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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64화 (164/221)

164 선공개된 무공(2)

중국에 생성된 대초원 게이트 소멸 작전에 참가하기 위해 한율과 마탑 소속 헌터들이 떠났을 때, 한 사내가 마탑을 찾아왔다.

새로 가입한 헌터라며 헌터증과 가입 계약서를 당당하게 내보이며 마탑을 방문했고, 마법사들이 머무르는 기숙사에 방을 잡았다.

헌터 길드, 마법사의 탑에 새로 가입한 헌터다. 한율과 마탑 소속 헌터들이 떠난 직후였기에 사람들의 관심은 새로 가입한 헌터에게 모여들었다.

과연 어떤 능력을 각성한 헌터일까.

처음에는 능력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었지만 새로 들어온 헌터가 기숙사에 방을 잡은 다음 날.

사람들은 다시 생각했다.

역시 마탑 소속 헌터다.

⤷마법사의 탑의 새로운 헌터, 블랙 나이트!

⤷얼음 여왕! 캡! 라이트닝! 블랙 나이트! 장르를 뛰어넘는 그들의 만남! 과연 다음은!

⤷히어로 영화를 사랑하는 헌터 길드! 마법사의 탑!

“……아으으으.”

점점 늘어난다.

이상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멍하니 스마트폰을 바라보던 한율의 여동생, 한유라는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이야. 이게 마탑이냐.”

함께 카페를 방문한 유세희가 탄성을 흘리며 중얼거리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한유라가 양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근데 다음은 누굴까.”

유세희가 맞은편에 앉아 있는 한유라가 아닌 바로 옆에 앉아 있는 한율의 제자이자 자신의 친구인 이유리에게 물었다.

모두 스마트폰을 이용해 뉴스를 읽고 있는 상황이었다. 뉴스를 읽으며 웃고 있었기에 유세희의 질문을 이해한 이유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지금까지는 전부 미국 히어로들이었잖아.”

“그렇지. 얼음 여왕이 히어로는 아니지만 어쨌든 전부 미국 영웅들이었지.”

“이제 한국이나 중국, 일본 히어로가 가입하지 않을까.”

“한국에도 이능력을 사용하는 영웅이 있나?”

“홍길동.”

“…….”

뭐, 이능력을 사용하는 히어로이기는 하다.

“일본은?”

“닌자. 사무라이. 막 분신술 쓰는 닌자가 가입하거나 흑색 도복을 입은 거대한 칼을 쓰는 금발의 남자.”

“……아. 만화 쪽?”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던 유세희가 유명한 일본 만화를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유라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유리가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들어오는 헌터가 있다면 나는 그 헌터가 중국 히어로라고 생각해.”

“무협?”

“아니. 무협보다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 이유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초록색 가죽 갑옷을 입고.”

“응.”

“턱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오는.”

“……관우?”

“아니면 붉은 속발관을 쓴 남자.”

“속발관이 뭐야?”

“여포가 머리에 쓰는 거.”

“…….”

유세희가 여포를 검색했다.

아주 작은 왕관을 쓴 남자.

“저게 속발관이야? 작은 왕관같이 생긴 거.”

“어. 속발관이라고 하더라.”

“……어쨌든 유리는 관우나 여포가 새로 가입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네?”

“응. 중국에 가셨으니까! 그런 말이 있잖아. 이상한 사람에게는 이상한 사람이 다가온다!”

정말 그런 말이 있나?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했지만 유세희는 한율,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유라.

멍하니 자신의 친구들을 바라보던 그녀는 ‘이상한 사람에게는 이상한 사람이 다가온다’라는 괴상한 명언을 남긴 이유리를 가만히 바라보다 스마트폰을 다시 들었다.

***

한유라가 문자를 보냈다.

[한유라: 또 이상한 사람 데려오면 진짜 죽여 버린다.]

“……포기할 때도 됐을 텐데.”

블랙 나이트가 마법사의 탑에 가입하면서 한율은 포기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창웨이.

갑작스레 자신의 방을 찾아온 중국 헌터 협회의 부협회장, 창웨이의 물음에 고개를 좌우로 흔든 한율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대답했다.

“별거 아닙니다. 가족이 문자를 보내서.”

“그렇군요.”

“네. 그래서 무슨 일로 방문하셨는지. 불이익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파티장에서 이미 해결했는데.”

“아. 그 때문이 아닙니다.”

창웨이 부협회장이 자신의 뒤에 서 있는 검은 양복의 여비서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녀에게서 서류를 건네받자 바로 한율에게 내밀었다.

“마법사의 탑에 가입하고 싶어 하는 헌터들이 있어서 방문했습니다. 그것도 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가입을 바라는 이들이죠.”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서류를 건네받았던 한율이 내용을 확인하기 전에 들려오는 창웨이의 이야기에 고개를 들었다.

“……네? 뭐라고요?”

“마법사의 탑에 가입하고자 하는 귀화의 뜻을 가진 헌터.”

“어, 음.”

헌터의 유출을 막아야 하는 헌터 협회가 헌터를 놓아 준다.

헌터를 지키는 것이 아닌 놓아 주려는 헌터 협회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한율이 입을 열고 닫기를 반복할 때, 창웨이가 어색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이미 마음이 떠난 헌터들을 붙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협회가 중재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되는 겁니까?”

