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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78화 (178/221)

178 차원의 문(2)

한율이 마법을 사용해 단상 끝에 있던 이동식 칠판을 바로 옆에 가져왔다.

탁, 탁, 타닥.

분필을 들고 칠판 위에 글을 적었다.

“중국에 출현한 것처럼 대규모 게이트일 수도 있고, 저번에 출현한 A급 게이트처럼 숫자는 적지만 한 마리, 한 마리 헌터 한 명이서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몬스터가 서식하는 게이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칠판 위에 마나, 마법과 관련된 글을 적어 가던 한율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제자’들을 바라봤다.

강의실에 들어설 때와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칠판에 적힌 글을 자신의 노트에 복사하던 마법사들은 일부에 불과했다. 누군가는 긴장을 한 나머지 한율과 눈이 마주치자 침을 꿀꺽 삼켰고, 누군가는 한율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것인지 책상 아래로 시선을 고정했다.

“3년 내에 3서클, 4서클에 올라도 우리는 S급 몬스터를 상대할 수 없으니 포기한다? 그럴 수는 없죠. 여러분들이 왜 마법을 배우고 있는데.”

몬스터, 게이트와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법사의 길을 선택했다.

“수업은 계속 진행됩니다. S급 게이트가 출현할 때까지. 당연히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게이트 방문 횟수도 늘어납니다. 참고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강제입니다. 일주일에 3회.”

기본적으로 마탑의 수업은 아침 9시에 시작해 12시에 끝난다.

2서클, 그리고 3서클 마법사가 탄생한 이후 수업 시간이 연장되어 점심 식사 1시간을 포함해 아침 9시에 시작해 오후 3시까지 수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마법사들에게 주어지는 자유 시간은 매우 길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불만이 있을 수도 있음에도 한율은 넣었다.

주기적으로 진행하나 그 횟수가 매우 적었던 실습이라는 이름의 수업을 말이다.

“그럼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

A급 게이트의 출현.

먼저 마탑 소속 헌터들을 보낸 한율은 1서클부터 3서클까지, 마탑에 소속된 모든 마법사들에게 예전처럼 마법 강의를 진행한 후에 A급 게이트로 향했다.

쉬이익! 콰앙!

무공을 배우고 수련하고.

마법을 응용해 초능력을 강화하고.

이제는 A급 헌터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문수원의 공격에 A급 몬스터가 숨을 거뒀다.

“늦었군.”

“수업 마치고 바로 왔다. 바로.”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지 않았다. 이동 마법을 사용해 A급 게이트로 향했고, 게이트 밖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시간도 가지지 않고 게이트에 진입했다.

캡, 이대한의 불평을 흘려 넘기며 거래창을 연 한율이 K-99와 마법 구슬을 꺼내 연결한 후에 동료들을 확인했다.

문수원.

쉬이익! 콰앙!

망치를 던져 A급 몬스터를 토벌했다.

쉬이익! 쾅!

빠른 속도로 이동해 적의 심장, 또는 뇌를 강하게 가격해 아군을 지원하기도 했다.

“아이스 랜스.”

쉬이익! 푸욱!

송아연.

그녀는 후방에 자리를 잡았다. 마법을 통해 각성한 자신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문수원이 잠시 기절시킨 몬스터를 처리했고, 강력한 한 방으로 몬스터를 쓰러트렸다.

“세혁 씨는?”

“핵 찾으러 갔다.”

“아침에 출……. 아아.”

과거와는 다르다. 2차 게이트 변화 이후, 핵의 위치는 매번 바뀐다.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생각보다 거대한 게이트 내부를 확인한 한율이 고개를 끄덕인 후, 장전을 하면서 이대한에게 물었다.

“협회 또는 다른 길드의 헌터들도?”

“그래.”

“너, 수원이, 그리고 아연 씨는 여기서 뭐 하고?”

“미끼.”

미끼.

탐색하는 헌터들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몬스터를 유인하는 미끼조.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살짝 찌푸렸던 한율이었지만 담담한 이대한의 목소리에 바로 인상을 풀었다.

“먼저 제안한 거야?”

“그렇다, 파트너.”

“왜?”

“우리 길드만 무공과 마법을 배웠으니까.”

“…….”

무슨 뜻일까.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실력 차이가 생각보다 컸냐?”

“그래.”

“쯧.”

더 빠르게 무공을 공개하고 마법을 공개했어야 했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한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주문을 외웠다.

“어스 캐논.”

공격 마법으로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실드!”

방어 마법으로 아군을 지원하고.

그렇게 아군을 지원하던 한율이 고개를 돌려 한참 전투 중임에도 여전히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이대한에게 물었다.

“그런데 너는 왜 여기 있냐?”

“통신 및.”

톡톡.

손을 들어 귀에 착용하고 있는 무선 이어폰을 가볍게 두들긴 이대한이 왼손에 들고 있는 방패를 가볍게 흔들었다.

“원거리 공격 팀 방어 담당 및.”

이대한이 고개를 돌려 게이트 입구를 바라봤다.

“실력이 안 되는 놈들을 내쫓는 역할을 맡았다.”

***

대한민국 헌터들은 A급 게이트 소멸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핵을 파괴해 게이트를 소멸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움직였다.

이름: 중독된 검은 맹수의 숲 게이트(3/6).

등급: A-.

서식 몬스터: 블랙 울프, 블랙 보어 외 6종.

폭주까지 남은 시간: 136:13:24.

“흐음.”

감정 시스템을 사용해 게이트의 정보를 확인한 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개.’

대한민국에 출현한 A급 게이트는 총 두 개였고, 국가는 출현한 이 두 개의 게이트를 동시에 소멸시킬 수 없다고 판단해 하나씩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때와 별 차이가 없는데.”

