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41화 (141/221)

141 준비 시간(1)

아크럼의 본거지를 찾아냈다. 하지만 국가도, 헌터 협회도 바로 토벌을 진행할 생각은 없었다.

상대는 각성 범죄자 집단 아크럼.

지금까지 알려진 놈들의 무력을 생각해 보면 S급 헌터 없이 A급 헌터들로만 이루어진 토벌대는 오히려 역으로 토벌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설령 운이 좋아 토벌에 성공해도 아크럼이라는 집단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토벌을 미루기로 한 것이다.

한율도 복귀했다. 약속대로 제작자들의 연구를 돕고, 마법사를 육성하고, 주문서와 아티팩트를 제작하기 위해 마법사의 탑으로 복귀했다.

아침에는 마법사 육성.

오후에는 군사 분계선 경계 의뢰.

저녁에는 연구 및 제작, 그리고 S급 제작자들 지원 및 일대일 마법 교육.

“진짜였군요.”

순신의 중얼거림에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중국어로 중얼거려 이해하지 못했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통역사의 통역에 어깨를 으쓱하고 대답했다.

“진짜죠. 안 그래도 이게 사람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해요.”

“왜 그렇게 열심히…….”

뭐라고 해야 할까.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순신이 고민하고 있을 때, S급 조제사 테일러가 적절한 단어를 찾아 물었다.

“헌터 활동을 하시는 겁니까?”

“헌터 활동?”

순신이 고개를 돌려 테일러를 바라봤다.

“아닙니까?”

“……맞죠. 맞네요. 헌터 활동.”

고개를 끄덕인 순신이 테일러와 함께 한율을 돌아봤다. 그러자 두 사람, 아니 통역사와 4층 연구실에서 경호 임무를 맡은 협회 소속 헌터들까지 한율을 바라봤다.

“살려고요.”

“살기 위해서?”

“작년 6월부터 올해 초까지 벌써 두 번이나 게이트 변화가 일어났어요. 첫 번째 게이트 변화에서는 몬스터가 강해졌고, 두 번째 게이트 변화에서는 동시다발적인 폭주가 일어났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이번에도 반년 내에 또 게이트 변화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너무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는 느낌이 들어 테일러가 반박했다.

한율이 그런 테일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하지만 상황이 말해 주잖아요. 게이트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

상황이 말해 준다.

잠시 고민하던 헌터들이 새로 생긴 퀘스트 시스템을 떠올렸다.

“한율 님께서 생각하시는 4차 게이트 변화가 무엇입니까?”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역시 S급 게이트.”

“…….”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분명 S급 게이트가 등장할 것이다.

“그러니 쉴 수는 없죠. 살아남으려면.”

만약 현시점에서 S급 게이트가 등장하면 어떻게 될까?

간단하다.

지구는 몬스터들이 점령한 행성이 될 것이고, 인간들은 그런 몬스터들을 피해 도망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아니, 폭주 현상에 따라 게이트를 튀어나온 몬스터들은 생명력을 쫓아 움직이니…….

헌터들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생각에 잠겼다.

마법사를 육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할 게 아니었다.

정령사 그리고 마법사의 등장으로, 그러니까 몬스터와 싸울 수 있는 헌터가 늘어난 것에 안심할 상황이 아니었다.

헌터는 최선을 다해 성장을 해야 한다.

“아, 맞다.”

한율의 목소리를 듣고 헌터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걸로 영약을 만들 수 있습니까?”

바닥을 가볍게 차 의자에 앉은 상태로 조제사, 테일러의 앞까지 이동한 한율이 붉은 구슬을 내밀었다.

“뭡니까?”

“가디언 드레이크의 심장이요.”

“……가, 감정.”

이름: 드레이크의 심장.

설명: 레드 드레이크, 진화한 하이 레드 드레이크의 심장.

효과: 신체 강화(13%).

너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테일러가 바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물끄러미 심장을 바라보던 그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만들 수 있습니다.”

“오.”

“하지만 비용이 큽니다.”

“괜찮아요. 남는 게 돈인데요, 뭘.”

주문서와 횟수 제한이 있지만, 마법이 부여된 아티팩트를 판매하며 돈을 벌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탑에 가입한 1서클 마법사의 국가가 수험료를 가장한 기부금을 보내고 있다.

