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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28화 (128/221)

128 순살! 간장! 치킨!(2)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상층, 정확하게는 김세연, 김세후가 살고 있는 협회 상층.

휴게실 앞까지 이동한 김환성이 작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꺄르르르!

-치킨! 치킨! 맛있졍!

작고 귀여운 소녀들이 양손으로 닭다리를 하나씩 든 채로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빛의 구체가 둥둥 떠 있었고, 그림자가 작고 귀여운 소녀들을 따라 열심히 춤을 추고 있었다.

“어! 오빠다!”

그림자들 사이, 해맑게 웃고 있던 인간 소녀가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입가가 양념으로 범벅이 된 소녀.

“오빠!”

“……어, 어?”

“치킨 먹어!”

김세혁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김세연이 내민 치킨을 받았다.

“하아.”

한율이 그림자가 춤을 추고 빛의 구체가 날아다니고 있는 휴게실 내부를 확인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는 김환성에게 물었다.

“몇 시간?”

“30분도 안 됐다.”

“와.”

30분도 지나지 않아 휴게실을 개판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에 한율이 탄성을 흘릴 때였다. 소파에 앉아 있던 소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책을 읽던 소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김환성, 한율 그리고 김세혁의 앞으로 걸어왔다.

“왔어?”

“……어.”

“협회장님. 죄송합니다.”

“……아니다.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다시 한번 한숨을 푹 내쉰 김환성이 고개를 돌려 닭다리를 들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두 소녀를 바라봤다.

-치킨! 치킨!

-치킨 짱 좋아!

처음에는 미소를 그렸다. 김세연, 그리고 김세후의 앞에 나타난 정령은 너무나 귀엽고 예쁜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것도 대화가 가능한 정령이었기 때문이다.

김환성이 몸을 돌렸다. 그는 협회 직원들처럼 멍하니 정령들을 바라보고 있는 한율 그리고 여동생에게 받은 치킨을 먹고 있는 김세혁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율아, 세혁아.”

“……에?”

“예, 협회장님.”

“세연이랑 세후. 능력이 안정화됐잖느냐.”

“저 급한 일이 있어서…….”

예상이 간다. 그래서 한율이 몸을 홱 돌리는 순간, 김한성이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잡고 말을 이었다.

“율아.”

“……네.”

“세혁이는 네 길드 소속이지?”

“…….”

한율이 침묵했다. 그래서 김환성은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다시 물었다.

“세혁이는 네 길드 소속이지?”

“그렇죠.”

“그리고 일반적으로 길드에 소속된 헌터의 가족들은 길드에서 책임을 지고.”

“…….”

김환성이 대답하지 않는 한율을 지나 김세연, 김세후 그리고 두 정령과 함께 치킨을 먹고 있는 김세혁을 바라봤다.

“세혁아.”

“예.”

“독립해야지?”

***

탁.

“오늘은 여기까지.”

“아…….”

“끄으응. 너무 칼같이 끊는 것 같습니다!”

한율이 정시에 강의를 마치자 강의를 듣던 1서클 마법사들이 불만을 터트렸다.

“허, 참. 정시에 끝내면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트린 한율의 말에 배포하고 남은 강의 내용 정리본을 회수하던 이유리가 쿡쿡 웃었다.

강의를 듣던 한국인 1서클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지금 상황이 웃겼는지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어쨌든 오늘 강의 내용은 인트라넷에 올릴 테니 다시 공부하시고요. 오늘도 저녁 7시 즈음에 도착하고 저녁 8시부터 연구실 개방할 테니까 8시부터 찾아오세요. 밥 먹을 때는 안 받아줄 겁니다.”

“네.”

“그럼 해산.”

아직 필기를 마치지 못한 1서클 마법사를 제외하고 모든 1서클 마법사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언제 아쉬워했냐는 듯이 바로 강의실을 뛰쳐나가는 1서클 마법사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경쟁하듯 강의실을 뛰어나간 것은 식당과 매점을 선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실내 훈련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

빈자리가 많아진 강의실.

