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40화 (140/221)

140 곡괭이(2)

“치킨 사 줄까?”

중년의 마법사가 아빠 미소를 머금은 채 물었다.

-응응응응!

-치킨! 짱 좋아!

“큭큭큭. 그런데 아침부터 장사하는 곳이 있으려나.”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낸 중년의 마법사가 배달 어플에 들어가 가게를 찾았다.

“화이트 초코야.”

-응!

“개점한 곳이 없네.”

-……에?

-아침에는 치킨 안 팔아?

화이트가 입을 쩍 벌렸고, 초코가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10시 30분에 문을 여는 곳이 있기는 한데.”

화이트 초코가 고개를 홱 돌렸다.

시간은 7시 30분.

-3시간 30분!

-2시간 30분이야. 멍청아.

-……글쿤! 2시간 30분!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화이트가 다시 중년의 마법사를 돌아봤다.

-그럼 우리 치킨 못 먹어?

“어, 버거는 어때?”

-토마토 싫어.

-양배추 싫어.

-상추 아냐?

-아냐. 양배추래.

“으음, 그럼 조금 기다려야 할 텐데.”

-괜히 했어.

-열심히 구상했는데.

뭘 구상했는지는 물어볼 필요가 없다. 화이트는 편의점에서 구입한 화이트 초콜릿을 꼬옥 끌어안고 초코는 커피를 닮은 고양이 인형을 꼬옥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울상을 지은 화이트 초코가 다시 공중으로 날아올라 식당을 벗어났다.

-어떡하지?

-먹고 싶은데.

배가 고파서 치킨을 찾는 것이 아니다.

맛이 있어서.

김세연, 김세후와 계약한 이후 다양한 음식을 맛보았지만, 그중에 최고로 맛있는 게 치킨이어서 치킨을 찾는 것이었다.

-아저씨가 거짓말을 한 것일 수도 있어.

-우리가 찾자.

화이트와 초코가 속도를 높여 4층, 한율의 연구실로 향했다.

한율의 계약 정령인 하양이, 그리고 커피와는 달리 화이트와 초코는 정령계가 아닌 지구에서 태어난 정령이었고, 계약하기 전부터 김세연, 그리고 김세후의 옆을 지키며 두 사람의 기운을 전달받아 성장한 정령이었다.

정령계 정령인 하양이와 커피와는 다르게 현대 문물에 익숙한 두 정령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4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컴퓨터 앞으로 날아간 하양이가 모니터를 켰고, 초코가 본체를 켰다.

초코가 마우스를 움직여 인터넷을 열었고, 화이트가 열심히 날아다니며 키보드를 눌렀다.

“…….”

“…….”

갑작스러운 A급 몬스터의 등장으로 한율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일단 자신들이 활동한 장소를 확인하기 위해 4층, 한율의 연구실을 찾은 두 제작자.

두 제작자가 컴퓨터를 조작하는 정령을 멍하니 바라봤다. 두 제작자뿐만이 아니다. 철원으로 이동한 김환성을 대신해 두 제작자를 찾아온 임지혜를 비롯한 협회 소속 직원들도 멍하니 바라봤다.

-찾!

-았!

-다!

쌍둥이 자매처럼 한 글자씩, 그것도 소리가 겹치지 않게 소리친 두 정령이 다시 움직였다.

초코는 마우스를 터치.

화이트는 끙끙거리며 컴퓨터 옆에 설치한 가정용 전화기를 끌어왔다.

-번호 불러!

수화기를 퍽하고 쳐서 옆에 떨어트린 하양이의 외침에 초코가 큰 목소리로 번호를 부르려 할 때였다.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눈을 껌뻑이던 초코가 화이트에게 물었다.

-근데 어떻게 사 먹어?

-배달시키면 돼!

-아니아니. 돈이 없잖아.

-……아!

탄성과 함께 눈을 동그랗게 뜬 하양이도 고개를 홱 돌려 초코를 바라봤다. 그렇게 침묵과 함께 서로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어, 사 드릴까요?”

뒤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

화이트와 초코가 고개를 홱 돌렸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사람들이 보였고,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추측되는 여성이 보였다.

