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12화 (112/221)

112 준비(2)

“아크메이지.”

국자를 젓던 한율 그리고 다시 포션 조제를 구경하던 김환성이 고개를 돌렸다.

컨트롤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 강력한 능력을 지닌 백금색 머리카락의 미녀, 얼음 여왕이라 불리는 여인이다.

“마법사가 전투 쪽으로 전직하면 아크메이지.”

“게임에서?”

“네. 게임에서 2차 전직한 전투 마법사를 아크메이지라고 불러요.”

“그렇구만. 그런데.”

김환성이 가만히 얼음 여왕을 바라봤다.

“너는 왜 여기 있냐?”

포션 조제를 구경하는 헌터는 없었다. 모든 헌터들이 국가가 지원한 영초를 흡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볼일이 있어서요.”

“누구? 율이?”

“네.”

“나중에 하면 안 되냐?”

그 누구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는 한율이다. 조금이라도 휴식 시간을 주기 위해 물었던 김환성은 얼음 여왕이 고개를 젓자 손을 살짝 들고 제지했다.

“안 그래도 바쁜 애다.”

“알겠어요. 급한 일은 아니니까.”

짧은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인 얼음 여왕이 김환성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것만 전해 주세요.”

[가입 신청서]

“……가입 신청서?”

“네.”

“……마탑?”

“네.”

김환성이 다시 고개를 내려 가입 신청서를 빤히 바라봤다.

“아연아. 가입하고 싶었으면 전체 면접을 볼 때 했어야지.”

“일반인들로 제한된 거 아니었어요?”

“……응? 누가 그래?”

“아니었어요?”

“아닌데. 실제로 일반인뿐만이 아니라 헌터들도 면접을 봤어.”

각성은 했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너무 약하다고 판단한 헌터, 모종의 이유로 게이트 활동을 하고 싶지만 기술과 관련된 초능력을 각성한 헌터 등이 이번 면접에 참가했다.

“뭐, 합격한 사람은 많지가 않지만.”

헌터이기 때문일까?

일반인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면접을 봤지만, 대다수의 헌터들이 연습도 하지 않고 조건만 채운 채로 면접을 봤다. 그래서 열에 아홉이 면접에서 탈락했다.

“그렇구나.”

“그래. 그러니 6월에 면접 보고 들어와야 할 거 같다.”

김환성은 다음을 기약하라는 말과 함께 건네받은 가입 신청서를 내밀었다.

하지만 얼음여왕은 가입신청서를 돌려받지 않고 다시 포션을 조제하는 한율을 바라봤다.

“……아연아?”

“네.”

“안 받아?”

“네. 6월까지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안 좋잖아요.”

상황이 좋지 않다.

“거기다 마탑의 무력은 너무 떨어져요.”

“협회가 지원하고, 국가가 지원하고, 기업이 지원하는데?”

“그래 봤자 각각 다른 집단 소속이잖아요. 이번처럼 위기가 동시에 찾아오면 그들은 마탑을 지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소속을 위해 움직이죠.”

E급, D급 게이트의 폭주였다. 그래서 호위 임무를 맡은 세 단체의 헌터들은 복귀하지 않고 자리에 남아 마탑을 지켰다.

하지만 과연 고등급 게이트의 폭주에서도 지금 같은 의리를 발휘할까?

“……그렇군.”

A급 게이트까지 갈 필요도 없다. B급 게이트가 동시다발적으로 폭주하면 마탑에 대기하는 세 단체의 헌터들은 바로 자신이 소속된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헌터가 필요해.”

마탑 소속 헌터는 한 명밖에 없다.

공식적으로는 C급, 비공식적으로는 B급인 헌터, 한율.

김환성이 고개를 돌려 다시 얼음 여왕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헌터, 송아연을 바라봤다.

A급 헌터, 송아연.

자신의 능력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헌터, 송아연.

“마나 호흡법하고 마나를 다루는 기술이 목적이냐?”

“네. 초능력도 마나를 사용하는 능력이니까 마나를 다루는 기술을 배우면 좀 편하지 않을까 해서요.”