잠시 필기 중인 1서클 마법사들을 바라보던 한율이 이유리와 함께 강의실을 나와 4층, 연구실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유리야.”

“네. 오빠.”

“입학식까지 얼마 안 남았지?”

“네.”

“환장하겠네.”

“쿡쿡쿡.”

이유리가 한숨과 함께 중얼거리는 한율을 보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한율은 대학교 입학까지 이유리에게 아르바이트를 제안했고, 이유리는 그 제안을 받아 한율의 조수로 활동하고 있었다.

한율을 도와 1서클 마법사들의 강의를 도와주고.

한율을 도와 주문서 및 아티팩트를 제작하고.

“2서클에 오른 애는 아직 없지?”

여기서 끝이냐. 이유리는 한율이 부탁하지 않았음에도 1서클 마법사들에게 먼저 접근해 친분을 쌓아 그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보고했고, 한율 다음으로 뛰어난 마법사이기 때문에 한율이 자리를 비웠을 때 1서클 마법사들의 공부를 돕고 있었다.

“네. 몇 명 조짐이 보이는 애들은 있는데…….”

“누구?”

“엘렌, 류페이, 아리 언니, 덕배 오빠…….”

이유리의 입을 통해 많은 1서클 마법사들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그중 가장 유력한 애는?”

“쿡쿡쿡.”

대답 대신 웃음을 터트리는 이유리의 행동에 한율이 불안한 얼굴이 되었다.

“……뭐야? 누군데?”

“류.”

“류?”

“응, 류.”

“……류노스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리와.

“풋.”

“크읍.”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려 고개를 홱 돌려 한율의 시선을 피하는 경호 임무를 맡은 헌터들.

“하아아……………….”

가장 아니기를 바라던 인물이 가장 빠르게 2서클에 오를 게 분명하다.

한율은 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지나야만 완치되는 중병 환자 류노스케.

남들이 고개를 살짝 인사를 건넬 때, 홀로 한쪽 무릎을 꿇고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제자.

“남들보다 상상력이 뛰어나서 그런가 봐요.”

“하아아……. 다른 애는?”

“아리 언니요.”

“……아리 씨는 못 하겠지?”

“못하죠.”

마법사 겸 연예인, 유아리.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겸업을 허락한 상태에서 그녀에게 도움을 부탁하는 것은 조금 힘들었다.

정확하게는 미안했다.

다른 후보자가 있기도 하니.

“하아.”

다시 한숨을 내쉰 한율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연구실에 도착하는 순간…….

“하아아아아아.”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개판이다.

책상 위에 쌓여 있던 서류는 누가 툭 하고 건드렸는지 옆으로 쓰러져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전등은 꺼졌다 켜졌다 반복하고 있었다.

범인?

찾을 필요도 없다.

-꺄르르르르.

-꺄르르르르.

공중을 날아다니는 아주 작고 귀여운 소녀들.

새하얀 드레스를 착용한 단발머리 소녀가 웃음을 터트릴 때마다 전등이 켜졌고, 그녀의 손에 이끌려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검은색 드레스를 착용한 소녀가 웃음을 터트릴 때마다 전등이 꺼졌다.

“얌마!”

한율이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열심히 날아다니던 두 소녀가 고개를 홱 돌려 한율을 바라봤다.

-율이 왔다!

-율이 왔다! 율이 왔다!

품고 있는 자연력은 다르다. 하지만 자연력이 다를 뿐,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여서 그런지 두 소녀는 빠른 속도로 날아와 그대로 한율의 정수리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율이 왔다! 치킨 사 줘! 치킨! 치킨!

-나는 치킨! 순살 간장! 순살 간장!

“……치킨에 미친 정령들 같으니라고. 세연이랑 세후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바득 간 한율이 두 정령에게 물었다.

-세연이는 자!

-세후는 공부!

