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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29화 (129/221)

129 태백 부대(1)

“치킨의 정령인가…….”

저것들은 빛의 정령이 아니라, 어둠의 정령이 아니라 사실 치킨의 정령이 아닐까?

“큭큭.”

한율의 혼잣말에 함께 헬기에서 내린 문수원, 이대한이 웃음을 터트렸고, 김세연과 김세후의 가족인 김세혁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죄송합니다.”

“아뇨. 뭐 망가트리는 것도 아니고요.”

연구실을 어지럽힐 뿐이다. 연구실을 개판으로 만들어도 그 어떤 물건도 망가트리지 않는 정령들의 영악함에 한숨을 내쉰 한율이 고개를 들었다.

헬기가 착륙하기가 무섭게 군복을 착용한 사내가 걸어오고 있었다.

“충성. 몬스터 토벌 부대, 태백 부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안내를 맡은 중위, 윤재혁이라고 합니다.”

군사 분계선 아래에 위치한 다른 군부대와는 다르게 군사 분계선 너머에 신설된 몬스터 토벌 부대.

군사 분계선 너머에 신설되어 몬스터의 움직임을 가장 먼저 파악하고, 몬스터와 가장 먼저 싸우는 몬스터 토벌 부대, 태백.

한율이 윤재혁 중위의 경례에 똑같이 경례로 받았다.

“마탑 소속, 한율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바로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던 한율이 다시 윤재혁 중위를 바라봤다.

“존경합니다.”

“……예?”

“존경합니다.”

마법이라는 기술을 공개해서일까, 아니면 정령 소환 마법진을 공개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전역을 하고 각성을 했음에도 헌터로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일까.

모른다. 물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조금 쑥스러웠던 한율은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살짝 숙여 윤재혁 중위의 말을 받고 화제를 돌렸다.

“다른 길드는요?”

“대기 중입니다.”

레온 길드와 발키리 길드는 S급 헌터들이 숙식을 해결하던 호텔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래서 마탑 길드가 가장 늦게 도착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한율은 만약을 대비해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후우.”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약속 시각까지 30분이 남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율과 일행은 윤재혁 중위의 안내를 받아 약속 장소로 향했다.

“협회장님께서 태백 부대와 함께 활동한다고 들었습니다.”

대화도 없이 이동하는 게 어색했던 한율이 먼저 윤재혁 중위에게 말을 건넸다.

“예, 그렇습니다. 정확하게는 헌터분들께서 태백 부대가 담당하는 군사 분계선에서 함께 경계 근무를 섭니다. 몬스터가 접근하면 헌터분들께서 진입해 토벌을 합니다.”

“수정된 부분은 없습니까?”

“네, 없습니다.”

“그렇군요…….”

어색한 분위기를 깨트리기 위해 말을 건넸던 한율이 머쓱한 표정을 지은 채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봤다.

“헤에…….”

익숙하다.

“흐음…….”

일반 군부대가 아닌 몬스터 토벌 부대 소속이어서 그런지 분명 부대가 다름에도 익숙했다.

“어우. 메슥거려.”

“큭큭큭.”

가장 앞에서 걸음을 옮기던 윤재혁 중위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해는 한다.

한율의 입장에서 보면 전역을 하고 다시 부대를 방문한 거니까.

“아, 한율 헌터님.”

“네. 윤재혁 중위님.”

“혹시 강찬혁 상사를 알고 계십니까?”

타악.

한율이 걸음을 멈췄다.

“……누구요?”

“강찬혁 상사입니다.”

“계룡대 몬스터 토벌 부대 소속?”

“오! 정말 같은 부대에서 복무하셨군요. 올해 초에 태백 부대로 배치되었는데 자기가 한율 헌터와 함께 생활했다고 하더군요.”

한율이 눈을 끔뻑였다.

“어디 계…….”

업무 중이다.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지인을 만난 것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였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한율이 윤재혁 중위에게 부탁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근무가 끝나고 만날 수 있을까요?”

“네.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근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헌터, 아니 마법사가 되고 머리 회전이 빨라졌다.

