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귀국(1)
대초원 게이트를 소멸시키기 위해 헌터와 군부대가 협동 작전을 펼쳤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군부대가 게이트 소멸 작전에 참가할 수 있었을까?
사람들은 궁금해했고, 중국은 공식적인 자리를 만들어 그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무게 제한이 아닌 공간 제한이 있는 아공간 마법의 특징을 이용해 대량의 병기를 이동시킨다.
한율, 정확하게는 마법사만이 가능한 방법.
최대한 자세하게 내용을 풀어냈지만 중요한 것은 게이트 소멸 작전에서 한율이 큰 활약을 펼쳤다는 것이다.
촤좌좌좌좍!
인천 공항.
“흐미.”
문을 통과하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들려오는 셔터음에 한율이 질색한 표정을 지은 채 걸음을 옮겼다.
짐?
당연히 거래창에 보관해 둔 상태였다.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중국을 방문한 마법사들의 짐도, 헌터들의 짐도 마찬가지로 거래창에 보관해 마법사의 탑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한율 헌터님! 한율 헌터님!”
“이번 게이트 소멸 작전에서 큰 활약을 펼치셨습니다! 이에 대한 소감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한율 헌터님! 현재 많은 국가에서 아공간 아티팩트의 생산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한율 헌터님!”
“한율 헌터님!”
기자들이 안간힘을 다해 협회, 국가, 그리고 기업에서 보낸 경호원의 벽을 뚫어 가면서 취재를 요청했다. 하지만 한율은 그런 기자들의 질문을 무시했다.
당황하고 있는 마법사들을 챙겼고, 양 리리의 가족들을 챙겨 공항을 빠져나왔다.
“수고하셨습니다.”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흑발의 여성, 커다란 버스 앞에 서서 인사를 건네는 청일 그룹의 A급 헌터, 배희연의 인사를 받고 미소를 그린 한율이 그녀에게 물었다.
“잘 지내셨어요?”
“네. 하양이 님과 커피 님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지만요.”
한율이 배희연의 답변을 듣고 작게 실소를 터트린 후에 사람들을 버스에 태웠다.
마법사가 먼저 버스에 탑승했다, 그다음 양 리리의 어머니와 동생이 탑승했고, 그 후에 헌터들이 탑승했다.
“새로 가입한 헌터입니까?”
옆에 서 있던 배희연이 한율과 함께 버스에 오르기 직전, 가족들과 함께 버스에 오른 양 리리를 떠올리고 물었다.
“네. A등급인 양 리리 헌터님이십니다.”
“……중국에서 A등급 헌터를 그냥 보냈습니까?”
“실수에 대한 보상이라고 하더군요.”
“그게 뭡니까?”
양 리리는 국가에 소속된 헌터가 아니다. 국가에 충성하는 헌터도 아니었다.
“뭐, 이미 마음이 떠난 헌터를 붙잡는 것은 어려워도 방해하는 것은 충분했잖아요. 그 방해를 하지 않는 것이 실수에 대한 보상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배희연이 웃음을 터트렸다. 정확하게는 어이없는 감정이 담긴 헛웃음이었지만 말이다.
한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배희연이 입구와 가장 가까운 좌석에 앉자 바로 버스에 탑승한 사람들을 살폈다.
기자들이 만들어 낸 파도 때문인지 한숨을 푸욱 내쉬는 사람들이 있었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채 자신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버스 내부를 살핀 한율이 버스 기사에게 말했다.
“전부 탑승했습니다.”
“알겠습니다. 한율 님도 자리에 앉아 안전띠를 착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한율이 비어 있는 배희연의 옆에 앉아 안전띠를 착용했고, 그렇게 버스에 탑승한 사람들 모두가 안전띠를 착용하자 버스 기사가 악셀을 밟았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예?”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배희연 헌터님이 직접 마중을 나오셨잖아요.”
“……아.”
이유가 뭐냐.
한율의 물음에 배희연이 준비한 태블릿PC를 내밀었다.
“아공간 아티팩트 때문입니다.”
“질문? 아니면 판매 날짜?”
“일단은 질문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생각보다 질문할 내용이 많았는지 배희연이 태블릿PC를 꺼내 내밀었다.
“바탕화면에 있는 아공간 아티팩트라는 제목의 문서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아, 아아.”
배희연은 헌터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닌 헌터다.
그녀의 질문을 기다리던 한율이 머쓱한 표정을 지은 채 태블릿PC를 받아 문서를 열었다.
“아, 그리고.”
“……?”
“하양이와 커피를 소환해 주시겠습니까?”
한율이 배희연의 부탁에 따라 하양이와 커피를 소환했고, 두 정령이 폴짝 뛰어 그녀의 무릎 위에 앉자 다시 태블릿PC 화면을 바라봤다.
“생각보다 많네.”
아공간 아티팩트의 공간은 얼마나 크냐.
아공간 아티팩트를 제작하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
판매를 한다면 언제부터 가능하냐.
마탑 소속 마법사들도 제작이 가능하냐.
질문을 하나씩 읽으며 고민하던 한율이 키보드를 두들겨 답변을 적었다.
아공간 마법의 공간은 마법사의 경지에 따라 달라진다.
하고 있는 일이 너무 많이 일주일 정도 걸린다.
판매를 한다면 2개월 후부터 가능하며, 그렇게 판매를 시작해도 대량으로 생산해 판매할 수 없다.
마탑 소속 마법사들도 제작할 수 있다. 하지만 3서클부터 탱크 두 대를 보관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가진 아공간 아티팩트를 제작할 수 있다.