계약하기 전부터 정령사를 지키는 정령, 정령사에게 장난을 치는 정령들답게 엄청난 장난꾸러기였다.

결국, 헌터 협회는 항복을 선언했다.

당연히 최초의 정령사 한율이 창설한 길드에 속한 헌터이기에 김세혁 헌터는 동생들과 함께 마탑으로 이사를 왔고, 그때부터 한율의 일상은 지옥이 되었다.

두 정령이 한율의 얼굴 앞으로 이동했다.

-치킨! 치킨!

-간장! 간장! 뼈 귀찮으니까 순살! 순살!

“……정리하면 사 줄게.”

-앗싸! 청소하면 치킨이다!

-앗싸!

몸을 홱 돌린 두 소녀가 빠른 속도로 날아가 연구실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지들이 어지럽히고 지들이 청소하고. 그러고 치킨 먹고.”

“쿡쿡쿡.”

이유리는 물론 경호원들까지 웃음을 터트렸다.

“오빠가 애들한테 약해서 그런 거잖아요.”

“…….”

맞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렇다고 강하게 밀어붙일 수는 없잖아.”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쉰 한율이 고개를 돌렸다.

책상 아래.

하양이와 커피가 서로를 끌어안고 잠을 자고 있었다.

빛의 중급 정령, 그리고 어둠의 중급 정령과 함께 열심히 놀다가 체력이 다한 모양이다.

가슴이 포근해지는 광경이었지만 녀석들이 다른 정령들과 어지럽힌 연구실을 생각하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송환시킨다?

마법사로서의 성장뿐만이 아니라 정령사로서도 성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언제 또 3차 게이트 변화 때처럼 위험한 일이 터질지 모르니까.

“대충 뭐 하나라도 망가트리면 혼이라도 낼 텐데.”

마음 독하게 먹고 혼을 내고 싶어도 연구실을 난장판으로 만들 뿐, 그 어떤 물건도 부수지 않는다.

희한하게도 말이다.

‘하양인가?’

바람의 힘으로 떨어지는 속도를 줄여 충격을 줄이거나, 땅의 힘으로 땅을 부드럽게 만들어 충격을 흡수하거나.

빛이나 어둠의 힘으로는 떨어지는 속도, 즉 충격을 줄이지 못하니 하양이와 커피가 분명 연구실의 물건을 보호한 것이 아닐까 싶다.

‘왜 하급 정령들이 중급 정령들을 키우냐고.’

중급 정령들이 하급 정령들을 보살펴야 하는데, 하급 정령들이 중급 정령들을 보살피고 있다.

치킨을 먹기 위해 열심히 청소 중인 두 정령을 가만히 바라보던 한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걸음을 옮겼다.

연구실 안쪽 휴게실.

끼이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김세후와 소파에 대자로 뻗어 잠을 자고 있는 김세연이 보였다.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율이 형.”

세후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한율이 그런 세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소파에 누워 잠을 자는 김세연을 바라봤다.

“푸헤헤헤.”

행복한 꿈이라도 꾸고 있는지 실실 웃는 김세연.

“같이 놀았어?”

“누나요?”

“어.”

“네. 열심히 놀더라고요.”

“…….”

그래. 그래야 세연이지.

-후야! 우리 치킨 먹는다!

-치킨! 치킨! 순살 반반 양념간장! 순살 반반 양념간장!

세후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두 정령.

“치킨!”

치킨 소리를 듣자마자 눈을 번쩍 뜨는 것도 모자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치킨을 찾는 김세연.

“하아.”

“후우.”

한율이 한숨을 내쉬었고, 세후가 한숨을 내쉬었다.

“세후야”

“네. 율이 형.”

“힘들겠지?”

“네.”

진지한 목소리로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는 세후.

-순살!

-간장!

“치킨!”

방방 뛰는 두 정령과 소녀.

깊은 한숨을 내쉰 한율은 배달 어플을 이용해 치킨 세 마리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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