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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19화 (119/221)

119 정령 소환 마법?(1)

막대기를 질질 끌며 걸음을 옮기는 한율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김세혁이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마법진.

며칠 전까지만 해도 거대한 게이트가 존재하던 장소를 중심으로 거대한 마법진이 생겼다.

‘이틀, 아니, 만 하루인가.’

김환성의 이야기에 따르면 작업을 시작한 것은 오전 11시.

지금 시간이 오전 10시 32분이니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한율은 마법진을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

“완성한 것처럼 보이는데, 아닙니까?”

다시 고개를 돌린 김세혁이 마법진 바깥의 원을 따라 막대기를 질질 끌며 이동하는 한율에게 물었다.

“완성한 것은 맞아요. 하지만 크기가 크기잖아요. 누군가가 밟으면 사라지고, 바닥을 굴러다니던 돌 때문에 망가지는 일이 있죠.”

필요한 재료가 올 때까지 반복해서 마법진을 점검한다.

“뭐, 이게 공부도 되고요.”

“……공부입니까?”

“마법은 기술이잖아요.”

마법은 기술이다. 재능이 필요하기는 하나, 분명 마법은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기술이다.

확실히 공부가 된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 김세혁이 여전히 자신에게 향해있는 시선을 느끼고 설명을 시작했다.

“아실지 모르지만 제게는 동생이 있습니다. 그것도 두 명이나.”

“아! 알고 있어요. 처음 만났을 때 김세혁 헌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뉴스를 확인했거든요.”

“제 동생이 각성했다는 사실도 알고 계십니까?”

“네.”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어린 나이에 각성했고, 무슨 능력인지는 모르지만 헌터 협회에서 아주 중요한, 또는 아주 위험한 능력이라고 판단해서 보호하고 있다는 것 정도?”

공식적으로 알려진 사실만 알고 있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두 동생을 한번 봐주실 수 있습니까.”

“……?”

다시 산보를 하듯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던 한율이 상체를 틀어 뒤를 돌아봤다.

김세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을 기다렸다.

“어,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동생들은 동시에 각성을 했습니다. 하지만 각성한 초능력은 조금 특이했습니다.”

“무슨 능력인데요?”

“빛의 축복. 그리고 어둠의 축복.”

“속성 능력자?”

얼음 여왕, 송아연과 레온 길드의 화염 능력자, 한송이와 같은 속성 능력자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하지만 김세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빛의 축복, 그리고 어둠의 축복입니다.”

“어떤 능력이죠?”

“빛을 모읍니다.”

“…….”

빛의 축복을 받은 동생은 빛을 모은다. 그렇다면…….

“어둠의 축복을 받은 동생은 어둠을 모으나요?”

“네.”

“그러니까 속성 능력자잖아요.”

“아닙니다.”

아니다?

한율이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김세혁이 작은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빛의 마나, 어둠의 마나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빛, 그리고 어둠을 조종합니다.”

빛의 마나, 어둠의 마나가 아니다.

한율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김세혁의 양옆에 서서 쫄래쫄래 따라오고 있는 하양이와 커피에게 향했다.

“……즉, 빛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어둠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뿐이면 다행이죠. 동생들이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빛이 모여들고 어둠이 모여듭니다. 가끔 지성을 가진 생명체처럼 장난도 치는 것 같더군요. 예전에 누가 제 동생에게 장난식으로 꿀밤을 먹였습니다. 동생은 그냥 웃었죠. 하지만 능력은 달랐습니다. 방금 말씀드렸듯 지성이 있는 것처럼 동생에게 장난을 친 사람을 괴롭혔습니다. 퇴근할 때까지.”

한율의 시선이 또 한 번 하양이, 그리고 커피에게 향했다.

“그래서 초능력을 각성한 직후, 두 동생은 헌터 협회에서 협회의 보호 그리고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으음…….”

빛의 마나, 어둠의 마나가 아닌 빛과 어둠을 다룬다.

“등급은요?”

빛과 어둠을 다루는 것일 뿐이다. 협회, 그리고 국가의 보호를 받기에는 조금 애매한 점이 있어 한율이 등급을 묻자 김세혁이 바로 대답했다.

“B급입니다.”

“……나이는요?”

“어둠의 축복을 각성한 세연이는 12살, 빛의 축복을 각성한 세후는 10살입니다.”

12살,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각성한 것도 각성한 거지만 각성한 직후부터 B등급에 책정되었다.

“……음? 책정이 돼요? 마나가 아니잖아요.”

“그… 실험 비슷한 걸 했습니다.”

실험?

한율이 걸음을 멈췄다. 김세혁은 그가 상체를 틀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아예 몸을 돌려 바라보자 황급히 손을 흔들었다.

“말씀드렸다시피 실험 비슷한 거였습니다.”

“그게 뭔데요.”

“몬스터의 사체로 가공한 가죽 갑옷에다가 공격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아!”

실험이라 해서 생체 실험, 게이트 활동과 같은 직접적인 실험을 생각했던 한율이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몬스터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에 공격 기술을 사용해 확인해 본 결과 B등급 헌터와 동일한 힘을 보였다. 이 말씀이신 거죠?”

“그렇습니다.”

“흐음…….”

빛의 마나, 어둠의 마나가 아닌 빛, 그리고 어둠을 다루는 능력자.

천천히 걸음을 멈춘 한율이 다시 고개를 돌려 김세혁을 바라봤다.

“이제 안으로 들어갈 건데 밖에서 기다리시겠어요?”

“위험합니까?”

“한번 발을 디뎌 보세요.”

설명보다는 경험이 더 좋다는 듯한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 김세혁이 조심스럽게 마법진 안쪽으로 발을 디뎠다.

