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곡괭이(1)
쿠우웅.
쿠우웅.
간격이 크기는 하지만 내려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스톤 골렘의 발소리.
거리가 거리다 보니 땅이 흔들리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소리만은 확실하게 들렸다.
“흐음.”
몬스터 토벌 부대, 태백 부대는 부대를 버리고 후퇴했다. 후퇴하기 전, 전차를 움직여 확인한 결과, 전차의 힘으로도 놈을 쓰러트릴 수 없다는 사실이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몬스터 토벌 부대, 태백에서 신도시 태백으로.
신도시 태백에서 피난민들과 함께 다시 남쪽으로.
그렇게 도착한 철원.
철원에 위치한 군부대와 합류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기하고 있던 한율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우측 상단에 'Live'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방송은 천천히 걸어오는 스톤 골렘을 보여 주고 있었다.
“저놈을 어찌할까?”
잡기는 잡아야 한다.
문제는 5서클 공격 마법에도 파괴되지 않는 돌덩어리를 어떻게 잡느냐는 것이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핵을 파괴하는 건데…….”
바깥으로 튀어나온 두 개의 핵을 파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몸집이 거대한 만큼 움직임이 둔하다는 특징을 이용하면 쉽게 파괴할 수 있으니까.
“열세 개의 핵.”
골렘의 핵 두 개는 바깥에 나와 있고, 나머지 열세 개의 핵은 아주 단단한 돌덩어리 안쪽에 숨어 있다. 즉, 골렘을 토벌하기 위해서는 5서클 공격 마법에도 끄떡없는 돌덩어리를 먼저 파괴해야 한다.
“아연 씨?”
얼음여왕, 송아연.
S급 헌터인 그녀라면 피해를 줄 수 있다.
하지만 그녀까지 움직이면 마탑을 지킬 사람이 없어진다.
헌터 협회, 청일 그룹 그리고 국가 소속 헌터들이 있지만, B급 헌터들인 그들이 마탑 그리고 마탑에서 마법을 공부하는 1서클 마법사들을 전부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이다?
아니다.
이미 일어난 일이다.
스톤 골렘이 등장하고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마탑 소속 헌터들이 군사 분계선 너머 북한 영토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헌터들이 침입했다.
각성 범죄자도 있었고, 길드 소속 헌터들도 있었다.
목적은 마탑에서 생산되는 아티팩트와 주문서, 그리고 마법서와 공개하지 않은 마나 호흡법.
길드 소속 침입자들은 B급 헌터였지만 각성 범죄자 중에 A급 헌터가 있었다. 그래서 송아연은 마탑을 지켜야 했다.
“끄으응…….”
A급 헌터들의 힘을 증폭시킬까?
대량의 마나를 소모해서 파괴력을 높인 5서클 마법을 사용할까?
그것도 아니면 현대 무기인 탱크와 전투기, 미사일 등을 사용할까.
고민에 잠겨 있던 한율이 마법으로 만든 의자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갔다.
저 멀리 큰 소리를 일으키며 걸어오는 스톤 골렘이 보였다.
공격 기술, 속도 등, 직접 확인한 스톤 골렘의 정보를 떠올리던 한율이 고개를 돌려 병사, 아니 하사관에게 말했다.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목적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스톤 골렘 정보 확보.”
“알겠습니다. 바로 보고하겠습니다.”
하사관이 손을 눈썹 위까지 올리는 군례를 했다. 그러자 한율도 그런 하사관을 따라 군례를 하고 바리케이드(어스 월 마법으로 만들어진 벽) 위에서 뛰어내렸다.
쉬이익, 타악.
쉬이익, 타악.
“음?”
옆에서 들려오는 착지음.
한율은 고개를 돌렸다. 천천히 무릎을 펴는 김세혁이 보였다.
“같이 가시게요?”
“예. 보조할 사람이 필요하실 테니까요.”
“…….”
필요한가?
스톤 골렘과 함께 내려오는 몬스터들이 있을 테니 동료가 있으면 더 편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개를 끄덕인 한율이 김세혁과 함께 이동했다. 조금씩 속도를 높인 두 사람은 주변에 있는 몬스터를 한 마리, 한 마리 정리했고, 스톤 골렘과 하늘이 함께 보이던 시야가 스톤 골렘만 보이는 시야로 바뀌었을 때 멈춰 섰다.
“공격할까요?”
김세혁이 활시위를 가볍게 당기면서 물었다.
“아뇨. 일단 지켜보죠.”
방어력은 이미 확인했다. 한율은 김세혁과 함께 스톤 골렘을 따라 이동하면서 놈을 관찰했다.
‘역시 미사일이 답인가.’
S급 헌터가 복귀할 때까지 기다린다?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놈의 이동을 방해해 중국, 그리고 아프리카 연합을 지원하는 S급 헌터들이 잠시 복귀하는 것.
하지만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놈이 움직일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니, 놈이 바라는 대로 움직여도 문제다.
초대형 몬스터는 존재 자체가 재앙인 몬스터이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빠르게 토벌하는 게 좋다.
“미사일이 답인가.”
탱크의 포격도 놈에게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러니 미사일밖에 떠오르지 않아 짧게 혀를 찬 한율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
스톤 골렘의 발자국.
그 발자국 안에서 반짝이는 돌덩어리.
처음에는 빛을 반사해 반짝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심히 관찰하니 그 돌덩어리가 마나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율이 발자국 안으로 뛰어들었다. 김세혁도 그런 그를 따라 발자국 안으로 뛰어들었다.
“감정.”
이름: 마나 스톤(63).
설명: 골렘의 마나를 흡수해 강화된 돌.
효과1-1: 마나 흡수 100% 도달 시 폭발.
효과1-2: 0%.
