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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34화 (134/221)

134 기습 작전(2)

“하아암.”

커다란 나무 상자 위에 앉아 있던 검은 가면을 힐끔 훔쳐본 혈사회의 친타오가 인상을 찌푸렸다.

“무시하십시오. 그래야 심신에 좋습니다.”

중국어가 능숙한 회색 가면.

검은 가면에게 전권을 위임받아 거래를 하던 회색 가면의 말에 친타오가 심호흡을 하고 물었다.

“원래 저렇게 예의가 없소?”

“예. 대신 실력이 있습니다.”

“…….”

검은 가면은 각성 범죄자들 사이에서 매우 유명했다.

S급과 A급 사이에 위치한 근접 전투 능력자.

과거 어느 암흑 시장에서 러시아 측 A급 헌터를 10분도 지나지 않아 머리와 몸을 분리한 실적이 있다.

“…….”

친타오가 고개를 살짝 돌려 검은 가면을 훔쳐봤다.

B급 헌터인 자신이라면 몇 분을 버틸까.

‘몇 분도 아니지.’

친타오는 30초도 채 지나지 않아 머리와 몸이 분리될 거라고 확신했다.

“거래는 끝났지?”

검은 가면하고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싫었던 친타오가 자신의 책사에게 물었다.

검은 가면을 대신해 회색 가면이 거래를 진행한 것처럼, 그 또한 책사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크럼이 계산을 위해 사용한 화폐는 마석.

만약을 대비해 마석을 하나씩 꺼내서 확인하는 수하들을 보고 친타오가 인상을 찌푸릴 때,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검은 가면이 고개를 돌렸다.

“음?”

“……이, 이건 해야 할 일이오.”

친타오가 황급히 변명을 했다. 하지만 소리를 낸 검은 가면은 친타오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파앗!

상자 위에 앉아 가만히 숲속을 바라보던 검은 가면이 흐릿한 잔상과 함께 사라졌다.

“허, 허허.”

B급 헌터인 자신조차 쫓지 못했다.

“……꿀꺽.”

친타오가 황급히 마나를 풀어 검은 가면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나무 상자 위에서 커다란 나무의 나뭇가지 위에 서 있는 검은 가면이 보였다.

“흐음, 망원경아!”

나뭇가지 위에 서 있는 검은 가면이 저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불렀다.

“후우, 가봐.”

“예?”

“가보라고. 장난치는 사람은 아니잖아. 아니, 정정. 작전 도중에 장난치는 사람은 아니잖아.”

장난기가 있다. 하지만 작전 도중에는 장난을 치지 않는 검은 가면이었기에 회색 가면은 자신의 뒤에 서 있던 하얀 가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독수리의 눈이라는 초능력을 각성한 미술을 전공한 각성 범죄자.

검은 가면이 자리를 잡은 나무 앞에 서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던 하얀 가면이 주머니에서 실드 마법 주문서를 꺼내 찢었다.

실드 다섯 개를 연달아 찢어서 만든 계단.

이를 도약해 검은 가면 옆으로 이동한 하얀 가면이 고이 접어 둔 A4용지와 목에 걸고 있는 펜을 손에 쥐고 물었다.

“어딘데요?”

“저쪽.”

“남쪽?”

일단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남쪽을 확인했다.

크고 밝은 보름달이 떠 있어서 오전 1시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몬스터가 일으킨 먼지구름.

하얀 가면이 능력을 사용해 다시 남쪽을 확인했다.

먼지구름을 일으키고 있는 몬스터가 보였다.

이쪽도 몬스터, 저쪽도 몬스터.

“몬스터밖에 안 보이는데요?”

“에잉. 쓸모없는 것. 탐지 주문서 내놔.”

“…….”

힘이 곧 법이다. 입술을 삐죽 내민 하얀 가면이었지만 그는 순순히 검은 가면에서 탐지 주문서를 건넸다.

찌이익.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검은 가면의 마나.

하얀 가면이 고개를 돌렸다. 나무 아래,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동료가 보였고, 혈사회가 보였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것처럼 하품을 하고 있는 군인들이 보였다.

‘천재는 천재야.’

