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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81화 (181/221)

181 하이시스(1)

차원 거래 능력을 통해 대화만 나누었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진짜 신기하네.”

한율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만남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유?

다른 차원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마법으로 만든 원형 테이블.

자연스럽게 거래창을 열어 먹을 것을 꺼낸 한율이 캔 콜라를 마시는 레스트, 아이스크림을 퍼 먹는 에리얼, 마지막으로 과자를 먹는 언소월을 바라봤다,

“어, 그럼 회의를 시작할까요?”

“……끄윽. 흠흠, 죄송합니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죠.”

탄산음료를 마셨다. 트림을 해서 민망한 표정을 지었던 레스트가 천천히 입가에 그리고 있던 미소를 지우고 입을 열었다.

“상황을 정리하고 대책을 세우기 전에 할 일이 있습니다.”

네 사람이 고개를 살짝 들고 테이블 위를 올려다봤다.

메시지창이 떠 있었다. 그 안에 적힌 글자는 없었지만 분명 메시지창이 떠 있었다.

“아, 그런데 차원의 벽님?”

[차원의 벽: 말씀하십시오.]

“어떻게 여기 있는 네 사람이 당신이 사용하는 언어를 읽을 수 있는 겁니까?”

이해할 수 없는 글자가 적혀 있는 것은 아니다.

메시지창에 떠 있는 것은 한글.

물론 레스트, 에리얼, 언소월은 한율과 거래를 하며 한글이라는 글자가 익숙했다.

하지만 그저 익숙할 뿐이다. 완벽하게 한글이라는 글자를 터득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세 사람은 차원의 벽의 글을 읽고 이해했다.

[차원의 벽: 그것은 지구의 시스템에게 요청해 얻은 능력 때문입니다.]

“무슨 능력이죠?”

[차원의 벽: 언어 이해입니다.]

“…….”

언어 이해.

이름 그대로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려던 한율이 고개를 갸웃했다.

“언어 이해라는 능력은 차원의 벽님이 각성한 능력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다른 분들이 그 능……. 아, 범위형 능력.”

러시아의 S급 헌터, 알렉스가 범위형 능력이었다는 것을 떠올린 한율이 고개를 끄덕이고 레스트를 바라봤다.

“차원의 벽……에게 묻겠습니다.”

한율처럼 ‘님’이라는 글자를 사용하려던 레스트가 고개를 한 번 젓고 물었다,

[차원의 벽: 말씀하십시오.]

“차원의 벽은 왜 무너졌습니까?”

단도직입적이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이목을 끈 레스트였지만 그는 하늘 위에 나타난 메시지창만 바라봤다.

[차원의 벽: 지구의 퀘스트, S급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에?”

한율이 고개를 홱 들어 메시지창을 바라봤다.

[차원의 벽: 레스트의 차원에서 넘어온 S급 게이트의 가디언이 차원의 벽을 파괴했습니다.]

“…….”

사람들이 침묵했다. 그들은 멍하니 메시지창을 바라봤다.

“끄응!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차원의 벽: 3년 후에 나타나는 S급 게이트의 가디언은 레스트의 차원에서 넘어온 생명체입니다.]

“……?”

[차원의 벽: 정정하겠습니다. 3년 후에 나타나는 S급 게이트의 가디언은 레스트의 차원에서 넘어온 불사체입니다.]

“불사체?”

[차원의 벽: 레스트의 차원을 조사한 결과, 불사체의 이름은 하이시스입니다.]

한율, 언소월이 고개를 돌렸다.

불사체, 하이시스가 등장하니 레스트가 딱딱하게 굳었고, 에리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으음! 설명 좀 해 주시겠습니까, 레스트 님?”

“하이시스. 제가 살고 있는 차원에서 활동하던 마법사입니다.”

“활동하던?”

“130년 전에 활동하던 8서클 마법사입니다.”

8서클 마법사, 하이시스.

레스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테이블 주변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모두가 부정하던 차원 이동이라는 마도 기술을 연구하던 학자이기도 합니다.”

