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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72화 (172/221)

172 사기(2)

검, 도, 창, 권각술, 그리고 보법.

흐릿한 잔상과 함께 사라지고 나타나던 미청년의 모습을 끝으로 영상이 끝났다.

“현재 저와 거래 중인 무협 차원의 거래 대상인 언소월 님입니다.”

“……다른 차원에서 날아온 영상?

“캠코더를 보냈습니다.”

“아.”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내서 중얼거린 국가의 대표가 이어진 한율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기술의 위력을 알아차리지 못하신 분들은 옆에 계시는 헌터분들에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5분.

한율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5분 동안 침묵을 한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질문을 받겠습니다. 무공과 관련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은 모두 물어보십시오.”

질의응답 시간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알렉스가 손을 번쩍 들었다.

“네. 알렉스 헌터님.”

“아공간 아티팩트 판매는 어떻게 된 겁니까?”

“12월 15일부터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한 달에 두 개씩, 매달 15일에 판매한다고 들었습니다.”

알렉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직 물어볼 것이 남았는지 손을 내리지 않았다.

‘아, 오크의 갑옷.’

대초원 게이트 소멸 작전을 성공한 후에 나누었다.

한율이 뒤로 미루었던 그의 두 번째 상담을 떠올리고는 알렉스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트는 무엇입니까?”

한율은 바로 대답했다.

게이트는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공간이며, 차원의 벽을 넘어서며 시공간이 뒤틀어진 세상이라는 것을.

한율은 처음 마탑 소속 헌터들에게 했던 것처럼 아주 자세하게 설명했고, 자세한 설명을 들은 알렉스가 손을 내리자 다시 회의실을 둘러봤다.

천천히 손을 드는 아흐만과 눈이 마주쳤다. 한율은 지금은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살짝 흔들고 다른 사람의 질문을 받았다.

“질문이 있습니다.”

손을 들고 한율의 선택을 기다리는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미국의 제인 워스가 입을 열어 한율에게 말했다.

“아, 네. 말씀하세요.”

“현재 한율 님은 세 개의 차원과 거래하는 중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네. 첫 번째는 마법이 발달한 차원, 두 번째는 정령계, 세 번째는 무협입니다.”

“차원 거래라는 능력은 게이트의 변화가 발생할 때마다 성장하는 것입니까?”

“…….”

작은 힌트를 조합해 정답을 찾아냈다.

“맞습니다. 차원 거래라는 능력은 헌터의 성장에 맞춰 강화되는 것이 아닌 게이트의 변화에 따라 성장하는 능력입니다.”

“좋은 변화, 나쁜 변화 상관없이 게이트의 변화가 발생하면 성장하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정정하겠습니다. 게이트가 나쁜 쪽으로 변화할 때마다 능력이 성장합니다. 저와 저의 다른 차원의 거래자, 아니 협력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고민한 결과 차원의 벽에 생긴 균열이 커지면 커질수록 성장한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유는요?”

“나쁜 쪽으로 게이트가 변화할 때마다 차원 거래 능력은 다른 차원과 연결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나쁜 쪽으로 게이트의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한율의 차원 거래 능력은 다른 차원과 연결시켜 주었다.

고개를 끄덕인 제인 워스가 손을 내렸고, 한율이 다른 질문자에게 질문을 받아 대답했다.

1시간.

영상 시청으로 인해 시간이 줄었지만 휴식을 취하고 또 1시간이 흘렀을 때, 한율이 다시 한 번 휴식을 제안했다.

그렇게 20분.

한율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무공을 확보했습니다. 확보한 무공을 번역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번역을 마친 무공을 헌터들에게 전달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기발한 방법이 떠오르더군요.”

무슨 방법일까.

마법을 전파할 때처럼 진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이야기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욱더 집중해서 지켜볼 때, 한율이 미리 열어 둔 거래창을 터치해 비급을 꺼내 살짝 들어 올렸다.

