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53화 (153/221)

153 전원 탑승!(1)

엘렌은 마법사의 탑에서의 생활이 너무나 좋았다.

초능력 수업 무료.

맛있는 식사 무료.

잠자리도 좋았고, 인터넷도 빨랐다.

하지만 그중 엘렌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마법사의 탑의 혜택은…….

“아이구. 또 왔어?”

편의점 무료 혜택이었다.

“헤, 헤헤. 안녕하세요.”

허리를 꾸벅 숙여 카운터 앞에 앉아 있는 한국영에게 인사를 건넨 엘렌이 수십 개의 음료 앞에 서서 고민했다.

오늘은 무얼 마실까.

한참을 고민하던 엘렌은 바나나 우유를 꺼내 들고 카운터 앞으로 이동했고, 허허허 웃는 한국영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편의점을 나왔다.

한국영이 건넨 빨대로 구멍을 콕 뚫은 엘렌이 바나나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 헤죽 웃었다.

“너무 좋다.”

무료라서 더 맛있는 거 같았다.

바나나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 헤죽 웃었던 엘렌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오늘은 실내, 실외 수련장에서 마법 수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 내용을 복습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엘렌이 걸음을 멈추고 정면을 빤히 바라봤다.

편의점 맞은편에 설치된 게시판.

그 게시판 앞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사내를 바라보는 것도 잠시, 바나나 우유를 한 모금 마신 엘렌이 쪼르르 달려가 그의 옆에 섰다.

“스승님!”

“……아.”

목소리를 듣고, 그리고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 사내, 한율이 엘렌을 확인하고 물었다.

“어렵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나요?”

“없어요. 스승님.”

마스터, 선생님, 쌤 등등, 다양한 호칭을 사용하던 엘렌은 어느 순간부터 스승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행이네요.”

인재 중 인재다. 거기다 시간이 지나면 미국 지부를 책임지는 지부장이 될 마법사다.

고개를 끄덕인 한율은 압정을 꽂은 A4용지를 게시판에 부착했고, 그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엘렌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갱신된 게시판, 정확하게는 한율이 새로 붙인 A4용지를 확인했다.

제목: 실전 경험

작성자: 한율.

업무: 실전 경험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합니다.

조건: 2서클 마법사.

내용: 중국에 생성된 대초원 게이트 의뢰를 받았습니다. 후방에 배치될 테니 안전합니다. 필수가 아니니 관심이 있는 마법사는 4층 연구실을 방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실습? 진짜로요?”

엘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내용에 적힌 것처럼 후방에 배치될 겁니다. 위험해지면 바로 게이트를 탈출할 수 있도록 대한이와 수원이를 붙일 거고요.”

이대한, 문수원.

B+등급이지만 중급 마나 호흡법 그리고 다양한 아티팩트와 뛰어난 장비로 무장해 A등급 헌터와 비슷한 무력을 지니고 있는 헌터.

“물론 강제 참석은 아니지만, 실습도 필요하니까요.”

“첫 실습이 B+등급?”

“E등급 몬스터도 D등급 몬스터도 있어요.”

“…….”

그래도 B+등급 게이트가 첫 실습 장소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해 엘렌이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한율을 바라보다가 다시 게시판을 확인했다.

고민이 되었는지 엘렌은 아무 말 없이 게시판만 바라봤다.

‘실습…….’

게이트를 방문하는 수업.

생각 못 하고 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E등급, 또는 D등급 게이트에서 실습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B+등급.”

대초원 게이트는 B+등급이지만 A등급 게이트의 생성 및 폭주에 이어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22만 마리.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가 활동하는 게이트.

브레이크 현상이 발생하면 ‘최대(소멸 횟수에 따라)’ 일백만이 넘는 몬스터들이 게이트를 탈출해 중국을 엉망진창으로 만들 것이고, 방어에 실패하면 중국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가까운 모든 국가가 피해를 당하니 세계의 눈이 대초원 게이트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음에 할까.”

헌터가 찍은 영상을 통해 네 개의 팔을 가진 거대한 오우거를 보았으며 다양한 종족이 자기 영역을 만들어 다른 종족을 견제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던 엘렌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엥?”

한율이 아닌 다른 사내가 자신의 옆에 서서 게시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엘렌은 상체를 틀어 뒤를 돌아봤고, 편의점 사장인 한국영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한율이 보이자 다시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사내를 바라봤다.

류페이.

중국 국적 2서클 마법사.

잘생긴 외모와 어린 나이, 그리고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예의를 갖춰 여성 마법사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있는 사람.

“신청하실 겁니까?”

한율이 요청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류페이는 한국어로 물었고, 엘렌도 그 물음에 한국어로 대답했다.

“고민 중이에요. 신청하시게요?”

“네. 실습지가 중국이기도 하니까요.”

“큰 도움이 안 될 텐데.”

“잡일이라도 할 생각입니다.”

게이트 소멸 작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

“…….”

과연 그뿐일까.

엘렌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 아무 말 없이 바라봤고, 천천히 몸을 돌린 류페이, 그가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뜨자 다시 게시판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하는 게 좋겠지.”

“뭐가?”

이번에는 여성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엘렌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리 언니.”

이번에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사람은 유아리.

“오늘은 촬영 없어요?”

“응. 그래서 우리 엘렌은 여기서 뭐 하고 있나.”

방긋 웃으며 장난스럽게 물어본 유아리가 다시 게시판을 확인하는 엘렌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우와. 첫 실습지가 대초원 게이트?”

“후방에 배치될 거래요. 캡이랑 라이트닝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옆에서 대기할 거고요.”

