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56화 (156/221)

156 어벤져!(2)

가디언이 아닌 게이트의 핵.

가디언에게도 병기가 통하냐는 질문과는 다르게 쓰러진 게이트의 가디언이 아닌 게이트의 핵을 바라보는 페이신.

“가디언 토벌 전에 탱크와 헬기를 회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율 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으음.”

탱크 수백 대, 전투 헬기 수백 대를 다시 거래창으로 회수하는 것도 일이다.

“그러니까 가디언 토벌 전에 탱크와 헬기를 회수하고, 장갑차는 마석을 전부 수거하고 회수한다?”

“그렇습니다. 당연히 장갑차에 탑승할 군인들을 제외하고 전부 게이트를 탈출하고 말입니다.”

가디언, 포 핸드 오우거에게 병기의 힘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미사일 정도는 날려야 그나마 피해를 입힐 수 있을 터이니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미리미리 병기를 회수하는 것이 좋다.

‘문제는 그 경우 가디언 토벌 팀과 함께할 수 없다는 건데…….’

가디언을 제외한 모든 몬스터를 토벌한 후에 탱크와 헬기를 회수하는 것이다. 당연히 가디언을 쓰러트리고 게이트의 핵을 파괴하는 헌터들과 함께할 수 없다.

헌터는 몬스터를 쓰러트려 성장할 수 있으니 A급 몬스터와의 전투를 포기하는 것은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었지만 그건 정상적인 헌터의 이야기였다.

“네. 상관없습니다.”

각성 능력.

일반적인 헌터들과는 다르게 몬스터를 토벌함으로써 성장하지 않는다. 각성 능력인 차원 거래는 차원의 균열이 커질수록 성장한다.

신체 능력.

일반적인 헌터들과 마찬가지로 몬스터를 토벌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매일 영초, 영약을 섭취하며 신체 능력을 키웠기 때문에 몬스터를 토벌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신체 능력 성장은 크지 않았다.

마나 홀 증가.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영초와 영약을 섭취해 크기를 키웠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럼 정리하면 제가 할 일은 게이트의 진입, 병기의 출고 및 후방 지원.”

“예.”

“일반 몬스터 토벌 후 병기를 회……. 아니, 탱크와 헬기를 회수. 이후에 마석을 수거한 장갑차를 회수하고, 그때까지 가디언이 쓰러지지 않았다면 헌터들과 합류해 토벌을 지원한다.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한 번 게이트의 핵을 파괴한다고 해서 대초원 게이트라는 초대형 게이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페이신이 ‘현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끄으응.”

천천히 상자 위에서 내려온 한율이 양팔을 쭈욱 뻗어 기지개를 펴고 페이신에게 물었다.

“그럼 오늘 실험은 여기서 끝인가요?”

“아닙니다.”

“……또 있습니까?”

“아, 그건 아닙니다. 이번 실험을 끝으로 한율 님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실험 및 확인 작업이 끝났습니다.”

“아하.”

마법사, 한율이 참가하는 실험 및 확인 작업이 끝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 대략적으로나마 토벌 작전 실행 날짜를 알 수 있을까요?”

“흐음.”

생각을 정리하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던 페이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실험 및 확인 작업을 통해 게이트의 투입될 병력을 확인해야 하지만 한율 님의 도움이 필요한 실험 및 확인 작업과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니까.”

“……사나흘 내에 연락이 갈 겁니다.”

3일에서 4일.

고개를 끄덕인 한율이 탱크에서 내리는 군인들, 그리고 헬기에서 내리는 군인들을 확인하고는 거래창을 열어 병기를 회수했다.

남은 것은 게이트의 핵.

한율이 걸음을 옮겨 게이트의 핵 앞으로 이동했다.

게이트의 핵을 파괴하고 10분 후, 게이트 내부에 있는 사람들 주변에 탈출구가 생성된다. 하지만 대초원 게이트 소멸 작전에서는 투입된 군인들이 먼저 탈출하기로 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22만 마리나 되는 몬스터를 토벌하기 위해 최소 10만이 넘는 군인들이 투입되기 때문에 한 번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게이트 앞으로 소환되면 큰 혼란이 찾아올 것이 분명해 퇴각 후 게이트를 소멸시키기로 한 것이었다.

