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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32화 (132/221)

132 혈사회(2)

외국인이 방문하는 것이다. 그것도 잠깐 방문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3개월 동안 마탑에 머무른다.

한율이 걱정하는 한국영을 보며 핫바를 한입 베어 물고 다시 입을 열었다.

“기숙사에서 잠을 자요. 밥도 식당에서 먹고. 제가 중국어도, 가나…… 어? 어쨌든 외국어를 못하니까 분명 통역사도 데려올 거고요.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어요.”

“그래.”

한국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을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을 하자 한율이 화제를 돌렸다.

“유라는 집?”

“어, 어. 세후랑 세연이랑 같이 놀고 있다고 하더라.”

부모를 잃은 김세혁과 그의 동생들.

해체소에서 일하지만 헌터에는 관심이 없어 부모가 없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한국영은 기숙사에 자리를 잡으려는 김세혁을 설득해 그들의 짐을 5층에 풀게 했다.

한율은 계약을 했지만, 훈련이 필요한 세연, 세후를 위해서 찬성했고, 한유라는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세연, 세후를 위해 찬성했다.

“참 착한 애들이야.”

김세연, 그리고 김세후를 떠올리고 흐뭇한 미소를 그리는 한국영.

한율이 그런 한국영을 바라보다가 짓궂은 미소를 그리고 물었다.

“화이트랑 초코도요?”

“……끄응.”

“큭큭큭.”

화이트와 초코.

4층 연구실을 방문할 때와는 다르게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엉망으로 만들었지만, 한유라에게 크게 혼이 난 이후에는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술래잡기를 했다.

TV에서 노래가 나오면 노래를 따라 하고 춤을 췄다.

김세연, 김세후.

화이트, 초코.

새로운 가족들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니 시간이 훌쩍 갔다.

투두두두두.

한율이 의뢰를 받고 나서 매일 듣는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자 경호원들과 함께 편의점을 나와 운동장으로 향했다.

***

같은 시각.

군사 분계선 너머에 위치한 대한민국 몬스터 토벌 부대, 태백.

천천히 걸음을 옮겨 태백 부대를 빠져나온 강찬혁 상사가 하품을 했다.

“하아암!”

강찬혁 상사는 각성한 헌터였다. 하지만 그의 능력은 전투가 아닌 보조에 가까운 능력이었다.

능력명은 존재감 숨기기.

참 별 볼 일 없는 능력이다.

하지만 제작 능력자들이 제작한 투명화 능력이 걸린 장비를 제공 받자 강찬혁 상사가 가진 능력은 평범한 전투 관련 능력보다 더 뛰어난 능력이 되었다.

능력을 이용해 존재감을 없애고, 투명화 능력이 부여된 장비를 착용해 몸을 숨기니 잠입, 또는 암살에 특화된 헌터가 된 것이다.

소리?

소리도 나지 않았다. 거듭된 훈련과 제작 능력자가 제작한 군화를 통해 ‘작은 소리만 나는 발걸음’이 ‘소리가 나지 않은 발걸음’이 되었기 때문이다.

몬스터 한 마리가 옆을 지나갔다. 강찬혁 상사가 바로 옆에 있음에도 발견하지 못했다.

능력을 이용해 존재감을 지우고, 장비를 이용해 시각, 청각, 후각을 숨겼기 때문이다. 제 육감이라고 불리는 마나는 장비를 사용해도 숨기기 어려웠지만 마나 호흡법을 통해 마나 컨트롤이 가능해지자 마나 또한 숨길 수 있었다.

강찬혁 상사가 걸음을 멈췄다.

장비와 능력을 통해 뛰어난 암살자가 되었지만, 그는 최고의 암살자가 아니다.

B급 헌터, B급 몬스터는 강찬혁 상사의 능력을 꿰뚫어 봤다.

등급은 C+등급.

하지만 강찬혁 상사는 만약을 대비해 제자리에 서서 존재감을 죽이는 데 집중했다.

시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A급 제작 능력자가 제작한 투명화 마법이 걸린 장비니까.

청각 또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으니까.

