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18화 (118/221)

118 피해 복구 작전(2)

헌터의 마나와 몬스터의 마나가 이뤄낸 특이 현상이기 때문에 연구를 위해 과학자들이 강력히 요청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제거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마나가 일으킨 특이 현상이 하필 마나를 빼앗고 생명력을 빼앗는 현상이었고, A급 몬스터의 마나 때문인지 아니면 A급 이상 헌터들의 마나 때문인지 특이 현상이 일어나는 땅이 점점 커져서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몇 년, 아니 몇 개월 내에 제주도의 땅이 마나를 빼앗는, 그리고 생명력을 빼앗는 죽음의 땅으로 변해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진짜 죽것다. 죽것어.”

사전 작업.

마법진을 그리는 것이 전부인 사전 작업이었다.

하지만 반경 1km짜리 초대형 마법진이다. 특히 바깥에 원을 그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도 내부에 마법진을 그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마법사라고 해서 마나를 빼앗기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주먹을 쥔 손등으로 허리를 두드리며 호텔로 돌아온 한율이 앓는 소리를 내며 문을 통과하려는데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한율이 고개를 갸웃했다.

“김세혁 헌터?”

마치 자신을 기다린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온 사람은 A급 헌터, 김세혁이었다.

“저번에 부탁드린 일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

기억을 더듬는 시간은 짧았다.

탄성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 한율이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채 제안했다.

“돌아가서 이야기를 나눠도 될까요?”

“돌아가서 말입니까?”

“네.”

레스트의 요청으로 곤지암 정신병원에 생성된 게이트에서 활동할 당시였다. 의뢰를 받아 몬스터 토벌뿐만이 아니라 게이트 소멸 작업까지 진행하고 있을 때, 김세혁이 한율을 찾아왔다.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시면 연락 한번 주실 수 있겠습니까?”

한율은 그런 김세혁 헌터의 부탁에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이라는 단어가 걸렸지만 ‘시간이 되면’, 즉 그렇게 급하게 진행하는 일이 아니었기에 망설이지 않은 것이다.

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는 것과 어느 정도 일이 정리되었을 때 대규모 폭주라는 사건이 터져 깜빡했지만.

“알겠습니다. 그럼 마탑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아, 대신 상황 설명은 먼저 하고 싶은데 내일부터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네. 상관없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 봬요.”

고개를 살짝 숙인 한율이 자신을 따라 고개를 숙인 김세혁을 지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으음. 부탁이라. 부탁…….”

A급 헌터가 이제 갓 헌터가 된 지 반년밖에 안 된 초짜에게 도움을 요청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마법과 관련된 부탁일 게 분명하다.

“동생들?”

헌터 협회의 보호를 받고 있는 김세혁의 두 동생.

처음 김세혁과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그의 기사를 확인해서인지 바로 두 동생이 떠올랐다.

“몰겄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고.”

일단 미룬다. 김세혁을 만나 직접 물어보면 되니까.

그러니…….

“하아아아.”

작업은 끝났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은 남아 있다.

깊은 한숨과 함께 다시 걸음을 옮긴 한율이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몸을 씻고 침대가 아닌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거래 대상 언소월. 계세요?”

[언소월: 예. 한율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죠?”

[언소월: 괜찮습니다. 큰 전투가 있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해를 해줘서 다행이다.

고개를 끄덕인 한율이 거래창 옆에 나타난 언소월의 메시지창을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배울 무공은 무엇인가요?”

마지막 대화를 나눌 때다. 한율은 큰 전투가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전투가 끝나면 무공을 배우고 싶다고 언소월에게 요청했고, 언소월은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다시 연락이 올 때까지 무공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강시.

애매했다.

강시의 신체 능력은 뛰어났다.

조종법 또한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강시를 보고, 그리고 강시의 힘을 확인한 한율이 느낀 것은 애매하다는 것이었다.

