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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36화 (136/221)

136 각개 전투(2)

방아쇠를 당기며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한율.

카가가강!

빠른 속도로 도를 휘두르며 총알을 튕겨 내거나 베어 내며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검은 가면.

분명 한쪽은 공격을 하고 한쪽은 방어를 하지만 대치하는 것 같은 두 사람.

“디그!”

한율이 먼저 움직였다. 5서클에 오르며 영창 속도가 크게 줄어든 1서클 마법, 디그를 사용했고, 도를 휘두르며 다가오던 검은 가면이 발을 헛디뎌 휘청거리자마자 메모라이즈 마법으로 저장해 둔 고서클 마법을 사용했다.

“어스 랜스.”

슈슈슈슉!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흙으로 이루어진 창.

휘청거린 검은 가면이 황급히 몸을 틀어 솟아오르는 흙으로 이루어진 창을 피하는 대신 고개를 번쩍 들어 한율을 바라봤다.

씨익 미소를 그린 검은 가면이 사라졌다.

땅속에서 솟아오른 흙으로 이루어진 창이 검은 가면의 잔상을 관통하자 빠르게 탄창을 갈아 끼우던 한율이 다시 메모라이즈 마법을 사용했다.

“블링크.”

파앗!

이번에는 검은 가면이 한율의 잔상을 베었다.

“…….”

한율이 서 있던 장소에 서서 씨익 미소를 그리는 검은 가면.

“하아. 빡세다. 빡세.”

검은 가면이 서 있던 장소에 서서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저 탄창을 교체하고 장전하는 한율.

다시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동시에 말했다.

“밑에 봐.”

“멍청한 새끼.”

“……응?”

“엉?”

콰아앙!

한율의 다리 아래, 이동하기 전에 검은 가면이 설치한 폭탄이 폭발했고, 검은 가면의 다리 아래,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하기 전에 거래창에서 꺼내 떨어트린 수류탄이 폭발했다.

“이야. 이야. 이야.”

빠르게 움직여 폭발을 피한 검은 가면이 탄성을 흘리면서 폭발이 일어난 장소를 확인한 후에 고개를 돌렸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푸른 연기로 가득한 장소.

검은 가면은 기다렸고 마나 연기가 걷히며 구체 실드 내부에서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한율이 보이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우리 너무 잘 어울리는 거 아냐?”

검은 가면이 자신의 후방에서 나타나리라는 것을 예측해 수류탄을 떨어트린 한율.

“……하아아.”

한율이 자신이 서 있던 장소, 정확하게는 어스 랜스 뒤로 몸을 피할 것으로 예측해서 폭탄을 설치한 검은 가면.

한숨을 내쉰 한율은 그의 말을 받아 주는 대신 다시 총을 들고 검은 가면은 웃으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

협동 작전.

그것도 섬멸 포위전이라는 동시에 적을 공격하는 호흡이 중요한 작전이었다.

하지만 상대방 측에서 먼저 자신들의 위치를 포착했고, 그로 인해 섬멸 포위전은 각개 전투로 바뀌었다.

마법사의 탑은 도를 사용하는 검은 가면과 그의 수하들.

이연희는 롱소드를 사용하는 검은 가면.

레온 길드는 도주하는 혈사회.

강찬혁 상사는 회색 가면.

그렇다면 군부대는 누가 추격할까.

그들을 추적한 헌터는 이연희를 제외한 발키리 길드 소속 헌터들이었다.

회색 가면.

지휘도 하지 않고 한율만 상대하고 있는 검은 가면을 대신해 지휘를 맡은 회색 가면도 알고 있다.

군인들을 추적 중인 발키리 길드가 합류하는 순간 도주가 힘들어질 거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안 좋았다.

한눈을 파는 사이에 모습을 감추는 헌터.

정말 집중해야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헌터가 하필 자신이 상대하는 적이었다.

‘생각 이상이야.’

도를 다루는 검은 가면은 물론 숨어서 경호하던 검을 다루는 검은 가면도 나섰다. 두 사람을 추종하는 회색 가면들도 모두 자신의 적을 상대하느라 바쁘다.

헌터들의 습격 사실을 알고 지원 요청을 해 두었지만, 아군이 도착하는 것보다 빠르게 결판이 날 가능성이 컸다.

