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17화 (117/221)

117 피해 복구 작전(1)

영상은 돈이 된다. 그래서 방송국, 그리고 구독자가 수백만을 넘어 수천만에 가까운 스트리머들은 제주도 방어전에 참가하기 위해 공항을 찾은 헌터들에게 은밀하게 접근했다.

녹화 영상?

아니다. 그들은 생중계 영상을 원했고 그 결과 대한민국……. 아니,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또는 대한민국을 찾은 사람들이 제주도 방어전을 지켜봤다.

몇몇 스트리머들의 방송은 전 세계로 송출되었다.

드레이크와 싸울 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하늘을 나는 와이번을 지상으로 추락시켰을 때.

사람들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길 수 있다고, 저 무시무시한 몬스터들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디언 드레이크가 나서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처음에는 안도했다.

S급 헌터인 이강현, 채현수가 활약했으니까.

문제는 이후, 한쪽 눈을 잃은 가디언 드레이크가 힘을 개방한 후였다.

S급 헌터인 채현수가 부상을 입었다.

S급 헌터인 이강현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스포츠 해설처럼 영상을 설명하던 사람들이 당황했고, 영상을 시청하던 사람들이 당황했다. 또 누군가는 영상을 시청하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쌌다.

전투가 시작하기 전에는 ‘희망’을 가졌다.

전투가 시작한 후에는 ‘안도’했다.

가디언 드레이크가 직접 나선 후에는 ‘당황’했고, S급 헌터들이 부상을 입자 ‘절망’했다.

그 ‘절망’이 끝까지 이어지리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S급 헌터들이, A급 헌터 수십 명이 힘을 합쳐야 비등한 무력을 낼 수 있다는 S급 헌터들이 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피난을 가기 위해 짐을 싸고, 누군가는 더욱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를 할 때, ‘절망’을 끊어 내는 일이 일어났다.

파아앗!

빛의 폭발.

이어지는 해설자들의 외침.

자신도 모르게 눈을 꼬옥 감고 기도를 하던 사람들이 눈을 떴고, 스마트폰을 꺼내 항공 어플을 켰던 사람들이 고개를 들었다.

빛의 폭발은 절망을 선사해 준 가디언 드레이크가 일으킨 것이 아니었다.

헌터.

군복을 착용한 헌터가 빛의 폭발을 일으켰다.

-하아.

정적으로 가득 찬 전장이었다. 빛의 폭발을 일으킨 사내, 눈을 감고 있던 사내의 한숨 소리를 영상 또는 방송으로 시청하던 사람들이 들었다.

-시벌.

욕설?

갑자기?

사내가 천천히 눈을 떴다. 스스로도 믿기지가 않았는지 어이없다는 듯이 가디언 드레이크를 바라보던 그는 목을 좌우로 살짝 꺾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게 이렇게 되네.

뭐가 어떻게 된 건데.

사람들이 궁금해할 때, 사내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메모라이즈, 아쿠아 랜스.

땅속에서 솟아오른 지하수와 헌터들이 흘린 피가 공중으로 솟구쳐 하나로 합쳤다.

연분홍색 물의 구체.

그것이 순식간에 기다란 창으로 바뀌어 가디언 드레이크에게 날아갔고, 가디언 드레이크는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푸부북!

가디언 드레이크의 움직임보다 피와 물로 이루어진 창이 더욱더 빨랐지만 말이다.

-서클을 만든 것 같습니다.

다시 들려오는 해설자의 목소리.

사람들이 눈은 영상에, 귀는 해설자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서클이요?

-예. 헌터 한율, 아니 마법사 한율이 마법 강의 영상에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 마법사는 게이트 활동을 하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으며, 마법사로서 성장하면 그 증거로 심장을 중심으로 고리, 서클이라는 게 생성된다고 말입니다.

-전투 도중에 성장했다는 것입니까?

-그게 아니면 말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한율 헌터는 이번 방어전에서 적을 약화시키는 임무를 맡았다고 합니다. A급 몬스터에게 피해를 줄 방법이 없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한율 헌터는 S급 헌터의 공격조차 튕겨 내는 몬스터에게 피해를 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A급 헌터가 S급 헌터가 된 거라고 보면 됩니까?

-그렇습니다. 그게 아니면 말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해설자의 예측이 끝났을 때 한율의 외침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깨달음을 얻어 5서클을 만들었다. 그리고 깨달음과 서클 생성이 1시간 동안 마나를 지배하는 능력을 주었다. 그러니 1시간 안에 쓰러트려야 한다.