일리 있다. 실제로 협회 소속 헌터 중에 마나 호흡법을 배운 후, 호흡법을 배우기 전보다 더 능력이 강해졌다는 헌터들이 있었다.

“들었냐?”

김환성이 한율을 돌아보며 물었다.

“들었어요.”

한율 또한 마법사 지망생들만 모으는 것은 조금 불안하다고 생각해서 상위 등급 헌터들도 모집하려고 했다.

“지금 당장 면접을 볼 수는 없으니까. 엘샤……. 아니, 송아연 헌터님. 이번 작전 끝나면 한번 방문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가입 신청서는 놓고 가겠습니다.”

“네.”

대답은 하되 눈은 솥에 고정한 한율이다.

그런 한율을 빤히 바라보던 송아연이 상대가 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네고 몸을 돌렸다.

떠나는 송아연과 포션 조제에 집중하는 한율.

김환성이 그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는 것도 잠시,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가입 신청서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말 걸어도 되냐?”

“지금까지는 말 안 걸었어요?”

“…….”

그건 그렇다.

피식 실소를 터트린 김환성이 고이 접은 가입 신청서를 주머니에 넣고 물었다.

“생각해 둔 헌터들이 있냐?”

“두 명 정도?”

두 명.

“……설마.”

“네. 그 설마요.”

한율과 깊은 친분이 있는 헌터는 두 명이다.

염력을 각성한 히어로 영화 캡을 사랑하는 헌터와 신체(스피드) 강화 능력을 각성한 히어로 영화 라이트닝을 따라 하는 헌터.

“…….”

캡과 라이트닝.

외형만 보면 전혀 아니지만 두 사람과 함께 움직여 마법사임에도 윈드 워리어라는 별명이 있는 헌터.

여기에 얼음 왕국의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헌터가 추가된다.

“야.”

“네.”

“그게 마탑이냐?”

코스프레 길드지.

***

이름: 한율의 마나 배출 포션.

설명: 한율이 조제한 마나 배출 포션. 숙련도가 낮아 평균보다 낮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

효과: 흡수 및 복용자의 마나 30% 강제 배출.

처음에는 소모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바로 단어를 정정한다는 알림이 뜨며 ‘소모’라는 단어가 ‘배출’로 수정됐다.

포션의 효과는 흡수 및 복용자의 마나를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해서 없앤다는 뜻의 소모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 수정이 들어간 것이다.

“마나 30퍼센트가 완전히 배출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5초 정도?”

“흡수 및 복용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 포션을 어떻게 드레이크에게 복용시킬 거냐?”

감정 시스템을 이용해 포션의 정보를 확인한 김환성, 물끄러미 검푸른 액체가 가득한 솥을 바라보던 김환성의 물음에 한율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방법을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한율은 기다렸고, 김환성이 천천히 들고 자신을 바라보자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뱅기.”

“비행기?”

“네. 염력 능력자들의 도움을 받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 경우 포션의 범위가 너무 좁아지잖아요.”

“……그래서 비를 내리게 한다?”

“네.”

“이거 우리 쪽도 효과를 받지 않냐?”

“실드 주문서.”

“……아하.”

드레이크의 공격을 막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협회는 또 다른 변수가 생길 것을 대비해 헌터들에게 실드 주문서를 제공했다. 그러니 상공에서 포션 비가 내릴 때, 실드 마법을 머리 위에 생성한다.

“실드 마법도 포션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30%가 소모되는 거잖아요. 실드가 갑자기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렇군.”

드레이크의 공격을 막지 못하는 실드를 오랫동안 생성할 필요는 없다.

마나 배출 포션을 이용해 드레이크의 마나를 강제로 배출시켜 방어력을 떨어트린 후에 공격한다. 맹렬히 공격한다.

딜찍누. 딜로 찍어 누른다.

드레이크 놈들이 바닥에 설치한 마나 드레인 마법진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마나를 빼앗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맹렬하게 공격한다.

마나를 배출시키고 마나를 빼앗는다.

“이게 끝이냐?”

“아뇨. 하나 더 남았어요.”

첫 번째 작전, 마나 드레인 마법진.

두 번째 작전, 마나 배출 포션.

