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82화 (182/221)

182 하이시스(2)

“그 말은 언젠가는 차원의 벽이 완전히 무너져 폭발이 발생하고, 그 폭발에 의해 모든 차원이 파괴된다는 거 아닙니까?”

[차원의 벽: 아닙니다. 분명 한 번 무너진 벽은 완전히 수리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균열이 일어날 것이고, 그 균열에 의해 떨어져 나간 차원의 벽 파편이 차원의 조각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다른 차원으로 날아갈 것입니다.]

“……지금 우리들이 하는 것처럼 떨어져 나간 파편, 즉 차원의 조각을 계속 공급해야 한다는 거군.”

[차원의 벽: 그렇습니다.]

“완전한 해결법은 없고?”

[차원의 벽: 없습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차원의 벽 그 자체인 저 ‘차원의 벽’은 해결법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끄응…….”

완전한 해결법은 없다. 그 말은 지구에는 계속 게이트가 생성된다는 말이었고, 레스트의 차원은 공간 이동 현상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는 말이었다.

에리얼의 차원도, 언소월의 차원도 마찬가지다.

“이건 뭐, 해결 방법이 없으니.”

한숨을 내쉰 에리얼이 숟가락을 푹 꽂아 아이스크림을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다른 질문.”

생각에 잠겨 있던 한율이 손을 들었다.

[차원의 벽: 말씀하십시오.]

“레스트 님의 차원이 말하는 공간 이동 현상에 따라 넘어온 공간은 게이트가 되어 지구로 이동하지?”

[차원의 벽: 그렇습니다.]

“그건 네가 하는 거냐?”

[차원의 벽: 질문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끄응. 그러니까 공간 이동 현상에 의해 다른 차원으로 날아간 공간이 게이트로 바꾸는 일? 작업? 그걸 네가 하냐고.”

[차원의 벽: 그렇습니다.]

“왜?”

[차원의 벽: 차원의 벽을 넘어온 공간은 바로 지구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면?”

[차원의 벽: 오랜 시간은 아니나 최소 24시간 동안 차원의 벽을 넘어온 공간은 공간 안정화를 위해 잠시 차원, 차원의 벽에 정착합니다.]

“공간을 게이트로 바꾸어 넘어오……. 아, 파괴.”

[차원의 벽: 예. 최소 24시간입니다. 그렇기에 차원의 벽을 넘어오기 전에 공간을 게이트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게이트를 공간으로 바꾸는 방법은?”

[차원의 벽: 차원의 벽에 담긴 기운을 사용합니다.]

“그 말인즉슨, 자신의 기운을 사용해 공간을 게이트로 바꾼다?”

[차원의 벽: 그렇습니다.]

“그럼 소모한 기운은 시간이 지나면 보충되나?”

[차원의 벽: 아닙니다. 게이트의 핵을 파괴해 게이트를 소멸시킬 경우, 공간을 게이트로 바꾸기 위해 소모시켰던 기운이 되돌아옵니다.]

“후우…….”

한율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천천히 몸을 돌린 한율이 넘어진 의자를 다시 세우고 그 위에 털썩 주저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존나 복잡하네.”

***

복잡하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공간이 게이트로 바뀌는 이유는 3년 후에 찾아올 위험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공간이 게이트로 바뀌는 이유, 차원의 벽이 파괴된 이유 등등 모르고 있던 이야기를 알게 되었지만, 머리만 복잡하게 만들어 잠시 휴식을 취해야 했다.

“아, 그럼 지구 시스템이라는 건 뭐냐?”

[차원의 벽: 말 그대로입니다.]

파괴된 차원의 벽을 통해 넘어온 대량의 마나를 받아들인 지구는 판단했다.

게이트가 지구로 이동할 경우, 강력한 현대식 병기를 손에 쥔 인간들이라고 해도 게이트, 그리고 그 게이트 내부에 있는 몬스터를 이길 수 없다고.

그래서 지구는 문명을 관찰했다.

지구는 문명을 관찰했고, 게임, 소설, 영화 등등 마나가 없으면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을 확인, 종합, 분석해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게이트, 그리고 몬스터의 습격에서 자기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그것이 각성이라는 거냐?”