“그런데 한율 님.”
질문 바로 아래에 작성한 답변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수정을 하던 한율이 옆에서 들려오는 배희연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커피와 하양이를 열심히 쓰다듬고 있던 배희연이었다.
“네.”
“평범한 헌터군요.”
“……예?”
“이번에 새로 가입한 헌터님 말입니다.”
“…….”
평범.
평범……한가?
한율은 고민했고, 짧은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랜만에 평범한 사람이 가입했습니다.”
헌터는 몬스터를 사냥해 돈을 벌었고, 게이트 내부에서 자생하는 마나를 품은 금속, 영초, 나무 등을 판매해 돈을 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돈 욕심이 있을 뿐, 양 리리는 평범한 헌터였다.
***
“……뭐 하세요?”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 가족들에게 도착 소식을 전하던 문수원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이대한에게 물었다.
창피해서 옷을 갈아입은 자신과는 다르게 아주 당당하게 캡의 복장을 하고 공항을 나와 버스에 오른 이대한은 출발과 동시에 여동생을 챙기고 있는 신입 헌터, 양 리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파트너.”
망치를 사용하면서 한율에게만 쓰는 ‘파트너’라는 단어를 자신에게도 사용하고 있었다.
“왜요.”
“단발의 미녀다.”
“……양 리리 헌터님이요?”
“그래.”
아름다운 여성인 것은 맞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던 문수원이 무언가를 떠올린 것처럼 이대한을 바라보며 눈을 부릅떴다.
“설마…….”
“그래.”
“와. 나는 율이 형이 먼저 만나는 사람이 생…….”
“단발머리, 격투술과 단검술의 여인이다.”
음?
문수원이 이대한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머리를 붉게 물들이고 다양한 장비를 쥐여 주고 바이크복과 비슷한 갑옷을 챙겨 주면.”
“…….”
붉은색 단발머리.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는 바이크복과 비슷한 갑옷을 착용한 근접 여성 전투가.
“…….”
“후, 후후.”
“…….”
“후후후후.”
이대한은 음모를 꾸미는 악당처럼 음산한 웃음을 흘렸고, 문수원은 그런 그를 바라보다 눈을 질끈 감았다.
***
마법사의 탑.
공항 입구에 준비된 버스를 타고 마법사의 탑에 도착한 한율이 자리에서 일어나 안전띠를 풀고 있는 마법사, 그리고 헌터들에게 말했다.
“오늘과 내일은 수업이 없습니다.”
“와!”
“아, 아아.”
누군가는 환호성을 터트렸고, 누군가는 아쉬움을 담아 탄성을 흘렸다.
“헌터들도 마법사들과 마찬가지로 오늘, 그리고 내일은 쉽니다. 아, 양 리리 헌터님은 가족들과 함께 기숙사로 모신 다음 본관 4층, 연구실로 오십시오.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달할 물건, 그리고 알려 드려야 하는 이야기가 있으니 4층 연구실로 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내리죠.”
한율이 내렸다. 그다음 마법사가 내렸고, 헌터들이 내렸다.
“수고하셨습니다.”
엘렌, 류페이, 그리고 류노스케가 동료들과 함께 한율에게 인사를 건네고 기숙사로 향했고, 헌터들이 입이 심심했는지 본관 1층, 편의점으로 향했다.
버스 앞에 남은 사람은 한율, 그리고 배희연.
한율이 배희연에게 태블릿PC를 내밀었다.
“이틀 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배희연 헌터님도 잠시 올라오시죠.”
“……예?”
“배희연 헌터님에게도 전달할 물건, 그리고 알려 드릴 이야기가 있어서요.”
“음,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배희연이 몸을 돌렸다. 그녀는 입구에 서서 버스 기사를 바라보며 먼저 출발하라는 말을 전달했고 알겠다는 답변을 뱉은 버스 기사가 다시 버스를 운전해 마탑을 벗어나자 한율의 뒤를 따라 4층으로 향했다.
“아, 깜빡했네.”
1층,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 섰을 때였다. 자연스럽게 버튼을 향해 손을 내밀던 한율이 몸을 홱 돌렸다.
다시 걸음을 옮긴 한율이 도착한 곳은 1층 편의점.
입구에서 멈춰 선 그는 머리만 안으로 들이밀어 카운터 앞에 앉아 야구 경기를 시청하는 한국영에게 인사했다.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안 다쳤고?”
“네.”
“선물은?”
“사 왔어요. 저녁에 드릴게요.”
“오냐. 그리고.”
고개를 돌린 한국영이 모니터의 우측 하단을 확인하고 한율에게 물었다.
“점심은?”
“아직이요. 제가 내려갈게요.”
“그래. 기다리고 있으마.”
전형적인 아빠와 아들의 대화.
딱 필요한 만큼, 딱 해야 할 이야기만 한 한율이 다시 엘리베이터 앞으로 이동해 버튼을 눌렀다.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에 올라 4층 연구실로 이동한 한율이 주변을 둘러봤다.
평일, 그것도 오전이다 보니 김세혁의 동생들은 물론 자신의 동생까지 등교를 한 상태.
“생각보다 깔끔하네.”
“매일 마탑에 남은 마법사들이 청소했습니다.”
정령들의 놀이터나 다름없던 연구실이 매우 깨끗해 잠시 놀랐던 한율은 옆에서 들려오는 배희연의 대답을 듣고 다시 걸음을 옮겨 소파에 앉았다.
한율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뉴스를 확인하며 헌터들을 기다렸고, 배희연은 하양이와 커피를 쓰다듬으며 헌터들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