실험에 사용된 황무지 게이트와는 다르게 말이다.

“매직 미사일.”

5서클 마법사의 힘이 담긴 매직 미사일이 날아가 게이트의 핵을 파괴했다.

한율이 핵을 파괴하는 것과 동시에 눈앞에 나타난 홀로그램을 옆으로 치워 내고 몸을 돌려 페이신, 그리고 함께 실험 및 확인 작업을 진행한 군인들에게 다가갔다.

‘사나흘이라.’

페이신은 3일에서 4일 사이에 연락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뭐 하지.”

관광?

수련?

쇼핑?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을 정리하던 한율이 탄성을 흘렸다.

“맞네. 그걸 깜박했네.”

***

“가죠.”

“……어딜 말씀이십니까?”

“부모님 뵈러요.”

“……지금요?”

방에서 마법을 수련하던 도중에 한율의 연락을 받고 내려온 1층 로비.

류페이는 갑작스러운 한율의 제안에 잠시 눈만 깜빡였다.

“어, 조금 위험하지 않습니까?”

현 도시는 초대형 게이트, 대초원 게이트와 매우 가까웠다.

“당연히 공항으로 모실 생각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왜 지금입니까?”

“페이신 사령관님의 말씀에 따르면 사나흘 정도 시간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수련을 하기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관광을 하기에는 사람들의 눈치가 보이고, 쇼핑을 하기에는 국가, 협회, 기업의 지원을 받아 무장한 장비가 너무나 좋다. 그러니 해야 할 일을 먼저 처리하자.

한율의 설명을 들은 류페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으로 돌아가 챙길 물건은?

없다.

스마트폰은 손에 쥐고 있다. 지갑은 당연히 필요 없었지만 호텔 키를 지갑에 넣어 뒀기에 역시 손에 쥐고 있다.

“거리가 조금 멉니다.”

“페이신 사령관의 도움으로 헬기를 빌렸습니다.”

준비는 끝났다.

류페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에서 일어난 한율이 호텔 입구로 향하자 그 뒤를 따라가며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아직 복귀하지 않은 군용 차량에 탑승해 군부대로 이동.

페이신 사령관의 도움을 받아 빌린 전투용 헬기가 아닌 호송용 헬기에 탑승.

탑승과 동시에 한율이 펼친 사일런스 마법 덕분에 귀마개를 착용할 필요가 없어진 류페이가 한율에게 물었다.

“선생님.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비행기가 있을까요?”

초대형 게이트가 등장한 이후, 돈이 많은 사람들은 게이트 토벌을 위해 수많은 국가가 헌터를 파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떠나고 있었다.

“아, 국가에서 비행기를 빌려준다고 합니다.”

“……국가요? 중국에서요?”

“아뇨. 한국이요.”

왜?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했던 류페이는 부협회장과의 계약 당시 욕심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공무원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회유하기 위해서.

가족을 볼모로 삼은 중국과는 다르게 한국은 헌터의 안정적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가족을 지원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

“전원 탑승!”

게이트 소멸 작전에 참가한 지휘관, 페이신 소장의 외침에 따라 게이트에 진입한 군인들이 움직였다.

누군가는 탱크에 탑승했고, 누군가는 헬기에 탑승했다. 또 누군가는 장갑차량에 탑승했고, 또 누군가는 아공간(거래창)이 아닌 아공간 주머니를 이용해 가져온 물건을 꺼내 막사를 세웠다.

한율은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며 계속해서 병기를 꺼냈다.

피해 최소화를 위해 중국이 게이트에 투입한 병력은 10만.

숫자로 따지면 매우 불리했지만 군부대는 병사를 맨몸으로 보내지 않았다.

투두두두.

헬기가 상승했다.

“어스 월!”

“실드!”

마탑의 2서클 마법사들이 어스 월, 흙벽을 생성했고, 1서클 마법사들이 실드를 생성해 계단을 만들자 군인들이 빠르게 흙벽 위로 올라갔다.

