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51화 (151/221)

151 문장현과 김지현(1)

“…….”

침묵이 찾아왔다.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환성이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창웨이를 바라봤다. 한국 헌터 협회의 소속된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한번 말씀드릴까요?”

한율이 빙긋 웃으며 물었다.

“……알고 있습니다.”

“저는 게이트, 그리고 몬스터의 위협을 걱정해서 전국, 아니 전 세계에 마법을 전파했습니다. 명예나 돈 때문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마법을 공개했습니다. 마법이 기술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완전 공개를 하지 않고 길드를 만들어 길드원들에게만 공개할 수 있었죠.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왜?

살기 위해서.

“중국, 배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 않겠습니다.”

중국에‘만’ 마법을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류페이를 이용하지 마라.

“이해했습니다.”

창웨이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한율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두 번째 부탁입니다.”

“…….”

“마법사의 탑의 마법사, 류페이의 가족들을 한국으로 모셔 오고 싶습니다.”

“…….”

다시 한번 침묵이 찾아왔다.

헌터 협회 관계자는 물론 국가를 대표해 회의에 참석한 유지태는 불쾌감을 느껴 인상을 찌푸린 채 바라봤고, 한율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바라봤다.

그때였다. 작게 호흡을 고른 창웨이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거절하면 어떻게 됩니까?”

“주문서, 아티팩트, 포션, 마법서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마나 호흡법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마법 장비 및 소모품은 판매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가능하겠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현재 국가에서 진행하는 마법을 통한 농업, 공업 발전 연구에서 제외합니다. 중국 측에서 지원 요청을 해도 마법사의 탑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3개월 후에 진행하는 인챈트 사업에도 배제됩니다.”

“인챈트?”

“기존 장비에 마법을 부여하는 기술입니다. 아, 창웨이 부협회장님은 헌터십니까?”

“예. C급이지만 헌터입니다.”

“다행이네요. 제 옷을 감정해 보십시오.”

“…….”

“……해 보시면 인챈트가 무슨 기술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겁니다.”

“가, 감정.”

이름: 강석호의 윈드 워리어 갑옷.

설명: 제작 능력자, 강석호가 만든 갑옷. 한율의 마법이 부여되어 있다.

효과1: 피해 20% 감소. 방어 마법 효과 15% 증가.

효과2: 실드 마법 사용 가능.

“……효과 추가. 아니, 스킬 추가.”

창웨이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효과가 추가되었다. 그것도 ‘효과2’라는 항목이 새로 생겨 확실하게 다른 힘이 부여되어 효과가 추가되었다는 것을 알려 줬다.

창웨이만 감정 시스템을 사용해 한율의 갑옷을 확인한 것이 아니다. 김환성도, 회의에 참석한 각성자들도 자연스럽게 감정 시스템을 사용해 갑옷을 확인했다.

“사용 가능은 무슨 뜻이냐?”

김환성이 효과2 항목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마법진이 지워지면 사용 불가라고 바뀌더라고요.”

“그래?”

“네.”

“흐음, 마법진이 파괴되면 부여된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라.”

“마법으로만 지워지는 잉크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니 주의해야 할 점은 장비가 파손되며 마법진이 파손될 때.”

“……공개가 언제라고?”

“3개월 후요.”

“이 공개하는 인챈트라는 기술. 너만 가능하냐?”

“아뇨. 1서클 마법사도, 2서클 마법사도 가능해요.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1서클 마법사는 1서클만?”

“예.”

“그건 조금 아쉽군.”

“만약 고서클 마법진을 그릴 수 있다고 해서 마법진의 힘을 빌려 고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가디언 드레이크도 한 방이었죠. 뭐, 3서클부터는 4서클 마법진을 그리고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바뀌지만요.”

“……큭.”

피식 실소를 터트렸던 김환성이 다시 고개를 돌려 창웨이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와 대화를 나누던 한율도 다시 고개를 돌려 창웨이를 바라봤다.

“시간을 드릴까요?”

“예.”

“1년간 중국 측에 아티팩트를 판매하지 않겠습니다.”

“……예?”

“얼마나 드릴까요?”

“사, 삼십 분.”

“1년간 인챈트 기술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만약 중국 측 헌터가 인챈트 기술이 부여된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확인될 경우, 중국은 마법사의 탑에 마법사를 가입시킬 수 없습니다.”

몰래 하면 된다?

그럴 수 없다.

창웨이가 타인의 장비도 확인할 수 있는 감정 시스템의 특징을 떠올리고 눈을 부릅뜨자 한율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또 뭐 필요한 거라도 있습니까? 만약 류페이와의 독대를 요청하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30분만 기다려 주십시오.”

“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한율은 방긋 웃으며 대답했고, 창웨이는 헌터들과 함께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회의실에 자리 잡은 회의 참석자들에게 어떠한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

“역시 스파이냐?”

창웨이와 중국 헌터들이 회의실을 빠져나간 직후였다. 잠시 류페이를 바라보던 김환성이 한율에게 물었다.

“네. 아닌 게 더 이상하죠. 자료도 자료지만 류페이 씨가 면접 때 보여 준 게 있는데.”

“하긴.”

헌터 협회는 류페이에게 감시자를 붙였다. 감시자의 보고가 없어서 아직 스파이로서 활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조용해서 잊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상황은?”

“나쁘지 않아요. 힘이나 권력으로 묶는 것보다는 돈과 가정의 안전으로 묶어 뒀다고 하니까요.”

“뇌물과 감시자군.”

