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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27화 (127/221)

127 순살! 간장! 치킨!(1)

탁.

문자를 확인한 김환성이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한율을 바라봤다.

“일단.”

“네.”

“와서 직접 확인하겠단다.”

“음? 안 믿긴대요?”

“야! 지금 이거 세간에 알려지면 당장 노동부로부터 고소당해!”

김환성이 어이없다는 듯 소리를 치자 회의실에 자리한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 시간과 잠깐의 휴식 시간, 마지막으로 수면 시간을 제외하고 대략 21시간을 헌터로서 활동하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

“체력이 되십니까?”

레온 길드의 백호준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네. 어떻게 되더라고요.”

간간이 휴식 시간이 찾아올 때마다 호흡법을 외웠다.

재미있는 것은 호흡법의 효과 중 수면 욕구 해소라는 효과가 있는 것인지 하루에 2시간만 자도 크게 피곤하지 않았다.

“그래도 잠은 자면서 해라. 잠은 자면서.”

“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죠.”

할 일이 있는 것일까.

한율이 힐끔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훔쳐보며 묻자 김환성이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럼 레온 길드는 몇 팀을 파견할 수 있습니까?”

사적인 자리라면 말을 놓았겠지만, 지금은 공적인 자리기에 예의를 갖춰 물었다.

“하루에 한 팀씩. B급 이상, 리더는 A급으로 구성한 팀을 보내겠습니다.”

B급.

조금 아쉽다. 하지만 기준을 S급 헌터로 잡아서 그런 것이다.

김환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 후, 발키리 길드의 이연희에게 물었다.

“발키리 길드는?”

“발키리 길드 또한 레온 길드와 마찬가지로 B급 이상, 리더는 A급으로 구성한 팀을 보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마탑.”

회의실에 자리한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일단 제가 움직이고요.”

“응? 아연이가 아니라?”

“요즘 바빠요.”

마나 호흡법을 습득하느라 바빴고, 얼음 속성 마법을 배우느라 정신없다.

“그래서 2교대로 움직이려고요.”

한율, 그리고 얼음 여왕 송아연이 리더로 움직인다.

“팀원은?”

“세혁 씨. 캡, 라이트닝.”

“전부?”

“네. 아연 씨와는 다르게 세 분은 헌터로서의 성장이 필요하니까요.”

“……?”

김환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세혁이도 헌터로서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네.”

“세혁이도 아연이와 마찬가지로 A급인데?”

“응?”

회의 직전에 받은 회의 내용이 작성된 서류를 읽던 한율이 고개를 들었다.

“…….”

“…….”

“아, 아연 씨요. 사흘 전에 S급 헌터가 되었어요.”

“……등급 재조정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아직 안 했으니까요.”

“그렇구나. 근데 너는 어떻게 아연이가 S급 헌터가 되었다는 걸 알고 있냐?”

“붉은 아룡 게이트에서 S급 헌터와 활동했잖아요. 그때 두 사람을 관찰해서 대충 기준을 파악해 놨어요.”

“…….”

눈만 깜박이며 한율을 바라보던 김환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붉은 아룡 게이트에서 활약한 직후에도 오르지 못했는데 어떻게?”

“얼음 속성 능력자여서 그런지 얼음 마법을 가르쳐 주고 마나 호흡법을 가르쳐 주니까 오르던데요. 능력도 증폭되었고요.”

“……등급 재조정 심사를 하지 않은 이유는?”

“그건 아연 씨에게 물어봐야죠.”

S급 헌터가 된 사람은 한율이 아닌 송아연이다.

김환성이 책상 위에 내려놓은 스마트폰을 들고 송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그래. 아연아. 협회장인데.”

-네. 협회장님.

“S급이라고?”

-음? 어떻……. 아, 한율 씨가 가셨지. 네. 사흘 전에 S급 헌터가 되었어요.

“등급 재조정 심사는 왜 안 했냐?”

-귀찮아서요.

흥미를 느끼면 즉흥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지만, 흥미가 없으면 관심을 두지 않는 A급 헌터, 아니 신생 S급 헌터 얼음 여왕 송아연의 성격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김성환은 말을 잇지 못했다.

“후우……. 알았다. 일단 이번 일이 정리될 때까지는 등급 재조정 심사를 하지 말자.”

-꼭 해야 해요?

“어.”

-그럼 지금 딱 시간 남는데 지금 하죠.

“안 돼.”

-왜요?

“……아프리카 연합, 그리고 중국은 대한민국에 S급 헌터가 두 명밖에 없다는 명분으로 S급 제작 능력자들을 파견하기로 한 것이니까.”

설령 대한민국에 S급 능력자가 탄생해 3명으로 늘었다고 해도 아프리카 연합, 그리고 중국은 제안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

제작 능력자들의 목적은 마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에서 이번 일에 트집을 잡을 수가 있다.

S급 헌터 두 명을 보내도 한 명이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으니 우선적으로 특혜를 받을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뭐, 저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니까 알아서 스케줄 잡아 주세요.

“그래. 그리고 축하한다.”

-네.

뚝.

짧은 대답을 끝으로 바로 전화를 끊어 버리는 송아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김환성이 다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한율을 바라봤다.

“마법을 배워 S급 헌터가 되었다고?”

“정확하게는 얼음 속성 마법과 각성한 얼음 관련 능력이 너무 잘 맞고. 실제로 마법사로서의 재능도 괜찮아서요.”

“후우.”

정보 조작이 필요하다. 파견과 관련된 일이 꼬이지 않도록 정보 조작이 필요하다.

