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46화 (146/221)

146 휴식(2)

진심 가기 싫다.

그냥 소파에 누워 잠을 자고 싶다. 하지만 중요한 일이었기에 자신에게 부탁하는 것이 분명했다.

“언제까지 가면 되는데?”

-2시. 올 때 꼭 마스크 쓰고 모자 쓰고.

“어.”

-군복 입고 오면 죽여 버릴 거니까. 그렇게 알고.

“……어.”

-도착하면 전화 주고.

한유라가 먼저 통화를 끝냈다. 아주 작은 조각이 남아 손톱을 이용해 비늘을 떼어내던 한율이 짧은 탄성과 함께 1서클 파이어 마법을 사용해 비닐을 태워 버리고 클린 마법과 아쿠아 마법으로 플라스틱을 닦은 후에 쓰레기를 들고 엘리베이터에…….

“아.”

5층에 가서 USB를 챙겨야 했고,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엘리베이터에 오른 한율이 버튼을 누를 생각도 못 한 채 양손에 들고 있는 봉투를 빤히 바라보다가 거래창을 열어 봉투를 집어넣고 5층으로 이동했다.

먼저 한유라의 방…….

“…….”

거실 소파에 축 늘어져 잠을 자고 있는 김세혁.

부러운 눈으로 김세혁을 바라보던 한율이 한숨과 함께 한유라의 방에 먼저 들러 USB를 챙기고 자신의 방으로 이동해 옷을 갈아입었다.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로 갈아입은 한율이 모자와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쓰레기를 버린 한율이 고민 끝에 청일 그룹에서 무료로 대여해 준 차량에 탑승했다.

“음? 안 쉬십니까?

“유라가 가져다 달라는 게 있어서요.”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하는 한율의 모습에 큭큭 웃은 헌터가 액셀을 밟았다.

“한국대였죠?”

“네.”

한유라는 유세희, 이유리와 함께 한국대에 합격했다.

공부를 멈춘 시간이 있음에도 그녀는 한국대에 합격했다. 학과는 전부 달랐지만 오랜 친구였던 세 소녀는 함께 대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유세희는 연극영화과.

이유리는 경영학과.

한유라는 몬스터 조사학과.

“유라가 그쪽을 선택할 줄은 몰랐는데.”

평범하게 인문, 또는 교육 관련 학과를 선택할 줄 알았다. 하지만 한유라는 게이트, 그리고 몬스터의 출현과 함께 신설된 몬스터 조사학과를 선택했다.

‘나 때문인가.’

잠시 고민하던 한율이 학과를 결정하자마자 자신에게 했던 그녀의 말을 떠올렸다.

“만약 대학교에 간다면 몬스터, 마나, 게이트와 관련된 학과를 선택하려고 했어. 오빠 때문이 아니라.”

진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게 결정이 난 후에 학과를 밝힌 그녀였다.

“아.”

뒷좌석에서 들려오는 짧은 탄성에 운전을 하던 헌터와 보조석에 앉아 있던 헌터가 백미러를 이용해 한율을 바라봤다.

“조금 자도 되죠?”

“네. 도착하면 깨워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율이 감사 인사를 전하고 바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렇게 몇 분도 아닌 몇 초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 그가 규칙적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조금 쉬셨습니까?”

운전석에 앉아 있던 헌터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보조석에 앉아 있던 헌터가 백미러를 통해 잠이 든 한율을 바라보고 대답했다.

“교육이 있지 않습니까?”

“허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운전석에 앉은 헌터가 다시 물었다.

“몇 시까지 도착하면 되는 겁니까?”

“2시입니다.”

“넉넉하군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헌터, 그는 천천히 속도를 줄이는 것도 모자라 아주 부드럽게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

저벅저벅.

“……와. 씹. 존나 예쁘네.”

벤치에 앉아 피로를 풀던 남자의 말에 그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고개를 돌렸다.

