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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48화 (148/221)

148 휴식(4)

“인챈트와 연구는 끝났고. 이제 남은 건…….”

없다. 평소처럼 오전에는 교육을 하고, 오후에는 게이트 활동을 하고, 저녁에는 개인 수업 및 제작에만 집중하면 된다.

“게이트 활동.”

하기는 해야 한다.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그리고 또 언제 일어날지 모를 게이트의 변화를 대비해서 ‘소멸’을 중점으로 한 게이트 활동을 해야 한다.

마탑은 수호 길드가 아니다. 그러니 헌터 협회, 또는 수호 길드의 의뢰를 받아야만 게이트 소멸 작업을 할 수 있…….

한율이 다시 스마트폰을 들었다.

이번에 전화를 건 사람은 헌터 협회를 이끄는 협회장, 김환성.

-사고 쳤냐?

“저는 사고를 친 적이 없는데요.”

-……그렇긴 하지. 근데 왜 네 이름만 보면 깜짝깜짝 놀라는 걸까. 그래서 무슨 일이냐.

“법률이 개정될 가능성 있나요?”

-뭔 법률.

“게이트 관련 법률.”

오랜 게이트 활동을 위해 폭주 기한까지 3일에서 5일 정도 남았을 때 소멸 작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목적을 위해 게이트를 방치한 결과, 대한민국은 몬스터의 대규모 침공을 당했다.

막아 내기는 했다. 하지만 게이트를 방치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뉴스를 통해 자주 들려왔다.

-딱 1회만 남기는 것으로 개정될 거 같기는 하다.

“바로바로 소멸 안 하고요?”

-바로바로 소멸하면 헌터들이 성장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딱 1회만 남기기로 했다.

“언제 개정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내가 정치인이냐?

모른다는 답변.

한율은 알겠다는 말을 끝으로 김환성과의 통화를 마치고 고개를 돌렸다. 김환성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쯤 익숙한 마나가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딸랑.

카페에 들어서는 미녀 삼총사.

카페를 나가던 남자들이 제자리에 서서 그녀들을 바라봤고,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녀들을 바라봤다.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다. 하지만 환한 미소와 함께 다가오는 그녀들을 빤히 바라보던 한율은 그렇게 인사를 건넸다.

“왔냐. 엔젤 트윈스.”

“……하지 마. 그거 하지 마.”

“오빠아.”

“하하하하!”

***

하루에 두 마리.

사흘 동안 총 여섯 마리의 늑대 흙강시를 구입한 레스트가 물끄러미 전방을 바라봤다.

“많기는 정말 많군.”

삼십만.

레스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몬스터 군대를 살폈다.

오우거, 트롤과 같은 거인형 몬스터들이 선두에 서 있었고, 그런 거인형 몬스터의 양옆에 멧돼지, 호랑이와 같은 동물형 몬스터에 탑승한 오크와 고블린이 있었다.

좌익에는 웨어울프가 울프 몬스터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었고, 우익에는 몬스터의 숲의 북동쪽, 늪지를 지배하고 있던 리자드맨이 대기하고 있었다.

“거인형, 동물형 몬스터를 지배하는 존재가 인간형 몬스터.”

레스트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선두에 서 있던 오크와 고블린이 양옆으로 물러나자 지팡이를 들고 있는 거대한 고블린이 앞으로 걸어 나와 선두에 섰다.

“그것도 고블린.”

코볼트와 함께 가장 위험이 되지 않는 인간형 몬스터, 고블린.

그것도 고블린 로드가 아닌 고블린 주술사.

“주술 능력은 극대화되고, 진화를 하며 통역 능력을 얻은 건가…….”

처음에는 주술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원의 조각을 흡수한 주술사가 진화를 한 것이다.

주술력, 그리고 지성은 진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그러니 차원의 조각을 통해 통역 능력을 얻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장 약한 종족이 강한 종족을 복속시킬 수 없을 테니까.

“흐음.”

통역.

가설에 불과하다. 약한 종족이 강한 종족을 복속시켰다는 상황을 통해 만들어 낸 단순한 가설에 불과하지만, 생각보다 그럴듯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키에에엑!”

동족 살해자들이 눈앞에 있다!

“키에에엑!”

우리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키에에엑!”

동족의 복수를 위해!

“키에에엑!”

전쟁을 시작한다!

“호오.”

고블린 주술사의 괴성만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대체 무슨 이유인지 놈의 말을 해석할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레스트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봤다. 기사, 병사, 용병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이 놀란 표정을 짓거나, 당황한 표정으로 고블린 주술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정하라! 몬스터의 숲을 지배하는 놈이다! 이능의 힘을 가진 것은 이미 예상한바!”

50대 중반의 사내.

새하얀 백마를 타고 있는 적발의 사내가 혼란을 잠재우고 검을 꺼냈다.

기사는 몰라도 병사와 용병들은 마나를 담아 큰 목소리로 외쳐도 냉정을 찾지 못할 것이다.

우우우웅.

붉은 오러.

적발의 사내가 가문 특유의 적색 오러를 검신에 두르고 높이 들어 올렸다.

“우, 우와아아아아!”

“그래! 우리에게는 페넌 공작님이 계신다!”

병사들이 무기를 번쩍 들고 함성을 질렀다.

빠르게 냉정을 찾았던 기사들도 이 상황을 놓칠세라 말을 몰아 사방을 돌아다니며 소리쳤다.

“오러 마스터가 우리와 함께한다!”

“왕국의 마법사단이 우리를 지키고 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몬스터를 죽여라!”

