대로 이동했다.

저벅저벅.

길고 넓은 복도.

한율이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다른 차원의 협력자들을 빤히 바라보다 가장 선두에 서 있는 금발의 사내, 레스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다른 차원의 협력자,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는 사람들.

“문은 닫고 오셨죠?”

“예. 당연히 닫고 왔습니다.”

레스트를 비롯한 다른 차원의 협력자들은 자신의 차원에서 지구로 이동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차원, 차원의 벽에서 모여 한율이 미리 열어 둔 차원의 문을 이용해 지구로 넘어왔다.

한율의 손을 맞잡아 악수를 한 레스트가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의 차원에서 함께 지구를 방문한 협력자들을 소개했다.

“골드 드래곤 크라이스 님이십니다. 드래곤족 대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율입니다.”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넨 한율이 손을 내밀었다.

“그대가 차원 거래자라고?”

“네.”

“만나서 반갑네. 크라이스일세.”

자연스럽게 한율의 손을 잡은 크라이스가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하고 옆으로 물러섰다. 그렇게 이어진 엘프, 드워프, 무소속 인간 협력자들의 대표와도 간단한 인사.

“국가 연합 대표, 리시아라고 해요. 도시 건으로 할 이야기가 많지만 지금 할 이야기는 아니네요.”

“한율입니다.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신성 연합 대표, 테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율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레스트, 그리고 그의 협력자들과의 인사가 끝났다. 그래서 한율은 바로 옆걸음으로 이동해 이번에는 언소월, 그리고 그의 협력자들의 앞에 서서 손을 내밀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확인했지만 역시 신기하기는 하더군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차원의 협력자들을 차원의 벽에 모아 영상, 그리고 사진으로 지구의 모습을 보여 줬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확인한 것과 직접적으로 확인한 것에 차이가 매우 커 어색한 미소를 그렸던 언소월이 레스트처럼 옆으로 한 걸음 이동했다.

“정파, 정의맹의 부맹주이신 팽호진 대협이십니다.”

“만나서 반갑소. 팽호진이라고 하오.”

거대한 도를 등에 맨 근육질 40대 남성이 손을 내밀었다. 한율은 크라이스를 비롯한 레스트 차원의 협력자들에게 한 것처럼 먼저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네고 그의 손을 잡았다.

“한율입니다.”

정파, 사파, 마교의 대표들은 악황제와의 전투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어 지원군에 합류하지 못했다.

아니, 부상을 입지 않았다고 해도 그들은 자신의 차원을 지키기 위해 지원군에 합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팽호진을 시작으로 사파와 마교의 지원군 대표들과 인사를 나눈 한율이 마지막, 정령계 지원군 앞으로 이동했다.

레스트, 언소월 때와는 다르다. 한율은 자연스럽게 거래창을 열고 아이스크림을 꺼내 에리얼에게 내밀었다.

“여기요.”

“역시 한율 씨.”

엄지를 들어 올린 에리얼이 바로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고 옆으로 물러섰다.

“불의 정령왕, 피닉스.”

“아하. 피닉스 님이시군요.”

알고 있다.

모를 수가 없다.

한율이 근육질의 붉은 머리 남성에게 솔의 맛을 내밀었다.

피닉스가 에리얼처럼 엄지를 세운 후에 솔의 맛 음료 캔을 들고 옆으로 물러섰다.

다음으로 한율의 앞에 선 이는 여성.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

“드라마죠?”

“응.”

“준비해 놨어요. 마탑에 도착하면 바로 즐길 수 있도록.”

나이아드가 엄지를 세우고 옆으로 물러섰다.

마지막은 단발머리의 소녀.

“땅의 정령왕, 오리에드.”

“최신 컴퓨터를 준비해 놨어요.”

땅의 정령왕이 다른 정령왕들처럼 엄지를 세웠다. 한율은 그런 정령왕들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재밌기도 해서 웃음을 터트렸다.

레스트의 차원, 언소월의 차원, 정령계의 지원군과 인사를 나눴다. 그래서 몸을 돌려 회의실로 향하려고 했지만 아직 인사를 나누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드디어 만나는군요.”

“아……. 대통령님.”

어떻게 보면 가장 먼저 인사를 나눠야 하는 사람이다.

한율은 어색한 미소와 함께 허리를 숙여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인사했다.

***

“다른 차원의 협력자?”

“예.”

“……그걸 지금 알려 준다고?”

TV를 시청하던 미국 대통령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묻자 비서실장이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대답했다.

“국가에서 막은 거 같습니다.”

“쯧!”

가볍게 혀를 찬 미국 대통령, 제인 워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케줄 전부 취소했지?”

가짜 숭례문.

지금까지와는 다른 특이한 외형을 가진 게이트의 등장으로 한국을 주시하고 있었고, 게이트의 특이 변화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특이 게이트에서 사람들이 걸어 나오자 바로 스케줄을 취소했고 말이다.

“예.”

“다른 나라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제야 이야기를 들었는지 빠르게 출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막은 이유는 역시 S급 게이트 이후?”

“예. 정보실에서는 그렇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후우…….”

이해는 한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에 정보를 전달하지 않을 것이니 이해할 수 있다.

만약 S급 게이트, 즉 지구가 게이트화되기 직전에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라면 정보를 미리 전달하지 않은 것을 비난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지구가 게이트화되기까지 4개월이나 남은 상태이니 비난할 수는 없다.

“마석을 준비하도록.”

“텔레포트 마법진을 사용하실 생각이십니까?”

“다른 나라보다 늦을 수는 없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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