“알겠습니다.”

온종일 헌터 활동을 하는 이유를 들은 이후다. 레드 드레이크의 심장을 건네받은 테일러는 바로 조제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움직였다.

“순신 님.”

멀어지는 테일러를 바라보던 한율이 이번에는 순신을 불렀고, 순신은 그런 한율의 부름에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원하시는 장비가 있으십니까?”

***

⤷3월 1일. 움직이는 헌터 연합.

⤷시작된 중국, 아프리카 대륙 정화 작업.

⤷환하게 웃으며 동료들과 휴식을 취하고 있는 S급 헌터들.

⤷전투를 준비 중인 S급 헌터들.

3월 1일.

중국,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에 도착한 각국의 S급 헌터들이 토벌을 시작했다. 빠르게 그리고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인지 S급 헌터와 유명 A급 헌터들이 선두에 서서 싸우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뉴스를 확인하고, TV 방송으로 헌터들의 전투를 지켜보던 한율이 스마트폰을 끄고 리모컨을 이용해 TV를 껐다.

A급 게이트를 탈출한 가디언의 무력이 조금 걸렸지만.

“수십 명이나 되는 S급 헌터들이 토벌에 실패할 리가 없지.”

한두 명이 아니다. 수십 명이다.

한율이 걱정을 덜어내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의자를 돌렸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 의자만 돌려 TV를 시청하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뉴스를 확인했다.

아직 절전 모드에 들어가지 않은 모니터.

마우스를 가볍게 흔든 한율이 키보드 위에 양손을 올렸다.

3월 2일.

서류 업무를 도와주던 여동생 한유라, 첫 번째 제자이자 조수인 이유리, 세연이와 세후와 놀아 주던 유세희가 대학생이 된다.

“으으음! 어찌해야 하나?”

서류 업무 같은 경우에는 청일 그룹, 국가, 그리고 협회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다.

김세연과 김세후도 전학 준비를 마친 상태였고, 내일부터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니 문제는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조수이자 아르바이트로 자신을 도와 주문서 제작 및 아티팩트 제작을 도와주던 이유리의 부재다.

“아티팩트 제작은 어려워도 주문서 제작은 가능.”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한율이 키보드를 두들겼다.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천재 마법사인 레스트에게 전수받은 교육법, 성장을 지원하는 마법이 설치된 실내 수련장, 마지막으로 주마다 제공하는 영약, 영초를 복용하자 한 달 만에 2서클 경지에 오른 마법사들이 있었다.

타악.

자신도 모르게 엔터를 눌렀다.

한율은 ‘←’를 눌러 줄을 없애고 완성된 문서를 읽었다.

오타가 없나, 어색한 부분이 없나 가볍게 문서를 읽은 한율이 다시 엔터를 눌러 줄을 만들고 키보드 위에 양손을 올렸다.

***

마법사의 탑, 1층에는 커다란 게시판이 설치되어 있다.

정확한 장소는 편의점 바로 맞은편.

모든 물건을 무료로 구입할 수 있어서 자주 찾는 편의점 맞은편에 설치되어 있어 마법사의 탑에 소속된 마법사, 헌터, 그리고 협력 단체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게시판 앞에 서서 글을 읽을 때가 많았다.

“으음.”

게시판을 바라보면서 초코우유에 빨대를 꽂아 쪽쪽 마시는 금발의 미녀, 엘렌의 모습에 편의점으로 향하던, 또는 음료를 구입하고 편의점을 나오던 마법사들이 옆에 서서 게시판을 확인했다.

제목: 알바생 구함

“응?”

알바생?

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글이 마법사의 탑 게시판에 붙어 있는 거지?

고개를 갸웃했던 마법사들이 다시 모집 글을 읽었다.

작성자: 한율

“아……. 아?”

한율이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

제목: 알바생 구함

작성자: 한율

업무: 주문서 제작. 아티팩트 제작 조수(옆에서 도와주는 사람).

시급: 10만 원

조건: 2서클 마법사.

내용: 조수 겸 주문서 제작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유리 양의 대학교 입학으로 급하게 인력이 필요함.

“아, 그러고 보니.”

2월 20일부터 이유리와 함께 강의실을 찾던 한율이 홀로 강의실을 찾았다.

