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58화 (158/221)

158 대초원 게이트(2)

-1조 공격!

“우, 우와아아아!”

페이신 사령관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헌터들이 몬스터를 쓰러트리기 위해 달려갔지만 러시아의 S급 헌터, 알렉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역시 현대 병기를 도입하는 연구는 필요하군.”

현대식 병기가 게이트 소멸 작전에 투입되자 22만이라는 숫자도 우스워 보였다.

“원래라면 어떻게 됐지?”

담배를 바닥에 떨어트린 알렉스가 군화로 담뱃불을 꺼트리며 물었다.

“한국에서 진행한 A급 게이트 소멸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게이트의 핵을 파괴하는 데 집중했을 겁니다.”

“어떻게?”

“오천이백 명의 헌터가 몬스터를 유인하고 일백의 헌터가 게이트의 핵을 노리는 작전으로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오천이백의 헌터가 빠르게 움직이며 몬스터를 유인하고, 뒤이어 게이트에 진입한 헌터들이 게이트의 핵을 파괴하는 작전.

알렉스가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보좌에게 물었다.

“자네는 어떤 게 낫다고 생각하나.”

“한국과 중국 중에 말입니까?”

“그래.”

“중국입니다.”

“이유는?”

“마석, 그리고 훼손되었지만 장비의 재료로 쓰이는 몬스터 사체를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 알렉스가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몬스터를 확인하고 손을 내밀어 목을 붙잡았다.

콰득!

손가락에 힘을 주어 목뼈를 부순 알렉스가 축 늘어진 몬스터를 내팽개치고 다시 앞으로 걸어가면서 보좌에게 물었다.

“한율은 왜 한국 A급 게이트에서 이번 작전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지형, 그리고 몬스터의 등급, 그리고 종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하.”

한국에 생성된 A급 게이트는 협곡 지형이었다. 대량의 병기가 투입되어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지형만이 아니다.

몬스터의 등급이 매우 높아 병기의 힘이 통하지 않았을 것이고, 통해서 비행형 몬스터에 의해 병기가 투입되어도 한국은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A등급이라.”

A등급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병기 생산. 그리고 현대 병기의 작전 도입.

잠시 고민하던 알렉스가 다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지포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붙였다.

“스으읍, 후우우. 소멸 작전이 끝나면 한율과 대화를 나눌 생각이니 약속을 잡도록.”

“알겠습니다.”

***

“좋아.”

예상보다 빠르게 병기를 출고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 한율이 몸을 돌려 전장을 살폈다.

22만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큰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고 1시간이나 지났음에도 전투가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투에 참전하겠습니다.”

한율이 이어폰을 가볍게 터치해 수신 버튼을 활성화시켜 페이신 사령관에게 보고를 하고 흙벽 위로 이동했다.

좌측 두 번째 벽에 류페이, 우측 두 번째 벽에 류노스케.

“스승님.”

한율은 밝은 미소로 자신을 반겨 주는 엘렌을 향해 고개를 가볍게 숙여 인사를 받아 주고 전장을 확인했다.

근접 능력 각성자들이 몬스터들을 막아 내고 있었고, 원거리 능력자, 포격 부대, 탱크, 그리고 헬기가 중앙, 그리고 후방을 공격해 몬스터를 섬멸하고 있다.

몬스터의 공격을 회피, 또는 막아 내지 못한 헌터들은 다른 헌터들의 도움을 받아 후방으로 대피했고, 대피한 헌터들은 대기하고 있던 장갑차에 탑승해 후방으로 이동했다.

한율의 시선이 다시 몬스터들과 싸우는 근거리 헌터들에게 향했다.

인도의 아흐만은 두 자루의 곡도를 휘둘러 몬스터를 학살하고 있었다.

아흐만.

조로아스터교의 사제.

불의 신체라는 능력을 각성한 헌터.

한율이 아흐만을 주시했다.

아흐만은 몬스터들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몬스터의 공격을 허용했다.

부상?