마도 기술, 차원 이동을 연구하던 8서클 마법사, 하이시스.

“130년 전에 활동하던 8서클 마법사, 하이시스는 모두가 말도 안 된다고 부정하던 차원 이동이라는 마도 기술을 연구하던 마법사입니다. 당연히 검증도 확인도 되지 않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차원 이동이라는 마도 기술을 연구해 연구비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힘을 팔았습니다.”

“팔았다는 것은?”

“용병으로 활동했습니다. 그것도 상대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기술을 판매했습니다. 그는 국가 전쟁에 자신의 힘을 팔았고, 모두가 부정하는 흑마법사들과도 거래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피로 물든 연구 자금을 사용해도 차원 이동이라는 마도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고 세상에서 사라졌습니다.”

“……죽은 게 아니라 사라졌다?”

언소월이 미간을 좁힌 채로 레스트에게 물었다.

“예. 하이시스는 사라졌습니다. 그의 힘을 구입하기 위해 찾아온 왕국의 사신을 통해 사라졌다는 사실이 알려졌죠. 그런데 그런 그가 불사체가 되었다는 것은…….”

레스트가 고개를 들어 다시 메시지창을 바라봤다.

하이시스는 의뢰자를 가리지 않았다. 가장 많은 돈을 주는 사람에게 자신의 힘을 팔아 연구 자금을 확보했다.

“리치입니까?”

[차원의 벽: 그렇습니다. 각 차원의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날짜를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어느 날이라고 단어를 사용하겠습니다. 어느 날, 인간의 해골이 차원의 벽을 찾아왔습니다. 차원의 벽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고 그 구멍을 이용해 차원을 넘어온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이 차원의 벽에 도착한 해골은 외쳤습니다. “나, 하이시스는 틀리지 않았다.”라고.]

리치가 된 하이시스는 차원의 벽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고, 구멍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공간 마법을 추적해 좌표를 확인한 후에 장거리 이동 마법을 사용해 차원의 벽을 찾았다.

[차원의 벽: 1시간. 하이시스라는 불사체는 1시간이 넘도록 웃음을 터트렸고, 그 후 차원의 벽 파편을 발견했습니다.]

어느 정도 진정되자 리치가 된 하이시스는 너무나 강력한 기운이 담겨 있는 차원의 조각에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언데드가 된 그는 오래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36시간 동안 차원의 조각을 관찰한 후에 한 가지를 깨달았다.

자신의 능력으로도 이 차원의 벽 파편을 완전히 흡수할 수 없다.

[차원의 벽: 그래서 불사체, 하이시스는 가장 크고 거대한 차원의 벽 파편만 흡수하기로 했습니다.]

“…….”

침묵.

침묵이 이어졌다. 무언가 설명이 이어져야 함에도 설명이 이어지지 않자 한율이 먼저 차원의 벽에게 물었다.

“그래서요?”

[차원의 벽: 끝입니다. 하이시스는 차원의 조각을 흡수하기 위해 아공간을 생성했고, 가장 크고 가장 많은 양의 기운이 담긴 차원의 벽 파편과 함께 그 아공간으로 넘어갔습니다. 다행인 것은 아공간을 생성한 장소가 이곳, 그 어느 차원에도 속하지 않는 차원의 벽이라는 차원이었기에 때문에 내부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하이시스는 차원의 조각을 흡수한 것입니까?”

[차원의 벽: 현재 하이시스는 차원의 조각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예측대로라면 퀘스트 제한 시간에 맞춰 흡수를 마칠 것입니다.]

차원의 벽 파편, 차원의 조각을 흡수한 몬스터의 힘은 강력하다. 한 단계 진화를 하는 것이 아닌 두세 단계를 단번에 껑충 뛰어넘는 강력한 힘을 손에 넣는다.

“크기가 얼마나 되죠?”

에리얼이 차원의 벽에게 물었다.

