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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05화 (105/221)

105 커피 마시다가(1)

잠으로 시간을 때우기에는 너무나 애매해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때였다.

“주문서 정리?”

“네?”

옆에 앉아 있던 청일 그룹의 경호원, 김태산이 혼잣말에 반응하자 한율이 스마트폰을 가볍게 흔들었다.

“아니, 주문서 정리라는 정보 글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습니까?”

“네. 헌터가 정리했네요?”

주문서 제작자가 아닌 주문서 사용자가 정리한 글.

제목: 주문서 정리

내용: 판매만 하고 설명을 안 해서 내가 직접 써 보고 사용 소감을 정리한다.

파이어, 아쿠아 등과 같은 자연 마법, 파이어 애로우, 어스 애로우 등 자연의 힘이 담긴 공격 마법은 넘긴다. 대충 상성에 맞게 사용하니까 넘어간다.

실드: 좋다. 몬스터의 공격으로 파괴되어도 실드를 파괴하는 순간, 몬스터의 공격이 순간적으로 경직되어서 실드가 파괴된 후에도 몬스터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 주문서에 담긴 마나만 사용할 경우 C급 몬스터의 공격을 1회 막는다.

탐지 마법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해 아래에 적는다.

장점: 영초, 가디언, 게이트의 핵 외에도 집중하면 일반 몬스터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음.

단점1: 마나를 흡수해 독성이 강화된 독초, 변종도 찾아냄. 영초를 찾겠다고 탐지 마법을 쓰면 그대로 골로 갈 수 있다.

단점2 : 대량의 마나를 주입해서 탐지 마법을 사용하면 몬스터가 몰려옴. 탐지 마법 주문서를 자주 사용할 인간은 게이트 밖에서 연습 좀 하고 써야 할 거 같더라. 안 그러면 사용자뿐만 아니라 근처에 있는 헌터들까지 뒈질 수 있음 (몬스터가 사방에서 몰려옴).

알람이다. 휴식 취할 때 좋더라. 문제는 소리가 너무 커서 접근하는 몬스터 외에 근처에 있는 접근하지 않던 몬스터도 소리를 쫓아온다는 것 정도.

⤷장점은 하난데 단점은 두 개네.

⤷ㄱㅆㅇ다. 세세하게 따지면 장점이 네 가지다. (영초, 가디언, 게이트의 핵, 일반 몬스터의 위치.)

⤷글쓴아. 헌터들까지 뒈진다는 게 뭔 뜻이냐?

⤷탐지 마법은 마나를 퍼트려 대량의 마나를 품은 것, 그리고 생명력을 찾아내는 마법임. 그래서 탐지 마법을 사용할 때 대량의 마나를 주입해서 사용하면 대량의 마나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 몬스터들이 감지하고 달려옴.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ㅇㅇ.

⤷근데 거창하게 주문서 정리라는 제목을 써 놓고 정리한 내용이 세 개밖에 없냐.

⤷새로 구입해서 사용할 때마다 수정할 생각이다.

⤷꼭 해라. 추천 눌렀으니까. 매일 최근 수정일 확인해서 수정될 때마다 들어올 테니까.

⤷ㄱㅅ. 수정 시 주문서 정리(X차 수정본)라고 작성하마.

⤷고생.

⤷ㅂ2.

한율이 화면을 아래로 내려 추천 숫자를 확인했다.

“2시간 전에 올라온 글인데 오백 개나 추천이 박혔네.”

“주문서이지 않습니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소모품.”

공격 마법 같은 경우에는 상성을 고려해 사용할 경우, 2서클 공격 마법이어도 3서클의 위력을 낸다.

방어 마법 실드와 같은 경우에는 낮은 금액에 비해 C등급 몬스터의 공격까지 막아 낸다. 마나를 주입하면 1회 정도 B급 몬스터의 공격도 막아 내고.

보조 마법 탐지는 적의 위치를 찾는 데, 알람은 안전하게 휴식을 취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공격 마법도, 방어 마법도, 보조 마법도 게이트 활동에서 뿐만이 아니라 게이트 밖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김태산의 말대로 주문서의 수요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게 분명했다.

“주문서의 수요가 늘어나면 당연히 이 정리 글도 추천을 받아 게시 글 상단에 올라가겠죠?”

“예.”

“그럼 기존에 사용하는 헌터뿐만이 아니라 아직 사용하지 않은 헌터들도 주문서가 쓸 만하다는 것을 깨달아 구입할 거고요.”

“그렇겠죠.”

“그럼 더 빠른 속도로 수요가 늘어나겠네요?”

“…….”

당연한 말이다.

의아한 표정을 지었던 김태산은 이내 질색하는 한율의 표정을 확인하고 실소를 터트렸다.

“공급이 문제군요.”

수요가 늘어나면 당연히 늘어난 만큼 공급도 늘려야 한다.