-헌터 한율을 보호하고, 헌터 한율을 보조하라!

거대한 해머를 들고 있던 김환성이 외쳤고, 헌터들이 한율의 주변으로 모여 다시 가디언 드레이크를 향해 무기를 겨눴다.

그리고 영상을 시청하던 사람들은 다시 희망을 품고 그런 헌터들을 지켜봤다.

***

재산 피해는 크지 않았다. 제주도에 나타난 A급 게이트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도로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물이 무너지는 일이 없을 뿐이었다.

헌터와 거대한 몬스터의 싸움으로 생겨난 구덩이가 수십, 수백 개에 이르렀다.

그뿐만이 아니다. 헌터와 몬스터가 흘린 피로 물들어 버린 땅은 너무나 많은 마나를 흡수했다.

평범하게 마나를 흡수한 대지가 생겨난 것이라면 환호했을 것이다.

하지만 헌터의 마나와 몬스터의 변질된 마나를 동시에 흡수해 전장은 인간이 발을 디뎌서는 안 될 곳으로 바뀌었다.

“해결할 수 있냐?”

물끄러미 바닥을 바라보던 한율이 옆에서 들려오는 김환성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발을 디딘 이가 헌터라면 마나를 빼앗고, 마나를 가지지 않은 인간이라면 생명력을 빼앗는 땅.

거대한 마나 드레인 마법진을 설치한 영향이 분명했다.

“얼마나?”

“일단 2월 1일 전에는 끝낼 생각이에요.”

2월 1일.

1차 면접에 합격한 마법사 지망생들이 마법을 배우기 위해 헌터 길드, 마탑으로 이사를 오는 날이다.

“알았다. 필요한 건 없고?”

“땅의 마석만 제공해 주시면 될 거 같아요.”

헌터가 사용하는 초능력과 관련된 것이 아닌 마법과 관련된 일이니 해결법은 이미 알고 있다.

문제는 너무나 거대한 마법진을 설치한 땅에 마법 효과가 남아 땅의 마석이라는 자연의 마나가 담긴 물건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몇 개?”

“이번에 마법진을 설치했을 때에 사용한 마석의 두 배.”

“……두 배?”

“헌터의 마나는 물론 A급 몬스터의 마나도 흡수한 땅이잖아요. 능력을 제거하려면 진짜 많은 양의 땅의 마석이 필요해요.”

“끄으응.”

자연의 마나가 담긴 마석, 사용자에게 속성력이라는 스킬을 생성하게 하는 자연의 마석은 매우 고가에 거래되는 물건이다.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린 김환성이 쪼그려 앉아 땅을 살피고 있는 한율에게 물었다.

“……변질되어도 상관없냐?”

“네.”

“그거 다행이네. 그리고 이번에도 마법이냐?”

“마법이죠. 뭐, 다른 능력도 사용해야겠지만.”

한율이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자 김환성, 임지혜가 그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무슨 장난을 친 건지 열심히 도망치고 있는 갈색 고양이와 그런 고양이를 쫓는 새하얀 강아지가 눈길을 끈다.

“커피?”

“네. 커피.”

땅의 하급 정령, 커피.

계약자가 5서클에 오른 탓일까, 한율과 계약한 하양이와 커피도 성장했다.

“어쨌든 땅의 마석이라……. 아마 닷새 정도 걸릴 거다.”

“충분해요.”

“그리고 너.”

“네.”

“외국어 좀 하냐?”

“외국어? 외국어는 왜요?”

김성환과 이야기 중에도 마법 효과가 남아 있는 땅을 관찰하던 한율이 황당하다는 목소리로 반문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마 많은 나라에서 사람을 보낼 거 같아서.”

“왜요?”

“전투가 끝나고 말했잖냐. 절반만 막았다고.”

“…….”

A급 게이트는 총 여섯 개다.

그중 대한민국과 미국은 A급 게이트를 소멸시켰다. 중국은 소멸 작전도, 이후에 일어난 브레이크 전투에서도 패배해 후퇴했고, 아프리카는 대륙의 30%가 몬스터에게 점령당했다.

아프리카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지구에 생성된 여섯 개의 A급 게이트 중 두 개가 아프리카 대륙에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요청해요?”

