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94화 (194/221)

194 도시 계획(2)

한율은 고민했다.

혼자서 계획을 진행할 경우 20%라는 안전성 때문에 차원의 벽이 거절할 가능성이 컸다. 아니, 거절할 것이다.

“저기.”

자신의 스킬을 한 번, 차원의 벽이 만든 레스트의 스킬을 한 번.

비교를 하고 있던 이들이 고개를 돌려 한율을 바라봤다.

“제안할 게 있습니다.”

“제안…… 말입니까?”

레스트가 언소월, 에리얼을 대표해서 한율의 말을 받았다.

“예.”

“무엇입니까?”

“이곳에 도시 하나 만들어 보지 않겠어요?”

“…….”

“…….”

“예?”

***

차원의 벽은 파괴되었다.

차원의 조각, 차원의 돌을 모아 수리에 들어간다?

그래도 파괴되기 전과 똑같을 수는 없다.

게이트는 계속해서 지구에 나타날 것이고, 헌터는 게이트를 소멸시키기 위해 열심히 몬스터와 싸울 것이다.

“그런데 차원의 문이라는 스킬이 생성되고, 차원의 벽이라는 차원에 도착하고, 게이트가 차원의 벽이라는 차원으로 이동한 후에 지구로 넘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거래창을 열어 칠판을 꺼낸 한율이었다. 그는 마법사들을 교육할 때처럼 분필을 들어 칠판 위에 글을 적고 그림을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테이블을 둘러싼 다른 차원의 동료들을 바라봤다.

“지구로 넘어오기 전에 이곳에서 게이트를 소멸시켜도 되지 않나?”

지구로 이동하기 전에 게이트를 소멸시킨다.

“그래서 떠올리신 것이 도시입니까?”

“네. 차원의 벽을 중심으로 거대한 도시를 만들고, 차원의 문을 이용해 헌터를 불러 이곳에서 게이트를 소멸시킨다.”

“나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차원의 문은 유지 시간이 있습니다. 만약 이 방법을 사용할 경우, 한율 님은 일상을 포기하고 30분마다 스킬을 사용하는 일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괜찮으십니까?”

레스트, 언소월, 에리얼이 흥미를 가지고 한율의 말을 들어서일까. 차원의 벽의 홀로그램이 다시 나타났다.

[차원의 벽: 마석을 통해 유지 시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마석을 이용해 차원의 문을 유지시킨다.

“저는 괜찮은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긍정의 신호를 보냈던 레스트가 한율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계획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만 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맞습니다. 이곳, 차원의 벽에 도시를 만드는 계획이라면 차원의 벽과 상의해 계획을 완성하고 진행하면 되는 이야기였죠.”

“하지만 한율 님은 저희들에게도 이 계획을 설명했죠. 참가를 원하시는 것입니까?”

“네.”

“흐음.”

신음을 흘린 레스트가 짧은 고민 끝에 손을 들었다.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차원의 벽, 아니 차원의 도시를 방문하는 것은 분명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차원의 도시를 방문한 지구가 아닌 다른 차원의 사람들이 게이트에 진입해 몬스터와 싸우고 게이트 핵을 파괴하는 일을 할까요?”

“합니다.”

“왜요?”

“게이트는 돈이 되니까요.”

“아…….”

게이트는 돈이 된다.

한율이 고개를 돌려 레스트를 바라봤다.

“이곳을 방문한 용병들은 분명 게이트로 달려갈 겁니다. 왜냐. 돈이 되니까.”

한율이 고개를 돌려 언소월을 바라봤다.

“이곳을 방문한 무인들은 분명 게이트로 달려갈 겁니다. 왜냐. 영초가 있으니까.”

한율이 고개를 돌려 에리얼을 바라봤다.

“…….”

“……설득 안 해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서요.”

“왜요?”

“정령이잖아요.”

“쿡쿡.”

에리얼이 웃음을 터트렸다.

정령은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의 힘을 사용하는 정령이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고민하던 한율이 짧은 탄성을 흘렸다.

“아, 그게 있네. 게이트는 돈이 됩니다.”

“우리는 돈이 필요 없는데.”

“그 돈으로 차원의 도시에 공급되는 지구의 물건을 구입할 수 있죠.”

“오호?”

지구의 문화를 받아들인 정령계다. 이미 게임이라는 문화, 음악이라는 문화 등 다양한 문화를 즐기며 살고 있는 정령들이었으니 그들은 새로운 문화를 즐기기 위해 돈을 모을 것이다.

“흥미로운 이야기였어요.”

장난스럽게 말하는 에리얼을 향해 똑같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한율이 영업 사원처럼 허리를 90도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하고 다시 동료들에게 말했다.

“어때요?”

“괜찮은 거 같습니다. 뭐, 계획을 세세하게 구상해야 하겠지만.”

레스트.

“규칙도 만들어야 합니다. 전투 불가 규칙이나 범죄자 출입 금지 같은.”

언소월.

“차원의 벽에 있는 차원의 문을 통해 자신의 차원이 다른 차원으로 이동, 그러니까 여행을 다니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에리얼.

바로 가제, 차원의 도시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동료들.

작은 미소를 머금은 그런 동료들을 바라보던 한율이 가볍게 손바닥을 마주쳤고, 동료들의 시선이 다시 자신에게 모이자 확답을 받기 위해 다시 물었다.

“동의하시는 거죠?”

“시간을 들여 계획을 구상해야 합니다. 언소월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규칙을 만들고, 에리얼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차원 여행에 관한 것도 고민해야 하지만. 네. 찬성합니다.”

***

차원의 벽에 차원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회의를 마치고 복귀한 한율은 고민했고, 오랜 고민 끝에 스마트폰을 들었다.

“전데요.”