다행히 당사자는 등급 재조정 심사를 하는 게 귀찮아서 안 하고 있고, 마법과 능력을 합치는 것에 푹 빠져서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

“레온 길드와 발키리 길드는 지금 들은 이야기를 비밀로 해 주십시오.”

“네.”

S급 제작 헌터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두 사람 또한 일이 꼬이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김환성이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을 확인하고 화제를 바로잡았다.

“일단 마탑은 출퇴근 식으로 할 거지?”

“네. 할 일이 많으니까요.”

“다른 헌터들은 상관없지 않나?”

“아, 마탑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요.”

궁금하다. 하지만 한율의 성격상 밝힐 수 있는 이야기였다면 미리 밝혔을 게 분명했다.

김환성이 발키리 길드와 레온 길드에 물었다.

“두 길드는 어떻게 할 겁니까? 마탑처럼 출퇴근 식으로 진행해도 되고 파견 형식으로 해도 됩니다.”

“파견 시 숙식은 군부대에서 해결합니까?”

백호준이 물었다.

“근처에 S급 헌터들이 이용하던 호텔이 있습니다.”

“그럼 레온 길드는 파견으로 하겠습니다.”

“그럼 발키리 길드도 파견으로 하겠…….”

갑작스럽게 말을 끊었다.

백호준, 한율, 김환성이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파견을 하되 주기적으로 팀을 교대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날짜가 정해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또 회의할 일이 생기면 사흘 전에 연락드리고요.”

드르륵.

백호준과 이연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율도 두 사람처럼 길드로 복귀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율이는 남아라.”

“응? 또 무슨 의뢰라도 있어요?”

“아니, 미뤄 둔 일이 하나 있어서 그거 해결하려고.”

진지한 목소리.

회의 때보다 더 진지한 목소리.

잠시 망설이던 한율은 그의 표정, 그의 목소리가 너무 진지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

저벅저벅.

“파견이 낫지 않습니까?”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회의실을 나와 복도를 걷고 있을 때였다. 옆에서 들려오는 백호준의 물음에 이연희가 고개를 돌렸다.

“네?”

“주기적으로 교대를 하는 이유를 몰라서요.”

“으음. 간단해요. 한율 씨가 직접 임무에 참가하니까.”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몬스터 토벌 임무가 아니잖아요.”

“그렇죠.”

자신들이 맡은 의뢰는 S급 헌터들이 복귀하기 전까지 북한 영토에 살고 있는 몬스터들을 감시하는 일이었다.

“그럼 시간이 많이 남겠죠.”

“……오!”

경비를 서는 일이다. 당연히 시간이 많이 남을 것이고, 그 시간을 잘 이용하면 한율의 도움을 받아 마법을 배우거나 정령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 버튼을 누른 백호준이 이연희에게 물었다.

“너무 좋은 정보를 너무 쉽게 푸시는군요.”

“길드로 복귀해 한율과 함께하는 의뢰라는 이야기를 공개하면 아시게 될걸요?”

한율과 함께하는 일이다.

당연히 한율과 친분을 쌓고자 하는 헌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원할 것이다.

만약 이를 숨긴 채 일을 진행했다간 백호준은 꽤나 큰 곤경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알려준 것이다.

다행히 백호준 역시 이를 바로 알아차렸다.

“이연희 헌터도 참가할 생각입니까?”

“네.”

부드러운 미소를 그린 이연희, 그녀가 조심스럽게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뽀미야.”

파아앗.

그녀의 손가락 위에 나타난 작고 귀여운 새 한 마리.

“일단 저도 정령사니까요.”

부럽다.

바람을 다루는 속성 능력자인 이연희는 정령 소환 마법진의 도움을 받아 정령과 계약했다.

부드럽게 정령의 머리를 쓰다듬은 이연희가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백호준도 그녀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리고.”

“……?”

또 다른 이유가 있나?

백호준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정령을 송환한 이연희가 입을 열었다.

“재밌는 의뢰를 받아서요.”

“의뢰요?”

“네. 의뢰 내용은…….”

이연희가 대답했고, 몸을 흠칫 떤 백호준이 바로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

“미뤄 둔 일을 처리하자.”

백호준, 이연희가 회의실을 벗어나고 대략 5분 후, 잡담을 나누던 김환성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한율을 데리고 회의실을 나왔다.

“미뤄 둔 일이 뭔데요.”

“그건…….”

말끝을 흐린 김환성이 엘리베이터 앞,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 김세혁을 확인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다. 일단 네 허락도 허락이지만 세혁이가 허락해야 하는 일이지.”

“……?”

자신과 김세혁 헌터가 허락해야 하는 해결할 수 있는 미뤄 둔 일.

고개를 갸웃했던 한율을 인기척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김세혁 헌터를 바라봤다.

김세혁 헌터의 허락도 필요한 일이 무엇일까.

“세연이랑 세후와 관련된 이야기인가요?”

“무슨 소립니까?”

역시 A급 헌터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지만, 귀신같이 한율의 목소리를 들은 김세혁 헌터가 김환성과 한율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일단 율이가 예상한 대로 세연이랑 세후와 관련된 이야기다.”

“또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정령과 계약하고 능력이 안정된 김세연과 김세후였다. 김환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묻는 김세혁을 잠시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아니……. 문제라면 문제인가?”

문제가 생겼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한율과 김세혁이 김환성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직접 봐라.”

“대략적으로라도 말씀해 주십시오. 동생들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세연이랑 세후에게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협회에 문제가 생겼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대답이다.

한율은 모호한 대답에 호기심을, 김세혁은 걱정을 담아 바라봤고, 띵동 하는 알림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다시 김환성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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