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혈사회(1)
중국의 각성 범죄자 조직, 혈사회.
혈사회는 중국이 3차 게이트의 변화를 이겨 내지 못하자 이 상황이 아주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A급 게이트의 폭주로 헌터 협회는 물론 국가 소속 헌터들까지 각성 범죄자들에게 시선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경 또한 너무나 많은 피난민이 몰려 작은 뇌물만으로도 통과시켜줄 정도로 범죄가 판을 친다.
그래서 이 기회를 놓치는 것은 멍청한 거라고 판단한 혈사회는 움직였다.
창고에 조용히 잠들어 있는 대량의 마약을 꺼냈고, 암시장에서 판매되는 각성 범죄자들이 약탈한 장비를 대량 구입해 해외 각성 범죄자들을 상대로 장사를 시작했다.
벌이?
좋았다. 너무나 좋았다. 헌터 협회와 국가의 감시로 인해 조금씩 풀고 있던 마약을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었다.
살인, 협박, 그리고 백화점을 습격해서 빼앗은 판매 금지 처리된 대량의 헌터 장비를 국가의 눈을 피해, 헌터 협회의 눈을 피해 너무나 쉽게, 너무나 빠르게 판매할 수 있었다.
여기에 판이 더욱 커졌다.
“아크럼?”
한국의 각성 범죄자 조직, 아크럼.
혈사회의 수장, 친타오가 고개를 들었다.
혈사회의 책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크럼 쪽에서 마약 구입 의사를 밝혔습니다.”
“흐음…….”
“대한민국 소속 S급 헌터들은 헌터 연합의 요청을 받고 출국한 상태입니다.”
대한민국은 가장 가까운 나라였다. 하지만 혈사회는 대한민국과 거래를 하지 않았다. 바다를 이용해 물건을 배송하는 것도, 육로를 이용해 물건을 배송하는 것도 무척이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대한민국 S급 헌터들이 과거에는 북한, 현재에는 몬스터를 경계하는 38선, 군사 분계선에서 활동하고 육로를 이용한 거래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음? 그럼 군사 분계선에 누가 배치됐는데.”
“서울에서 활동하는 발키리 길드와 레온 길드 그리고 마탑입니다.”
“마탑?”
발키리 길드?
모른다.
레온 길드?
마찬가지다.
하지만 헌터 길드, 마탑은 다르다.
초능력자를 육성할 수 있는 유일한 헌터, 마법사 한율이 만든 길드였기 때문이다.
“한율이라…….”
“한정적으로 S급의 힘을 사용하는 한율 헌터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왜?”
“만약 일이 잘못되어 헌터들이 추적해도 한율은 참가하지 못합니다. 초능력자를 육성할 수 있는 유일한 헌터인 한율이니까요.”
“그렇군.”
고개를 끄덕인 친타오가 손을 내밀어 책사에게 레온 길드 그리고 발키리 길드와 관련된 정보를 받았다.
“대리 활동에서는 A급 헌터 한 명과 B급 헌터 다섯 명이라.”
발리키 길드에서 A급 헌터 한 명, B급 헌터 다섯 명을 파견했다. 레온 길드도 마찬가지다. 즉, 일이 잘못되어 거래가 발각되어도 상대하는 헌터는 A급 헌터 두 명, 그리고 B급 헌터 열 명…….
“만약 일이 잘못되면 태백 부대가 움직일 텐데. 그쪽 헌터들도 오지 않을까?”
“몬스터를 군사 분계선으로 유인한 후에 거래를 하면 됩니다.”
“……아, 그때처럼?”
바로 저번 거래에서 사용한 작전이 있다.
국경으로 몬스터를 유인해 국경에 배치된 헌터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후에 국경을 통과해 거래를 진행하는 작전이다.
“이번 작전은 국경을 통과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크럼과 거래를 진행하는 장소는 과거의 북한 영토니까요.”
