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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38화 (138/221)

138 왔다! 왔어!(2)

능력?

“혈사회의 수장, 친타오는 위기 예언이라는 능력을 각성한 각성자입니다.”

“……위기를 예지한 거니까. 사로잡힌 후에 벌어질 일을 예지한 게 아닐까요?”

“아닙니다.”

고개를 흔든 김건우가 상체를 틀어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친타오를 바라봤다.

“빨리 여기서 도망쳐야 한다고, 그래야 살 수 있다고 합니다.”

“…….”

한율이 김건우를 따라 고개를 돌려 친타오를 바라봤다.

빨리 여기서 도망쳐야 살 수 있다. 과연 이 경고가 진심일까, 아니면 거짓일까.

빠르게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본 한율, 김건우가 걸음을 옮겼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지만 심문은 필요 없었다.

쿠르르르릉!

갑작스러운 지진에 몸을 휘청거린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고, 그 순간 사색이 된 친타오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왔다! 왔어!”

사람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친타오에게 돌아가기 전에 멈췄다.

쿠르르릉!

다시 일어난 지진.

쿠구구궁!

점점 솟아오르는 산.

“……산?”

산이 솟아올랐다.

쿠구구궁.

산이 일어났다.

“……에?”

푸드드득!

크아아앙!

일어나 양팔을 천천히 움직이는 산에 터를 잡았는지 새가 날아올랐고, 터를 잡은 몬스터들이 황급히 아래로 늘어트리는 암석 팔을 타고 내려와 사방으로 도망쳤다.

“……뭘까요?”

김건우의 물음에 한율이 ‘산’을 살폈다.

무릎을 꿇고 양팔을 교차한 산, 그 산이 자리에서 일어나 교차한 팔을 푸는 순간 빛을 일으키는 두 개의 구체가 나타났다.

팔이 있고, 다리가 있다.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눈이 있다.

“골렘.”

“골렘?”

“네. 골렘. 흙과 돌로 된 육체를 가지고 있으니 스톤 골렘이네요.”

“어……. 그.”

고개를 뒤로 젖혀 스톤 골렘으로 추정되는 ‘산 괴물’의 눈을 바라보던 김건우가 한율을 돌아봤다.

“골렘이 저렇게 큰 놈이었습니까?”

“탐지 마법을 사용하니까요.”

“예.”

“핵으로 추정되는 마석만 열다섯 개네요.”

“…….”

열다섯 개의 핵을 가지고 있는 초대형 스톤 골렘.

***

멍하니 스톤 골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한율 일행만이 아니었다.

“이야! 알고 있었냐?”

스톤 골렘을 바라보며 탄성을 흘린 검은 가면이 회색 가면에게 물었다.

회색 가면은 몬스터를 유인하는 효과를 지닌 신호탄 사용을 제안했고, 자신은 그 제안을 받아들여 신호탄을 사용했다.

정황상 갑작스레 등장한, 아니 정확하게는 스톤 골렘이 ‘깨어난’ 것은 몬스터를 유인하는 효과를 지닌 신호탄 때문이 분명했다.

다른 이들처럼 멍하니 초대형 스톤 골렘을 바라보던 회색 가면이 고개를 저었다.

“몰랐습니다. 제가 알고 있었겠습니까?”

“하긴. 하지만 조금 편해졌네.”

“그건 그렇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놈은 생명력을 쫓아 남(南)으로 내려올 것이고, 대한민국은 내려오는 초대형 몬스터를 막아 내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조용히 숨어 지내는 각성 범죄자들이 장비를 맞추는데,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조용히 게이트를 점거해 활동하기에는 최적의 시간이었다.

-검은 가면 이 개새꺄!

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한율의 목소리.

“큭큭큭.”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린 검은 가면은 아주 밝은 미소를 머금은 채 몸을 돌리고 그대로 땅을 박차 스톤 골렘에게서 멀어졌다.

***

타다다다다.

“알고 있었을까요?”

“모르고 있었을 겁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S급 헌터들도 알아차리지 못한 초대형 스톤 골렘이니까요.”

신장이 10M가 넘어갈 경우, 그 몬스터는 등급과 관계없이 최우선 토벌 대상이 된다.

대형 몬스터는 이동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공격이기 때문이다.

“놈의 예상 등급을 알 수 있을까요?”

어느새 자신의 옆에 나란히 서서 달리고 있는 이연희의 물음에 한율이 탐지 마법을 사용해 놈의 핵의 위치, 그리고 개수를 확인할 때를 떠올렸다.

모든 마석이 돌로 이루어진 육체 안쪽에 숨어 있던 것은 아니었다. 두 개의 핵은 바깥에 나와 있었다.

탐지 마법을 사용해 위치를 확인한 한율이 바로 시각을 강화하고 감정 시스템을 사용해 마석의 등급을 확인했다.

“A급 마석이었습니다. 두 개 모두 A급 마석이었으니 A급 몬스터일 겁니다.”

“초대형, 그것도 방어력이 높은 A급 몬스터.”

“하아!”

한율, 김건우, 그리고 이연희가 한숨을 내쉬었다.

쿠우우웅!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지진이 일어난다.

“도시에 도착하기 전에 토벌할 수 있을까요?”

“확인해 볼까요?”

“예?”

두 사람이 다시 고개를 돌려 한율을 바라봤다.

천천히 속도를 줄여가던 한율이 멈춰 섰다. 몸을 돌린 그는 거래창을 열고 그 안에 보관하고 있던 마법 구슬을 꺼냈다.