“…….”
흡수한다. 그리고 폭발한다.
잠시 고민하던 한율이 또 다른 마나 스톤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왼손 손바닥 위에 마나 스톤을 올렸다.
“오.”
손바닥에 마나를 집중시키자 마나 스톤이 마나를 흡수했다.
10초, 30초, 1분.
우우웅.
“1분 간격으로 흡수.”
한율은 손바닥 위에 마나 스톤을 올린 상태로 기다렸다. 그리고 그런 한율의 행동에 호기심을 느낀 것인지 스톤 골렘을 쫓아가며 정보를 모으던 헌터 중 몇 명이 스톤 골렘이 아닌 한율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1분, 2분, 5분.
감정 시스템을 열어 둔 상태, 효과 1-2를 확인하면서 마나를 주입하던 한율이 99%에 당도하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세혁과 함께 마나를 주운 한율이 가볍게 도약해 발자국 안쪽으로 올라온 후, 발자국 안쪽으로 마나 스톤을 던지고 매직 미사일 마법을 사용했다.
쉬이익.
천천히 날아간 매직 미사일이 마나 스톤과 부딪쳤고, 그 순간 빛나던 푸른색 돌덩어리가 붉은색으로 변했다.
우우우웅!
“시, 실드!”
콰아앙!
아슬아슬했지만 폭발보다 실드가 먼저 생성됐다. 하지만 헌터들은 안도보다는 놀라움, 또는 당황한 표정으로 발자국 안쪽을 바라봤다.
“한율 님.”
“잠시만요.”
손을 들어 김세혁의 입을 막은 한율이 그와 함께 주운 마나 스톤 중 방금 실험에 사용한 마나 스톤보다 조금 더 큰 마나 스톤을 잡고 마나를 주입했다.
감정 시스템을 사용해 확인한 결과 흡수량은 8%.
분명 똑같은 양의 마나를 주입했는데 10%가 아닌 8%밖에 채워지지 않았다.
“크기에 따라 최대량이 정해져 있다는 거고.”
한율이 조금씩 줄여가며 흡수량을 파악한 후에 이번에도 역시 99%에서 발자국 안에 마나 스톤을 던지고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콰아아앙!
첫 번째 마나 스톤보다 크기가 큰 만큼 폭발도 컸다.
한율이 고개를 돌렸고, 김세혁이 고개를 돌렸다. 지켜보던 헌터들도 고개를 돌렸다. 두 번째 실험이 시작되기 직전, 조용히 감정 시스템을 이용해 효과를 확인한 그들이었다.
쿠우웅.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스톤 골렘.
“현존하는 모든 현대식 무기들은 전부 마석이 추가되어 제작되죠?”
한율이 물었다.
“……예.”
김세혁이 대답했다.
“…….”
미사일은 분명 스톤 골렘을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사일에 의해 스톤 골렘이 파괴되는 것보다, 스톤 골렘의 신체가 마나를 흡수해 파괴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골렘은 팔을 잃어도, 다리를 잃어도, 심지어 머리를 잃어도 핵이 파괴되지 않으면 육체를 재생할 수 있는 몬스터니까.
물론 골렘의 마나를 흡수해 강화된 마나 스톤이 아닌 일반 돌로 이루어진 육체겠지만…….
“대충 핵탄두 하나 정도겠죠?”
“예.”
“……큰일 났네요.”
“예. 큰일 났습니다.”
평범한 방법으로 쓰러트릴 수는 없다.
한율은 다시 고개를 돌려 스톤 골렘을 바라봤고, 이내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스마트폰을 꺼내 김환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정보라도 얻었냐?
“마나 스톤이요.”
한율은 감정 시스템을 통해 확인된 내용은 물론 실험 내용까지 설명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쓰러트릴 수가 없겠군.
“예. 그래서 제가 한 가지 떠올린 게 있는데요.”
-마법?
제주도 방어전 당시, 만능에 가까운 힘을 보였기 때문일까.
“아뇨. 마법은 아니……. 아니지. 마법도 포함인가?”
-무슨 방법인데.
“제작자들의 힘 좀 빌리죠.”
***
마탑에는 마스코트가 있다.
-화이트!
-초코!
손을 번쩍 든 백발의 소녀와 흑발의 소녀가 몸을 홱 돌리더니 미리 준비해 둔 무언가를 꺼내 들고 다시 몸을 돌렸다.
-둘이 합쳐!
-화이트 초코!
편의점에서 사 왔는지 직사각형 화이트 초코를 꺼낸 두 소녀.
“큭큭큭.”
초대형 A급 몬스터의 등장으로 휴강이 찾아온 마법사 지망생들은 천천히 식사를 하며 생각했다. 복습을 할까, 실내 수련장에서 수련을 할까, 아니면 밖으로 나가 휴식을 취할까.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 그때 화이트와 초코가 식당에 난입했다.
-그리고오.
화이트가 휘잉 하고 날아가고 초코가 앞으로 나왔다.
-초코!
-아고고. 커피!
미리 챙겨 온 것일까. 커다란 고양이 인형을 안아 들고 돌아온 화이트가 소리쳤다.
-둘이 합쳐!
-카페모카!
“푸하하하!”
어른들은 식당이 떠나갈 듯이 웃음을 터트렸고, 10대와 20대 마법사 지망생들은 화이트와 초코의 행동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을 터트렸다.
-재밌었어? 재밌었어?
빠르게 식당에 있는 마법사 지망생들을 스캔한 화이트와 초코가 중년의 마법사에게 날아가 물었다.
“귀여운 것들.”
-흐헤헤.
-으호홍.
화이트와 초코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두 정령의 성격이 너무 쾌활해 숨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세연이와 세후를 공식적으로 사람들에게 소개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가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