첫 번째, 태백 부대에 배치된 강찬혁 상사는 자신의 이름, 명성을 이용해 새로 전입된 군부대에 빠르게 적응했다.

두 번째, 태백 부대는 마탑, 레온, 발키리 길드와 협동해 군사 분계선에서 경계 임무를 선다.

“혹시 저와의 친분 때문에 이번 의뢰를 전담하나요?”

“네.”

“강찬혁 중사……. 아니, 상사님 반응은 어땠나요?”

“끔찍했죠.”

피식 실소를 터트리고 대답하는 윤재혁 중위.

한율이 그를 따라 작게 웃음을 터트린 후에 다시 걸음을 옮겨 합류 장소로 이동했다.

***

“후우! 내가 왜 그랬을까?”

깊은 한숨을 내쉰 강찬혁 상사가 다시 담배를 물었다.

한율의 명성이 높아져서일까.

계룡대에서 태백 부대로 배치된 강찬혁 상사는 첫날부터 한율과의 친분을 공개해 병사들, 그리고 장교, 부사관들과 친분을 쌓았다.

저벅저벅.

“충성.”

흡연장을 찾은 두 병사의 경례.

강찬혁 상사는 고개를 끄덕여 병사들의 경례를 받아주고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왜…….’

빠르게 친분을 쌓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자신을 정말 귀찮고, 위험한 임무를 전담하는 책임자로 만들었다.

‘원래는 반년 정도 걸리는데.’

아무리 군 생활이 길어도 장교, 각성한 부사관들이 경계 근무 책임자로 임명되는 것은 6개월이 지난 후다.

이유?

간단하다.

뜻밖의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고 살피는 경계 근무(警戒勤務)는 목숨이 걸렸기 때문이다.

몬스터가 출현하면?

병사들을 지휘하며, 병사들을 다독이며 몬스터를 상대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병사들이 배치하고 얼마 되지 않아 신뢰가 쌓이지 않은 부사관, 장교의 말을 들을까?

아니다. 정확하게는 힘들다.

그래서 장교, 각성한 부사관들은 6개월 정도 같은 부대 소속 병사, 그리고 장교 및 부사관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훈련에 집중한다.

“저, 강 상사님.”

미스 플러스, 일명 고래맛 담배라 불리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문 병장이 조심스럽게 강찬혁 상사를 불렀다.

“응? 왜?”

“그 오늘 한율 헌터는 오지 않습니까?”

“그렇지.”

“혹시 주의할 사항이라도 있습니까?”

“주의할 사항?”

“예.”

“주의할 사항이라…….”

고개를 갸웃한 강찬혁 상사가 과거의 한율, 마법사 한율이 아닌 병사 한율을 떠올리고 대답했다.

“없어.”

“없습니까?”

“어. 저번에 이야기하지 않았나? 사람 좋다고.”

강찬혁 상사가 다시 담배를 물었다.

하지만 병사들의 시선이 여전히 자신에게 향해 있자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왜? 율이랑 대화라도 나누고 싶냐?”

“예. 마법은 몰라도 정령 소환 마법진은 군대에서 이용할 수 없지 않습니까.”

마법은 한율의 강의 영상을 통해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정령사는 아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한 강찬혁 상사가 담배 연기를 뿜어내고 질문을 한 병사를 바라봤다.

어, 그러고 보니…….

“응? 너 한 달 후에 전역이잖아.”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령 소환 마법진을 이용한다고?”

“예.”

“……왜?”

“그야…….”

그야?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살아야 하니까.

확 와 닿았다.

특히 2차 게이트의 변화가 발생하고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3차 게이트 변화가 일어났기에 확실하게 와 닿았다.

“조금 억울하기는 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한율과 비슷한 케이스가 될 것이다.

전역을 하고 초능력을 각성해 헌터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일단 살고 봐야죠.”

강찬혁 상사가 입을 다물었다. 전역 날이 다가올수록 환한 미소를 그리던 병사들은 어느 시점부터 조금씩 줄어들었다.

2차 게이트 변화가 일어난 이후일까. 아니면 3차 게이트 변화가 일어난 이후일까.

