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30화 (130/221)

130 태백 부대(2)

중국이 나왔고, 각성 범죄자가 나왔다. 여기에 장교가 얽혀있다.

이 장교는 38선, 군사 분계선 경계 임무를 최우선적으로 수행하는 태백 부대 소속이다.

“국내 각성 범죄자가 북한 영토에서 중국과 마약 거래를 하고, 그 중계 및 안전한 장소 선정을 태백 부대 소속 장교가 한다?”

“……이야. 너 머리 좋아졌다?”

“마법 배우니까 머리 회전이 빨라졌어요. 그래서 상부에서는 얼마나 높이 보고 있는데요?”

“80퍼센트.”

“……벌어진다는 거네.”

“그렇지 뭐.”

“잡을 겁니까?”

마치 자신은 일반인이라는 듯이 말끝에 ‘요’를 붙이던 한율이 무의식적으로 ‘다, 나, 까’ 중에 하나를 사용했다.

“아니.”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경계 근무를 서는 헌터들, 그리고 감시하는 위성에 잡히지 않도록 몬스터를 군사 분계선 쪽으로 유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고. 거기다….”

“또 있습니까?”

“어. 각성 범죄자 집단.”

몬스터의 습격과 함께 각성 범죄자도 경계한다.

군대, 더 크게 보면 국가가 건드리지 못하는 각성 범죄자 집단은 어디일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가면 새끼?”

“……가면? 아, 요즘 가면 쓰고 다니지?”

“가면 새끼들이에요?”

“어. 아크럼이다.”

각성 범죄자 집단, 아크럼.

“그래서 그냥 부대 내에서 거래를 중개하는 장교나 찾으려고 했는데…….”

상대가 너무 위험하다. 그래서 내부 감사관은 거래를 막는 것을 포기하고 거래를 중개한 장교를 찾는 데 집중하려 했다.

문제는 배치와 동시에 사람들과 친분을 쌓으려고 한율의 이름을 팔아 작전이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필터까지 얼마 남지 않은 담배를 확인한 강찬혁 상사가 새로운 담배를 한 대 꺼내 입으로 가져가며 물었다.

“그런데 협조 요청을 받았는데 왜 모르는 것처럼 물었냐?”

“네? 뭘요?”

“……응?”

“……?”

강찬혁 상사가 고개를 갸웃했고, 아크럼, 정확하게는 자신을 입원시킨 검은 가면이 떠올라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한율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였다.

“아, 여기 계셨군요.”

뒤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한율과 강찬혁 상사가 고개를 돌렸다.

“이연희 헌터님?”

“한율 헌터님?”

“……응?”

이연희가 한율을 불렀고, 한율이 이연희를 불렀다. 불을 붙이려던 강찬혁 상사는 한 번 더 고개를 갸웃했다.

“……어, 율아.”

“예. 강찬혁 상사님.”

“의뢰받고 온 거 아니었냐?”

“의뢰받았죠.”

“그치? 헌병대에서 의뢰를 받았지?”

“……예?”

“아냐?”

“어어……, 저는 협회의 의뢰를 받고 온 건데요.”

강찬혁 상사가 멍하니 한율을 바라봤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한율을 바라보던 강 상사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손에 쥐고 물었다.

“의뢰 내용은?”

“S급 헌터를 대신해 군사 분계선 경계 임무.”

“…….”

“…….”

“시벌.”

***

“그러니까. 헌병대에서 이연희 헌터님께, 아니 발키리 길드에 의뢰를 했고.”

한율은 이연희 헌터를 바라봤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자마자 강찬혁 상사를 돌아봤다.

“강찬혁 상사님께서는 제가 헌병대의 의뢰를 받고 찾아온 헌터 길드의 대표라고 생각해서 주절주절 기밀을 불었다.”

“썩을, 이거 까딱했다간 영창감인데…….”

뒷머리를 벅벅 긁은 강찬혁 상사가 세 번째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한율 헌터님.”

“네, 이연희 헌터님.”

“혹시 아시는 사이인가요?”

“네. 같은 부대에서 함께 복무한 사이입니다.”

“아아.”

이연희 헌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모르는 것처럼 계속 묻나 했네.”