“일단 한율 님은 중국의 은인이고, 중국은 그런 은인에게 실수를 저질렀으니 그 실수를 만회하자는 뜻도 있습니다.”

마음이 떠난 헌터를 붙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헌터의 유출을 방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한율에게 저지른 실수를 만회한다.

“독특한 방식이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 위쪽의 지시군요.”

“네.”

“흐음.”

한율이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창웨이 부협회장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들었을 때처럼, 그는 무언가를 떠올리고 다시 상대방을 바라봤다.

“전하라는 다른 말은 없고요?”

“없습니다만.”

“즉, 또 실수를 저지르겠다는 거네요.”

“…….”

사과의 말은 없다.

실수를 저지른 값을 치르지만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실수에 대한 보상이라는 건데.”

창웨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 서류의 첫 장을 바라보던 한율이 피식 실소를 터트리고 첫 장을 넘겼다.

중국은 걸린 것일 뿐이다. 중국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국가에서 마탑이 공개하지 않는 호흡법과 마법을 노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호오.”

헌터 협회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귀화를 선택한 헌터의 등급이 낮았다면 거절을 통해 리훤 협회장에게 압박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수에 대한 보상이 생각보다 컸다.

“두 명입니다. 남성은 B등급, 여성은 A등급입니다.”

“A등급을 놓아준다고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미 마음이 떠났다고. 아, 그리고 남성은 면접은 보되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

“……?”

사진과 간단한 소개서를 읽던 한율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남성은 중국 어느 기업과 관련된 인물입니다.”

“즉, 여성 헌터 한 명이라는 거네요.”

“하지만 A등급이죠.”

A등급 헌터가 마법사의 탑에 가입하는 것이다.

한율이 B등급 남성 헌터의 소개서를 바로 넘겨 여성 헌터의 소개서를 확인했다.

이름: 양 리리.

등급: A.

나이: 23세.

각성 능력: 단거리 공간 이동.

설명: 난징에서 태어나 18세에 각성. 각성하기 전부터 살아남는 기술을 터득했으며, 각성 전 D등급 몬스터를 토벌했다. 각성 후…….

“허어?”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여성 헌터.

두 자루의 단검을 양손에 한 자루씩 쥐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은 사람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힘이 있었지만 한율은 그 아래에 적힌 설명란에 집중했다.

“……이런 사람을 보낸다고요?”

5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A등급까지 오른 헌터.

“일단 저희도 아쉬운 마음에 설득을 했지만 몇 차례나 게이트와 관련된 사고가 일어나서 말입니다.”

우연이기는 하나 연달아 게이트 관련 사고가 일어났다.

“간단하게 설명 드리자면.”

다른 이유가 있다는 식으로 말을 뱉어 한율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킨 창웨이 부협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머니의 안전을 위해 귀화할 국가를 찾고 있는데.”

“귀화를 할 국가를 찾고 있을 때 제가 왔다는 것이군요.”

마법사의 탑은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안전한 장소였다.

마법사 한율이 있어서?

아니다.

S급 헌터 송아연이 있어서?

아니다.

전 세계에서 찾아온 마법사 지망생.

모든 이들이 주목하는 차세대 마법사들이 머무르는 곳이기 때문이다. 마나 호흡법과 마법을 훔치기 위해 수많은 국가에서 훔칠 기회를 찾고 있지만, 그 기회를 찾아 훔치는 것을 시도해도 물리적인 충돌은 최대한 배제할 것이다.

자칫 잘못해 마법사의 탑에서 마법을 공부하는 차세대 마법사 중 한 명이 부상이라도 입으면 그 차세대 마법사의 국가가 반격을 위해 움직인다.

뭐, 한율과의 관계가 틀어질 것을 걱정해 훔칠 기회가 찾아온다고 해도 오히려 그 사실을 알려 한율과의 친분을 쌓을 가능성이 더 컸지만 어찌 되었든 마탑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길드로서 지구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인 것은 분명했다.

‘5년 만에 A등급에 오른 헌터. 그것도 검을 다루는 헌터.’

큰 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짧은 단검을 사용하는 헌터라는 게 아쉽지만.

“양 리리 헌터님이요.”

“네.”

“이번 게이트 소멸 작전에 참가하셨나요?”

“양 리리 헌터는 이번 게이트 소멸 작전에 참가하지 않으셨습니다. 고향인 난징에 B등급 게이트가 생성되어 현재 난징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음? B등급 게이트를 A등급 헌터가요?”

“게이트 변화가 발생해 7일 뒤에 하나, 8일 뒤에 하나, 9일 뒤에 하나 폭주하는 B등급 게이트입니다.”

이해했다.

A등급 헌터가 움직여야 브레이크 현상이 가까워진 B등급 게이트 세 개를 빠르게 소멸시킬 수 있을 테니.

“언제 뵐 수 있을까요?”

“최대한 빠르게 시간을 잡아도 사흘 정도 걸립니다.”

“즉, 사흘은 더 머물러야 한다는 거군요.”

“일주일 정도 휴식을 취하고 복귀한다고 들었습니다만.”

“할 일이 조금 생겨서.”

“……여기서 더 말씀이십니까?”

“네.”

“…….”

이유는 알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

하지만…….

“괜찮은 겁니까?

참 힘들게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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