“2서클 마법사라. 나는 못 하겠네.”

“이야. 근데 시급 봐 봐. 십만 원이야. 십만 원.”

“이거 메리트가 있나?”

“야, 지금 알바비가 문제냐. 선생님과 함께 작업할 수 있고, 함께 작업하면서 선생님의 마법을 관찰할 수 있잖아.”

사람들이 점점 모였다. 누군가는 시급을 보고 깜짝 놀랐고, 누군가는 아르바이트의 장단점을 고민했고, 누군가는 관심은 있지만 조건을 맞추지 못해 아쉬워했다.

“큭, 큭큭.”

“…….”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하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웃음소리.

콜라 캔을 든 마법사가 옆으로 스윽 물러난 후에 고개를 돌렸다.

“큭, 큭큭.”

망토를 두른 소년이 보였다.

왼팔에 붕대를 두르고, 왼쪽 눈에는 안대를 쓴 소년.

“역시 마스터.”

“…….”

닭살이 돋았다.

머리는 정말 좋아서 한국어를 마스터하고 2서클을 만들었다.

하지만.

“……큭, 큭큭큭.”

막 친해지고 싶지는 않은 소년.

그때였다.

검은 머리의 소년이 붕대를 감은 왼손을 들어 안대를 쓴 왼쪽 눈을 가렸다.

“큭큭큭.”

-큭큭큭.

-큭큭큭.

마탑의 마스코트, 화이트와 초코가 소년, 류노스케를 따라 하듯 왼손으로 왼쪽 눈을 가렸다.

행동이 재밌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말투가 재밌어서 그런 건지 열심히 돌아다니며 치킨을 열창하던 두 정령은 류노스케를 따라다녔고, 그의 행동을 따라 했다.

“…….”

조금 떨어진 장소.

2서클을 만든 류페이도 알바생 모집 글을 읽으며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물론 류노스케처럼 ‘큭큭큭’ 웃는 것은 아니었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것처럼 글을 읽고 몸을 돌렸다.

마법사의 탑에서 2서클에 오른 사람은 적지 않다.

2서클을 만든 마법사 중에 가장 선두에 서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사람은 총 네 명.

일본의 류노스케.

중국의 류페이.

미국의 엘렌.

한국의 유아리.

“에휴. 못 하겠네.”

한국의 2서클 마법사, 유아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을 하며 마법을 배우는 유아리는 매우 바빴다.

오전에는 마법 교육.

오후에는 촬영.

저녁에는 노래 및 안무 연습, 그리고 마법 수업 복습.

마법사로서 성장을 하면서 신체 능력이 오르고 머리도 좋아져서 노래, 그리고 안무 연습이 조금 수월해지기는 했지만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히 안무 같은 경우에는 혼자 잘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 말이다.

유아리가 옆에 서 있는 순박한 시골 청년에게 물었다.

“오빠는요?”

“어, 나도 못 해.”

“그 농업 연구요?”

“응.”

매일매일 한율과 농업에 마법을 사용하는 연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

김덕배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한율과 토론을 하고 고민을 하고 실험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3시간에 불과하니 따로 시간을 빼도 괜찮지 않을까?

괜찮지 않다. 마법을 사용해 농업을 발전시키는 것, 그것이 김덕배의 꿈이자 목표였기 때문이다.

“그러면 알바를 할 사람은…….”

유아리가 고개를 돌렸고, 김덕배가 고개를 돌렸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2서클 마법사는 역시…….

“큭큭큭.”

큭큭큭 마법사……. 아니, 일본의 류노스케.

“흐헷.”

그다음 시야에 들어오는 2서클 마법사는 미국의 엘렌 알렉시아.

류노스케를 한 번, 엘렌을 한 번 바라본 두 사람이 주변을 휙휙 둘러보다 편의점을 나오고 있는 사내를 바라봤다.

남들이 음료수를 구입할 때 보리차를 구입하는 사내.

남들이 입이 심심해 과자를 구입할 때 고구마나 떡을 구입하던 사내.

유아리가 꿀떡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입에 넣고 부르르 떠는 사내, 류페이를 보고 혼잣말을 뱉었다.

“진짜 신기한 사람들이 많단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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