하급 강시는 언소월의 설명처럼 피부가 단단하고 인간이 낼 수 없는 속도와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공격과 방어에서 마나를 사용하지 못했다.

피부가 단단하고 인간이 낼 수 없는 속도와 힘을 가졌다지만, 그래 봐야 몬스터보다는 못하다.

그래서 제주도 방어전에서 강시를 선보이지 않았다.

무의미하게 파괴되면 굳이 힘만 낭비할 뿐이기 때문이다.

[언소월: 제가 가르쳐 드릴 무공은 분심법(分心法)이라는 무공입니다.]

분심법(分心法).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낸 한율이 인터넷에 들어가 ‘분심’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분심: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

“……?”

고개를 갸웃한 한율이 다시 메시지창과 사전 내용을 확인한 후에 예시를 터치해 다른 의미를 찾았다.

“찾았다.”

나눌 분(分)에 마음 심(心)자를 사용한 분심이라는 단어를 찾았다.

‘마음이 흩어짐?’

또 한 번 고개를 갸웃한 한율이 무공에 대해 물어보려 할 때, 언소월의 설명이 적힌 메시지창이 그의 앞에 새로 떠올랐다.

[언소월: 일반적으로 권법과 검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무인, 각법이 없는 권법을 사용하는 권법가들이 배우는 기초 무공입니다. 하지만 주술사, 또는 마법사에게는 이 분심법이라는 무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왜요?”

[언소월: 동시에 다른 생각을, 그러니까 동시에 다른 무공을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이기 때문입니다.]

“아하, 마음을 나눈다고 해서 분심이라……. 더블 캐스팅이네, 요거.”

마법적으로 파고들면 더블 캐스팅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언소월: 예. 그렇습니다. 참고로 기초 무공이라고는 하지만 이 분심법은 두 가지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무공으로 분류되는 것처럼 깨달음이 깊어지면 동시에 세 가지, 네 가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오오!”

마법사라면 반드시 배워야 하는 무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감탄하는데 언소월의 거래창에 새로운 책이 올라왔다.

[언소월: 다음은 보법(步法)입니다.]

“보법이요?”

[언소월: 총(銃)이라는 무기를 다루고 마법이라는 술법(術法)을 사용하는 한율 님에게 권, 검, 도, 창 등과 관련된 무공보다는 빠른 움직임으로 적의 접근을 막고, 적의 공격을 피하는 무공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다. 확실히 직접적으로 적과 근접전을 벌이는 무공보다는 마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이 유익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몸을 다루는 무공이 아닌 마법사로서 도움이 되는 무공을 요청했고 말이다.

언소월이 마법사에 도움이 되는 무공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

없었다.

지구의 영초 및 영약, 레스트 차원의 영초 및 영약, 그리고 정령계의 영초 및 영약으로 몸을 회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부드럽고 약한 신체는 고치지 못한 언소월은 자신의 도움으로 마법사가 되어 마법을 배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협이니까 술법사라고 해야 하나?’

마법사가 아닌 술법사.

잠시 무협과 관련된 마법사 명칭을 생각하던 한율이 다시 언소월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즉, 저는 분심법이라는 마음을 나누는 심법, 그리고 적의 접근을 막고 적이 접근해도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보법을 배운다는 거네요?”

[언소월: 그렇습니다. 요청하신다면 몸을 다루는 무공도 가르쳐 드릴 수 있지만…….]

“너무 비효율적이다?”

[언소월: 예.]

“그럼 분심법, 보법을 배우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 심법과 보법이요. 레스트 님에게 가르쳐 드려도 될까요?”

[언소월: 예. 상관없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할까요?]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

어느 카페.

“으으으음.”

스마트폰을 이용해 동영상을 보던 미청년, 문수원이 작은 신음을 흘렸다.

“어떡할까.”

어제저녁이었다. 한율의 전화를 받고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수원은 아침이 되자마자 이대한에게 연락을 취했다.