물론 검은 가면은 붙잡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회색 가면, 그리고 백색 가면들이 제압 또는 사살당할 것이고, 그들의 제압 또는 사망은 아크럼의 인력난을 더욱더 키울 게 뻔했다.

“……아!”

회색 가면이 탄성을 흘리더니 방패를 하나 더 꺼내 양손에 쥐었다.

‘뭐지?’

상대방이 한눈을 파는 순간 능력을 사용해 모습을 감춘 강찬혁 상사, 총구를 적에게 향하게 한 상태에서 빈틈을 찾던 그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집중해서 자신을 찾는 적이다. 그것도 자신의 공격을 막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공격하기 위해 다른 손에 권총을 쥐고 있는 적이다. 그런데 그런 적이 갑작스레 탄성을 흘리더니 권총을 버리고 방패를 양손에 하나씩 쥐고 방어에 더 집중했다.

무언가가 있다고 판단한 강찬혁 상사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고, 굳게 닫혀 있던 회색 가면의 입이 벌어지자 황급히 모습을 드러냈다.

타앙!

강찬혁 상사가 방아쇠를 당기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하지만 회색 가면은 양손에 들고 있는 방패를 붙여 방어를 더욱더 굳건하게 한 상태로 검은 가면에게 외쳤다.

“붉은색 신호탄 쏘십시오!”

벌써 적의 지원군이 도착했나?

그런 생각을 하던 강찬혁 상사가 다시 머리를 굴렸다. 만약 적의 지원군이 도착했다면 무전기를 통해 보고가 들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후방 지원팀은 보고하지 않았다.

즉 적의 지원군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갑자기 신호탄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율아, 막아!”

모른다. 하지만 막아야 한다고 판단한 강찬혁 상사는 회색 가면을 공격하며 한율에게 소리쳤다.

***

“붉은색 신호탄을 쏘십시오!”

신호탄?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외침에 한율은 고개를 갸웃했고, 공격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가던 검은 가면은 멈춰 섰다.

“율아! 막아!”

막아?

“……!”

한율이 황급히 총을 들었다.

검은 가면은 이미 흐릿한 잔상을 남긴 채 모습을 감춘 상황.

한율은 바로 탐지 마법을 사용해 위치를 확인했고, 막대기를 들고 있는 검은 가면이 보이자 황급히 자세를 잡고 방아쇠를 당겼다.

쉬이익!

목표는…….

타앙!

공중으로 솟아오르던 막대기.

대인전을 대비해 사격 훈련도 빼놓지 않은 한율이다. 총알은 공중으로 솟구치던 막대기에 적중했다.

퍼엉!

높은 하늘에서 폭발하는 것이 아닌 나무 밑에서 폭발한 신호탄.

자연스럽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한율이, 그리고 강찬혁 상사가 바로 굳은 표정을 지었고, 검은 가면과 회색 가면이 작은 미소를 그렸다.

총알과 충돌해 일찍 폭발한 신호탄이 일으킨 빛은 노란색.

한율과 강찬혁 상사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

한율이 다시 총을 들었고, 강찬혁 상사가 멈춰 서서 총을 들었다.

하지만 도를 사용하는 검은 가면, 방패를 양손으로 들고 있던 회색 가면이 그런 두 사람을 방해했고, 그 순간 이연희와 전투 중이던 검은 가면이 신호탄을 쏘았다.

쉬이잉. 퍼어엉!

나무 위, 높은 하늘에서 붉은빛을 일으킨 신호탄.

고개를 살짝 들어 붉은빛을 확인한 한율이 눈앞에서 도를 휘두르고 있는 검은 가면에게 물었다.

“뭐냐?”

“몬스터를 유인하는 빛.”

“……뭐?”

“우리 애들 중에 몬스터를 유인하는 능력을 각성한 애가 있거든. 걔가 만든 물건. 아, 정확하게는 장비 제작자가 만든 걔의 능력이 부여된 신호탄이지.”

순순히 대답한 검은 가면이 다시 도를 크게 휘둘렀다.

쉬이익!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한율이 바로 왼팔을 들었다.

콰아아앙!