-알아. 화면에 이름 떴으니까.

“…….”

-그래서 이 시간에 무슨 일이냐.

“시간 있어요? 같이 다녀올 데가 있는데.”

-……시간? 다녀올 데?

“네.”

-오늘?

“아뇨. 상관은 없어요. 하지만.”

-그냥 후딱후딱 말하면 안 되냐?

“상남 할아버지랑 이상민 회장님이랑도 약속을 잡아 함께 움직여야 해요. 참고로 출발하셨다고 하네요.”

-……그게 오늘 만나자는 이야기랑 뭐가 달라. 이 자식아.

어이가 없어 잠시 침묵했던 협회장, 김환성이 욕설을 뱉고 먼저 통화를 끝냈다.

웃음을 터트린 한율은 방을 나왔고, 거실에 모여 TV를 시청하는 가족들에게 말했다.

“잠깐 나갔다 올게요.”

“내일 아침에 콩나물국 만들 거야. 들어올 때 콩나물 사 와.”

“아이스크림!”

“다녀오세요.”

한율이 심부름을 시키는 한유라와 김세혁의 여동생, 김세연,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이는 김세혁의 남동생, 김세후의 인사를 받고 집을 나왔다.

엘리베이터에 오른 한율은 4층이 아닌 1층으로 이동했다.

방금 전에 연락을 했다.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있었지만 한율은 건물을 나와 건물 앞에 설치한 벤치에 앉았다.

할 일을 마치고 차원의 벽으로 이동했다.

한율은 벤치에 앉아 기다렸고, 시간이 지나 이상남, 이상민, 그리고 협회장인 김환성과 비서, 임지혜가 도착하자 그들과 함께 4층으로 이동했다.

홀로 찾아와 개인 수업을 요청하는 마법사가 있었고 단체로 몰려와 수업을 요청하는 마법사가 있어 기다란 회의 테이블을 구입해 연구실에 설치했다.

한율은 자연스럽게 회의 테이블을 둘러싼 청일 그룹, 그리고 협회 사람들을 확인하고 바로 입을 열었다.

“시간이 늦었으니, 그리고 가야 할 곳이 있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

“흐음! 차원의 벽에다가 도시를 세운다.”

“예. 목적은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차원의 벽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골드 드래곤, 크라이스의 레어.

언데드 드래곤을 토벌한 레스트는 크라이스의 제안을 받아 그의 레어에 머무르며 그의 가르침을 받아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하이시스.

언데드 드래곤이라는 적은 물리쳤지만, 아직 하이시스라는 거대한 적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구는 게이트가 자신의 차원으로 넘어오기 전에 소멸시켜 안전을 꾀하고, 우리들은 차원의 벽이 더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차원의 벽에서 게이트를 소멸시켜 차원의 조각을 확보하고 납품하여 벽을 수리한다라는 건가.”

“예. 한율 님은 돈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용병들만이 차원의 도시를 방문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저는 다릅니다. 크라이스 님께서 말씀하신 공간 이동 현상.”

“…….”

“막을 수 없는 재앙이라 불리는 공간 이동 현상을 최소화시킬 수가 있으니 각국에서 뛰어난 실력자들을 보낼 것입니다.”

“그것만이 아니지. 자신의 실력에 맞는 적을 상대로 실전 경험을 쌓을 수가 있으니 명령이 아니어도 무인의 길을 걷는 이, 마법의 길을 걷는 이들이 차원의 도시를 찾겠지.”

각국의 기사, 병사들은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몬스터의 숲을 찾는다. 하지만 제 실력에 맞는 적을 상대한 적은 많지가 않았다.

어느 때에는 자신의 실력보다 더 뛰어난 몬스터를 만나 싸우다가 도망쳐야했고, 어느 때에는 자신의 실력보다 매우 떨어지는 몬스터를 만나 허무한 전투를 치러야했다. 하지만 게이트는 다르다.

게이트는 등급이 존재하니 제 실력에 맞는 적, 또는 한 단계 아래에 있는 적을 상대로 실전 경험을 쌓을 수가 있다.

“그래서.”

곰방대를 톡톡 두들겨 담뱃재를 털어낸 크라이스가 작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 레스트를 바라봤다.

“계획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가.”

“아직 구상 단계입니다.”

“그렇구만……. 구상을 마치면 도움이 필요하고?”

“예,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레스트가 크라이스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차원의 도시가 건설된 후.”

“……?”

“경험이 필요한 중간계의 수호자를 차원의 도시에 배치시켜주십시오.”

“……호오오.”

***

한율이 청일 그룹, 그리고 협회의 대표를 불러 이야기를 하고.

레스트가 드래곤, 그리고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 중에 입이 무거운 사람들을 불러 이야기를 하고.

에리얼이 다른 정령왕들을 불러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언소월은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사람들에게 전할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다른 차원의 도움을 받은 후.’

다른 차원의 도움을 받아 일을 해결하고, 그렇게 무력 지원을 받아 일을 해결한 후에 차원의 도시 계획을 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 욕심이 있는 이들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힘을 느끼고 더 욕심을 부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고민하던 언소월은 이내 실소를 터트리며 악용의 가능성을 지워 버렸다.

“없애면 되는군.”

권력 욕심을 가진 이가 있다. 그리고 그런 이가 수하들을 이끌고 차원의 문을 통과한다?

닫으면 된다.

차원의 문을 닫아 그들을 고립시키면 된다.

언소월이 침대가 아닌 책상 앞으로 이동했다. 자연스럽게 거래창을 연 그가 한율에게서 구입한 노트와 펜을 꺼냈다.

“어디 보자.”

다시 차원의 벽에 모여 대화를 나눠야 한다. 하지만 그 전까지 법, 아니 규칙을 만드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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