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42화 (142/221)

142 준비 시간(2)

4월 1일.

대한민국을 방문한 장비 제작자들이 떠났다.

5월 13일.

중국, 아프리카 연합으로 지원 나간 S급 헌터들이 복귀했고, 그들을 대신해 군사 분계선을 지키던 마법사의 탑, 레온 길드, 그리고 발키리 길드가 의뢰를 종료했다.

6월 1일.

마법사의 탑은 다시 마법사들을 모집했고, 수많은 마법사 지망생들이 대한민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6월 15일.

“후우.”

홀로 4층 연구실을 찾은 한율이 작게 심호흡을 하고 책상 위를 바라보며 감정 시스템을 사용했다.

“감정.”

이름: K-99.

설명: 장비 제작자 순신이 한율을 위해 제작한 소총.

효과: 피해 35% 증가.

붙어 있는 효과는 하나다. 하지만 증가하는 피해가 크다. 어마어마하게 크다.

무게?

S급 장비 제작자답게 무게도 가볍다. 지금까지 사용한 K-7과 비교하면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한율이 거래창을 열어 K-99을 회수하고 붉은색 구슬을 꺼냈다.

“감정.”

이름: 드레이크의 심장.

설명: 조제사 테일러가 조제한 환약.

효과: 신체 강화(18~20%).

13%에서 18%까지 올라간 드레이크의 심장.

드레이크의 심장만으로 조제한 것이 아니다. 테일러는 다양한 영초 및 몬스터에게서 가끔 구할 수 있는 내단을 요구했다.

물론 한율은 그 요구를 전부 수용했다.

“좋아.”

오래 걸릴 것이다. 그래서 출입 금지 팻말을 문에 걸었다. 화이트와 초코가 찾아올 것을 대비해 치킨 다섯 마리를 약속하고 연구실로 내려왔다.

전화도 끊었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가족들에게 영약 복용 사실을 알렸다.

“먹자.”

드레이크의 심장을 복용해도 6서클에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체 능력이 향상될 것이고, 마나 홀이 커질 것이다. 마나의 길도 크고 단단해져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마나량이 늘어나 마법 효과도 증폭될 것이다.

한율이 드레이크의 심장을 복용하고 마나 호흡법을 돌렸다.

최대한 신체 능력을 높이고, 최대한 마나 홀을 증가시킨 후에 복용할 생각이었다. 현재 능력치의 퍼센트만큼 증가하는 영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용을 미루고 있었지만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6월 20일.”

“뭐가요?”

“아크럼 토벌 작전. 참가할 거냐?”

김환성에게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

각성 범죄자 조직, 아크럼.

골치 아픈 놈들이다.

만약 이놈들이 괴상한 목적을 두고 뭉친 집단이라면 빠르게 헌터들을 모아 토벌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크럼은 지배, 정복과 같은 소설, 영화, 게임에서나 나오는 특이한(?) 범죄자 집단이 아니었다.

놈들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범죄자 집단, 사리사욕을 위해 만들어진 범죄자 집단이었다.

“S급 헌터라는 소문 때문에 커진 거지.”

각성 범죄자 집단, 아크럼의 수장이 S급 헌터라는 소문이 있었고, 범죄를 저질러 도망자가 된 사람들은 그 소문을 듣고 아크럼을 찾았다.

실제로 A급 각성자가 수장이 아닌 조직 간부로 있었기에 진실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

저벅저벅.

발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린 김환성이 회의실 입구를 바라봤다.

끼이익.

“왔냐?”

“예. 잘 지내셨습니까?”

대한민국 S급 헌터, 이강현.

김환성은 고개를 꾸벅 숙이는 이강현에게 자리를 권유하고 다시 보고서를 읽었다.

아크럼의 본거지를 확인한 후 헌터 협회는 S급 헌터들이 복귀할 때까지 토벌을 미루고 감시를 시작했고, 인내심을 가지고 끈질기게 추적한 결과 본거지 외에 수십 개의 아지트를 찾아냈다.

“총 열여덟 개. 진짜 환장하겠네.”

그냥 몸을 숨기기 위한 아지트가 아니었다. 전부 각성 범죄자들이 드나드는 아지트였다.

“아지트 하나에 백 명.”

대략적인 숫자다. 하지만 대략 100명 정도 되는 각성 범죄자가 아지트에서 활동하고 있다.

“총 천팔백 명.”

1,800명 모두가 대한민국이 국적인 각성 범죄자는 아니었다.

해외 각성 범죄자.

자국의 추적을 피해 대한민국으로 넘어온 각성 범죄자도 포함된 숫자였다.

물론 1,800명 모두 B등급 이상인 각성 범죄자는 아니다. 하지만 회색 가면을 착용한 각성 범죄자가 B등급 헌터였으니 300명 정도는 B등급 이상으로 추정된다.

