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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23화 (123/221)

123 마법사의 탑(3)

이유리가 도착하기 전.

드르륵, 드르륵.

캐리어를 끌고 본관으로 이동한 엘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얼음 여왕?”

얼음 여왕이 편의점에서 나오고 있었다.

엘렌의 목소리를 들은 것일까.

새하얀 드레스를 착용한 미녀, 귀족 같은 모습과는 다르게 양손으로 호빵을 들고 편의점을 나오던 얼음 여왕, 송아연이 고개를 들었다.

금발의 미녀와 백발의 미녀.

금발의 미녀는 당황해서, 백발의 미녀는 어디에서 본 것 같아서 가만히 바라볼 때, 편의점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났다.

“……캡?”

솔의 눈 캔 음료를 든 푸른 가죽 갑옷을 착용한 사내, 등에 커다란 원형 방패를 달고 있는 사내가 금발의 미녀, 엘렌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에?”

얼음 여왕과 캡이 같이 있다.

“에?”

너무나 당황해 엘렌이 눈만 깜빡일 때, 고개를 갸웃하던 캡이 입을 열었다.

“마법사 지망생?”

캡이 한국어를 쓴다.

“아, 네. 미국에서 온 엘렌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군. 캡이다.”

“얼음 여왕이에요.”

“…….”

왜 얼음 여왕하고 캡이 같이 있는 거지?

아니, 왜 마탑에 얼음 여왕하고 캡이 있는 거지?

엘렌은 한율이 마법이라는 기술을 공개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헌터들을 알지 못했다.

아니, 마법이라는 기술을 배운 후에도 한국 헌터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관심을 가진 유일한 한국인 헌터는 한율, 단 한 명.

그래서 몰랐다.

한율의 전투 영상?

캡도 얼음 여왕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공부를 위해 시청한 영상은 청일고 브레이크 사고, 리빙 아머 브레이크 전투, 부산에서 발생한 어인 게이트 등 헌터팀이 아닌 헌터들이 단체로 등장하는 전투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발생한 브레이크 전투에서 캡이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영상에 나온 시간은 매우 짧았고, 크라켄의 공격을 막아 내며 가죽 갑옷이 많이 찢어진 상태였다.

“음, 아연아.”

“응.”

“네가 안내해야 할 거 같은데.”

“……?”

호빵을 먹던 송아연이 고개를 돌렸다.

캡, 이대한은 설명하는 대신 직접 보라는 듯이 입구를 통과하고 있던 수십 명이 넘는 마법사 지망생들을 가리켰다.

“아하. 이름이?”

“엘렌 알렉시아라고 합니다.”

“저는 송아연이라고 해요. 그럼 따라오세요. 기숙사로 안내해 드릴게요. 뒤에 계시는 분들도요.”

엘렌을 비롯해 미국에서 찾아온 여성 마법사 지망생들이 멍하니 얼음 여왕을 바라보다가 황급히 그녀의 뒤를 따라 기숙사로 향하자 캡, 이대한이 고개를 돌려 남성 마법사 지망생들을 바라봤다.

“따라와라, 남성 마법사 지망생들. 기숙사로 안내해 주마.”

“…….”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남성 마법사 지망생들.

이대한은 바로 몸을 돌렸지만 송아연과는 다르게 바로 기숙사로 향하는 대신 편의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글 아이.”

“김세혁입니다.”

활을 등에 메고 있던 사내, 김세혁 헌터가 어색한 미소로 반박했지만, 이대한은 그의 정정 요청을 무시하고 말했다.

“다른 마법사 지망생들이 도착하면 안내해 줘.”

“저도요?”

고개를 끄덕인 이대한, 그가 걸음을 옮기자 미국의 남성 마법사 지망생들이 그를 따라 기숙사로 향했다.

“응? 아연 누나하고 대한이 형은 어디 갔어요?”

“마법사 지망생들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일단 기숙사로 안내했어.”

일주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대한이라는 컨셉추가…… 아니, 이대한이라는 독특한 헌터 덕분에 김세혁은 다른 헌터들과 빠르게 말을 놓을 수 있었다.

잘생긴 미청년, 하지만 실상은 라이트닝이라 불리는 헌터, 문수원의 질문에 바로 대답한 김세혁이 고개를 돌렸다.

이대한의 설명처럼 마법사 지망생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입구에 모인 신문 기자와 방송국 기자 그리고 구경꾼들 때문에 협회, 국가, 청일 그룹의 헌터와 직원들이 열심히 돕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보였다.

“음?”

수십 명이나 되는 미국 측 마법사 지망생들과는 다르게 홀로 입구를 통과해 본관으로 이동하고 있는 마법사 지망생이 보였다.

캐리어가 아닌 가방을 메고 있는 잘생긴 청년.

“안녕하십니까.”

본관 입구를 통과한 잘생긴 마법사 지망생이 김세혁, 그리고 문수원을 발견하고 고래를 살짝 숙였다.

“아, 예. 안녕하세요. 마법사 지망생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중국에서 온 류페이라고 합니다.”

“헌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세혁이라고 합니다.”

“아.”

다시 한번 고개를 살짝 숙이는 류페이.

김세혁은 그런 류페이를 따라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중국은 한 명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한율에게 마법을 배우는 마법사 지망생은 백 명이 넘는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던 김세혁이 류페이에게 양해를 구했다.

“죄송하지만 다른 분들이 도착하면 함께 기숙사로 안내하고 싶은데 괜찮습니까?”

“예. 괜찮습니다.”

바로 대답한 류페이가 편의점 유리 창문 앞으로 이동했다.

“…….”

“…….”

너무 조용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말을 걸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할 때, 천천히 고개를 돌린 류페이가 김세혁, 그리고 문수원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마탑 소속 헌터분들이십니까?”

