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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71화 (171/221)

171 사기(1)

마이크가 놓인 교탁 앞에 선 한율이 잠시 회의실 내부를 둘러봤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TV, 그것도 뉴스에서나 보았던 각국의 대표와 S급 헌터들.

“이번 국가 회의는 회의를 제안했을 당시에 말씀드린 것처럼 전 헌터 전력 강화를 위해서입니다.”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헌터 전력 강화.

그 방법을 확인하고, 그 방법을 공유받아 자국의 헌터의 무력을 높이기 위해 대한민국을 방문한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제가 각성한 능력은 마법이 아닙니다.”

“……음?”

“마법이 아니다?”

대초원 게이트 소멸 작전에서 대량의 마석을 확보한 중국은 통역 이어폰을 생산하고 판매해 큰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통역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어 통역가의 도움 없이 한율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들이 미간을 찌푸리거나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각성한 능력은 차원 거래라는 능력입니다. 지구가 아닌 다른 차원, 정확하게는 지구가 존재하지 않는 차원의 사람과 물건을 거래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입니다.”

“…….”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들의 침묵은 오히려 예상한 바, 아니 원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저는 이 차원 거래 능력을 사용해 다른 차원, 마법이 발달한 차원의 사람과 거래를 해 마법이라는 기술을 배웠고, 그렇게 습득한 기술을 능력으로 각성한 능력을 숨겼습니다.”

누군가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한율이 바로 능력을 숨긴 이유를 밝혔다.

“숨긴 이유는 지킬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

“보물도 지킬 힘이 있어야 보물이죠. 그래서 능력을 숨겼습니다. 힘이 없는 상태에서 차원 거래라는 능력을 밝히면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테니까요.”

능력을 빼앗는다는 것이 아니다.

능력을 가진 자신의 자유를 빼앗는다.

질문을 받지 않고 설명을 이어 나가는 한율이 못마땅했던 것일까. 손을 번쩍 들고 있던 어느 국가의 대표가 한율이 질문을 받지 않았음에도 큰 소리로 물었다.

“조금만 생각해도 국가, 아니 전 세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그 능력을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사용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아니죠.”

“……예?”

“차원 거래라는 전 세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사용해 마법을 공개했잖아요.”

“…….”

맞다.

한율은 차원 거래를 통해 배운 기술을 전 세계에 전파했다. 그 결과, 일반인들도 몬스터와 싸울 수 있는 힘을 얻었고, 기존의 헌터들은 원거리 각성 능력자 한정이지만 자신의 능력을 강화시켜 몬스터와 싸울 수 있는 더욱더 강력한 힘을 손에 넣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법이라는 기술이 도입되고 연구 끝에 마법이라는 기술이 도입된 마법 농업이라는 연구를 성공시켰다.

“차원 거래릍 통해 얻은 다른 기술, 정령 소환 마법진도 공개했고요.”

마법만 공개한 것이 아니다. 한율은 정령과 계약할 수 있는 방법도 공개했다.

그때였다. 러시아의 S급 헌터, 알렉스가 손을 들고 물었다.

“전 헌터 전력 강화, 그 방법 또한 차원 거래를 통해 얻은 기술입니까?”

“네.”

“무엇입니까?”

“무공입니다.”

마법, 정령술에 이어 무공의 등장.

회의실 내부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중요한 이야기를 퍼트릴 생각은 없었는지 주변에 있는 다른 나라의 대표와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회의에 참석한 헌터와 대화를 나눴다.

“처음에는 밝힐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무공이라는 기술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차원 거래라는 능력을 밝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각성자로서 등록할 때, 저는 제 능력을 마법이라고 속였기에 어렵지 않게 마법이라는 기술을 전파할 수 있었습니다.”

“질문이 있습니다.”

“……따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생각입니다만, 먼저 말씀드리지 않았으니 이번 질문까지만 받겠습니다.”

“정령 소환 마법진. 이 또한 차원 거래라는 얻은 기술입니까? 마법의 한 종류가 아니라?”

“네. 그렇습니다. 어, 음. 잠시만요.”

한율이 입을 다물었다. 빠른 속도로 머릿속을 정리한 그는 고개를 한 차례 끄덕인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회의 순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 각성 능력 공개 및 헌터 전력 강화 방법 설명.

2. 휴식.

3. 영상을 통해 새로운 기술, 무공 설명.

4. 질의응답.

5. 요청.

“요청?”

마지막 다섯 번째 차례를 듣고 몇몇 이들이 추리에 들어갔지만 그것도 잠깐에 불과했다.

사람들이 다시 한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원래는 대초원 게이트 소멸 후 3개월 뒤에 회의를 열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는 일이 너무 많아 오늘, 12월 5일에 열게 되었죠. 이유는 너무나 많은 무공서를 차원 거래를 통해 구매했고, 그 구매한 무공을 번역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예상보다 더 시간이 투자되었지만 헌터들의 전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무공이라는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여기서 잠시 질문을 받겠습니다. 질문하실 분 계십니까?”

사사삭!

회의에 참석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앞에서부터 질문을 받겠습니다. 1열 좌측 끝에 계신 분.”

