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70화 (170/221)

170 국가 회의(2)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히르 칸이라고 합니다.”

인도 대통령, 마히르 칸.

“아흐만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도의 S급 헌터, 아흐만.

“하, 하, 한국영이라고 합니다. 대통령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 아흐만 헌터님도.”

대화가 오갔다.

마히르 칸, 그리고 아흐만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계속 질문을 던졌고, 한국영은 초등학교 1학년,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소개를 할 때보다 더 긴장을 한 채 대답을 했다.

10분.

한국영은 인도의 대통령, 그리고 아흐만이 편의점을 떠나자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염병할.”

잘난 아들을 둔 것이 뿌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부담감이 커졌다.

평범하게 잘난 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고 독점할 수 있음에도 마법이라는 기술을 전파하며 가장 유명한 헌터였으니 당연했다.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던 한국영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어서 오십…….”

어, 인도 대통령과는 다르다. TV에서 많이 본 사람이다.

“미, 미, 미국…….”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인 워스라고 합니다.”

인도 대통령은 통역가의 도움을 받았지만 제인 워스는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그래서 더 긴장됐다.

“하, 한국영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광이라니요. 오히려 제가 더 영광이죠. 한율 마법사님의 아버님이시지 않습니까.”

나를 말려 죽일 생각인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심장이 쿵쿵 뛰는 것도 모자라 엄청난 부담감이 몸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한국영의 고난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오, 제인 워스 대통령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미카이 히로 총리.”

“초, 총리.”

***

“어,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아들아.”

“네에.”

침대에 누워 있는 한국영의 부름에 한율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고, 침대 옆에 앉아 있던 한유라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한국영의 이마에 물수건을 올렸다.

“그 누구도 방문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

“넵.”

“허락하잖아?”

“…….”

“넌 죽는다.”

12월 5일.

연달아 각국의 대포를 만나게 된 한국영은 앓아누웠다.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 또한 귀찮다는 감정이 절반, 높은 사람과 만난다는 거부감이 절반이어서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5층으로 도망쳤으니까.

“거절할게요. 만약 만나야 할 일이 있으면 밖에서 만나고요.”

“그래. 꼭 그래야 한다. 안 그러면 너는.”

“네. 죽겠죠.”

“그래. 넌 죽는다.”

천천히 뒷걸음을 쳐 침대에서 멀어진 한율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다.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한율이 방을 나왔고, 한유라 또한 그를 따라 방을 나왔다.

“야. 진짜 데려오면 안 된다.”

“알아. 만날 일이 있으면 협회에서 만날게.”

“꼭 그래라.”

군화를 신은 한율이 한유라에게 인사를 건네고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1층으로 내려오니 함께 움직일 송아연, 그리고 김세혁 헌터가 편의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과 합류한 한율이 본관을 빠져나가는 대신 편의점에 들어섰다.

“오셨어요?”

잘생긴 청년이 카운터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라이트닝, 문수원.

“어, 편의점을 부탁하마.”

“네. 고생하세요. 그리고 높은 사람이 오면 미리 연락을 주세요. 국영 삼촌 정도는 아니어도 저도 엄청 긴장했었어요.”

“알아. 아부지한테 실컷 욕먹고 와서 알고 있어.”

한율이 캔 콜라 하나를 꺼내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자연스럽게 바코드를 찍어 계산을 하는 문수원.

“그럼 다녀올게.”

“네. 다녀오세요.”

캔 콜라를 고른 한율, 커피를 고른 김세혁, 12월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을 고른 송아연이 그대로 본관을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미리 대기하고 있는 차를 타고 이동.

각국의 대표들이 참가하는 회의다. 하지만 회의 주제가 헌터의 전력 강화였기에 세 사람을 태운 차는 회의가 열리는 한국 헌터 협회로 향했다.

이미 많은 기자와 방송국 차량이 협회 주변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헌터 협회의 발빠른 대처로 세 사람을 태운 차량은 조용히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기 직전, 거래창을 열어 준비한 서류와 USB를 확인한 한율이 김세혁, 송아연과 함께 차에서 내려 대기하고 있던 협회 직원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도착한 곳은 대규모 브레이크 현상이 발생했을 당시, 전국의 헌터들이 모였던 회의실.

헌터들의 인사를 받으며 회의실에 들어선 한율은 ‘한국’이라는 명패가 놓인 자리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 단상 뒤쪽으로 이동했다.

이번 국가 회의 자체가 한율이 제안해 열린 회의였기 때문이다.

“긴장은 안 되십니까?”

김세혁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거래창을 살피고 있는 한율에게 물었다.

“에이. 지금까지 제가 벌인 일이 있는데.”

“…….”

하긴.

대상이 바뀐 것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익숙한 한율이었기에 긴장감은 크지 않았다.

***

청일 그룹은 이번 회의가 국가의 대표, 그리고 각국의 대표들이 참석하는 회의임에도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마탑이 세워지기 전, 그냥 특이한 능력을 가진 마법사로서 활동할 때부터 그와 친분을 쌓고 친밀한 관계를 맺어 왔고, 마탑이 세워진 후에는 국가, 그리고 협회와 함께 마탑의 협력 단체로서 이름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율이가 생각한 전 헌터 전력 강화 방법을 알고 있느냐?”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상남이 바로 옆에 서서 자신을 호위하고 있는 배희연 헌터에게 물었다.