탐지 마법을 감지하지 못한 사람들의 반응.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하얀 가면이 다시 검은 가면을 바라봤다.

“호오?”

“무슨 일입니까?”

“첩자가 있는 거 같은데?”

“예?”

“우리 쪽인지, 저쪽인지, 아니면 우리 군인 양반들 사이에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말끝을 흐린 검은 가면이 입가에 진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남쪽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우리 들켰다?”

“……!”

***

북쪽에서 내려온 몬스터들이 군사 분계선에 당도하는 것과 동시에 움직였다. 몬스터의 감각을 피해 움직이기에는 인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몬스터들이 군사 분계선에 당도할 때에 맞춰 움직였다.

빠르게 움직여 강찬혁 상사와 합류해 위치를 재확인하고 포위 섬멸 작전을 위해 사방으로 흩어져 이동.

K-7을 들고 기동하던 한율이 무언가를 느낀 것처럼 인상을 찌푸렸다.

“아놔…….”

각성 범죄자를 목격한 것도 아니고, 몬스터와 만나 작전에 변수가 발생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거래 장소로 향하던 도중에 한율은 욕설을 뱉었고, 뒤를 따르던 동료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바로 허리에 차고 있는 무전기를 조작했다.

“헌터 협회, 그리고 청일 그룹.”

-예.

-예. 도련님.

“탐지 마법 주문서가 각성 범죄자들의 손에 넘어갔거든요?”

-예? 예?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되묻는 헌터 협회와는 다르게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라는 것처럼 바로 대답하는 청일 그룹.

-그걸 어…….

탐지 마법 주문서가 각성 범죄자들에게 판매되었다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해 되물으려던 김건우였다.

말끝을 흐린 그는 지금 이 상황에서 각성 범죄자들이 탐지 마법 주문서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깨닫고 한율에게 물었다.

-놈들이 주문서를 사용했습니까?

“예. 들켰습니다. 조심하십시오.”

한율이 흩어져 있는 동료들에게 경고를 내리고 무전기를 조작해 수신 버튼을 껐다.

“탐지 마법 주문서가 넘어갈 줄은 몰랐는데.”

수십, 수백 장을 생산하는 마법 주문서가 각성 범죄자들 손에 넘어가는 것은 예상했다. 그래서 공격 마법 주문서를 아직 생산해서 판매하지 않은 것이니까.

하지만 하루에 네 장을 생산하고 그중 두 장을 판매하고 있는 탐지 마법 주문서가 각성 범죄자들 손에 넘어갔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한 장은 청일 그룹에서 판매하고 남은 한 장은 헌터 협회에 판매하는 중이다.

어디서 유출된 걸까.

청일 그룹?

헌터 협회?

잠시 고민하던 한율이 피식 실소를 터트리고 등 뒤로 손짓했다.

타다다닥.

조금 더 속도를 높여 바로 옆, 또는 뒤에 밀착한 동료들.

한율은 그 상태에서 주문을 외웠고, 거대한 마나의 밀집을 확인하는 순간 마법을 사용했다.

“블링크.”

파앗!

한율 일행이 빛과 함께 사라졌고.

쉬이익!

그 순간, 그들이 서 있던 장소를 통과한 마나탄이,

콰아앙!

거대한 나무와 부딪쳐 폭발을 일으켰다.

블링크 마법을 사용해 이동한 장소는 전방도 후방도, 좌측도 우측도 아니다.

공간 이동에 성공한 한율이 바로 눈을 뜨고 자세를 잡았다.

총구가 향한 곳은 아래.

“어, 시벌?”

검은 가면.

타앙!

기다란 도를 들고 있는 검은 가면과 눈이 마주친 한율이 욕설과 함께 방아쇠를 당겼고, 웃으며 도를 들어 올린 검은 가면이 손목을 비틀었다.

카앙!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튕겨 나간 총알.

도면을 이용해 총알을 튕겨 낸 검은 가면이 그대로 자세를 바로잡고 도를 찌르자 한율은 마법으로 대응했다.

“실드!”

파아앗!

실드 위에 착지한 한율 일행이 아래를 내려 봤다.

칼날의 끝과 실드 사이에 존재하는 아주 작은 틈.