문제가 되는 것은 후각.

하지만 강찬혁 상사가 서 있는 곳은 군사 분계선 너머, 몬스터가 지배하고 있는 북한이었다.

코를 벌렁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잠시, 몬스터가 다시 걸음을 옮겨 멀어지자 강찬혁 상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렇게 전날 수색했던 지역에 도착한 그가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흐음! 이번에는 조심해야지.”

대량의 마나를 주입하면 몬스터를 불러들이고, 그걸 걱정해 소량의 마나를 주입하면 확인할 수 있는 지역이 줄어드는 탐지 마법 주문서.

처음 사용한 날에는 너무 많은 양의 마나를 부여해 1시간 동안 제자리에서 꼼짝 못 했고, 두 번째로 사용한 날에는 너무 적은 양의 마나를 주입해서 확인된 지역이 너무나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찌이익.

한율과 연습했기 때문이다.

적정량의 마나를 주입해 탐지 마법 주문서를 찢은 후에 눈을 감고 머릿속을 파고드는 기억에 집중했다.

몬스터가 지배하는 영토답게 곳곳에서 마나를 품은 무언가가 확인됐다.

“더 깊숙이 가야 하나.”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C+등급 몬스터가 아닌 B-등급 몬스터와 조우할 수가 있다. B등급 몬스터부터는 정말 집중해야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 있어 인상을 살짝 찌푸렸던 강찬혁 상사가 걸음을 옮겼다.

탐지 마법을 통해 확인한 마나를 품은 무언가를 피하면서 이동하기를 30분.

강찬혁 상사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바로 자신의 능력에 집중해 존재감을 숨기고, 마나를 조금 더 주입해 장비 효과를 높이고 앞으로 걸어갔다.

시체.

몬스터의 시체가 있었다.

영역 다툼 도중에 사망한 게 아니다.

칼에 베인 것처럼 몸이 두 동강 났다.

강찬혁 상사가 유심히 몬스터의 상체와 하체를 살핀 후에 다시 탐지 마법 주문서를 꺼냈다.

하지만 잠시 고민하다가 탐지 마법 주문서를 회수하고 땅 위에 생긴 사람의 발자국을 확인했다.

B+등급 몬스터의 시체였다. 예상대로 몬스터의 발자국 위에 새로 생긴 사람의 발자국이 보였다.

한두 명이 아니다.

발자국의 크기가 전부 다른 것을 보아 최소 여섯.

‘여섯. B등급 몬스터.’

현재 감시 중인 장교와 그의 수하들은 아닐 것이다. 몸이 두 동강 난 몬스터는 B등급 몬스터이기 때문이다.

‘각성 범죄자.’

강찬혁 상사가 각성 범죄자가 몬스터를 죽였다고 판단하고, 각성 범죄자가 남긴 발자국이라고 판단하고 추적을 시작했다.

강찬혁 상사는 천천히 속도를 높였다.

희미하지만 사람의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자 바로 이동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 숲이다.

강찬혁 상사가 커다란 나무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장비를 꺼내 나무 위로 올라가 야간 투시경을 꺼냈다.

무너진 건물 앞.

가면을 쓴 여섯 명의 사내들이 보였고, 아공간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는 헌터들이 보였고, 마지막으로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군인들이 보였다.

스마트폰을 꺼내 연락을 취할까?

아니다.

강찬혁 상사는 바로 지도를 꺼내 위치를 확인한 후에 몸을 돌렸다.

중국 측 각성 범죄자, 또는 중개를 위해 거래 현장을 찾은 장교 측에서 통신 기기의 신호를 추적하는 장비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찬혁 상사는 빠르게 현장에서 멀어진 후에 스마트폰을 꺼냈다.

두두두두두.

통화보다는 문자가 좋다. 그 생각에 바로 스마트폰 화면 아래에 나타난 키보드를 터치하고 있을 때 들려오는 소리.

각성 범죄자들은 아니다. 각성 범죄자라면 적이 알아차릴 정도로 큰 소리를 내지 않을 테니까.

“……꿀꺽.”