그것도 아니면 각성을 하지 않아도 자신의 목숨을 지킬 힘을 얻을 수 있는 마법, 그리고 정령 소환 마법이 등장한 이후일까.

‘아니, 이게 나쁜 건 아닌데.’

일반인도 초능력을 쓸 수 있다.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전역 날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어린아이처럼 해맑아지는 병사들과 함께하는 군인이어서 그런지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우웅.

때마침 울리는 스마트폰 진동.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낸 강찬혁 상사가 화면에 나타난 문자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물어보마. 지금 도착했다고 하니까.”

“오!”

환한 미소를 그린 병사들이 반이나 남은 담배를 끄고 강찬혁 상사의 뒤를 따랐다.

빠르게 걸어 흡연장을 벗어나 임시 주차장으로 향한 강찬혁 상사가 버스에서 내리는 헌터들을 바라봤다.

“바, 발키리 길드다. 발키리 길드.”

여성 헌터들만이 가입할 수 있는 헌터 길드, 발키리 길드.

피식 실소를 터트린 강찬혁 상사가 아름다운 여성 헌터들의 뒤를 이어 버스에서 내리는 레온 길드를 바라봤다.

“어디냐?”

“그러게. 어딜까.”

레온 길드.

유명하다. 하지만 군인들은, 특별시가 아닌 지방 또는 광역시에 거주하는 군인들은 모른다.

아무리 유명해도 발키리 길드만큼 유명한 길드는 아니기 때문이다.

뭐, 남녀 혼합팀이어서 잠시 반짝이는 병사들이었지만 발키리 길드 소속 헌터들이 버스에서 내릴 때만큼 눈이 반짝이지는 않았다.

발키리 길드.

레온 길드.

그리고…….

“오, 강찬 중사님! 아니, 진급하셨지. 강찬 상사님!”

전역을 했음에도 군복을 입어 예비군을 연상시키는 청년.

강찬혁 상사가 피식 실소를 터트리고 예비군 한율을 따라 손을 살짝 들었다.

***

방금 담배를 한 대 피웠다. 하지만 강찬혁 상사는 한율과 함께 다시 흡연장을 찾았다.

한율이 흡연을 해서?

자신이 담배를 한 대 더 피우기 위해서?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 편한 곳이기 때문이다.

착!

딱히 담배를 피울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날씨는 춥고, 흡연장을 찾았는데 손에 잡히는 게 없는 게 무척이나 어색해 강찬혁 상사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스으읍, 후우우.”

깊게 숨을 들이쉰 강찬혁 상사가 담배를 손에 든 채로 숨을 내뱉고 한율을 바라봤다.

“잘 지냈냐?”

“별로요. 벌여 놓은 일이 하두 많아서.”

“큭큭큭.”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린 강찬혁 상사가 다시 담배를 입에 무는 순간이었다. 잠시 고개를 돌려 주변을 쓰윽 둘러본 한율이 그에게 물었다.

“뭐, 주의할 거 없어요?”

“바로 일 얘기냐?”

“짧으면 한두 달, 길면 반년 동안 함께 근무를 서잖아요.”

시간은 많다.

고개를 끄덕인 강찬혁 상사가 다시 담배를 손에 들었다.

“이번 S급 헌터들의 부재를 이용해 한몫 챙기려는 애들이 있더라고.”

“……장교? 아니면 부사관?”

“스읍, 그건 알아내지 못했다고 하네.”

각성을 했음에도 군에 입대를 한 육군 부사관 강찬혁 상사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그것은 헌병대 소속, 내부 비리를 조사하는 내부 감사관이라는 것이다.

이전 부대에서도 한율에게 접근해 정체를 밝히고 협조를 요청했던 강찬혁 상사였다. 그래서 한율은 그가 태백 부대에 배치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는 한편, 귀찮은 일이 발생할 것 같다는 생각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확인된 내용은요?”

“중국, 각성 범죄자, 장교가 손을 잡았다는 것 정도?”

“거래 물건은?”

“마약.”

“현재 의심하는 건 태백 부대 장교고요?”

“그래.”

“그럼 정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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