한 여성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청바지와 새하얀 반팔 티셔츠.

가벼운 복장을 한 단발머리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여성.

“몬스터 조사학과네.”

“새로 신설된?”

“어. 작년에 신설된.”

한국대 몬스터 조사학과는 작년에 신설된 학과였지만 몬스터, 게이트 그리고 마나라는 이능의 등장과 함께 떠오른 1순위 학과였다.

몬스터 조사학과를 졸업한 졸업생은 헌터 협회, 또는 헌터 길드에 대기업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취직할 수 있는 학과였기 때문이다.

이유?

일반인임에도 임의로 몬스터를 조사할 수 있는 조사관 자격증을 발급받는 것은 물론, 고등급 헌터들에게만 허락되는 특별 몬스터 도감을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특별 몬스터 도감과 공개된 몬스터 도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글자로만 작성된 일반 몬스터 도감과는 다르게 특별 몬스터 도감에는 동영상이 첨부되어 영상을 확인, 미리 몬스터의 특징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특별 몬스터 도감에 첨부된 영상은 조사관들의 관찰 능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첨부된 영상이었지만 말이다.

저벅저벅.

“후우.”

유세희, 이유리와 함께 걸을 때는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수군거리는 일이 없었다. 또한…….

“저기.”

다가오는 사람도 없었다.

처음과는 다르게 속으로 한숨을 내쉰 한유라가 작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돌렸다.

잘생긴 남자가 자신의 옆에 서 있었다.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것을 보아 헌터로 추측된다.

“아, 네.”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받아 주지만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한유라가 말을 받아 주자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던 미남이 황급히 걸음을 옮겨 다시 옆에 나란히 서서 그녀에게 말했다.

“헌터학과 신입생, 이예찬이라고 합니다.”

“아, 네. 그래서 무슨 일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작게 호흡을 고른 이예찬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으려 할 때, 위기감을 느낀 한유라가 먼저 고개를 홱 돌려 정문을 확인했다.

차가 있고…….

“오빠!”

오빠가 있다!

큰 목소리로 소리친 한유라가 속도를 높여 달려가자 잠시 멈칫했던 이예찬이 주먹을 불끈 쥐고 그 뒤를 따랐다.

한유라, 유세희, 이유리.

아름다운 세 소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또한, 많은 남성들을 따라붙게 만들었지만 그 누구도 추파를 던지지 못했다.

검은 양복과 선글라스, 그리고 청일 그룹의 마크가 떡하니 붙어 있는 이유리의 경호원이 그녀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예찬은 몬스터 조사학과의 여신인 한유라가 혼자 움직이는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던 이예찬이 정문에 가까워질수록 속도를 줄였다.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써서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단단한 육체와 아주 비싸 보이는 검은색 외제 차가 문제였다.

“이거 맞지?”

“어. 고마워. 쉬고 있었는데 미안.”

“됐…… 하아암.”

소리를 내서 하품을 한 한율이 눈가를 비비고 다시 한유라에게 말을 걸려고 할 때였다. 그의 시선이 한유라의 뒤에 서 있는 이예찬에게 향했다.

“친구냐?”

“……어, 친구.”

바로 뒤에 같은 학교의 학생을 두고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기에는 미안했던 한유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한율의 시선이 다시 이예찬에게 향했다.

“…….”

“……헌터학과 1학년, 이예찬이라고 합니다. C등급 헌터입니다.”

“오.”

잘 단련된 육체와 마나 호흡법이 공개되자마자 마나 호흡법을 터득했는지 마나가 갈무리되어 있다.

잠시 주변을 쓰윽 둘러본 한율이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손을 내밀었다.

“유라 오라비 되는 사람입니다.”

“……아.”

전문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은 없지만, 뉴스 또는 인터넷에서 매일 보는, 특히 헌터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람.

“하, 하하, 한율 님?”

“네. 우리 동생 잘 부탁드립니다.”

“……아닙니다. 그리고.”