“발사 준비!”

박격포를 세운 군인들이 발사 명령을 기다렸고, 대전차 로켓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자세를 잡고 발사 명령을 기다렸다.

“후우.”

헌터들이 최전방인 1열.

탱크와 장갑차가 2열.

흙벽에 올라온 군인들이 3열.

흙벽 뒤로 막사를 세운 후방 지원 팀이 4열.

후송된 부상자들을 치료할 의료 부대 또한 4열.

한율이 탱크 뒤에 생성된 흙벽, 정확하게는 흙벽 위로 올라가 명령을 기다리는 군인들을 확인하고 더욱더 병기 출고 작업에 속도를 올렸다.

-어……. 형.

출고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도중에 들려오는 문수원의 목소리.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문수원의 목소리에 출고 작업을 이어 가던 한율이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어.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대한이 형이 갑자기 앞으로 뛰쳐나갔는데요.

“응?”

-그것도 선물해 준 망치를 들고 갑자기 뛰쳐나갔어요.

“……?”

마법사를 호위해야 하는 이대한이 문수원에게 망치를 빌리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한율이 출고 작업을 잠시 멈추고 빠르게 주변을 둘러봤다.

타다다다다.

문수원의 보고대로 푸른 가죽 갑옷을 착용한 사내가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 그때 마탑 소속 헌터, 즉 동료가 위험에 처했다면 이대한이 보이는 갑작스러운 행동을 이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헌터들보다 먼저 게이트에 진입해 일루전 마법진을 펼친 덕분에 몬스터들은 아직 헌터와 군인들의 진입을 확인하지 못한 채 다른 종족을 경계하고 있는 중이었다.

왜?

다시 한 번 의문이 들어 고개를 갸웃할 때, 한율의 시야로 이대한이 들어왔다.

푸른 가죽 갑옷을 착용한 이대한이.

왼손에는 방패를, 오른손에는 망치를 들고 있는 이대한이.

“…….”

대규모 전투를 앞둔 상황에서 앞으로 튀어나갔다.

“미친!”

***

진입 후, 이대한은 생각했다.

어, 이거.

22만 마리나 되는 몬스터들을 앞두고 헌터들이, 그리고 군인들이 모였다.

그것도 대평야라는 허허벌판에서 상대방을 마주보고.

그래서 이대한은 문수원에게 망치를 빌리고 마법사들의 호위를 잠시 부탁한 후에 앞으로 뛰쳐나갔다.

타다다다다!

아직 명령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

군인들의 시선이 모였고, 이어 헌터들의 시선이 모였다.

하지만 이대한은 달렸다.

타악!

목적지는 최전방.

이어폰은 미리 빼 둔 상태.

S급, 그리고 A급 헌터들이 서 있는 최전방에 도착한 이대한이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오른팔을 크게 휘둘렀다.

쉬이익!

날아가는 망치.

이대한이 능력을 사용해 빠른 속도로 날아간 무기를 강제로 멈춰 세우고 오른팔을 뻗었다.

“어벤져!”

쉬이익!

날아오는 망치.

이대한이 상체를 살짝 비틀며 돌아온 망치를 잡아채고 다시 앞을 바라봤다.

“어셈…….”

“사일런스.”

“……?”

마지막 대사를 분명 뱉은 것 같은데 나오지 않아 이대한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때, 사람들의 귓속으로 다른 사내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사이코키네시스.”

둥실.

공중으로 떠오르는 이대한.

천천히 뒤로 날아가는 이대한.

사람들이 점점 멀어지는 이대한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군복을 착용한 한 사내가 공중에 떠 있었다.

-하아. 페이신 사령관님.

이어폰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군복의 사내, 한율의 목소리.

-……아, 예. 예. 한율 님.

이어지는 사령관 페이신의 목소리.

-죄송합니다.

-허허허, 아닙니다. 그럼 다시 전투 준비!

한율은 용서를 구했고, 어색한 웃음을 흘린 페이신 사령관은 다시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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