“직접 전달해 주십시오. 어디서 얻었냐고 물으면 일급비밀이나 국가 기밀 등으로 숨기시고요.”

“번역을 했다면 분면 그 언어가 한국어일 텐데. 과연 모르는 척 넘긴다고 해서 헌터들이 그냥 넘어갈까요?”

“한글로 번역한 후에 바로 각국의 언어로 다시 한 번 번역했습니다.”

“……예?”

“6서클에 오르니까 가능하더라고요.”

기초를 더욱더 파고들어 마나를 이해하고 마법을 이해하는 것이 6서클에 오르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한율은 귀국하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6서클에 오를 수 있었다.

레스트에게 조언을 구하고, 다시 시작한 영초와 영약 복용이 큰 도움이 되었지만.

“회의가 끝나면 바로 무공서를 전달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각성 범죄자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그리고 제 이름이 나오지 않도록 조심히, 그리고 안전하게 헌터들에게 넘겨주거나 무공을 가르쳐 주십시오.”

“…….”

짧은 침묵이 찾아왔다.

문제는 침묵이 찾아오자마자 다시 질문 요청을 위해 손을 들었다는 것.

“어, 다시 질문 받겠습니다.”

***

회의가 끝난 직후였다. 협회 소속 헌터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각국의 대표들에게 미리 준비해 둔 무공서를 건네던 한율이 눈앞에 서 있는 아흐만을 발견하고 미리 준비해 둔 비급과 함께 번역 의뢰를 받은 화룡도법, 그리고 USB를 건넸다.

“언소월 님께서 화룡도법을 펼치는 것을 촬영한 영상입니다. 의뢰를 받은 물건 또한 몇 번이나 확인 작업을 진행했고요.”

“감사합니다.”

빙긋 웃으며 대답한 아흐만이 허리에 차고 있던 세 개의 아공간 주머니 중에 회색 천으로 제작된 아공간 주머니 두 개를 한율에게 내밀었다.

“A급 아공간 능력자와 A급 제작 능력자가 만든 아공간 주머니입니다. 하나는 사체, 하나는 마석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더 고맙지요.”

빙긋 웃은 아흐만이 종교식 인사를 건네고 자국의 대통령과 함께 몸을 돌렸다.

중국, 일본, 러시아, 베트남, 인도, 미국, 브라질 등등.

전달하는 것도 일이라는 듯이 어깨를 가볍게 토닥인 한율이 협회 소속 헌터들만 남은 회의실을 보고 기지개를 폈다.

“끄으으윽, 끝났다.”

“끝나기는 개뿔.”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김환성의 핀잔.

“앉아 봐.”

“네.”

먼저 바닥에 주저앉는 김환성을 따라 한율도 바닥에 주저앉았다.

“밝힐 생각이 없다고?”

“네. 없어요.”

“입이 무거운 과학자들에게도?”

“네.”

“왜?”

“오히려 제가 협회장님에게 물어볼게요. 과학자들한테 왜 제 능력을 밝힙니까?”

“……어. 네가 말하지 않았느냐. 게이트는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차원의 벽을 통과하며 시공간이 비틀어진 세상이라고.”

“네.”

“그러니 차원 거래를 연구하면 게이트도 바로잡을 수 있지 않겠냐.”

“아하.”

김환성의 말에 탄성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 한율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연구하는데요?”

“어떻게라니. 그야 차원 거래를 연구해서.”

“협회장님.”

“그래.”

“잘 봐요.”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 한율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듯 중얼중얼거린 직후, 허공에서 검 한 자루가 나타났다.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검을 낚아챈 한율이 김환성에게 물었다.

“방금 거래를 했어요.”

“……차원 거래?”

“네. 이제 다시 물어볼게요. 어떻게 연구하게요?”

“…….”

“차원 거래는 능력인데. 헌터의 신체를 연구한다고 해서 그의 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차원 거래를 연구할 방법이 없다.