“흐으음.”

실습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모든 마법사가 마찬가지였다.

관심이 있는 것처럼 유아리가 신음을 흘리자 엘렌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언니는 제작 마법사를 꿈꾸고 있지 않아요?”

“그렇기는 한데. 어느 정도 힘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제작 마법사를 꿈꾼다고 해서 제작과 관련된 마법만 파고들 수는 없다.

게이트, 그리고 몬스터의 위협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으니까.

“어, 그래도 어렵지 않아요?”

“뭐가?”

“연예계 활동도 하시잖아요. 언니는.”

“……아아. 그러네.”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신 유아리가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자리를 떴다.

본관 1층, 그것도 사람들이 많은 편의점이어서일까.

류페이, 엘렌이 떠나고 오래 지나지 않아 새로운 사람이 그녀의 옆에 나타났다.

“큭큭큭.”

-큭큭큭.

-흑염료오옹!

“…….”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참가와 불참 사이에서 열심히 저울질할 생각이었던 엘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새로운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뒷걸음을 쳐 게시판에서 멀어졌고, 4층에서 멈춰 선 엘리베이터를 확인하고 ‘△’버튼을 눌렀다.

저벅저벅.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던 엘렌이 귓속을 파고드는 사람의 발소리를 듣고 몸을 흠칫 떨었다.

제발.

제발 아니길.

“큭, 큭큭큭.”

-오른팔에.

-흑염료오옹.

“아으으으.”

***

대초원 게이트.

활동하는 몬스터만 해도 22만 마리가 넘는 거대한 게이트.

“흐음.”

모니터에 띄운 대초원 게이트 사진을 확인하던 한율이 신음을 흘렸다.

아룡의 대지 게이트를 소멸시킬 때처럼 게이트의 핵을 파괴하는 데 목적을 둔 소멸 작전은 펼칠 수 없다.

몬스터의 눈을 피해 몰래 움직일 수 있는 아룡의 대지와 같은 협곡이 있는 게이트가 아닌 사방이 훤히 뚫려 있는 초원 게이트였고, 중국에서 전달한 정보에 따르면 가디언인 포 핸드 오우거의 명령에 따라 몬스터들이 전쟁을 멈췄기 때문이다.

가디언의 명령을 따라 영역 확장을 위한 전쟁을 멈췄다. 그건 종족은 달라도 게이트의 몬스터들이 포 핸드 오우거를 ‘왕’으로 모시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즉, 싸워야 한다는 건데.”

몬스터들과 정면 대결을 한다.

아니면 몬스터들과 정면 대결을 하며 소수 정예 게이트의 핵 파괴조를 움직여 게이트의 핵을 파괴한다.

“흐음.”

무슨 방법이 없을까.

헌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몬스터의 피해를 최대화하는 무슨 방법이 없을까.

S급 헌터.

움직였다. 헌터 연합 전체가 움직인 것은 아니지만 중국과 가까운 국가, 그 국가의 S급 헌터들은 전부 소멸 작전에 참가하기로 했다.

게이트가 폭주하면 중국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가까운 모든 국가가 피해를 볼 것이라 확신한 것이다.

“여섯.”

한국에서 한 명, 러시아에서 한 명, 인도에서 한 명, 마지막으로 A급 게이트 폭주 당시에 헌터 연합의 도움을 받아 전 세계의 빚이 있는 아프리카 연합에서 한 명.

중국 S급 헌터 둘을 포함하면 S급 헌터 여섯 명이 이번 작전에 참가한다. 하지만 S급 헌터 여섯 명이 참가하는 게이트는 22만 마리나 되는 몬스터가 서식하는 게이트다.

“방법……. 방법…….”

무슨 방법이 있을까.

광역 마법?

광역 마법을 사용하면 분명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광역 마법 한 방으로 쓰러트릴 수 있는 몬스터는 한정적이다.

전력을 다한다?

그래 봤자 1만 마리도 못 쓰러트린다.

“정령술?”

상급, 최상급 정령이 아닌 이상, 몬스터에게 줄 수 있는 피해는 마법과 마찬가지로 한정적이다.

마법도, 무공도, 정령술도 헌터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으으음. 가장 좋은 마법은 역시 현대 무기인데.”

이능이 아닌 과학의 힘.

“핵이라도 날릴 수 있으면 좋은데.”

불가능하다.

게이트의 입구는 브레이크 현상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에 거대해진다. 그 전까지는 수십 명이 한 번에 입장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

“흐음?”

고민에 잠겨 있던 한율이 팔짱을 풀고 키보드, 그리고 마우스 위에 손을 올렸다. 최소화 버튼을 눌러 대초원 게이트 사진을 아래로 내리고 새로운 인터넷 창을 열었다.

검색창 위에 마우스를 한 번 클릭 후 다시 ‘대초원 게이트’를 작성.

한율이 게이트 내부가 아닌 게이트 입구 사진을 클릭했다.

다른 게이트의 입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수십 명의 사람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

한율이 멍하니 게이트 입구 사진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거래창.”

눈앞에 떠오르는 거래창.

한율이 손을 가볍게 흔들어 거래창을 없애고 다시 입을 열었다.

“거래창.”

다시 거래창이 생성됐다. 하지만 위치가 달랐다.

처음과는 다르게 마우스 옆에 생성된 거래창.

“…….”

거래창은 원하는 곳에 띄울 수 있다. 시야에 닿는 곳이라면 어디에도 띄울 수 있고, 자신은 그런 거래창의 특징과 염동력 마법을 사용해 검은 가면에게 큰 피해를 준 적이 있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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