[차원의 벽: 정확한 명칭은 게임 캐릭터화입니다만.]

“지구하고 대화가 가능하면 바꾸라고 해. 각성 시스템으로.”

[차원의 벽: 지구는 차원의 벽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차원에서 말하는 인공지능과 비슷하다?”

[차원의 벽: 그렇습니다.]

“어쨌든 요청 좀 해 봐. 게임 캐릭터화가 뭐야.”

[차원의 벽: 요청해 보겠습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인공지능에 비유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생성된 메시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다른 사람들을 확인했다.

너무나 많은 정보를 한 번에 받아들인 탓인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처음보다는 나았다.

“그럼 잡담은 여기서 마치고. 회의나 할까요?”

“……그러죠.”

3년 후, 언데드 드래곤이라는 위험을 극복해야 하는 레스트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한율의 말에 대답했다.

“그 전에 차원의 벽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차원의 벽: 말씀하십시오.]

“만약 퀘스트를 완수할 경우, 퀘스트 완수자에게 바로 차원의 문이라는 능력이 주어지는 것입니까?”

[차원의 벽: 이번 퀘스트는 차원의 벽, 그리고 게임 캐릭터화. 정정합니다. 각성 시스템이 함께 만들어 냈습니다. 각성 시스템과 회의가 필요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대답이 완성되었습니다.]

“…….”

[차원의 벽: 예.]

“풋.”

자연스럽게 거래창에서 캔 콜라를 꺼내 콜라를 마시던 한율이 고개를 홱 돌려 콜라를 뱉어 냈다.

“콜록! 푸하하! 콜록! 콜록!”

복잡한 절차를 걸쳐 나온 대답.

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레스트가 웃음과 기침을 동시에 터트리는 한율과 열심히 등을 두들기는 언소월을 한 번 바라보고 다시 메시지창을 올려 봤다.

“즉, 먼저 퀘스트를 완수한 사람은 차원의 문 능력을 사용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 그 차원에게 찾아온 퀘스트를 함께 수행할 수 있습니까?”

[차원의 벽: 가능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로그, 기록을 확인합니다. 말씀드리지 못한 부분이 있어 갑작스레 설명을 진행합니다. S급 퀘스트 완수 시, 능력이 부여되며 거래창에 차원의 조각이 자동적으로 이동합니다. 하지만 이 차원의 조각은 바로 납품하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파괴된 부분이 납품된 차원의 조각으로 메워져 능력, 차원의 문에 문제가 생기는 겁니까?”

[차원의 벽: 그렇습니다. 동시 이동 가능 인원이 제한됩니다.]

“현재 차원의 벽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인원은 어떻게 됩니까?”

[차원의 벽: 4백 명입니다.]

“즉, S급 퀘스트를 완수할 경우에 주어지는 차원의 조각 하나가 백 명이라는 말이군요.”

[차원의 벽: 그렇습니다. 로그, 기록을 확인합니다. 동시 이동 가능한 인원을 조작하기 위해 납품을 하지 않을 경우 지구는 게이트 생성률이 상승하고 레스트 차원은 공간 이동 현상 발생 횟수가 늘어납니다. 에리얼의 차원도, 언소월의 차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멍이 커지면 당연히 그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것도 많아진다. 그렇기에 바로 차원의 벽에 경고를 받아들인 레스트가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일단 아주 중요한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먼저 퀘스트를 완수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내용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언소월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예.”

“하지만 출현 시기는 모두 동일한데요?”

이번에는 에리얼이다. 그래서 언소월을 바라보며 대답했던 레스트는 바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지구를 제외한 다른 차원의 퀘스트는 3년을 딱 지키지 않아도 퀘스트를 완수할 수 있지 않습니까. 특히 정령계와 언소월 님의 차원은.”

아공간으로 몸을 숨겨 찾는 데 큰 어려움이 있는 레스트와는 다르게 에리얼의 차원인 정령계는 이미 혼돈의 정령왕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이름: 혼돈의 정령왕의 탈출.

설명: 3년 후, 아공간에 떨어진 차원의 조각을 흡수한 혼돈의 정령왕이 아공간을 탈출합니다.