저벅저벅.

다시 들려오는 발소리.

김환성은 다시 고개를 들었고, 수십 명이나 되는 헌터들이 차례차례 회의실에 도착하자 그들의 인사를 받아 주면서 보고서를 읽었다.

회의까지 남은 시간은 10분.

천천히 보고서를 내려놓은 김환성이 주변을 쭈욱 둘러보고 회의를 준비하는 임지혜를 불렀다.

“지혜야. 율이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응?”

“파파라치가 많아서.”

“……아아.”

연예인도 아닌데 연예인만큼, 아니 연예인보다 더 많은 파파라치를 끌고 다니는 한율이다.

“그렇게 잘생긴 것도 아닌데.”

“쿡쿡.”

임지혜가 웃음을 터트렸다. 김환성도 그녀를 따라 피식 실소를 터트리고 다시 회의실을 살폈다.

빈자리는…….

없다.

자리가 부족해 벽에 등을 기댄 채로 회의를 기다리는 헌터들이 있을 정도로 정말 많은 헌터들이 회의에 참석했다.

무소속 헌터, 길드에 소속되어 휴가를 받고 참석한 헌터, 길드를 이끄는 길드장 자리에 앉은 헌터, 심지어 외국의 헌터까지.

“진짜 지 맘대로 사는 놈들이어서 그런가.”

S급 헌터인 이강현과 정말 믿을 수 있는 몇몇 A급 헌터들을 제외하면 모두 아크럼을 추적하는 피해자 헌터들이었다.

아크럼의 습격으로 장비를 빼앗긴 헌터, 아크럼의 습격으로 가족을 잃은 헌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환성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한쪽에 모여 있는 헌터들을 바라봤다.

오성 그룹.

3년 전, 아크럼은 오성 그룹의 헌터 백화점을 털었다. 그것도 아주 깔끔하게 아공간 주머니를 수십 개나 준비해 백화점을 털었다.

깨끗하게.

장비만 털었느냐?

아니다. 아크럼은 장비, 영약은 물론 현금, 컴퓨터 등등 돈이 되는 모든 걸 털었다.

문득 협회장에 오르기 전, 각성 범죄자 토벌 작전에 참가했던 선배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야. 내가 많은 각성 범죄자와 싸웠지만, 그중에 가장 최악이 어떤 애들인 줄 아냐?”

“누군데요?”

“지 꼴리는 대로 사는 애들.”

“……예?”

“얘네는 그냥 지 맘대로 살아. 목표도, 목적도 없이 그냥 돈이 필요하면 사람 죽여서 돈을 구하고, 집이 필요하면 사람 죽여서 집을 구해. 그래서 제일 무서워. 예상을 못 하거든.”

***

“역시.”

천천히 눈을 뜬 한율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드레이크의 심장을 복용해도 새로운 경지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상체를 좌우로 가볍게 비틀고.

이어 마나를 개방해 신체 능력을 강화한 한율이 마나를 회수하고 걸음을 옮겨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신체 능력이 향상되었다.

감각이 향상된 신체 능력에 맞춰 향상되었다.

마나 홀이 커졌고, 마나의 길이라 불리는 마나 로드가 단단해졌다.

3층, 2층, 1층도 아닌 지하 1층에서 멈춰 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함께 지하 수련장을 이용하는 협회 소속 헌터, 청일 그룹의 헌터, 그리고 국가 소속 헌터.

수련 중인 것은 아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휴게실에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율이 고개를 살짝 숙이는 그들의 인사에 똑같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받고 수련장을 찾았다.

쉬이익! 콰앙!

이대한과 문수원이 대련 중이었다.

쉬이익! 타악!

김세혁이 궁술 수련을 하고 있었고, 송아연이 초능력과 마법을 조합하기 위해 얼음 창, 얼음 화살, 얼음 방패 등을 만들고 있었다.

확인하고 싶어도 사람이 없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던 한율이 어느새 뒤에 따라붙은 청일 그룹의 헌터, 김태산에게 물었다.

“저 좀 도와주실래요?”

“대련입니까?”

“아뇨. 미쳤어요?”

“…….”

“저 마법사입니다. 마법사.”

“제가 아는 마법사는 적에게 가까이 붙어서 총질을 하지도, 수류탄을 무기로 사용하지도 않습니다만?”

“……그래서 안 도와주실 겁니까?”

“하하하! 뭘 어떻게 도와드리면 됩니까?”

“술래잡기요.”

김태산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발목을 빙빙 돌리던 한율이 말했다.

“영약을 복용해서 신체 능력이 올라갔거든요.”

“예. 알고 있습……. 아, 적응이 필요하시군요.”