“생각보다 쉽게 진행할 수 있겠는데.”
일이 잘못되어도 상대해야 하는 헌터가 적다.
다른 나라의 각성 범죄자들과 거래를 할 때와는 다르게 국경을 통과할 필요도 없다.
거래 장소를 북한 영토로 결정했다는 뜻은 자신들도 물건 배송을 북한 영토까지 하면 끝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수량은?”
“저번 거래의 다섯 배.”
“……!”
마약으로 꽉꽉 차 있던 창고를 텅텅 비울 수 있다.
“여기 보니까 장비도 원하던데.”
“장비는 저번 거래의 세 배입니다.”
“……끄으응.”
러시아 쪽과 거래를 할 때, 그들은 마약이 아닌 장비를 원했다.
“부족하지 않나?”
“두 배.”
“뭐가?”
“가격을 두 배나 불렀습니다.”
게이트의 변화 이후, 각성 범죄자들이 사용하는 판매 금지 처분이 내려진 장비의 가격이 엄청나게 뛰었다. 그런데 그 엄청나게 뛰어 버린 가격에서 50%도 아니고 100%를 불렀다.
“구해. 반드시 구해. 백화점을 털든, 몬스터와 싸우는 전장을 털든 어떻게 해서든 구해.”
***
발키리 길드와 교대를 하고 서울로 복귀한 한율은 연구실로 향하다가 말고 잠시 고민을 하다가 거래창을 열었다.
우측 하단.
한율이 가장 아래 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거래창에 올려놓은 물건을 회수했다.
쿵. 쿵.
거대한 늑대 두 마리.
생기가 없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거대한 늑대 두 마리.
“감정.”
이름: 늑대 흙강시(130).
설명: 몬스터, 섀도 울프의 육체로 만들어진 강시.
언소월에게 마법서를 건네주고 받은 흙강시다.
“언데드였으면 좋았겠지만.”
한율은 자신의 능력이 마법이라고 속이기로 다짐한 후 가끔 판타지 소설을 읽었고, 유명한 온라인 RPG 게임 홈페이지에 들어가 ‘게임 정보’를 읽었다.
그래서 바랐다.
이름이 정정되기를.
설명이 정정되기를.
하지만 언데드와 강시는 전혀 다른 존재였는지 ‘정정’이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이름도, 그리고 설명도 정정되지 않았다.
“스읍! 애매하네…….”
감정이라도 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일단 보류.”
필요하다면?
능력이 의심을 받더라도 사용할 것이다.
“……아니. 속일 수 있으려나?”
늑대 흙강시를 감정해서 확인할 수 있는 설명란에는 자신의 이름이 없다. 이름 옆에 나타나는 가치값 또한 자신만 볼 수 있었다. 그러니 잘하면, 아주 잘하면 숨길 수 있다.
“그래도 보류.”
급한 일이 아니다. 거기다 자신이 수색에 참여하지 않아도 비밀리에 태백 부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로 헌터들이 집결했다.
S급 헌터인 채현수, 이강현처럼 게이트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영토에서 활동하는 헌터들을 위해 만들어진 작은 도시로 발키리 길드와 레온 길드의 비밀 수색팀이 도착해 헌병대 내부 감사팀과 함께 북한 영토를 수색 중이었다.
흙강시 사용 여부를 고민하고.
실제로 거래가 벌어지고 그 거래 사실을 알아차려 아크럼과 중국 쪽 각성 범죄자 집단, 마지막으로 군 소속 무장한 병사들을 사용할 마법을 고민하고.
이제는 숨을 쉬듯이 1서클 실드 마법 주문서를 제작하면서 고민하던 한율이 갑작스레 진동하는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마나 펜을 내려놓고 스마트폰을 잡았다.
[협회짱, 김환성 아저씨!]
“…….”
언제 바뀐 건지.
그리고 누가 바꾼 것일까.