보상: 공간 이동 현상 감소, 능력 각성(차원의 문).

차원의 조각을 주운 혼돈의 정령왕이 그 차원의 조각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소월의 차원도 마찬가지다.

이름: 황제의 부활.

설명: 3년 후, 차원의 조각을 흡수한 악황제(惡皇帝)가 부활합니다.

보상: 공간 이동 현상 감소, 능력 각성(차원의 문).

어떻게 흡수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악황제는 차원의 조각을 흡수했고, 그 위치는 애매모호하게나마 알려 주던 다른 이들의 퀘스트와는 다르게 위치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물론 그래서 더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언소월의 차원은 마법이 아닌 무공, 즉 육체 기술이 발달한 차원이다.

도술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나 무공에 비해 그 효율이 매우 떨어져 배우는 이가 없고, 배우는 이가 없어 발전하지 못해 아공간이라는 마법 기술, 또는 그와 비슷한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다.

즉, 어딘가에 악황제가 숨어 있다는 뜻.

그래서 에리얼과 언소월은 3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순서를 정해 퀘스트를 완료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 퀘스트를 진행하는 분을 다른 분들이 차원 거래 능력을 통해 지원하고요.”

“그렇게 퀘스트를 완수한 분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해 함께 퀘스트를 완수한다?”

“예. 그러니 가장 먼저 퀘스트를 완수할 분은…….”

말끝을 흘린 레스트가 고개를 돌렸다. 한율과 언소월도 마찬가지다. 완전히 이동한 그의 시선을 따라 뒤늦게 이동할 필요도 없다.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퀘스트를 완수할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어, 저요?”

“네. 에리얼 님.”

***

차원 거래의 능력 중 하나인 ‘대화’를 이용해 시간을 맞추고 주기적으로 만남을 가져 대화를 나누자는 이야기를 끝으로 1차 회의가 끝났을 때였다.

다른 이들을 배웅하기 위해 끝까지 남아 에리얼, 그리고 언소월과 작별 인사를 나눈 레스트가 자신처럼 다른 이들을 배웅한 한율을 바라봤다.

작별 인사를 나눈 한율은 언소월이 자신의 차원으로 돌아가기가 무섭게 몸을 돌려 저 멀리 보이는 차원의 벽이라는 이름의 게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어,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한율이 레스트를 향해 미소를 그렸다.

“먼저 돌아가 보세요.”

“……아직 물어볼 것이 남아 있나 보군요.”

“네. 뭐, 조금.”

어색한 미소로 애매모호한 대답을 내놓는 한율.

그런 한율의 모습에 피식 실소를 터트린 레스트가 작별 인사를 건넸다.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몸조심하시고요.”

“예. 한율 님도 몸조심하십시오.‘

자신을 따라 작별 인사를 건넨 레스트가 허공에 손을 올리고, 마치 무언가를 누르듯 손가락으로 허공을 터치한 후에 눈앞에서 사라지자 한율의 머리가 다시 게이트로 향했다.

“…….”

침묵.

“…….”

침묵.

“차원의 벽.”

[차원의 벽: 말씀하십시오.]

“그러니까 저 게이트가 차원의 벽이고, 저 차원의 벽이 파괴되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모든 차원이 큰 피해를 입는다는 거지?”

[차원의 벽: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른 차원에서 날아온 공간, 그러니까 게이트는 이곳에서 잠시 대기하다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고. 그 이유는 차원의 벽이 게이트를 탈출한 몬스터에 의해 파괴될 수가 있기 때문이고.”

[차원의 벽: 그렇습니다.]

“……그러면 말이야.”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한참 회의를 진행할 때, 문득 떠오른 계획이 있었다. 그래서 한율은 차원의 벽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차원의 벽이 침묵했다.

하지만 그 침묵도 오래가지 않았다.

[차원의 벽: 차원의 벽이 파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정된 위치에 있는 게이트, 그것도 완전히 정착하지 않은 게이트는 쉽게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킬 수 있지만 장기간 정착할 경우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능하지?”

다시 한 번 침묵.

그 끝에 차원의 벽이 대답했다.

[차원의 벽: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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