“……?”

“마나 호흡법을 공개해 주셔서…….”

말끝을 흐린 이예찬이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마나 호흡법을 터득하기 전까지 이예찬은 D등급 헌터였다. 하지만 헌터로서의 전투 능력은 E등급에 가까웠다. 각성한 능력, 그 능력이 소모하는 마나량이 너무나 커서 한 번 초능력을 사용하면 몸 안을 가득 채운 마나가 전부 소모되기 때문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서 그는 마나 호흡법을 공개한 한율을 만나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

진지한 표정, 진지한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하는 이예찬의 모습에 잠시 턱을 쓰다듬던 한율이 한유라에게 물었다.

“안에 카페 있어?”

“없겠냐? 여기 한국대야.”

대한민국 3대 유명 대학교 중 하나인 한국대였다.

“너는 바로 들어가야 되냐?”

“어.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깐 나온 거여서.”

바쁘기는 했는지 스마트폰을 이용해 시간을 확인하는 한유라의 행동에 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얼른 가 봐.”

“바로 돌아갈 거야?”

“바로 돌아가면 카페가 있냐고 물어보지도 않았지. 몇 시에 끝나는데?”

“2시간만 기다려.”

휴식은 물 건너갔다. 한율은 고개를 끄덕였고, 몸을 돌린 한유라가 수업 준비를 위해 달려가자 자연스럽게 이예찬을 돌아봤다.

“시간 있으세요?”

“예?”

“아, 궁금한 게 있어서요.”

***

“여기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아, 감사합니다.”

천천히 카페로 이동하며 정체를 밝히지 말라고 부탁한 덕분인지 이예찬이 작은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럼 바로 물어볼게요.”

“예.”

“있었으면 싶은 거 있나요?”

“……예?”

“주문서가 있고, 아티팩트가 있죠.”

마나 호흡법, 그리고 1서클 마법이지만 마법을 공개했다. 지금 당장 여기서 또 일을 늘릴 수는 없다. 하지만 미리 헌터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기억에 남겨 두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었다.

헌터가 성장하면 그만큼 게이트, 그리고 몬스터에게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

“헌터에게 필요한 게 무엇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거든요. 이게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나요?”

“있었으면 좋겠다…….”

“아, 물론 하는 일이 많아 당장은 어렵지만, 준비는 가능하거든요.”

“그렇군요. 저는.”

중급, 아니 초급 마나 호흡법의 공개다. 대량의 마나를 소모하는 초능력을 각성한 이예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상위 단계의 마나 호흡법이었지만 그 외에도 있었으면 하는 게 많았다.

‘아티팩트의 빠른 도입?’

아티팩트는 판매되고 있다.

“마나 회복, 또는 마나를 저장하는 아티팩트가 있었으면 합니다.”

“이유가 뭐죠?”

한율이 커다란 유리컵을 내려놓고 물었다.

“헌터 중에는 대량의 마나를 소모하는 초능력을 각성한 헌터들이 있고, 그들은 실제 등급보다 낮은 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마나 호흡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헌터들도 있지만 해결하지 못한 헌터들도 있습니다. 제가 그런 케이스죠.”

“그래서 마나 회복, 또는 마나를 저장하는 아티팩트?”

“예. 아니면…….”

말끝을 흐린 이예찬이 잠시 고민했다.

아티팩트는 매우 유용한 헌터 장비다. 횟수의 제한이 있지만 각성한 능력 외 또 다른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주문서도 마찬가지다. 일회성, 그리고 찢어야 발동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 위급한 상황에서는 사용하는 것은 무척 어렵지만, 휴대가 간편하고 아티팩트처럼 각성 외에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어 매우 훌륭한 헌터 장비였다.

마나 호흡법, 그리고 마법.

고민에 잠겨 있던 이예찬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물었다.

“저…….”

“말씀하세요. 손은 들지 마시고.”

“인챈트는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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