[차원의 벽: 현재 각 차원으로 날아간 차원의 조각과 비교하면 평균 다섯 배의 크기, 담긴 기운은 여덟 배라고 보시면 됩니다.]

“미친…….”

한율이 욕설을 뱉었다.

그 정도면 S급 게이트가 아니다.

[차원의 벽: 3년 후에 아공간을 나올 하이시스가 차원의 조각에 담긴 기운을 완전히 흡수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 완전히 흡수를 한다고 하지 않고, 흡수를 마친다고 하셨죠.”

언소월이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을 위해 대신 설명했다.

[차원의 벽: 그렇습니다. 하이시스는 차원의 조각에 담긴 기운을 전부 흡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일부에 불과하나 그는 그 힘을 흡수할 것이고, 그렇게 흡수해서 얻은 무력을 생각하면 S급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예측입니다. 예측과는 다르게 더욱더 많은 양의 기운을 흡수할 경우, 3년 후에 나타나는 게이트는 S급이 아닌 SS급입니다.]

“질문.”

한율이 손을 번쩍 들었다.

[차원의 벽: 말씀하십시오, 한율.]

“3년이 아니지 않나요?”

[차원의 벽: 무슨 말씀이십니까?]

“레스트의 차원에서 차원의 벽이라는 차원으로 넘어오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연히 지구의 차원을 찾기 위해 연구를 할 테니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

그렇다.

하이시스는 수십 년의 연구 끝에 차원 이동이라는 마도 기술을 완성했다. 그러니 차원의 조각을 흡수한 하이시스는 아공간을 탈출하자마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기 위해 다시 오랜 시간 연구를 해야 했다.

[차원의 벽: 그런 일은 없습니다.]

“확신이 담겨 있네요.”

[차원의 벽: 예.]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차원의 벽: 강제 이동시킬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하이시스를?”

[차원의 벽: 예. 그렇습니다.]

“어, 죄송한 이야기지만 레스트 님의 차원으로요?”

[차원의 벽: 아닙니다. 지구로 강제 이동시킵니다.]

***

콰당!

의자가 넘어질 정도로 거칠게 자리에서 일어난 한율이 메시지창을 바라봤다. 바로 욕설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머리 쓰는 일이 많은 마법사로서의 생활 때문인지, 아니면 헌터로서 게이트 활동을 하며 품은 다양한 의문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레스트와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만들어 냈던 수십 가지가 넘는 가설 때문인지 바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다.

“이유는?”

[차원의 벽: 차원의 벽을 파괴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판단한 이유.”

[차원의 벽: 하이시스의 목적은 자신이 완성한 마도 기술, 차원 이동을 완성시키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그가 완성시킨 마도 기술 차원 이동은 불안정합니다. 다른 차원의 좌표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차원의 벽을 파괴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어떻게 달라지지? 나와 레스트 님은 만약 차원의 벽이 완전히 파괴할 경우 모든 차원이 하나의 차원으로 합쳐진다고 생각했는데.”

차원의 벽은 두 개의 차원이 있다면 그 두 개의 차원을 단절시키는 벽이었다. 그래서 레스트와 한율은 차원의 벽이 완전히 무너질 경우, 두 개의 차원이 연결된다고 추측하고 있었다.

[차원의 벽: 차원의 벽이 완전히 파괴될 경우, 폭발합니다.]

“폭발? 뭐가?”

[차원의 벽: 차원의 벽이 폭발합니다. 거대한 기운을 품은 차원의 벽이 그대로 폭발할 겁니다.]

“…….”

연결이 아니다. 차원의 벽이 파괴될 경우, 차원의 벽이 가진 기운이 그대로 폭발한다.

“허, 씨벌.”

“잠깐.”

말문이 막혀 욕설을 뱉은 한율이 입을 다물자 이번에는 레스트가 손을 들었다.

“나와 한율 씨가 세운 가설이 하나 있습니다. 차원의 벽은 완전히 수리되지 않는다. 맞습니까?”

[차원의 벽: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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