침을 꿀꺽 삼킨 강찬혁 상사가 황급히 장비를 꺼내 가까운 나무 위에 달라붙어 아래를 바라봤다.

두두두두두.

몬스터.

몬스터가 보였고, 그 몬스터들의 앞에서 달리고 있는 백색 가면을 착용한 헌터가 보였다.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렸을까?

그럴 리 없다. 지금 그는 몬스터를 유인하느라 바쁘니까.

‘미친 새끼들…….’

한두 마리가 아니다.

강찬혁 상사는 백색 가면 헌터를 따라 이동하고 있는 몬스터 수백 마리를 보며 욕설을 뱉었고, 각성 범죄자들에 이어 몬스터 무리까지 멀어지자 황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문자를 날렸다.

***

협회장인 김환성, 그리고 계약에 따라 한국에 머무르는 S급 제작 능력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던 한율이 바지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스마트폰 진동을 확인하고 바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거래 장소 확인. 그리고 몬스터 습격 확인. 대략 30분 후에 군사 분계선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됨.]

강찬혁 상사의 문자를 확인한 한율이 고개를 들었다.

한율이 참가하자 자연스럽게 헌병대 내부 감사팀의 의뢰를 받게 된 헌터 협회의 협회장, 김환성도 문자를 확인했는지 고개를 들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움직이면 걸린다.

마탑 입구에 기자들이 있으니 갑작스레 움직이면 각성 범죄자들이 무언가를 알아차릴 가능성이 크다.

사전에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율과 김환성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회수한 후에 걸음을 옮겨 거리를 좁혔다.

“어떡할 거냐?”

S급 제작 능력자들의 연구 지원?

나중으로 미뤄야 한다.

아크럼은 물론 군부대에서 일어나는 비리, 심지어 중국 측 각성 범죄자까지 한꺼번에 소탕할 기회였고, 대량의 헌터 장비를 회수할 기회였다.

김환성이 복화술을 하듯 작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묻자 한율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넨 후에 그와 똑같이 복화술을 사용해 대답했다.

“일단 연구실까지 같이 이동한 후에 은밀하게 헬기에 탑승할게요.”

“투명 마법?”

“아뇨. 단거리 이동 마법을 배웠어요.”

5서클 공간 이동 마법, 블링크.

흔적을 남기지 않고 헬기에 탑승할 수 있는 마법이다.

마나의 유동을 통해 무언가를 알아차릴 가능성이 있지만, 그 정도는 자신이 먼저 헬기에 탑승하는 것으로 숨길 수 있다.

김환성과 한율 그리고 제작 능력자 외에 헌터 협회에서 찾아온 헌터들이 움직였다.

한율은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헌터들을 연구실로 불렀고, 김환성은 연구실에 도착하자마자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S급 제작 능력자들에게 상황을 알렸다.

S급 제작 능력자들은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마탑을 방문하기로 약속한 날은 내일 아침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꼭 한율 헌터도 작전에 참가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중국 측 S급 제작 능력자가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물었다. 그러자 김환성을 대신해 스마트폰을 이용해 문자를 날리고 있던 한율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바로 도망칠 생각이니까.”

한율이 고개를 들었다. 그가 통역사가 말을 전달하기 직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저도 압니다. 마법사를 육성할 수 있는 저는 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러니까 걱정 말고 기다려 주세요.”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알고 있다. 통역사는 그 말을 전달했고 걱정이 되었지만 말릴 수 없다고 판단한 제작 능력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음 여왕 송아연.

캡, 이대한.

라이트닝, 문수원.

김세혁이 연구실에 도착했다.

“협회장님은 먼저 헬기로 이동해 주세요.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나를 개방한 채로.”

“도착하면 바로 세혁이에게 문자를 보내마.”

상황이 상황이다.

김환성은 바로 몸을 돌려 협회 소속 헌터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했고, 한율은 거래창에서 마법 구슬을 꺼냈다.

마법 구슬을 꺼내는 순간 중국 측 제작 능력자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한율은 그 시선을 무시하고 마법을 준비했다.

“도착했다고 합니다.”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블링크!”

파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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