“아, 네. 그렇습니다.”

제주도 방어전을 기점으로 마탑은 바뀌었다. 마법사와 마법사 지망생들만 가입되어 있는 마탑에서 마법사와 마법사 지망생 그리고 헌터들이 가입되어 있는 마탑으로 바뀌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길드로서의 모습을 갖췄다고 해야 하나.’

길드, 빠르고 안전한 게이트 활동을 위한 모임, 길드로서의 모습을 갖췄다고 보는 게 옳았다.

고개를 끄덕인 류페이, 그가 김세혁 옆에 서서 캔커피를 마시고 있는 문수원을 바라봤다.

“헌터십니까?”

“아, 네.”

“……그렇군요.”

“…….”

다시 찾아온 침묵.

김세혁은 고개를 살짝 돌려 류페이를 바라봤다. 표정을 보니 호기심이 아닌 정적과 함께 찾아온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말을 걸었다는 것이 분명했다.

말을 걸어야 할까?

다시 든 생각에 김세혁이 망설일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마탑 입구를 통과했다.

안도한 것처럼 미소를 그리는 김세혁과 류페이,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문수원.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떤 세 사람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봤고, 이내 상대방을 향해 어색한 미소를 그려 주고 본관 입구 앞으로 걸어갔다.

빠르게 걸어오는 무리, 그 무리에서 들려오는 언어는 일본어였지만 김세혁, 문수원은 당황하지 않았다.

일본어를 알고 있어서?

아니다.

한국의 헌터 길드, 마탑에서 마법을 배우려는 마법사 지망생들이다. 그들이 한글을 모를까.

“처음 뵙겠습니다. 일본 마법사 지망생, 키시마 류이치라고 합니다.”

“마탑 소속 헌터 김세혁이라고 합니다.”

“마탑 소속 헌터 문수원이라고 합니다.”

김세혁, 문수원이 마법사 지망생들을 따라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네고 서로를 바라봤다.

김세혁이 먼저 눈으로 물었다.

‘네가 갈래?’

문수원은 잠시 고민했고, 이내 대화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한 걸음 나서서 사람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헌터, 문수원이라고 합니다. 아직 집합 시간까지 시간이 있어서 기숙사로 먼저 안내할 생각입니다. 여성 마법사 지망생들의 숙소는 상층, 남성 마법사 지망생들의 숙소는 하층이니 차례대로 안…….”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며 설명하던 문수원이었다. 그가 미소를 잃은 채 한쪽을 멍하니 바라보자 일본, 그리고 중국의 마법사 지망생들이 떠나는 것을 기다리던 김세혁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말도 안 되는 것을 목격한 것처럼 마법사 지망생을 바라보는 문수원이었다.

김세혁이 그런 문수원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왼팔에 붕대를 감은 소년, 눈병이라도 난 건지 안대를 쓰고 있는 소년, 거대한 탑이 그려진 망토를 두른 소년.

“큭, 큭큭큭.”

김세혁, 문수원의 시선을 느낀 걸까. 웃음을 터트린 중환자 소년이 씨익 미소를 그렸다.

***

처음에는 매우 당황해하던 문수원이었다. 하지만 이대한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라이트닝이라는 닉네임을 달고 활동하는 헌터여서인지 바로 정신을 차리고 중국, 그리고 일본 마법사 지망생들을 안내했다.

“미국, 일본, 중국…….”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는지 안내 업무를 맡고 있던 사람들이 빠르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 오는 사람들은 이쪽으로 오겠지.’

빠르게 일을 처리하고 있어도 그들의 일 처리가 빠른 것은 일본은 일본끼리, 미국은 미국끼리 함께 움직여 통솔이 매우 쉬웠기 때문이다.

대신 개별적으로 도착하는 마법사 지망생들은 놓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김세혁 헌터는 한율에게 받은 무전기를 들고 말했다.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본관 입구까지만 안내해 주세요.”

야외 훈련장에서 마법사 지망생들을 안내하던 헌터가, 그리고 마탑 입구에서 신분 확인을 하던 헌터가 김세혁 헌터를 바라보는 것도 잠시,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업무에 집중했다.

“프랑스, 러시아.”

무리를 이룬 채 마탑에 도착하는 마법사 지망생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하지만 김세혁 헌터는 편의점 앞에서 기다렸다.

“음?”

홀로 캐리어를 끌고 본관으로 이동 중인 여성이 보였다.

“분명…….”

아이돌 가수.

이름은 모른다. 하지만 그룹의 이름은 여동생인 세연이가 팬이어서 알고 있었다.

“식스센스였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김세혁, 그는 기다렸고 탄성을 흘리며 내부를 둘러보던 아이돌 가수가 자신을 발견하고 달려오자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헌터 김세혁이라고 합니다.”

“식스센……. 마법사 지망생 유아리라고 합니다. 유리라는 예명으로 가수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금은 마법사 지망생이니 유아리라고 불러 주세요.”

미소를 짓는 게 익숙한 직업이어서일까.

자연스럽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유아리의 미소에 잠시 침묵하던 김세혁 헌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개별적으로 도착하는 마법사 지망생들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네!”

방긋 웃는 유아리.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을 따라 빙긋 웃었던 김세혁 헌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다시 전방을 바라봤다.

“유리?”

“어, 유리다.”

식스센스의 유리가 면접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직접 만나니 매우 신기했는지 홀로 마탑에 도착한 마법사 지망생들은 그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힐끔힐끔 유리를 훔쳐보는 마법사 지망생.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마법사 지망생.

눈치를 보다 노트를 꺼내 사인을 요청하는 마법사 지망생.

직업이기 때문일까. 김세혁 헌터는 자신이 나서기도 전에 마법사 지망생들의 요청을 들어주는 유리를 보고 다시 입구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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