“개개인의 실력이 늘었지.

천천히 걸어온 김환성, 그가 내미는 믹스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건네받은 한율이 다시 게이트의 정보를 확인했다.

“그렇긴 하죠.”

무공의 영향인지, 마법의 영향인지.

그것도 아니면 A급 게이트의 등장 이후 헌터들의 전력 강화를 위해 국가가 영약, 영초를 뿌린 덕분인지 헌터들은 아룡의 대지 소멸 작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을 선보였다.

“다른 나라는 어때요?”

“다른 나라?”

“네. A급 게이트.”

“아아. 우리나라처럼 최소 두 개.”

“지원 요청 왔죠?”

“……그래. 왔다.”

마법사의 마법은 같은 등급의 헌터와 비교하면 위력이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마법사는 단 한 가지의 능력만 사용하는 헌터와는 다르게 수십 가지가 넘는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공격 마법, 방어 마법, 보조 마법.

이뿐만이 아니다. 마나에도 매우 민감하여 몬스터의 위치를 찾는데, 핵의 위치는 찾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국가가 대한민국에 지원 요청을 했다.

한율, 아니 상위 등급의 마법사가 있고, 그런 그를 지키고 서포트하는 헌터들이 있다면 게이트 소멸 작전의 사망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 나라 게이트 먼저 소멸시키고 결정할게요.”

“그래, 고맙다. 그리고 회식 갈 거냐?”

한율이 김환성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갑작스레 나타난 알림창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고개를 돌려 김환성을 바라본 한율은 그의 눈동자가 허공이 아닌 정확하게 자신에게 향해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알림창을 바라봤다.

[요청 사항을 확인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확인되었습니다. 정정합니다.]

“……어, 먼저 돌아가 볼게요.”

“뭐가 나타났군.”

대답을 하다 말고 허공을 응시한다. 자신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허공을 응시한다.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알림창이 떴다는 것을 단번에 추측한 김환성의 말에 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아, 그리고 마탑 소속 헌터 전원이 회식에서 빠지는 것은 조금 그러니까 먼저 헌터들에게 물어보고 참가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보낼게요.”

“그래. 알았다. 고생하고.”

“고생하셨습니다.”

어깨를 가볍게 두들긴 김환성을 향해 작별 인사를 건넨 한율이 다시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바라봤다.

[스킬, 차원의 문(진)이 생성되었습니다.]

‘갑자기? 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알림창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6서클에 오른 한율이 무영창 실드를 사용한 후에 오른손으로 입을 가렸다.

“스킬창.”

이름: 차원 거래.

설명: 타 차원과 거래할 수 있습니다.

대상: 레스트. 에리얼, 언소월.

이름: 차원의 문(진).

설명: 차원 거래 대상의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문을 생성합니다.

이동 차원: 레스트(불가), 에리얼(불가), 언소월(불가). 차원의 벽(가능).

“…….”

차원 거래 아래.

갑작스레 생성된 차원의 문(진)이라는 능력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율이 퀘스트창을 열어 S급 게이트의 보상, 차원의 문(차원 거래) 능력을 확인했다

이름: 차원의 문(차원 거래).

설명: 차원 거래 대상의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문을 생성합니다(차원 거래 능력은 유지됩니다).

이동 차원: 레스트(불가), 에리얼(불가), 언소월(불가). 차원의 벽(불가).

“다르다.”

이름이 다르다. 그리고 차원 거래 능력과 합쳐진 것이 아닌 개별의 능력으로 분류되었다. 마지막으로…….

한율의 시선이 다시 이동 차원을 비교했다.

“가능.”

이동할 수 있는 차원이 존재하지 않던 차원의 문(차원 거래)과는 다르다. 갑작스레 생성된 차원의 문(진)이라는 능력에는 ‘불가’가 아닌 ‘가능’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뭐지?”

갑작스레 능력이 생성되었다. 그것도 다른 차원으로 이동이 가능한 능력이 생성되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요청? 확인?’

요청을 확인했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

“……누군가가 요청했다? 시스템에게?”

아직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고, 실드를 유지해 소리가 새어 나가는 것을 방지했다.

눈동자를 데둘데굴 굴리던 한율이 스킬창 옆 퀘스트창, 그 퀘스트창 옆에 새로 나타난 홀로그램을 확인했다.

[레스트: 차원의 문이라는 능력이 갑작스레 생성되었습니다.]

[에리얼: 저도요.]

[언소월: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이동이 가능한 차원이 있습니까?”

메시지창을 바라보던 한율이 세 사람에게 물었다.

[레스트: 예. 차원의 벽으로 이동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에리얼: 차원의 벽이라는 차원이 열렸어요.]

[언소월: 다른 분들하고 마찬가지인데, 한율 님도 그렇습니까?]

“네. 저도 차원의 벽으로 이동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레스트와 언소월의 메시지창이 한율의 앞에 나타났다.

[레스트: 갑작스레 능력이 생성되기 전, 이상한 메시지창이 떴습니다. 요청을 확인했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

[언소월: 그리고 그 후에 능력이 생성되었고, 임무라는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차원의 벽이라는 능력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벽(진)이 생성되었습니다.]

[레스트: 그것도 단 한 곳, 이동이 가능한 차원이 열린 상태로.]

[언소월: 레스트 님께서는 차원의 벽이라는 공간에 누군가가 요청을 해서 능력이 생성되고, 차원의 벽이라는 차원으로 이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

한율이 침묵했고, 질문을 던진 언소월이 침묵했다. 에리얼도 마찬가지로 입을 꾹 다문 채 대답을 기다릴 때, 다시 레스트의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레스트: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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