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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33화 (133/221)

133 기습 작전(1)

마나에 의해 태어난, 아니 진화한 몬스터는 본능적으로 흡수한 마나를 소모해 신체를 강화하는 데 사용한다. 그래서 한율은 총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만에 하나를 대비한 호신용으로 권총을 준비했지만, 소총을 주력으로 사용하지 않은 지는 오래되었다.

마석을 추가해 제작한 탄환을 이용해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하위등급 몬스터와 싸우던 뉴비시절은 이미 지나갔기 때문이다.

철컥.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인간은 마나 홀에 마나를 저장한 후에 초능력을 사용할 때, 그리고 스스로 필요하고 판단할 때 마나를 ‘끌어올려’ 신체 능력을 강화하고 초능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빈틈이 많다.

각성한 헌터라고 해도 눈으로 좇기 어려운 총기는 상대방의 허점을 찾아내는 데 좋은 무기.

상대방에게 강제적으로 신체 강화 능력을 지속시켜 마나를 소모시킨다는 장점을 가진 무기.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K-7을 꺼냈던 한율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기를 바꿔야 하나.”

검, 도, 창 등으로 바꾼다는 말이 아니다. 한율이 고민하는 것은 K-7보다 화력이 뛰어난 무기, K-7보다 마나 전도율이 뛰어난 무기로 바꿔야 하냐는 것이었다.

“무기 바꾸시게요?”

“무기를 왜 바꾸나.”

문수원, 이대한이 한율의 혼잣말을 듣고 물었다. 한 사람은 신기하다는 듯이, 한 사람은 반대하듯이 인상을 찌푸린 채로 말이다.

“아니. K-7 말고 다른 총기로 바꿔야 하나 싶어서.”

“M시리즈나 AK 같은 걸로요?”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노란색 쫄쫄이 갑옷을 착용한 청년, 문수원이 보였다.

“넌 군대도 안 다녀온 애가 어떻게 M시리즈를 알고 AK를 아냐?”

“게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총이잖아요.”

“…….”

“그러네.”

FPS 게임에서 자주 나오는 M시리즈와 AK.

한율이 협동 작전 당시에 만났던 미군, 정확하게는 그들이 사용하던 무기를 떠올렸다.

‘멋있게 생기기는 했지.’

멋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만들던 M시리즈.

한율이 고개를 살짝 떨어트려 K-7을 바라봤다.

한국에서 제작된 국산 총.

멋은 없다. 실용성을 중시해 디자인적으로는 무척이나 아쉽다.

“……흐음. 몬스터, 그리고 각성한 헌터를 상대로 사용하는 거니까.”

시중에서 판매되는 총기를 구입하는 것보다는 직접 제작하는 게 낫지 않을까.

‘뭐, 지금 당장 바꿀 수는 없으니까.’

고민하던 한율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주변을 둘러봤다.

생활관을 나오는 병사들이 보였다. 완전 무장을 한 병사들이 훈련장에 5열 종대로 서서 지휘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교 및 부사관들이 탑승한 전차들이 태백 부대를 빠져나가 태백 부대가 담당하는 군사 분계선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른 부대의 상황을 알 수 있겠습니까?”

한율이 첫날 부대를 안내해 주었던 윤재혁 중위에게 물었다.

“바로 군사 분계선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비 부대를 태백 부대로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태백 부대는 다른 군부대와는 다르게 군사 분계선 너머에 신설된 부대.

가장 먼저 몬스터의 습격을 받는 부대였다.

“발키리 길드, 그리고 레온 길드는요?”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군사 분계선 아래, 각 부대와 협력하는 길드도 작전을 개시했습니다.”

“문제는 없다?”

“예.”

한율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태백 부대, 북쪽 입구로 향했다.

발키리 길드의 헌터들이 보였다. 레온 길드의 헌터들도 보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율, 정확하게는 헌터 길드, 마법사의 탑과 협력하는 헌터 협회 소속 헌터들, 청일 그룹 경호팀, 그리고 국가 소속 헌터들도 보였다.

“음?”