북쪽으로 이동하면 참 좋았겠지만, 놈은 이미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오고 있다. 그러니 공격이라는 이름에 도발을 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상대는 초대형 스톤 골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한율이 마법을 사용했다.

“아이언 랜스.”

4서클 마법이다. 하지만 5서클 마법사가 5서클 마법을 사용할 때 사용하는 마나를 주입했고, 집중하기 위해 딱 한 자루만 생성했다.

쉬이익!

강철로 이루어진 창이 날아갔다. 아주 빠른 속도로 날아갔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스톤 골렘에게 발각되었지만 상관없었다.

쿠구구궁.

육체가 너무 커서 이동이 느린 스톤 골렘이다.

놈이 날아오는 강철 창을 막기 위해 손을 드는 것보다, 강철 창이 놈의 육체를 찌르는 것이 먼저였다.

쉬이익!

빠른 속도로 날아간 강철 창이

티이이이잉!

육체와 충돌하자 튕겨 나갔다.

“…….”

한율은 물론 후퇴하던 모든 헌터들이 시각을 강화시켜 강철 창이 공격한 부위를 확인했다.

“……깨끗하네요.”

한율이 말했다.

“깨끗하군요.”

김건우가 동의하듯 중얼거렸다.

깨끗했다.

작은 흠이 보이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

중국에 빚을 지게 할 수 있다. 비리를 척결할 수 있고, 아크럼에 큰 피해를 줘 소탕까지는 어려워도 놈들에게 제약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김환성은 허락했고, 헌터 협회로 돌아오자마자 회의실로 이동해 작전을 지켜봤다.

‘처음부터 작전이 틀어졌지만…….’

처음부터 작전이 틀어져 정면에서 충돌했다.

하지만 무력의 차이로 아크럼을 제외한 모든 범죄자를 사로잡을 수 있어 안도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안도했었다.

“쟤는 전생에 탐정이었을 거야.”

“예?”

“가는 곳마다 사건 사고가 일어나잖아.”

“그건 아닙니다.”

“응? 아냐?”

“네.”

“…….”

밥 먹으러 갔다가 경매장 습격 사건에 휘말렸다.

그리고…….

그리고…….

“그러네?”

부산 브레이크 전투?

자신의 요청으로 참전했다.

일본 브레이크 전투?

협회의 요청으로, 그리고 일본의 요청으로 참전했다.

제주도 방어전?

이 역시 협회의 요청으로, 그리고 국가의 요청을 받아 참전했다.

“……진짜 그러네.”

한율이 가는 곳에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사람들이 한율을 찾아 그가 가는 곳에서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한율 헌터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놈의 등급 및 능력에 관한 보고입니다.”

이어폰을 착용한 채 노트북을 조작하던 직원의 보고에 김환성이 대화를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보고하도록.”

“확인 결과 가디언 드레이크보다 방어력이 뛰어난 A급 몬스터라고 합니다.”

“……공격력은?”

“모든 마나를 방어에 집중한 것으로 보아 공격에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확인된다고 합니다가 아니다.

추정된다고 합니다.

“공략 방법은?”

“다른 골렘들과 마찬가지로 핵, 그러니까 마석을 파괴하는 것밖에 없다고 합니다.”

“여기서 그런데가 나오겠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김환성이 다시 입을 여는 직원을 바라봤다.

“그런데 놈은 열다섯 개의 마석으로 이루어졌으며 열세 개의 마석이 놈의 육체 안쪽에 숨어 있다고 합니다.”

“……마석의 내구도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감정을 통해 A급 마석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

A급 마석은 B급 헌터의 무력으로 파괴하기 어려운 마석.

“놈이 도시에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 이야기는 없었는지 양해를 구한 직원이 이어폰에 달린 마이크를 다시 입 근처로 가져왔다.

“가장 가까운 도시, 태백에 도착하는 데에도 6시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느리다.

다행이다.

몸집도 큰데 빠르기까지 했으면 더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일단 B등급 이상 헌터들을 불러 모으도록. A급 헌터들도 가능한 한 참전하라고 요청하고.”

“방어에 특화된 A급 몬스터입니다. 과연 모집에 응할까요?”

임지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A급 게이트 토벌 작전과는 다르다.

게이트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A급 몬스터 한 마리를 상대하는 것이었고, 그 몬스터가 공격에 특화된 것이 아닌 방어에 특화되었다.

놈이 공격력이 떨어지는 방어력만 높은 A급 몬스터라는 것을 알면 ‘정말 위험할 때까지’ 참전을 거부할 소지가 있었다.

이유?

귀찮고 몬스터를 토벌하고 나누는 보상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우선권을 준다고 해.”

몬스터 토벌을 통한 보상이 너무 적다면 다른 보상을 주면 된다.

“우선권 말입니까?”

“어. S급 제작 능력자들 있잖아.”

“……아.”

S급 제작자가 도착하자 수십 개의 길드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제작자들에게 장비 제작, 그리고 영약 조제를 의뢰하기 위해서였고, 헌터 협회는 그럼 길드 관계자들에게 사흘 내로 연락을 주겠다는 말을 하고 돌려보냈다.

제작자는 두 사람이고 두 사람의 힘이 필요한 헌터는 수백, 수천 명이나 된다. 거기다 이 제작자들은 대한민국에 정착하는 것이 아니라 석 달 동안 체류하는 것이니 헌터 협회는 골머리를 앓았다.

사흘 내로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과는 다르게 어떻게 순서를 정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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