병사들은 물론 돈을 벌기 위해 이번 몬스터와의 전쟁에 참가한 용병들도 피가 끓어올라 무기를 번쩍 들고 함성을 질렀다.

“……조금 과한 것 같지만.”

사기가 너무 올라간 느낌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레스트가 피식 실소를 터트리고 전방을 바라봤다.

고블린 주술사가 아군의 사기를 끌어올렸고, 대륙 북서쪽에 위치한 이테아 왕국의 오러 마스터, 페넌 공작이 아군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이미 준비는 마친 상태.

“후우.”

작게 심호흡을 한 레스트, 6서클 마스터이자 S등급 용병이 앞으로 나와 지팡이를 내밀었다.

몬스터 군대가 공격하면 놈들의 진격에 맞춰 마법을 사용하기로 약속했기에 레스트는 기다렸고, 주술사의 외침과 함께 몬스터 군대가 진격하자 주문을 외웠다.

영창 완료.

레스트는 힐끔 페넌 공작을 훔쳐봤고, 눈이 마주친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전방을 바라보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파이어 스…….”

6서클 광역 마법, 파이어 스톰.

“……?”

파이어 스톰을 사용해 거인형 몬스터에게 치명상을 입히려던 레스트가 마법을 사용하는 대신 눈을 가늘게 뜨고 전방을 바라봤다.

신기루처럼 몬스터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신기루처럼 공간이 일그러져 순간적으로 몬스터가 둘로 나뉘었다가 다시 하나가 되었다.

그림자도 둘, 셋으로 나뉘었다가 하나로 돌아왔다.

“뭐, 뭐지?”

“주술사의 농간인가!”

놈들의 진격을 기다리던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는 갸웃하며 전방을 바라봤고, 누군가는 주술사의 농간이라 판단한 듯 전방에 배치된 병사들을 다독였다.

‘……뭐지?’

마나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일루전 마법을 펼친 것처럼 공간이 일그러졌고, 몬스터들이 갑작스레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때였다.

쿠웅!

마치 거대한 돌덩어리가 높이 솟아올랐다가 떨어진 것처럼 커다란 굉음이 레스트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레스트가 고개를 홱 내려 땅을 확인했다. 커다란 굉음이 일어난 것과는 다르게 땅 흔들림은 일어나지 않았다.

레스트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커다란 굉음 때문인지 선두에서 달려오던 고블린 주술사가 가만히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플라이.”

페넌 공작의 명령이 있었지만 레스트는 파이어 스톰을 취소하고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

삼십만의 군대 중앙에 정사각형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깊은 절벽을 연상시키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구멍이 생겼고, 몬스터들이 그 구멍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마나도, 신성력도, 마계의 마나인 암흑 마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진화한 몬스터들이 이능을 사용할 경우에 느낄 수 있는 이질적인 기운도, 정령사들이 정령술을 사용할 때마다 느낄 수 있던 자연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일루전 마법이 펼쳐진 것처럼 공간이 일그러졌고, 그 후에 커다란 굉음이 일어났다.

죽음의 흔적도 없었다.

마치 이동 마법으로 공간 전체를 이동…….

“차원 이동.”

차원 이동이 일어난 장소를 본 적이 있다. 구멍 안, 아주 깨끗한 벽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던 레스트가 바로 정신을 차리고 페넌 공작의 옆으로 내려왔다.

“기이가 일어났습니다.”

몬스터의 대륙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인간과 이종족이 함께 살고 있는 대륙에도 퍼졌다.

직접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공간 전체가 이동 마법에 걸린 것처럼 사라지는 현상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사람들은 그 현상을 ‘기이하다’고 해 ‘기이’라고 불렀다.

“병력은?”

“대략 10만입니다. 거기다 군대 한복판에 바닥이 보이지 않는 구멍이 생겼습니다.”

“이용할 수 있다?”

기이를 직접 목격해서 당황해하던 페넌 공작이 바로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예.”

“알았네. 그리고 다시 거인형 몬스터를 맡아 주게.”

“맡겨 주십시오.”

고개를 살짝 숙인 레스트가 다시 자리로 복귀했다. 그는 다시 주문을 영창하는 대신 메모라이즈 마법에 저장해 둔 파이어 스톰을 사용했고, 활활 타오르는 거인형 몬스터를 확인한 페넌 공작이 진격 명령을 내려 처음부터 총공격을 감행하자마자 대화창을 열었다.

“한율 님.”

***

[레스트: 한율 님.]

“음?”

오랜만에 먼저 연락을 했다. 점심 식사를 마친 직후였다. 연구실로 돌아와 마법서를 읽으며 동료들을 기다리던 한율이 마나를 퍼트려 주변을 확인하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필요한 거라도 있으세요?”

[레스트: 기이가 일어났습니다.]

“기이?”

[레스트: 아, 차원 이동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소파에 편히 앉아 있던 한율이 허리를 꼿꼿이 폈다.

“차원 이동?”

[레스트: 예. 방금 차원 이동이 일어났습니다.]

“지형은요?”

[레스트: 초원입니다.]

평야.

레스트에게 들었다. 몬스터들은 주(住)와 식(食)을 해결하기 위해 숲에서 살고 있다고 말이다.

“방금 확인했다는 것은 지금 현상이 일어난 장소에 계신다는 거네요.”

[레스트: 그렇습니다.]

“그럼 몬스터의 숫자는요?”

평야다. 그래서 몬스터의 숫자가 적어 E급, D급 게이트가 생성될 것으로 생각했다.

[레스트: 20만입니다.]

“스물이…….”

말끝을 흐린 한율이 눈을 가늘게 뜨고 메시지창을 다시 읽었다.

“20만?”

[레스트: 예. 20만 마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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