다시 들려오는 강찬혁 상사의 혼잣말.

한율이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채 강찬혁 상사에게 물었다.

“그냥 함께 의뢰를 진행할 파트너가 추가되었다고 생각하세요.”

“응? 하게?”

“해야죠.”

“무료로?”

“에이, 그건 선 넘었고.”

손을 좌우로 흔든 한율이 잠시 자신의 몸값을 생각했다.

마법사, 한율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아, 맞다. 저만 고용할 겁니까?”

“마탑을 고용하라고?”

“그게 낫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소수 정예여서 얼마 안 들 겁니다. 일단 A급 헌터가 셋.”

A급 헌터가 셋이다. 셋 중 한 명은 등급 재조정을 받지 않은 S급 헌터였지만 공식적으로는 A급 헌터여서 몸값은 낮다.

“B급 헌터가 둘.”

한율은 문수원, 이대한에게 마나 호흡법을 가르쳤고, 신체 강화 마법이 부여된 아티팩트를 제작해 판매했다.

무공?

마법, 정령과는 다르게 속이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마나 호흡법을 배우고, 아티팩트를 착용하자 문수원, 이대한은 B급 헌터가 되었다.

“……어떻게 A급 헌터가 B급 헌터보다 많냐?”

“저도 신기합니다.”

어깨를 으쓱한 한율이 강찬혁 상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뭐냐?”

“전화해야 하지 않습니까.”

“……하아. 기다려 봐.”

손가락을 탁탁 튕겨 담뱃불을 꺼트린 강찬혁 상사가 스마트폰을 들고 말했다.

“일단 속여 보고.”

“그냥 밝히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넌 모른다.”

“……?”

“월급쟁이의 서러움을.”

씁쓸한 미소를 그린 강찬혁 상사는 이연희 헌터에게 양해를 구하고 멀어졌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는지 바로 허리를 구부린 강찬혁 상사다.

굽신거리며 상황을 설명하다가 잔소리라도 들었는지 잠시 스마트폰을 멀리 떨어트렸다가 다시 귀에 가져다 대더니 또다시 굽신거린다.

“큭큭.”

부대 최고 짠돌이 강찬혁 중사가 떠올라 웃음을 터트린 한율이 고개를 돌려 이연희 헌터를 바라봤다.

“어, 자리를 바꿀까요?”

쌓이고 쌓인 담배 냄새 때문인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이연희 헌터였다.

“괜찮습니다.”

“일단 상황을 보면 같이 움직일 것 같은데. 의뢰 내용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몬스터 습격이 벌어지면 팀을 둘로 나눕니다.”

“1팀은 군사 분계선을 지키고, 2팀은 군사 분계선을 통과해 수색?”

“예, 그렇습니다.”

“간단하네요.”

간단하다. 하지만 간단하고 단순한 만큼 위험하다.

자칫 잘못하면 중국 측 각성 범죄자, 대한민국 각성 범죄자, 무장을 한 군인들과 동시에 대치하기 때문이다.

“예. 그래서 한 팀이 다른 호텔에서 대기 중입니다.”

“아, 두 팀을 보내셨군요.”

“그렇습니다.”

“우리도 두 팀을…….”

발키리 길드와 같은 방법을 선택하려던 한율이 입을 다물었다.

헌터 길드, 마법사의 탑에 소속된 사람 중에서 게이트 활동이 가능한 헌터는 다섯 명에 불과하다.

발키리 길드처럼 두 개의 팀을 파견할 수가 없었…….

“응? 아니지. 그럴 필요가 없나.”

머릿속을 정리하던 한율이 고개를 돌려 이연희 헌터를 바라봤다.

“이연희 헌터님. 이거 국가 의뢰죠?”

“헌병대, 군에서 정보 유출을 대비해 비공식적으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예. 국가 의뢰입니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한율이 이연희 헌터에게 양해를 구하고 상급자에게 굽신거리고 있는 강찬혁 상사에게 다가갔다.

“예? 예에?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아시지 않습니까. 저 요즘 장비 바꾸느라 돈 많이 들었다는 걸 말입니다. 예? 안 됩니까? 예? 그러게 왜 확인도 안 했냐고요? 아니, 그야 율이, 그것도 마탑 대표가 된 율이잖습니까. 당연히 저와 친분이 있고, 실력도 있……. 아, 예. 예.”