-예쁜 언니!

-사 주세요!

기도를 하듯 양손을 모으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두 소녀.

몸을 부르르 떤 임지혜는 수화기를 들고 모니터에 떠 있는 전화번호를 눌러 치킨을 시켰다.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기다리는 두 소녀.

“30분 안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우와아아아!

만세를 하듯 양팔을 번쩍 들며 소리친 화이트와 초코가 다시 날아올라 임지혜의 어깨 위에 착지했다.

-예쁜 언니!

-짱이다!

“으흣.”

다시 웃음을 터트린 임지혜가 몸을 돌려 두 제작자의 앞으로 이동했다.

잠시 두 정령을 바라보며 이상한 웃음을 터트린 임지혜, 그녀가 천천히 미소를 지우고 제작자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의뢰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어, 음, 죄송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임지혜에게 제작 의뢰를 듣던 도중에 두 정령이 난입했다. 일반적인 정령도 아니고 컴퓨터를 조작하고 가정용 전화기였지만 전화까지 할 줄 아는 정령이다 보니 혼이 나가고 말았다.

“A급 몬스터를 토벌하기 위해 장비를 의뢰하고 싶습니다, 까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 그렇죠. 그래서 무슨 무기가 필요한 것입니까. 대검? 도끼?”

“곡괭이입니다;.”

“그렇군요. 곡괭……. 예?”

“곡괭이입니다.”

“…….”

***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한 순신이었다.

“호오?”

하지만 감정 시스템을 사용해서 확인한 마나 스톤의 효과, 그리고 방송을 통해 확인한 초대형 스톤 골렘의 움직임을 보고 왜 ‘곡괭이’가 대한민국에 와서 첫 번째로 제작해야 하는 물건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순신이 다시 고개를 돌려 두 정령의 장난을 받아 주며 ‘흐헷’ 하고 웃고 있는 임지혜를 바라봤다.

“……어, 곡괭이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했습니다.”

말을 걸자마자 미소를 지우는 임지혜.

그녀의 모습에 또 한 번 말문이 막혔던 순신이 피식 실소를 터트리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능력을 사용해서 제작하는 만큼, 또한 원하는 효과가 부여되는 만큼 당연히 장비는 마나를 사용합니다.”

“그건 한율 님께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마법사, 한율.

눈을 반짝인 순신이 물었다.

“무슨 방법입니까?"

“모릅니다.”

“예?”

“뭔가 자세하게 설명하시기는 했지만 제가 마법사가 아니어서.”

설명은 들었지만, 이해는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신 순신이 다시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바라봤다.

자신이 제작한 곡괭이에 마법 처리를 해서 마나 스톤이 흡수하는 마나를 줄이거나 제거한다.

순신은 테이블을 톡톡 두들기며 고민했고, 이내 결정을 내렸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가죠.”

“……철원 말씀이십니까?”

“예. 이곳에서 제작을 해도 되지만 궁금하군요.”

어떻게 마나 스톤이 마나를 흡수하지 않도록 장비를 개조할까.

“제작에 필요한 장비, 그리고 재료만 있으면 장소는 상관없습니다. 그러니 직접 가서 한율 님과 함께 제작하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 장비를 이동하면서 들어가는 시간이 크게 줄어드니 말이다.

-에? 언니 벌써 가?

-에에. 같이 치킨 먹고 가.

치킨.

쉽게 살이 찌는 체질인 임지혜는 치킨을 즐기지 않았다. 그래서 누군가가 치킨을 권유하면 부드럽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피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임지혜가 순신에게 말했다.

“식사하셨습니까?”

“아직 안 했습니다만.”

“그럼 치킨 먹고 가시죠.”

“……큭큭큭.”

***

“……?”

헬기에서 내린 사람들에게서 익숙한 향이 풍겼다.

과거에는 환장했지만, 지금은 아주 질색하는 그 향.

“치킨?”

“…….”

“그녀에게서 익숙한 순살 간장 치킨의 향이 난다.”

광고의 대사처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한율은 임지혜가 몸을 흠칫 떨자 피식 실소를 터트리고 장비 제작자를 바라봤다.