“공개하는 무공의 수를 알고 싶습니다.”

“많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법, 검법, 권각술, 부법, 선법, 보법, 경공 등등 정말 많은 무공이 존재하고 유출이 불가능한 무공을 제외한 모든 무공을 구매해 번역을 했으니까요.”

질문을 던졌던 국가의 대표가 손을 내렸다.

“전부 공개하실 생각이십니까?”

“네.”

“방법에 대해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섯 번째 차례인 요청에서.”

자연스럽게 바톤을 이어받아 질문을 던졌던 국가의 대표가 손을 내렸다.

한율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는 한 사람을 지목했고, 그의 질문에 바로 대답했다.

한 사람, 한 사람.

회의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의문을 풀어줄 생각인지 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을 한 한율이 고개를 돌려 회의실에 설치된 시계를 확인했다.

각성 능력을 밝히고 전 헌터 전력 강화 방법을 설명하는 데 걸린 시간은 매우 짧았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 무공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지 질의응답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1시간 13분.

생각 이상으로 오랜 시간이 걸려 혀를 내두른 한율은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각국의 대표들을 확인하고 다시 마이크 앞으로 얼굴을 가져다 댔다.

“1시간이 지나 20분간 휴식을 취하겠습니다. 참고로 회의 내용은 비밀로 해 주시길 바랍니다. 만약 이 사실이 밝혀진다면 무공은 그대로 공개하겠지만 또 다른 새로운 기술을 습득했을 때, 그 기술을 공개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잠시 휴식을 취하겠습니다.”

한율이 몸을 돌려 단상 뒤로 이동했고, 마치 교대를 하듯 김환성 협회장이 헌터들과 함께 걸음을 옮겨 단상 중앙에 섰다.

“기밀 유지를 위해 전자기기를 잠시 회수하겠습니다.”

***

김환성, 정확하게는 한율의 요청에 따라 스마트폰, 스마트 워치 등 전자기기를 협회 소속 헌터에게 건넨 이상남이 배희연을 돌아봤다.

“실제 능력도 들었느냐?”

“예. 들었습니다.”

“……감출 만하군. 그리고.”

말끝을 흐린 이상남이 회의 참석자들을 확인했다.

너무나 큰 비밀을 알아낸 것처럼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겨 있는 국가의 대표가 있었고,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자국의 헌터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국가의 대표가 있었다.

한율이 서 있던 교탁 위를 바라보며 눈을 빛내는 국가의 대표도 있었다.

“의심에서 멈춰서 다행이군.”

한율에게 비밀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비밀을 캐내려고 하면 이미 한율과 인연을 맺은 손녀, 이유리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이상남은 이상민의 조사 및 감시 요청을 거절했다.

“예. 매우 위험했습니다.”

너무나 신비로운 능력.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능력, 정확하게는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는 능력이다.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들기다가 이상남이 무언가를 떠올리고 다시 배희연을 돌아봤다.

“그러고 보니까 몇 개월 전부터 자리를 비웠고, 업무 시간을 단축했지. 그리고 마탑도 자주 방문했고.”

“…….”

“받았느냐?”

“네. 한율 님에게 무공서를 받았습니다.”

“음?”

“효과는?”

“한 달 내에 S급에 오를 것 같습니다.”

“허.”

효과가 있다.

탄성을 흘린 이상남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한율이 다시 단상 뒤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홀로 걸어 나오지 않았다. 처음과는 다르게 그는 다섯 명의 헌터들과 함께 나타났다.

바쁘게 단상 위에 책상을 설치하고 노트북을 작동시키는 헌터.

빔 프로젝터를 나르는 헌터.

새하얀 천을 설치하는 헌터와 전등 스위치 앞으로 걸어가 회의실 내부를 어둡게 만드는 헌터.

전등이 꺼진 회의실 내부를 살핀 이상남이 다시 한율을 바라봤다.

“다시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무공의 위력을 알려 드리기 위해 한 가지 영상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설명을 마친 한율이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헌터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트북과 연결된 빔 프로젝터가 빛을 뿜어냈다.

잘생겼다기보다는 아름답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청년이 검을 아래로 늘어트리고 있었다.

-후우.

호흡을 고른 미청년이 천천히 검을 들었다.

[email protected]#^$

통역 이어폰조차 해석하지 못하는 언어를 뱉은 미청년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검술(劍術)보다는 검무(劍舞)에 가까웠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S급 헌터들은 달랐다. 게이트 활동 시간이 길어지며 각성 능력, 신체 능력, 그리고 안목(眼目)까지 높아진 그들은 미청년의 검무 영상을 시청하다 말고 깊은 탄성을 뱉었다.

“아…….”

“대단하군.”

“너무 천천히 움직여서 틈이 많아 보일 뿐이구나.”

5분.

천천히 검술을 펼치던 미청년이 천천히 검을 늘어트렸다. 다시 한 번 해석 불가능한 언어를 뱉은 그는 빠르게 이동해 영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검이 아닌 단창을 들고.

또 한 번 해석 불가능한 언어를 뱉은 미청년이 양손으로 창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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