우연인지, 계산을 한 것인지 점프를 해야만 칼날의 끝이 실드에 닿는 아주 작은 틈.

“브레이크!”

한율 일행이 실드 위에서 도약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대한은 실드 위에서 도약하며 몸을 비틀어 검은 가면에게 방패를 던졌다.

신체 능력(스피드) 초능력을 각성해 그 누구보다 빨리 바닥에 착지한 문수원은 새로운 무기, 망치에 마나를 주입하고 던졌다.

김세혁은 나뭇가지 위에 착지하면서 활시위를 당겼고, 망치와 방패의 날아가는 속도에 맞춰 활시위를 놓았다.

한율도 마찬가지였다. 동료들의 움직임에 맞춰 실드를 해제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

무전기를 통해 한율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은 작전에 참가한 토벌대만이 아니었다.

태백 부대 지휘소, 그리고 헌터 협회도 무전기 주파수를 토벌대가 사용하는 주파수에 맞춰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찾아봐.”

“알겠습니다.”

탐지 마법 주문서는 영초, 몬스터, 핵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물건이기도 했지만 잘못 사용하면 다수의 몬스터를 유인하는 아주 위험한 무기이기도 했다.

김환성은 바로 명령을 내렸고, 임지혜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

“길드가 구입해간 탐지 마법 주문서가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으니 그쪽을 파보고.”

헌터 협회에서 유출된 것보다는 헌터 협회가 확보한 탐지 마법 주문서를 구매한 길드가 각성 범죄자들에게 판매했을 가능성이 더 컸다.

“발견 후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탐지 마법 주문서의 유출로 작전이 망가졌다.

예상보다 더 많은 피해가 있을 것이라 짐작한 임지혜가 아주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김환성 또한 분노를 담아 대답했다.

“유출과 관계된 이들 모두 각성 범죄자로 지정한다.”

“알겠습니다.”

***

A급 헌터와 B급 헌터이지만 아티팩트와 마나 호흡법을 습득해 A급에 가까운 B급 헌터의 협공.

한율은 물론 이대한, 문수원, 김세혁 또한 피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지만 그것은 검은 가면이 홀로 협공을 대처해야 할 때였다.

파앗!

쉬이익! 쾅!

빛의 폭발과 함께 나타난 방패를 든 회색 가면이 검은 가면의 우측에서 나타나 화살을 막았다. 화살에 담긴 힘이 너무나 커서 그대로 뒤로 튕겨 나갔지만 말이다.

“흡!”

빛의 폭발과 함께 검은 가면의 좌측에서 나타난 붉은 장갑을 착용한 회색 가면이 양손을 뻗어 날아오는 방패를 잡았다. 방패의 테두리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튀어나와 바로 방패를 놓아 버렸지만 말이다.

쉬이익! 콰앙!

나무 상자 위에 서 있던 회색 가면이 단창을 던져 날아가는 망치를 튕겨 냈다.

마지막 검은 가면.

다른 헌터들은 무시하고 오로지 한율만 바라보던 그는 아주 빠른 속도로 도를 휘둘러 총알을 베었다.

“이야.”

“하아.”

“또 만났네?”

“또 너냐?”

검은 가면은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인사를 건넸고, 다시 실드를 생성해 그 위에 착지한 한율은 주변을 둘러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중국인 각성 범죄자 집단.

보이지 않는다.

거래를 중개하던 군인.

보이지 않는다.

“쯧.”

탐지 마법을 사용하기 전에 기습을 알아차린 게 분명했다.

다시 고개를 돌린 한율의 시선이 동료들에게 향했다.

방패를 회수한 이대한이 붉은 장갑을 착용한 헌터와 충돌했고, 장비에 부여된 컨트롤 스킬을 이용해 무기를 낚아챈 라이트닝이 상자에서 내려온 회색 가면과 충돌했다.

김세혁.

마찬가지였다. 한 손에는 방패를, 한 손에는 검을 들고 있는 회색 가면을 향해 화살을 날리고 있다.

“준비됐냐?”

정말 밝은 목소리.

한숨을 내쉰 한율은 검은 가면을 바라봤고, 도를 들지 않은 손을 좌우로 흔드는 놈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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