능력이니까.

“그럼 율아.”

“네. 협회장님.”

“차원의 벽.”

“네.”

“뭐라고 해야 할까.”

차원의 벽이 무너졌고, 흡력(吸力)이라도 존재하는 것처럼 다른 차원의 공간을 빨아들여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킨다.

여기서 차원의 벽이 무언가를 한 것인지, 시스템이 무엇을 한 것인지 그대로 넘어온 공간이 그대로 지구에 착륙하는 것이 아닌 게이트가 되어 지구에 착륙한다.

“수리? 그래, 수리.”

한율은 벽이라고 설명했다.

“수리가 가능한 거냐?”

“무너진 차원의 벽에 잔해, 차원의 조각을 모아 공급함으로써 어느 정도 수리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레스트 님. 그러니까 다른 차원의 마법사가 그러더라고요. ‘균열이 일어난 댐, 아니, 무너진 댐을 수리한다고 해서 그 댐이 무너지기 전과 똑같겠습니까’라고.”

***

무공이라는 기술.

처음에는 은밀하게 헌터들에게 전수되던 기술은 국가 회의 3개월 후, 전 세계에 알려졌다.

한율이 무공이라는 기술을 공개했다.

그 사실이 밝혀진 것은 아니었다.

한율이 각성한 ‘차원 거래’라는 능력이 세상에 알려질 혼란을 걱정한 각국의 대표들이 국가 회의가 있던 다음 날, 그다음 날에도 회의실에 모여 고민해 무공을 전파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아니, 만들어 낸 것이다.

번역과 관련된 각성 능력자의 탄생.

게이트에서 외계어 서적 발견.

먼저 이 두 가지 거짓말을 세상에 퍼트렸다.

그 후에 게이트에서 발견한 외계어로 된 서적을 번역 능력자의 도움을 받아 해석(解釋)했고, 그 결과 이 서적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무공이었다라는 이야기를 퍼트렸다.

수많은 국가가 힘을 합쳐 만들어 낸 이야기였다.

국가는 언데드가 출몰하는 동양풍 마을을 찾아 비급을 몰래 숨긴 후에 직접 찾아내 발표했다.

“외계 서적을 발견했다!”

그다음 번역 각성 능력자가 탄생했다는 거짓말을 퍼트린 국가가 나섰다.

“우리나라에는 번역이라는 능력을 각성한 헌터가 있다!”

그다음?

두 국가는 공식적으로 외계 서적이 무공이라는 사실을 밝혔고, 헌터들이 무공의 등장에 게이트 활동을 시작하자 숲, 산, 동굴, 언데드 마을로 몰래 숨어들어가 헌터들이 무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움직였다.

문제가 있다면 무공은 수십, 수백 권이나 되는데 번역이라는 능력을 각성한 헌터는 한 명이라는 것이지만 이 또한 쉽게 해결했다.

게이트에서 획득한 무공을 가져와라.

그러면 번역을 해서 번역본을 주겠다.

단 전 헌터 전력 강화를 위해 필사본을 제작해 다른 헌터들도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

게이트에서 비급을 찾아낸 헌터들은 화를 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들은 비급을 기부했다.

번역 각성 능력자의 도움 없이는 번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전 세계에 무공을 전파하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친다.

한율은 어이없었지만 그 방법에 찬성했다.

각국의 대표가 전 세계에게 사기를 치는 것이지만 각국의 대표들이 참가한 이 사기 행각으로 일반인들도 무공을 배울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거짓말에 동참한 이들 중에 진실을 밝히는 자가 나타날 경우였지만 이 또한 쉽게 해결됐다.

레스트가 판매한 비밀 계약서라는 마법 주문서.

한율이 그 비밀 계약서라는 마법 주문서를 이용해 회의에 참석한 모든 이들과 비밀 계약을 맺어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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