변명을 하던 강찬혁 상사가 다시 허리를 꾸벅꾸벅 숙이며 열심히 대답만 하기 시작했다.

“큭큭큭.”

“예. 예. 예.”

마치 기계처럼 대답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강찬혁 상사.

한율은 이유를 묻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강찬혁 상사를 향해 손을 내밀면서 물었다.

“오상혁 대령님?”

강찬혁 상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넘겨주세요.”

“예. 예……. 아, 선배님. 지금 한율이 전화를 바꿔 달라고 하는데요. 아, 잠시만요.”

안도의 미소를 지은 강찬혁 상사가 스마트폰을 내밀며 몸을 부르르 떨어 한율이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리고 스마트폰을 받았다.

“오상혁 대령님?”

-오, 율이냐. 오랜만이다.

강찬혁 상사의 제안을 받아 계룡대에서 일어나는 비리 사건을 파헤친 직후였다. 휴가를 받은 한율은 외출을 나온 강찬혁 상사와 함께 계룡시에 위치한 국밥집을 찾았고, 그곳에서 오상혁 대령을 만났다.

“예, 대령님. 대령님도 잘 지내셨습니까?”

-뭐, 그럭저럭.

“고생하십니다.”

-하아, 걱정해 줘서 고맙다. 그래서 무슨 일이냐? 역시 의뢰?

“예. 좋은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요.”

-무료?

역시 돈이 문제가 되는 것 같았다.

“무료로 목숨을 걸고 싸울 수는 없죠.”

-뭐, 그건 그렇지. 그러면 할인?

“그것도 조금 어렵고요.”

-쩝……. 그러면?

“오 대령님.”

-그래. 율아.

“제가 혼자 다니지 않는 헌터라는 거 알고 계시죠?”

-……어?

“제가 초능력자를 육성할 수 있는 헌터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국가, 헌터 협회 그리고 청일 그룹에서 경호원을 붙이는데, 이 사람들은 전부 깨끗한 사람이죠.”

-…….

“헌터 협회는 각성 범죄자가 얽혀있는, 그것도 아크럼이 얽혀있다면 반드시 참가할 겁니다. 경매장 사건에 대한 분노가 매우 크니까요.”

-그렇겠지.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고 직접 접촉하다가 정보가 새면 아크럼 쪽에서 냄새를 맡고 도망칠 거 같아서 발키리 길드와 연결해 줬다고 생각하는데 맞습니까?”

-어, 어어. 이야. 너 왜 이렇게 똑똑해졌냐?

“마법을 배우니까 머리 회전이 빨라졌습니다. 그리고 국가도 마찬가지로 인원이 부족해서 지원을 하지 못한 것 같은데 맞습니까?”

-그것도 있고.

“……정보를 유출하는 사람이 있군요?”

-이야! 진짜 똑똑해졌네!

오상혁 대령이 다시 감탄했다.

“꼭 예전에는 똑똑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

“……?”

-…….

“오 대령님?”

-흠흠! 그래서 마탑을 고용하면 헌터 협회와 국가의 지원도 같이 받을 수 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능은 할 것 같다. 나중에 다시 물어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한 한율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문제는 청일 그룹인데. 이쪽도 헌터들이 깨끗한 사람들이기는 하나, 국가와 헌터 협회처럼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청일 그룹도 고용해야 한다?

“네.”

-흐으음.

마탑도 모자라 청일 그룹, 정확하게는 청일 그룹 경호팀도 고용해야 한다.

지출이 생각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 앓는 소리를 냈던 오상혁 대령이 한율에게 물었다.

-네 도움을 받으면 좀 깎아 주려나?

마탑, 청일 그룹 경호팀을 고용하면 자연스럽게 국가와 헌터 협회 소속 헌터들의 힘도 빌릴 수 있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

“조금 깎아 주지 않겠습니까. 청일 그룹 쪽도 군대, 그것도 어떻게 보면 가장 힘이 있는 내부 감사 소속과 친분을 쌓는 건데.

-후우! 그럼 부탁 좀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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