입지 않았다. 불의 신체라는 능력을 각성한 아흐만은 물의 속성력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의 공격이 아니라면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격을 받는 순간 커다란 불꽃이 되어 버리는 아흐만.

그대로 커다란 불꽃이 되어 몬스터를 불태우고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아흐만.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흘린 한율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러시아의 알렉스는 인도의 아흐만과는 다르게 새하얀 장갑을 착용한 양손으로 몬스터를 학살하고 있었다.

퍼억! 콰득!

뼈를 부수고, 장기를 파괴하는 주먹.

“알렉스의 능력이 뭐였더라.”

“약화요.”

휴식을 취하고 있던 엘렌의 대답에 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스.

러시아의 군인.

약화라는 능력을 각성한 헌터.

“분명 자신의 영역에 있는 모든 존재를 약화시키는 능력이었죠?”

“네. 오랜 훈련 끝에 적아를 구분하고 능력을 지정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잠시 알렉스의 뒤를 따르며 몬스터를 학살하고 있는 러시아의 군인들을 살핀 한율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채현수도 활약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헌터들의 안전을 위해 거인형 몬스터가 아닌 인간형 몬스터, 웨어울프로 변신해 활약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선이 가는 사람은…….’

한율의 고개가 다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중국의 S급 헌터였다.

S급 헌터 세 명을 보유한 중국은 A급 게이트 사건 당시 한 명을 잃어 총 두 명의 S급 헌터를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촤아악! 푸우욱!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두르고 찌르며 몬스터를 학살하고 있는 헌터.

“구경을 여기까지 하고.”

물끄러미 중국인 헌터의 전투를 지켜보던 한율이 아직 치우지 않은 거래창에 손을 뻗어 푸른 구슬을 꺼냈다.

공격 마법을 사용해야 할까.

‘아니지. 시선을 끌 수 있으니까.’

화려한 고서클 공격 마법은 몬스터들의 시선을 끌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한율은 짧은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이고 주문을 외웠다.

“타깃.”

“타깃?”

옆에서 들려오는 엘렌의 목소리.

한율은 휴식을 마치고 자신의 옆에 서서 공격 마법을 준비하던 엘렌은 물론 다른 마법사들까지 자신을 바라보자 어깨를 으쓱하고 대답했다.

“여러분들도 배운 마법입니다. 타깃.”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나를 짧은 시간 전이하는 마법……. 맞죠?”

“맞습니다. 그리고 이 타깃이라는 마법은 참 쓸모없는 마법처럼 보이지만 5서클 경지에 오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마법의 효과가 바뀌는 건가요?”

“아뇨. 다른 마법과 연계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한율은 타깃 마법을 유지한 상태로 새로운 주문을 외웠다.

타깃 마법은 1서클 마법.

더블 캐스팅을 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스트랭스.”

화아악!

타깃 마법에 걸린 수백, 수천의 헌터들에게 보조 마법, 스트랭스가 부여되었다.

“보조 마법, 스트랭스를 사용했습니다.”

갑작스럽게 힘이 강해져 어리둥절해하는 것도 잠시, 갑작스레 들려오는 한율의 이야기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그린 채 다시 무기를 휘둘렀다.

“타깃, 마나 아머.”

다시 한 번 빛 무리에 휩싸이는 헌터들.

“보조 마법 헤이스트를 부여할까 싶었지만 육체가 기억하는 속도와 정신이 기억하는 속도가 어긋나 실수가 발생할 것 같아 실드와 비슷한 효과를 가진 마나 아머를 사용했습니다.”

장비를 강화하는 마법, 마나 아머가 몬스터의 공격을 튕겨 냈다. 비록 1회성이었지만 적의 공격을 튕겨 내니 부상자가 줄어들었다.

“후우.”

한두 명이 아니다. 근거리 각성 능력자들에게 보조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마나 홀을 가득 채우고 있던 마나는 절반까지 줄어 버리는 것은 물론 두통까지 찾아와 한율은 마법 구슬을 쥐지 않은 손으로 이마를 몇 차례 매만졌다.