쑤우욱!

허공에 떠 있던 발이 땅에 닿기가 무섭게 빠져나가는 마나에 김세혁이 황급히 발을 떼고 한율을 바라봤다.

“이야기를 들었던 것보다 흡수하는 양이, 그리고 흡수하는 속도가 빠르군요.”

“얘도 성장을 하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흡수하는 양이 늘어나고, 흡수하는 속도가 빨라지더라고요.”

김세혁 헌터와 함께 작업 현장에 도착하는 그 순간 한율은 알아차렸다. 어제보다 흡수하는 효과가 강해졌다는 것을 말이다.

“한율 헌터는 괜찮습니까?”

“네.”

“마법사여서?”

“아뇨. 일단 제가 만든 거라고 한다면 제가 만든 거잖아요.”

한율은 손가락으로 바닥과 자신을 번갈아 가리켰다.

“아.”

마나를 흡수하고 생명력을 흡수하는 땅으로 변하기 전, 그 땅에 한율의 마법진이 존재했다. 그것도 상대의 마나를 흡수하는 마법진이 말이다.

“기다리겠습니다.”

“네. 그럼 저도 내부 작업을 하면서 생각 좀 해 볼게요.”

“감사합니다.”

한율이 김세혁을 따라 고개를 살짝 숙이고 마법진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쑤우욱.

탁!

강제로 바닥으로 끌려가던 마나가 발끝에서 멈췄다.

한율은 발바닥에 모인 마나에 집중했다. 이내 마나를 고정하게 되자 다시 속도를 높여 마법진 중심부로 향했다.

“얘들아.”

타악!

한율의 부름과 동시에 땅을 박찬 하양이와 커피, 두 패밀리어, 아니 정령이 양어깨에 착지해 계약자를 바라봤다.

“맞아?”

앙!(네!)

냐아앙.(넹.)

“진짜 빛의 정령사, 어둠의 정령사라고?”

앙앙앙!(정령사는 아니에요!)

냐아앙.(정령사로서의 자질 있삼.)

정령사가 아닌 정령사로서 자질이 있다.

“즉, 정령사로 계약시켜 주면 능력이 안정된다는 거네?”

앙!(넹!)

냐앙.(넵.)

“…….”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밝지만 조금은 다른 두 정령을 번갈아 바라본 한율이 다시 마법진을 점검하면서 물었다.

“그런데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빛이 지 맘대로 모이고 어둠이 지 맘대로 모인다고 하잖아. 그건 뭐야?”

앙앙!(정령이 옆에 있으니까요!)

한율이 고개를 돌려 하양이를 바라봤다.

“……지구에도 정령이 있어?”

냥?(정령은 자연에서 태어남. 왜 없다고 생각하삼?)

인터넷을 끊어야 하는 걸까?

왜 하양이의 말은 제대로 들리는데 커피의 말은 인터넷체로 들리는 걸까.

“……커피야.”

냥?(왱?)

“내가 이상한 거냐. 네가 이상한 거냐?”

냥?(뭔 솔?)

“말투.”

냥?(이상함? 엄마한테 배운 지구어인뎅.)

땅의 정령, 커피.

그인지, 그녀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커피가 어머니라 부르는 사람은 당연히 땅의 정령왕일 것이다.

그리고…….

“겜순이?”

RTS(Real-Time Strategy,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를 시작으로 FPS와 TPS 게임 등 모든 대전 게임을 사랑하는 겜순이, 땅의 정령왕.

고개를 끄덕인 커피가 고개를 갸웃하며 울음을 터트렸다.

냐앙?(지구어 아님?)

“정확하게는 인터넷체, 아니 급식체라고 해야 하나.”

순간적으로 헷갈려 고개를 갸웃했던 한율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다시 화제를 바로잡았다.

“즉 정령과 계약하게 도와주면 된다는 거네?”

앙!(네!)

냐앙(넹.)

“으음.”

빛의 마나, 어둠의 마나였으면 빛의 마법, 어둠의 마법을 가르치면 된다. 그럼 김세혁의 동생들은 자신의 능력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세혁의 동생들은 빛의 축복, 그리고 어둠의 축복이라는 정령사로서 특화된 능력을 각성했다.

“어찌할까?”

고민이 되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마법사뿐만이 아니라 정령사도 육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개해도 되는 것일까?

“끄으응…….”

한율은 계속해서 고민했다.

1시간.

2시간.

“아, 간단하네?”

한율이 작업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마법사와 정령사를 연결시킬 만한 이야기를 꾸며 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적어도 한율 자신에게는 매우 쉬운 일이었다.

마법이라는 능력을 각성한 유일한 헌터였기 때문이다.

한율이 바로 몸을 돌려 마법진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김세혁에게 걸어가 말했다.

“이번 일 끝나면 만나 보죠.”

“방법이 있을까요?”

“있어요. 제가 막 5서클에 올랐잖아요.”

“예.”

“5서클에 오르면서 이런 마법은 왜 있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마법이 하나 생겼거든요. 근데 이게 동생분들의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마법 같네요.”

“무슨 마법입니까?”

“정령 소환 마법이요.”

“……네?”

“정령 소환 마법.”

“…….”

“아, 어쨌든 이야기가 퍼지려나.”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한율이 바로 주머니를 뒤져 스마트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벌써 끝났냐?

“아뇨. 땅의 마석도 안 왔는데 일이 끝났겠어요?”

-그럼 왜 전화했냐?

“5서클에 오르면서 정령 소환 마법이라는 마법이 생겼어요.”

-그래. 그거 잘……. 뭐?

“정령 소환 마법이요.”

-마법산데?

“그래서 정령 계약 마법이 아니라 정령 소환 마법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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