“…….”

왜 그에게서도 익숙한 순살 간장 치킨의 냄새가 날까.

“같이 드셨어요?”

한율은 자신도 모르게 물었고,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한율의 질문을 받은 30대 초반의 사내, 순신이 작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대답했다.

“치킨의 정령에게 붙잡혔습니다.”

“허허.”

진짜 빛의 정령, 어둠의 정령이 아닌 치킨의 정령이 아닐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웃음을 터트린 한율이 순신에게 말했다.

“바로 제작에 들어가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오히려 좋습니다. 일찍 일을 끝내야 한율 님과 함께 연구를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

“무슨 방법으로 마나 스톤의 효과를 억제, 또는 제거하실 생각이십니까?”

처음에는 제작하는 장비에 마나 스톤을 사용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마나 스톤을 사용해서 만든 곡괭이라면 사용 도중에 빼앗긴 마나를 다시 빼앗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보한 마나 수량이 너무 적어 마나 스톤을 사용하는 방법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마나 드레인을 생각했는데.”

마나 스톤처럼 마나를 흡수하는 효과를 지닌 마법, 마나 드레인.

한율이 말끝을 흐리며 말을 끝낸 순신, 대답을 기다리듯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말했다.

“예상하신 것처럼 마나 드레인 마법진을 제작한 장비에 그릴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한율이 미리 준비한 물건을 내밀었다.

포션.

고개를 갸웃하던 순신이 짧은 탄성을 흘리고 한율에게 물었다.

“남았습니까?”

“네. 꽤 많이 남았더라고요.”

빙긋 웃으며 대답하는 한율. 순신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피식 실소를 터트린 후에 포션에 감정 시스템을 사용했다.

이름: 한율의 마나 배출 포션.

설명: 한율이 조제한 마나 배출 포션. 숙련도가 낮아 평균보다 낮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

효과: 흡수 및 복용자의 마나 30% 강제 배출.

흡수 및 복용자.

“마나 스톤에도 통했습니까?”

“네. 작은 구멍 뚫고 그 안에 부으니까 배출되더라고요.”

***

“오리야!”

물에 빠져도 입만 둥둥 뜰 거 같다고 자신에게 붙인 별명.

회색 가면이 TV를 시청하던 검은 가면의 부름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휴게실로 이동했다.

“왜요. 바빠 뒤지겠는데.”

“야. 저거 봐.”

“……?”

회색 가면이 고개를 돌렸다.

깡! 깡!

깡! 깡!

수십 명이나 넘는 사람들이 골렘 위에 서서 곡괭이를 휘두르고 있었고, 골렘은 그런 사람들의 행동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로지 앞만 보며 걸어가고 있었다.

“저게 뭡니까?”

“공략법이라고 하던데. 골렘의 육체가 마나를 흡수하고, 마나 흡수를 끝내면 폭발하는 마나 스톤이라는 강화된 돌로 강화되어서 효과를 부여한 곡괭이로 마나 스톤을 채굴하고 핵을 파괴할 거래.”

“……골렘은 왜 사람들의 행동을 무시하는데요?”

“지금 나와.”

검은 가면이 턱짓으로 다시 모니터를 가리켜 회색 가면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푸른 빛에 둘러싸인 군복 입은 사내가 보였다.

익숙한 사내.

어젯밤에 한바탕했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다.

“한율?”

“골렘은 마나를 쫓아 움직이는 몬스터래. 그래서 마나를 개방했다고 하네.”

그 누구보다 마나를 잘 다루는 한율이 마나를 개방해 골렘의 시선을 끌고, 그렇게 시선을 끌 때 은밀하게 이동한 헌터들이 곡괭이로 마나 스톤을 채굴하고 핵을 파괴한다.

“…….”

초대형 스톤 골렘의 등장으로 혼란이 찾아왔을 때, 그 순간 뽕을 뽑을 생각이었다.

회색 가면은 채굴 중인 헌터, 그리고 마나를 개방해 스톤 골렘을 유인하는 한율이 화면에 동시에 나오자 깊은 한숨과 함께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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