딸랑.

귓속을 파고드는 맑은 종소리에 고민을 멈춘 문수원이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입구에 서서 카페 내부를 둘러보는 심벌 가방을 든 사내가 보였다.

“형, 여기요.”

“음.”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심벌 가방을 든 사내, 이대한에게 자신을 알린 문수원이 미리 주문해 둔 아메리카노를 내밀면서 물었다.

“형도 율이 형에게 제안받으셨죠?”

“그래. 받았다.”

“들어가실 건가요?”

“들어가야지. 그래서 게이트 활동 시간을 늘렸고.”

어제저녁이었다. 갑자기 연락을 한 한율은 짧은 대화를 끝으로 길드 가입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법사의 탑도 엄연히 헌터 길드로서 마법사 지망생들로만 이루어진 길드를 유지하기에는 무력이 너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납득했다.

친분이 있는 사람과 함께 활동한다.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마탑 그리고 그 마탑의 대표인 한율과 정식으로 팀을 이루고 활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율은 과거와 다르게 너무 유명해졌고,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런 그와 함께 헌터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발목을 잡지 않을 정도로 실력을 키워야 했다.

지금까지 한율의 헌터로서의 활동을 생각하면 매우 위험한 게이트에서 활동해야 할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한율과 함께 활동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그렇게 노력을 해서 힘을 기르면 매우 위험한 게이트에서 헌터로서 활동해야 할 테니까.

“안 들어갈 거냐?”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이대한이 문수원에게 물었다.

“부담감이 있어서요.”

“부담?”

“그 마탑이잖아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마탑의 헌터로서 활동하는 것이다. 노력, 그리고 위험성과는 별개로 유명세에 따른 부담감도 있었다.

“그렇군. 그래도 제안을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왜요?”

“한율의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르다.”

“그렇죠.”

“그리고 우리도 그런 한율과 함께할 때 매우 빠르게 성장했지.”

“……그렇죠.”

이대한의 말처럼 한율과 함께할 때 성장 속도는 홀로 활동할 때보다 배는 빨랐다.

“즉, 성장을 위해서라도 가입해야 한다?”

“그래.”

헌터로서 성장하기 위해 마탑에 가입한다는 이대한의 대답은 무척이나 단호했다.

문수원이 그 대답을 듣고 심각하게 고민할 때,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이대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수원아.”

“네. 형.”

“우리는 수배, 아니 수십 배는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해야 한다.”

“……왜요?”

“헌터의 성장보다 게이트의 위험도가 높아지는 게 더 빠르니까.”

“…….”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게이트가 또 한 번 변화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위험한 쪽으로 변화했다.

그러니 헌터는 성장해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

“만들 수 있다.”

뭘?

문수원이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천천히 스마트폰을 꺼내 든 이대한이 인터넷이 아닌 갤러리를 터치해 캡처한 인터넷 기사를 보여 줬다.

⤷무소속 A급 헌터, 김세혁과 한율. 로비에서 만난 이유는?

“……이게 뭐요?”

“모르겠냐?”

“네.”

“허!”

정말 놀랐다는 듯이 탄성을 흘린 이대한이 손가락으로 김세혁 헌터를 가리켰다.

“누구냐?”

“김세혁 헌터죠.”

“정확하게는 우리의 동료가 될 이 사람이 무슨 무기를 쓰느냐?”

“그야 화…….”

문수원이 입을 살짝 벌렸다.

분명.

분명 몬스터와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율의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문수원은 믿을 수 없었다.

지금 이대한은 활을 다루는 헌터, 김세혁을 가리키며 눈을 빛내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말이다.”

대답하기 싫다. 하지만 눈을 너무 초롱초롱 빛내는 이대한이었다.

“……네.”

“혹시 무기를 바꿀 생각 없냐?”

“무, 무기요?”

“그래.”

“……망치로요?”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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