그게 그거긴 하다. 그래서 한율은 피식 실소를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환성도 마찬가지였다. 그 또한 작게 실소를 터트렸다.

“류페이 씨.”

“예. 협회장님.”

“귀화할 생각이십니까?”

“그건 아닙니다.”

귀화는 하지 않는다.

김환성이 고개를 돌려 한율을 바라봤다.

“억압당하지 않을 때까지 가족이 안전했으면 한답니다.”

만약 류페이가 당국의 명령을 거부할 경우, 그의 가족들이 위험에 처할 수가 있다. 물론 직접적으로 위험에 처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사고를 일으키거나 증거 없는 협박 정도.

“힘을 기르고 가족들과 함께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입니까?”

“예.”

“차라리 귀화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김환성의 말대로 귀화를 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 아니, 안전했지만 류페이는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의 목표를 이룰 수 없습니다.”

“목표?”

“마법 전파.”

김환성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한율을 바라봤고, 한율이 작은 미소를 머금은 채 류페이를 바라봤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었다고 판단된 이들은 자국으로 복귀해 마법을 전파하라고,”

“정확하게는 마탑 지부를 설치할 테니 거기 지부장 맡으라고 했죠.”

“……같은 말 아닙니까?”

“그건 그렇죠.”

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율은 교육을 받는 마법사들에게 자주 말했다.

“마탑 지부를 각국에 설치할 겁니다. 그리고 그 지부는 4서클 마법사들이 책임을 지고요. 뭐, 거창하게 책임을 진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무거운 자리는 아니니 부담 갖지 마세요. 주에 한 번 마법 강의를 하고, 자국어로 된 마법 강의 영상을 찍어 배포하는 게 끝이니까요. 운영이요? 마법서, 아티팩트, 주문서 판매요? 그건 사람 고용해서 그들에게 맡겨야죠.”

마탑 지부를 설치할 것이다.

각국에 설치된 마탑 지부는 교육 중인 마법사 중 4서클에 오른 이가 책임진다.

“…….”

김환성이 다시 고개를 돌려 류페이를 바라봤다.

한율의 목적을 위해 귀화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충성심 때문이 아니었다.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잖아요.”

다시 들려오는 한율의 목소리에 김환성이 고개를 돌렸다.

“올해만 해도 중국에서 일어난 사건이 A급 게이트 폭주 사건, B+등급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초대형 게이트의 생성. 여기서 끝이냐. 퀘스트 시스템의 생성으로 A등급 이상인 게이트가 생성될 수도 있죠.”

“……그래서?”

“류페이 씨는 중국인들의 안전을 위해 귀화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중국에 판매되는 주문서의 수량은 매우 적다. 또한, 공급이 되어도 민간인의 안전을 위해 제작된 마법 주문서는 고위급 간부 또는 엄청난 재력을 가진 자산가들이 구입한다. 하지만 마법사의 탑 지부가 중국에 설치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고위급 간부, 또는 자산가들만이 보유하던 주문서를 일반인들도 가질 수 있다.

마법사도 새로 육성할 수 있다.

“마탑 지부 직원이 유출할 수도 있지 않느냐.”

“그건 불가능해요.”

어렵다가 아니다. 불가능하다.

“불가능?”

“네. 호흡법을 제외한 모든 걸 공개할 거니까. 그러니까.”

한율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생각을 정리하듯 눈만 깜박이며 김환성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자연스럽게 마나를 퍼트려 창웨이의 위치를 확인한 그가 사이코키네시스 마법을 사용해 회의실 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 앞에 서 있는 창웨이와 중국 헌터 그리고 통역사.

“싹 다 공개합니다. 그리고 모든 걸 허락합니다.”

상황이 재밌게 돌아간다고 생각한 걸까. 고개를 돌린 김환성이 창웨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허락이라니?”

“판매와 교육이죠.”

“판매는 주문서와 아티팩트냐?”

통역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천천히 통역을 하던 그는 한율, 김환성이 어떠한 말도 하지 않자 빠르게 두 사람의 대화를 창웨이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마법서도요.”

“그럼 교육은 뭐냐?”

“지금 마탑이 하는 것처럼 마법사 지망생들을 모아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아, 물론.”

천천히 고개를 돌려 김환성을 바라본 한율이 다시 창웨이를 바라봤다. 통역을 마친 것인지 중국인 통역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바로 말을 이어 갔다.

“마탑 지부가 설립되어야 가능한 이야기죠.”

***

협회장, 리훤과의 통화는 짧았다.

일단 허락한다. 한율이 직접 중국을 방문해 대초원 게이트 소멸 작전에 참가할 테니 그때 다시 이야기를 꺼내 정리한다.

한율이 중국을 방문하기 전까지 류페이의 가족들에게 접근해 그들을 설득한다는 이야기가 빠지기는 했지만, 창웨이는 빠르게 리훤의 생각을 읽고 회의실로 향했다.

“그 말인즉슨, 지부가 설립되면 중급 마나 호흡법도 공개한다는 것입니까?”

“네.”

“한율 님의 말씀대로 몬스터, 그리고 게이트의 위협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초급 마나 호흡법보다 효율이 좋은 상위 마나 호흡법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해를 못 하니까요.”

“……예?”

“기초는 지반을 닦고, 초급은 기둥을 세웁니다. 중급은 지붕을 올리고 벽을 세우고요. 간단하게 말하면, 마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호흡법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위 마나 호흡법을 배우면 마나 홀이 파괴되거나 마나의 길, 즉 마나 로드가 찢어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기초만 공개한 것입니까? 아직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네.”

“가능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죠. 열 명 중 한 명 정도?”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