“세 번째도 마나?”

“네.”

“왜?”

“드레이크의 사체를 온전하게 확보하려고요.”

미래를 생각해 최상급 무구 제작 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드레이크를 가능한 한 깔끔하게 토벌한다.

“그렇군.”

과학자들이 회의 도중에 제안했다. 방어력을 최대한 떨어트린 후에 미사일을 발사해 토벌하는 것이 어떠냐고.

한율은 그 제안을 거부했다. 몇 가지 문제를 언급해 과학자의 제안을 반대했다.

하지만 지금 이 이야기를 들으니 미래를 위해 거부한 것이 분명했다.

“기특한 새끼.”

칭찬이다. 하지만 뒤에 붙은 단어 때문에 한율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자 김환성은 웃음을 터트리고 물었다.

“세 번째는 뭐냐?”

한율은 대답 대신 거래창에서 미리 꺼내 둔 페트병을 내밀었다.

“……?”

“감정해 보세요.”

“감정.”

이름: 한율의 마비 독 포션.

설명: 한율이 조제한 마비 독 포션. 숙련도가 매우 높아 평균보다 높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

효과: 마비 효과(지속 시간: 30초)

감정 시스템을 이용해 페트병에 담긴 포션을 확인한 김환성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효과는?”

“B급은 30초.”

“A급은?”

게이트 소멸 작전은 분명 전투를 최대한으로 줄여 게이트 핵만 파괴하는 작전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최대한으로 줄인 것이다. 전투를 완전히 배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율은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마비 독 포션을 전투에 사용했다.

“10초.”

“……3분의 1로 줄어 버렸구나.”

“A급 몬스터가 B급 몬스터보다 세 배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그래서 이걸 쓰겠다?”

“네. 포션 비를 뿌린 다음에 바로 마비 포션 비를 내리죠.”

“10초밖에 안 되는데?”

“10초씩이나 되는 거죠.”

빙긋 웃은 한율이 속으로 거래창을 중얼거린 후, 거래창 안으로 손을 뻗어 마비 독 포션이 담긴 페트병을 꺼냈다.

한 병, 두 병.

열 병, 스무 병.

오십 병, 백 병.

“잠깐 스탑.”

“네?”

김환성이 고개를 갸웃하는 한율을 지나 초록색 액체가 담긴 페트병을 바라봤다.

“몇 병이냐?”

“총 오백팔십 병이요.”

“……오백?”

“네.”

“무지 많네?”

“준비 기간이 기니까요.”

길다?

게이트 폭주가 일어난 지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언제부터 했는데?”

“가면 새끼 만난 후부터?”

가면.

경매장 습격 사건 당시, 우연히 근처에 있던 한율은 게이트 활동을 함께하는 두 헌터와 인질 구출 작전을 실행했고, 실행 도중 각성 범죄자 집단 아크럼 소속 헌터들과 충돌했다.

“6월?”

“정확하게는 퇴원하고 했으니까 7월.”

“……재료는?”

“영초 구입할 때 같이 구입했죠.”

한율은 장기 거래 중인 약초 상인들에게 부탁해 마비 독을 모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에리얼, 그리고 레스트에게 요청해 마비 효과를 가진 독초를 구입했다.

“각성 범죄자를 노린 거면 그냥 맹독이 좋지 않냐?”

“제게도 영향이 있잖아요.”

“……아.”

게임이 아니다. 회복 능력이 헌터는 물론 몬스터에게도 효과가 있는 것처럼 포션 또한 사용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고개를 끄덕였던 김환성이 묘한 표정을 짓고 한율을 바라봤다.

“마비 독은 달라?”

“효과 확인하려고 조금씩 먹었거든요.”

“독을?”

“마비 독이잖아요. 거기다 마나를 각성한 헌터여서 면역 능력도 높아졌는지 조제할 때마다 소량씩 흡수하다 보니 능력이 하나 생겼어요.”

대충 예상이 간다.

“마비 면역?”

“네.”

이름: 마비 면역(B).

설명: 대량의 마비 독을 흡수해 면역력이 생성되었습니다.

대상: 가치 321 이하 마비 효과 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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