발키리 길드 소속 헌터들 사이에 보이는 익숙한 얼굴.

한율이 다시 고개를 돌려 윤재혁 중위를 바라봤다.

“언제 오셨습니까?”

“예?”

“이연희 헌터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움직였습니다. 들키지는 않았습니다. 국가 소속인 공간 능력자의 도움을 받아 군부대로 바로 이동했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인 한율이 이번에는 레온 길드 소속 헌터들을 확인했다.

이연희 헌터가 직접 움직인 발키리 길드와는 다르게 레온 길드에서는 마나 소드라는 능력을 각성한 A급 헌터, 김건우를 보냈다.

한율은 이연희 헌터는 물론 김건우 헌터까지 고개를 살짝 숙이는 인사를 건네자 똑같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네고 헌터 협회, 청일 그룹, 그리고 국가 소속 헌터들에게 다가갔다.

“적들을 포위할 겁니다. 그러니 지휘 체계를 넷으로 나눕니다.”

“각 소속으로 말입니까?”

배희연을 대신해서 이번 작전에 참가한 청일 그룹의 헌터, 김태산이 물었다.

“네. 그게 낫잖아요.”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흩어졌다.

청일 그룹은 청일 그룹끼리, 국가 소속 헌터들은 국가 소속 헌터들끼리, 헌터 협회 소속 헌터들은 헌터 협회 소속 헌터들끼리.

‘분명 포위 섬멸전을 할 테고.’

한 방향에서 공격하면 각성 범죄자들은 북으로 향할 것이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국경을 넘을 것이고, 대한민국과 중국 사이, 그 중앙에 자리를 잡은 B등급 몬스터들을 이용해 추격을 방해할 것이다.

‘아니, B등급이 아닐 수도 있겠네.’

2차 게이트 변화가 일어났고, 3차 게이트 변화가 일어났다. 게이트의 변화에 맞춰 몬스터의 능력이 상승했을 가능성이 있다.

거래창을 열고 그 안에서 수류탄, 탄창, 권총 등 전투에 필요한 물건을 꺼내던 한율이 마탑 소속 헌터들을 바라봤다.

만약을 대비해 얼음 여왕, 송아연을 마탑에 대기하게 했다.

능력을 보면 대인전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근접 전투 능력이 매우 부족했고, 신체 능력 강화 기술이 미숙한 헌터였다.

더 중요한 것은…….

살인 경험.

송아연은 뛰어난 헌터였지만 살인 경험이 없었다.

문수원?

한율은 문수원도 송아연과 마찬가지로 살인 경험이 없다고 생각해서 제외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예상과는 다르게 살인 경험이 있었다.

경매장 습격 사건.

아크럼과 충돌했던 경매장 습격 사건에서 사람들을 대피시키던 도중 각성 범죄자와 충돌해 살인을 경험한 것이다.

활시위를 튕기며 무기를 점검하는 김세혁이 보였고, 제자리에 서서 몸을 푸는 이대한과 문수원이 보였다.

“수……. 라이트닝.”

“예?”

“그건 뭐냐?”

“아, 그게…….”

라이트닝, 문수원이 어색한 미소와 함께 오른손을 뒤로 감췄다.

“내가 선물했다.”

바로 옆에서 초능력을 사용해 방패를 공중에 띄운 채 조작하던 캡, 이대한의 대답.

한율이 고개를 돌리자 이대한이 씨익 미소를 그리고 답했다.

“라이트닝도 무기가 필요하니까.”

“…….”

다시 고개를 돌린 한율, 그가 다시 한번 문수원을 바라봤다.

문수원은 망치를 들고 있었다.

장도리가 아니다.

망치.

그것도 흔히 볼 수 있는 망치와는 다르게 짧은 자루와 은을 이용해 제작한 은색 망치를 들고 있었다.

“천천히 복장도 바꾸고 염색도 권장할 생각이다.”

염색?

“염색? 머리 말하는 거냐?”

“그래.”

“……금발로?”

이대한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 아니, 라이트닝아.”

“네. 형님.”

“진짜 바꾸게?”