‘언제’는 고민하겠지만 ‘누가’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분명 5층에서 놀고 있는 화이트, 또는 초코일 테니까.
한율이 한숨을 내쉬고 초록색,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협회장님.”
-어, 나다. 지금 마탑이냐?
“네.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요?”
퇴근해도 이상하지 않은, 아니 퇴근을 해야 정상인 시간이다. 그래서 한율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김환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내일 아침에 들어가라고 하니까. 시간이 아깝다고 지금 당장 가자고 하더라고.
누가?
단번에 화이트, 초코를 의심할 때와 마찬가지로 고민할 필요도 없다.
오전 강의를 마치고 태백 부대로 향하기 직전, 김환성에게서 중국 S급 제작 능력자, 그리고 아프리카 연합 S급 제작 능력자가 출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시간차?
중국의 S급 제작 능력자도, 아프리카 연합의 S급 제작 능력자도 중국에 위치한 헌터 연합에서 출발했다.
“아, 저녁 먹을 때구나.”
오후에는 ‘협회장, 김환성’이라는 이름이었다. 그러니 경계 근무를 마치고 복귀했을 때, 즉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화이트와 초코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장난친 게 분명했다.
-응? 뭐가?
“혼잣말이에요. 그래서 지금 출발했다고요?”
-어.
“얼마나 걸릴까요?”
-헬기를 이용했으니까 30분도 안 걸릴 것 같다.
“에휴.”
뭐가 그리 급할까.
한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김환성과 통화를 하며 연구실을 나왔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 중인 경호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운동장 비워 둘게요.”
-그래.
대화는 끝났다. 한율은 잠시 기다렸고, 김환성이 먼저 전화를 끊자 바로 스마트폰을 회수하고 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본관 입구로 향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편의점으로 향했다.
“어서 오……. 왔냐?”
편안히 앉아 TV를 보고 있던 중년의 사내, 한국영이 손님이 한율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한국영은 해체소를 나왔다.
한율이 유명해지자 한국영 또한 유명해진 것도 있고, 헌터 협회, 국가, 그리고 청일 그룹에서 한율을 노리고 가족들에게 찾아올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충고해서 오랫동안 일을 했던 동산 해체소를 나온 것이다.
물론 연락은 계속했다. 한율도 다른 해체소와 거래를 하지 않고 동산 해체소와 거래했다.
“사장님. 요즘 어때요?”
“어떻기는.”
돈은 벌지 못한다. 마탑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은 모든 물건을 무료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식 실소를 터트리는 한국영을 따라 작게 웃음을 흘린 한율이 핫바를 가져와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띡.
모든 물건을 무료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재고를 확인하기 위해, 돈을 주고받지만 않을 뿐, 일반 편의점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한율이 바코드를 찍어 거래가 끝난 핫바를 조금 뜯어 카운터 옆에 있는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40초만 돌리면 된다. 하지만 한율은 1분을 선택해 핫바를 데운 후에 다시 카운터 옆으로 이동했다.
S급 제작 능력자들이 도착까지 대략 25분 정도 남았다.
“25분 후에 손님들 도착하니까. 그때까지 쉬고 있으세요.”
한율의 말에 경호원들이 흩어졌다. 누군가는 식사를 했지만 조금 부족했는지 도시락을 찾았고, 누군가는 한율처럼 핫바를, 누군가는 스낵 코너로 향했다.
“누가 오냐?”
다시 의자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한국영이 한율에게 물었나.
“S급 제작 능력자요.”
“그때 말한 그 외국인?”
“네. 중국인하고 가나였나?”
“……끄응! 그 사람들도 편의점을 이용하겠지?”
“대화는 필요 없지 않아요? 그냥 바코드만 찍으면 되니까.”
“아니, 그래도 말을 걸 수도 있잖아. 이게 뭐냐고, 또는 이건 어떻게 먹냐고.”
“통역사 대동하겠죠, 뭐.”
“그럼 다행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