전 대표, 이상남.

대표직에서 물러나 유유자적 하루를 보내던 이상남은 너무나 바빠 시간을 낼 수 없던 이상민의 간곡한 요청으로 이번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예. 알고 있습니다. 3개월 전, 귀국한 한율 님에게 들었습니다.”

“……흐음, 상민이도 알고 있고?”

“한율 님께서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모르고 있다.

“흐음.”

가끔 집에 돌아온 이유리에게 한율에 대해 묻고, 한율이 제안한 회의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첫 번째 제자인 그녀 또한 모른다고 대답했다.

대답할 당시의 표정의 변화?

없었다.

목소리의 떨림?

역시 없었다.

가족이기에 알고 있는 거짓말을 할 때의 버릇도 취하지 않았으니 그녀는 정말 모른다고 봐야 했다.

경비 임무를 맡은 헌터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들어선 회의실.

이상남은 채워진 자리, 그리고 비어 있는 자리를 한 번 확인한 후에 ‘청일 그룹’이라는 명패가 놓인 자리로 이동했다.

국가의 대표는 아니다. 하지만 한율의 입김이 있었는지, 아니면 청일 그룹이 한율의 첫 번재 제자인 이유리 때문인지 청일 그룹은 단상과 가까운 자리를 배정받았다.

배희연과 함께 착석한 이상남이 등 뒤, 각국의 대표가 아닌 전방, 단상 위를 확인했다.

협회 직원들이 단상 위를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각국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

마탑 소속 헌터, 김세혁이 협회 소속 헌터, 그리고 경호 임무를 맡은 각국의 헌터들과 함께 단상 위에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송아연도 보였다. 그녀는 김세혁과는 다르게 단상 끝에 앉자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이상남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아니면 배희연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하양이와 커피를 동시에 쓰다듬고 있던 얼음 여왕, 송아연이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송아연 헌터.”

“요즘도 돈 많이 버시죠?”

“……하하하. 네. 많이 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송아연이 고개를 돌려 청일 그룹의 헌터 대표, 배희연을 바라봤고, 그녀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도 잠시, 바로 양옆에 앉아 있는 하양이와 커피에게 향하자 다시 이상남을 돌아봤다.

“어, 유리 할아버지.”

“유리 할아버지?”

“은퇴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렇군요. 유리 할아버지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이상남이 미소를 그렸다.

“예. 송아연 헌터.”

“희연 언니를 빌려도 될까요?”

“……회의 전까지만 보내 주시면 됩니다.”

이상남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하자 송아연이 옆자리를 가볍게 두들겼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회의 전에 돌아오고.”

“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배희연이 송아연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앙?

냥?

“크으윽.”

강아지와 고양이의 애교에 비틀거린 배희연이 단상 위로 올라가 송아연 옆에 앉았다.

“하양이? 커피?”

“저는 선택받는 입장입니다. 선택하는 입장이 아니라.”

배희연이 강렬한 시선으로 바람의 정령, 하양이와 땅의 정령, 커피를 바라봤다.

앙!

하양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배희연의 무릎 위로 이동했다.

“잘 지내셨어요. 하양이님?”

앙!

“그렇군요.”

앙! 앙!

“네. 저도 잘 지냈습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울음을 터트리는 하양이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하양이를 쓰다듬으며 대답하는 배희연.

대화를 하는 듯한 인간과 정령을 바라보며 피식 실소를 터트린 이상남이 이번에는 단상 위가 아닌 회의실 전체를 둘러봤다.

헌터의 전력 강화라는 주제 때문일까.

아니면, 마법사의 탑의 탑주, 한율과의 만남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가장 먼저 마법이라는 기술을 선점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국가를 살피기 위해서일까.

‘첫 번째 이유겠지.’

전 헌터 전력 강화 방법을 확인하고, 그 방법을 전수 받기 위해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대한민국을 방문한 것이 분명했다.

10분, 20분, 30분.

단상 끝에 앉아 송아연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배희연이 하양이와 함께 돌아왔다.

“하양이?”

앙!

꼬리를 살랑 흔들며 울음을 터트리는 하양이.

실소를 터트린 이상남이 하양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단상 위를 확인했다.

저벅저벅.

친분을 쌓기 위해서인지 가까이 있는 국가의 대표, 또는 헌터와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다.

지루한지 하품을 뱉던 헌터들이 자세를 바로하고 단상 위를 바라봤다.

스마트폰을 조작하던 헌터들도 스마트폰을 끄고 단상 위를 바라봤다.

이제는 특징이 되어 버린 군복을 입은 사내.

단상 중앙, 마이크 앞에 선 한율이 비어 있는 자리를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국가가 있지만 약속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전 헌터 전력 강화를 위해 도움을 요청한 헌터 길드, 마법사의 탑에 길드장, 사람들은 탑주라고 부르는 A급 헌터 한율입니다. 그럼 바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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