“네.”

신체 능력이 향상되자 그에 맞춰 감각도 상승했다. 하지만 아직 머리가 따라가지 않았다.

김태산이 말없이 빠르게 걸어가 맞은편에 섰다.

“마나는?”

“일단은 안 쓰고 한 번, 쓰고 한 번 하죠. 아, 대신 공격에는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땅을 박찬 김태산이 달려왔지만 한율은 당황하지 않았다.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마나를 개방했다.

***

6월 20일.

01:13.

“저기가 몇 위라고요?”

“13위입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53위였고요.”

김태산의 대답에 한율이 다시 공장을 바라봤다.

“즉, 3년 전부터 아크럼과 거래를 했다는 거네요. 그것도 대기업이.”

이해는 한다.

범죄자들에게서 싼값에 질 좋은 물건을 구입해 판매할 수 있고, 싼값에 몬스터 사체를 구매하고 가공해 비싸게 판매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대기업씩이나 되어서도 각성 범죄자들과 거래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아니, 각성 범죄자가 대기업 소속일 수도 있지.”

한율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각성 범죄자와 거래를 하는 기업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업을 운영하는 누군가가 각성 범죄자고, 각성 범죄자이기에 아크럼과 거래를 한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

가면을 착용해 정체를 감추고 활동하는 아크럼이었으니 낮에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평범한 사람으로, 저녁에는 각성 범죄자로 활동할 수도 있다.

“뭐, 알 바 아니지.”

아크럼이 운영하는 기업이든, 아크럼과 거래하는 기업이든 관계없다.

토벌 작전에 참가한 헌터들이 포위하고 있는 기업체의 건물은 창고, 일반인들이 근무하지 않은 기업체의 대형 창고였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 아크럼의 아지트도 마찬가지였다. 기업의 어느 창고, 산속의 별장 등 애매하게, 아주 애매하게 사람이 찾지 않는 곳에 숨어 있었다.

스으윽.

자연스럽게 거래창을 열어 새로운 무기, K-99을 꺼낸 한율이 손목을 거둬 야간 모드로 바꾼 스마트워치를 확인했다.

남은 시간은 17분.

소매를 내린 한율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은커녕 달도 잘 보이지 않은 하늘.

“이거 끝내면요.”

“예.”

“의뢰 안 받을 겁니다.”

“네.”

“수련하면서, 마법사 키우면서, 주문서하고 아티팩트 제작……. 아오 썅.”

게이트 활동을 하지 않아도 할 일이 너무 많다.

한율이 웃음을 터트리는 김태산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전방, NSK기업의 창고를 바라봤다.

검은 가면과 싸우면서 공개하지 않은 몇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정령의 힘, 또 하나는 새로운 거래 대상인 언소월에게 배운 무공이다.

무공이라고 해 봐야 보법, 그리고 분심법이 전부였지만 어쨌든 접근전이 발생할 경우, 상대의 허점을 노릴 수 있는 히든카드 중 하나였다.

“아, 그것도 꺼내야지.”

한율이 다시 거래창을 열었다.

이번에 꺼낸 것은 피스톨.

만약 근접전이 벌어지면 K-99보다는 권총이 좋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처럼 권총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 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소총보다는 빠르게 조준점을 바꿀 수 있으니 권총도 미리 챙겨 두는 것이 좋았다.

“아, 요것도.”

수류탄도 챙겼다.

“아, 요것도.”

애들이 도망칠 수도 있다. 그래서 언소월에게 구입한 무색무취의 추종향도 꺼냈다.

“그리고…….”

한율이 거래창 우측 하단을 바라봤다.

흙강시 열 마리.

언젠가는 필요할 거라고 판단해 언소월에게서 주기적으로 구매했다. 언소월은 자신의 이름으로 소유권을 가져올 수 있는 흙강시가 생기면 자신의 요청대로 그중 한 마리는 꼭 자신에게 판매했다.

‘요건 나중에.’

흙강시는 감정이 가능하기에 정말 위험할 때, 또는 정말 필요한 순간이라고 판단할 때 사용하는 것이 좋았다.

K-99, 피스톨, 수류탄, 추종향.

남은 시간은 5분.

한율이 마지막 점검을 하듯 거래창에서 꺼낸 무기를 하나하나 살폈다.

남은 시간은 1분.

한율이 전자시계를 확인했다. 처음과는 다르게 아예 소매를 걷고 소총을 어깨에 걸어 둔 상태로 시간을 확인했다.

50초. 30초. 10초.

소매를 내린 한율이 어깨에 걸어 둔 소총을 들고 전방을 바라봤고.

-시작합니다.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헌터 협회, 작전실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을 임지혜의 신호에 땅을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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