“타깃 마법은 고서클 마법사들에게 필요한 마법이군요.”

“정확하게는 대규모 전투에서 쓰이는 마법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엘렌이 다시 동기에게 양해를 구하고 뒤로 물러났다.

바닥에 주저앉은 엘렌은 바로 명상에 들어갔고, 전장에서 깨달음을 얻어 명상을 시작한 그녀의 행동에 피식 웃은 한율이 다시 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전장을 살폈다.

‘놈은…….’

22만이나 되는 몬스터도 중요했지만 게이트의 가디언, 포 핸드 오우거도 중요해 한율이 고개를 돌려 서쪽의 몬스터를 확인했다.

인간들의 공격을 이겨 내지 못해 많은 몬스터들이 목숨을 잃고 쓰러졌지만 포 핸드 오우거는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 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바닥에 주저앉아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고블린 움직입니다. 최약체 몬스터라고 해도 숫자가 많고 다른 몬스터들보다 지능이 뛰어난 몬스터입니다. 집중력을 잃지 마십시오.

한율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페이신 사령관의 이야기대로 고블린이 달려오고 있었다.

중앙 지역 몬스터들, 그리고 리자드맨과는 다르게 측면에서 달려오는 몬스터.

“……허어.”

정면에서 달려든 중앙 지역, 그리고 리자드맨들을 보고 무언가를 깨달은 것인지 고블린들은 크게 우회해 아군의 옆구리를 노렸다.

그것도 최전방에 서 있는 근거리 능력자들의 옆구리를 노린 것이 아니라 2군이라 볼 수 있는 탱크 부대를 노렸다.

-후방 대기조, 그리고 치료를 마친 헌터들은 우측 전장으로 이동해 고블린을 막는다. 2조, 그리고 4조 또한 부대를 둘로 나눠 움직인다.

정면과 측면.

페이신의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우측에 배치된 탱크의 상체가 돌아갔고, 우측 흙벽에 자리를 잡은 포격 부대가 빠르게 움직여 박격포의 방향을 바꿨다.

후방 대기조도 고블린을 막아 내기 위해 움직였다. 고블린 정도는 쓰러트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후방에 배치된 소총 부대 또한 움직였다.

“…….”

고블린.

D급, E급 헌터도 쓰러트릴 수 있는 몬스터.

하지만 가만히 고블린을 바라보던 한율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는 같은 흙벽 위에 자리 잡은 마법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플라이 마법을 사용했다.

공중으로 떠오른 한율은 빠른 속도로 날아간 한율이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린 류노스케를 지나쳐 가장 우측에 세운 흙벽 위로 이동했다.

갑작스러운 한율의 등장에 군인들이 놀랐고, 원거리 능력자들이 놀랐다. 하지만 한율은 달려오는 고블린들을 주시했다.

“쯧.”

고블린.

분명 놈은 D급, E급 헌터도 쓰러트릴 수 있는 몬스터였다. 하지만 진화한 고블린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진화한 고블린은 최소 C급은 되어야 쓰러트릴 수 있는 강력한 몬스터.

한율이 이어폰을 가볍게 터치해 수신을 활성화하고 페이신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고블린 부대. 최전방에 서 있는 놈들은 전부 고블린 워리어입니다. 늑대를 탄 라이더들 또한 워리어입니다.”

-등급으로 분류하면?

“C등급입니다. 하지만 소총으로도 쓰러트릴 수 있습니다. 그래 봤자 진화한 ‘고블린’이니까요.”

방심하지 않도록 한율은 등급을 먼저 알려 긴장감을 심어 주고 긴장감을 풀어 줬다.

-예상보다 고블린의 무력이 뛰어나지만 상대할 수 있다. 방심하지 말도록.

페이신 사령관이 바로 병사들, 그리고 헌터들에게 경고를 내렸다. 그러자 병사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적들을 노려보며 명령을 기다렸다.

헌터들도 마찬가지다. C등급 몬스터라고 해도 그 숫자가 개인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기에 바로 진지한 표정으로 적들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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