“러시아는 조언을 구했다.”

마지막 A급 게이트 폭주가 일어난 곳이 러시아다.

“……저요?”

“그래. 너요.”

“뭔 조언?”

“중화……. 아니, 정화가 맞나?”

러시아는 핵을 사용해 A급 게이트의 폭주를 막아 냈다.

그런 국가가 정화와 관련된 조언을 한다면 당연히 방사능과 관련된 일일 터.

잠시 고민을 하던 한율이 김환성에게 물었다.

“그쪽 관련이면 거기 어디냐.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거 있잖아요. 발전소.”

“……아, 아아. 체르노빌?”

“네.”

“맞아, 우크라이나.”

“그리고 일본? 일본도 포함해도 되려나? 어쨌든 일본이나 우크라이나에 물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방사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두 나라는 게이트와 몬스터 그리고 마나가 등장하자 마나를 이용해 방사능 문제를 제거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쪽에서도 답을 얻지 못했으니까 네게 조언을 구하는 거지. 마법으로, 마나의 힘으로 중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흐으음…….”

“…….”

바로 아니라는 대답을 들을 줄 알았던 김환성은 고민하는 한율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가능해?”

“몰라요. 하지만 바람의 마석과 땅의 마석 그리고 클린 마법을 사용하면 어떻게 되든 될 것 같은데. 일단 오면 연락주세요.”

멍하니 한율을 바라보던 김환성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오냐. 그럼 수고해라.”

“응? 가시게요?”

“내가 도울 일이라도 있냐?”

“……없죠.”

마법을 이용해 마법의 효과가 남아 있는 땅을 평범한 땅으로 바꾸는 일이다. 마법사가 아닌 초능력을 각성한 헌터가 도울 일은 없었다.

“그럼 다른 일이라도 하고 있어야지.”

도로가 파괴되었다.

육지로 잠시 몸을 피한 제주도 도민들이 돌아온다.

A급 게이트의 폭주가 영향인지 제주도에 생성된 몇몇 게이트에서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할 일은 산더미였다.

김성환이 불쌍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한율의 시선을 받으며 짙은 한숨과 함께 몸을 돌렸다.

저벅저벅.

얼마나 걸었을까.

저벅저벅.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던 김환성이 걸음을 멈추고 상체를 틀어 뒤를 돌아봤다.

“지혜야?”

“……저도 갑니까?”

“그럼 안 가니?”

자신이 한율과 대화를 나눌 때도, 자연의 마석과 관련된 질문을 던질 때도 아주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만 바라보던 임지혜였다.

김환성은 천천히 고개를 든 임지혜가 간절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깊은 한숨을 내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지혜야.”

“네. 협회장님.”

“일해야지?”

“……후우.”

김환성과는 다른 이유로 한숨을 내쉬고 몸을 돌린 임지혜.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던 한율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마법 효과가 남아 있는 땅을 바라봤다.

“어디 보자.”

본격적인 작업은 자연의 마석이 확보된 후에나 가능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지 못하는 것뿐이지, 사전준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으음.”

주변을 둘러본 한율이 마법을 사용했다. 사용한 마법은 흙을 조종하는 1서클 마법, 어스다.

어스 마법을 사용해 흙을 모은 한율이 기다란 막대기로 형태를 바꾸자마자 양손으로 기다란 막대기를 잡고 걸음을 옮겼다.

드르르륵.

저벅저벅.

토도도도.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한율과 그런 한율을 발견하고 뒤를 따르는 하양이와 커피.

레스트에게 배웠다.

거대한 마법진을 사용할 경우, 그것도 대량의 마나를 필요로 하는 마법진을 장기간 활성화시키면 마법진을 지워도 마법의 효과가 남을 수 있다고.

그 경우 마법진의 마법을 조사해 그 마법을 역으로 그려 마법진을 활성화시키면 지울 수 있다고.

그렇다면 협회장, 김환성에게 요청한 자연의 마석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다. 역으로 그린 마법진의 효과를 순간적으로 증폭시켜 마법 효과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드르르륵.

저벅저벅.

토도도도.

“……뭔가 평화롭다.”

전투가 끝난 직후여서 그런지, 아니면 정령들과 함께해서 그런지 산책을 하는 느낌이 물씬 풍겨 평화롭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래서 한율은 자신도 모르게 걷는 속도를 줄여 하양이, 그리고 커피와 함께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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