“장갑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문수원이 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최근, 이대한의 제안을 받은 후부터가 아니었다. 그는 전부터 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상위 등급 몬스터를 상대하자 박투술만으로는 게이트 활동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왜 하필 망치냐.”

“선물해 줘서…….”

“야, 그렇다고…….”

“아니, 감정해 보세요. 감정.”

감정해 보면 알 거라는 듯이 문수원이 한숨과 함께 뒤로 감춘 오른손, 은색 망치를 내밀었다.

“……감정.”

이름: 문수원의 망치(200).

설명: 김지현이 문수원을 위해 제작한 망치. 문수원의 마나가 주입되어 문수원만이 다룰 수 있다.

효과: 컨트롤. 신체 강화 마법 효과 20% 증가(컨트롤 사용 시에도 효과 적용).

“……컨트롤은 뭐냐?”

“마나 주입하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어요.”

“……어떻게?”

“몰라요. 저는 대한이 형님이 제작에 참여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염력, 사이코키네시스 능력을 각성한 이대한이다.

“그래서 바꾸게?”

“네.”

“진짜?”

“……하아, 네.”

손에 쥐지 않아도 마나만 주입해 놓은 상태라면 신체 강화 효과를 받을 수 있다.

“조건이 바꾸는 거냐?”

“……네에.”

“…….”

한율이 다시 고개를 돌려 이대한을 바라봤다.

진심이다.

김세혁이 마탑에 가입한 이후부터 게이트 활동 및 수련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바깥 활동에 쓰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뛰어난 장비로 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아, 파트너.”

“……왜.”

“선물이다.”

이대한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한율에게 던졌다.

물건이 날아오기에 자신도 모르게 황급히 손을 뻗어 낚아챈 한율, 그가 손에 잡힌 물건을 확인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장갑.

장갑이었다. 손목까지 오는 장갑이 아닌 어깨까지 감싸는 은색 장갑.

“뭐냐?”

“감정해 봐라.”

하기 싫다. 분명 문수원이 들고 있는 망치처럼 효과가 뛰어나 거절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각성 범죄자 집단, 아크럼은 물론 그들과 거래하는 동급의 각성 범죄자 집단과도 충돌하는 상황이었다.

“……감정.”

이름: 한율의 장갑(250).

설명: 한율을 위해 김지현이 제작한 장갑.

효과: 피해 15% 감소. 마법 효과 15% 상승.

“……미친.”

효과가 두 가지인 것도 있지만 피해 감소 및 마법 효과 상승률이 너무나 높았다.

“S급 제작자냐?”

“아니. A급 제작 능력자. 하지만 조금 특이하지. 자신의 염원을 담아 제작하면 더욱더 좋은 장비를 제작할 수 있는 제작 능력자니까. 어떻게 보면 S급 제작 능력자라고 해야 하려나?”

“어벤져 한정?”

“아니.”

이대한이 물건 하나를 더 꺼냈다.

막대기.

그냥 막대기처럼 보였다.

“감정.”

이름: 마나 소드(150).

설명: 김지현이 제작한 마나 소드.

효과: 마나 소드 마법 효과 18% 증가.

마나 소드.

막대기가 마나 소드란다.

“……과, 광선검?”

“그래.”

고개를 끄덕인 이대한이 몸을 홱 돌려 어딘가로 향했고, 한율은 그런 이대한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대한이 레온 길드 소속 헌터, 김건우 앞에 멈춰 서서 물건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던 김건우였다. 하지만 물건의 효과를 확인한 후, 그도 한율처럼 눈을 부릅떴다.

자연스럽게 손을 뻗는 것도 잠시, 김건우의 시선이 마나 소드에서 캡의 모습을 한 이대한, 이어 마탑 소속 헌터들에게 향했다.

“대충 예상이 가네.”

자신이 예상한 것처럼 광선검을 떠올려 망설이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한율은 알고 있다.

효과를 확인하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왼팔에 장갑을 착용한 것처럼, 문수원이 이대한의 술수에 말려들어 새로운 무기로 망치를 선택한 것처럼, 그도 저 광선검, 아니 마나 소드를 사용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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