상대방의 공격을 35% 감소시키는 장비를 착용했는데도, 아니 착용하고 있는 군복의 효과까지 포함하면 50%가 넘는데도 전해지는 엄청난 충격에 팔이 저렸다.

다시 도를 어깨 위에 짊어진 검은 가면이 저 멀리, 왼팔을 축 늘어트린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한율에게 말했다.

“조금 더 뜸을 들여야 되네.”

경매장에서 만났을 때에 비하면 다른 사람이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뜸을 들이기는 개뿔.”

비틀거리는 한율이 으르렁거렸다.

검은 가면이 그런 한율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어 머리 위를 확인했다.

“이야.”

경매장에서 만났던 그 애가 맞다.

“오랜만이네.”

검은 가면은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수류탄을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콰과과광!

***

알고 있다.

모를 수가 없다.

도를 다루는 검은 가면이 ‘놀고 있다’라는 것을 말이다.

경매장에서 만났을 때처럼 정면에서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내고 후방으로 이동해 자신을 공격했다.

집중하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는 자신과는 다르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고, 눈앞에 있는 적에게 집중해야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자신과는 다르게 주변을 둘러보면서 공격을 피할 정도로 여유도 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죽이지는 못한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는 자신들과는 다르게 빠르게 도주해야 하는 놈은 얼마 안 가서 몸을 돌려 도망칠 테니까 그 전에 한 대만 때리자고.

“그게 경매장 때와 똑같은 방식일 줄은 몰랐지만.”

경매장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은 기절하지 않았다는 것과 검은 가면이 홀로 수류탄 수십 개의 폭발에 휘말렸다는 것이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혼잣말을 뱉은 한율이 다리에 힘을 주고 허리를 폈다.

힘을 주자 움직이는 대신 커다란 고통을 전해 주는 왼팔.

왼쪽 어깨에 회복 마법을 사용하려던 한율, 천천히 손을 뻗어 왼쪽 어깨를 짚은 한율이 마법을 사용하는 대신 인상을 한껏 찌푸린 채로 전방을 바라봤다.

폭발이 일어난 장소.

연기가 걷힌 장소에는 커다란 구덩이만 존재했다.

타악! 타악!

귓속을 파고드는 사람들의 발소리.

한율이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검은 가면, 그리고 회색 가면과 타이밍을 놓쳐 전장에 남아 있었던 백색 가면.

이연희와 충돌한 검은 가면은 옆구리가 베여 피를 흘리고 있었다.

두 개의 방패를 다루던 회색 가면은 파괴된 건지, 아니면 상황에 맞춰 손에서 놓아 버린 것인지 반 토막 난 방패 하나만 들고 있었다.

부상을 입어 거칠게 호흡을 하는 백색 가면이 있었고, 무기로서의 가치를 잃은 쓰레기를 들고 있는 백색 가면이 있었다.

“물건은 챙겼지?”

다시 기다란 도를 어깨에 짊어진 검은 가면이 회색 가면에게 물었다.

“예.”

“좋아. 그럼…….”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돌린 검은 가면이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한율을 비롯해 검은 가면 또는 회색 가면과 충돌한 헌터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백색 가면을 상대한 헌터 중 한 명이 움직였다.

푸욱!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딘 헌터의 이마에 단검이 꽂혔다.

“…….”

“…….”

A급 헌터가 던진 단검을 A급 헌터가, 그리고 A급에 가까운 B급 헌터가 쫓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하나다.

각성 능력.

“허어.”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마나를 이용해 강화한 신체 능력, 계속된 전투를 통해 습득한 검술만 사용했다.

검은 가면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한율을 향해 방긋 웃어 주고 뒤로 돌았다.

롱소드를 다루는 검은 가면도 방패를 다루는 회색 가면도, 부상을 입은 백색 가면도 동료의 도움을 받아 뒤로 돌았다.

무방비한 적의 등이 보였다. 하지만 헌터들은 추격하는 대신 그 자리에 서서 놈들을 바라봤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크럼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아크럼이 쏘아 낸 신호탄을 확인한 몬스터들의 발소리가 헌터들의 귓속을 파고들 때, 이연희가 한율에게 물었다.

“하셨어요?”

“네.”

뒷목을 잡은 채로 목을 좌우로 꺾은 한율, 그가 아크럼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다시 대답했다.

“추적 마법 걸어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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