문제는 주문서를 찾는 사람은 수십을 넘어 수백, 수천에 가까운데 주문서를 제작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라는 것.

“마법사 지망생들이 도우면?”

“도와봤자 올라가는 생산 속도는 20% 정도.”

마법사 지망생들이 지금 당장 주문서 제작 작업에 참가해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굳이 찾는다면 마나를 머금은 종이를 옮기는 일, 마나 펜을 보충하는 일, 마지막으로 완성된 주문서를 정리하는 일과 같은 마법사 지망생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단순 작업밖에 없었다.

“3서클은 되어야 마법 주문서를 제작할 수 있어요.”

“오래 걸리지는 않겠군요.”

“……?”

“……?”

“저는 헌터잖아요. 성장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그리고 모은 돈의 절반을 영초, 영약을 구입하는 데 사용한.”

“아. 그럼 얼마나 걸릴까요?”

“최소 반년?”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무진장 욕할 거 같습니다만.”

“그래서 말인데요.”

“네.”

“유리요.”

“아가씨요?”

“네. 알바 안 한대요?”

청일 그룹의 회장, 이상남의 손녀, 이유리는 타고난 재능과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한율이 레스트에게 받은 교육을 그대로 이유리에게 전달한 덕에 3서클 마스터에 오른 상태였다.

“…….”

“…….”

“예?”

“알바.”

***

흙두더지의 동굴을 활동 게이트로 선택한 이유는 땅의 정령과 계약하는 데 필요한 땅의 속성력, 땅의 속성력을 쌓을 수 있는 땅의 마나석을 확보할 수 있는 게이트였기 때문이었다.

“깜깜하네. 라이트.”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청일 그룹이 운영하는 호텔에 방을 잡고 흙두더지 게이트를 찾은 한율이 어두컴컴한 동굴 내부에 빛을 생성하고 몸을 돌렸다.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에 거래창을 열어 두었다. 한율은 바로 손을 뻗어 라이트 마법 주문서 다섯 장을 꺼내 입구에 대기하기로 한 경호원들에게 넘겼다.

“마나를 최대치로, 그러니까 마나가 새어 나올 정도로 주입하면 2시간은 지속할 겁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경호원들의 인사를 받은 한율이 밀착 호위 임무를 맡은 김태산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목적은 땅의 마나석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하셨죠?”

“네. 성장할 수 있다면 성장도 하고 싶지만…….”

성장은 불가능하다. 정확하게는 신체 능력은 성장하겠지만 능력의 성장은 불가능하다.

차원 거래라는 능력은 헌터의 성장에 맞춰 진화하는 능력이 아니었고, 공식적으로 알려진 마법이라는 능력 또한 각성을 통해 얻은 능력이 아닌 레스트에게서 습득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제가 대충 B+등급일 테니까요.”

물론 그 사실을 알릴 수가 없어 등급 차이를 이용해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뱉었지만 말이다.

“그럼 저도 몸 좀 풀어도 되겠습니까?”

“…….”

김태산.

함께 움직이는 시간은 많았지만 경호원 김태산이 아닌, 헌터 김태산은 본 적이 없었다.

“반만 남겨 주세요.”

“알겠습니다.”

저벅저벅.

짧은 대화를 끝으로 조용히 걸음을 옮길 때였다. 고개를 살짝 돌려 김태산을 위아래로 살펴보던 한율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기는요?”

“이미 착용하고 있습니다.”

주먹을 쥔 양손을 부딪치는 김태산.

“아, 그러고 보니.”

김태산은 업무를 볼 때도, 휴식을 취할 때도, 심지어 식사를 할 때도 장갑을 끼고 있었다.

“권투사? 격투가? 뭐라고 해야 하지?”

“굳이 분류하고자 하면 권투사가 맞습니다. 각성한 능력이 좀 특이해서.”

“능력을 물어봐도 될까요?”

“펀치력 강화입니다.”

“그렇……. 네?”

“펀치력 강화입니다.”

펀치력 강화.

“어, 음. 말 그대로 펀치력이 마나의 힘으로 강화되는 건가요?”

“네.”

“신체 강화랑 뭔 차이가 있는데요.”

“주먹에 마나를 집중시킬 경우, 펀치력이 신체 강화를 통해 상승되는 능력치에 다섯 배 정도 올라갑니다.”

“오!”

이름이 좀 특이하다고 무시할 만한 능력이 아니었다. 양팔에만 신체 강화를 통해 상승되는 능력치가 다섯 배나 되는 것이니까.

“몬스터의 사체가 남기는 해요?”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뭐, 새로운 몬스터라면 몬스터의 방어력을 확인하기 위해 경험을 쌓아야 하지만요.”

사체를 남길 수 있도록 경험을 쌓는다.

“…….”

한율은 멍하니 김태산을 바라봤고, 김태산은 그런 한율의 시선에 어색한 미소를 그리고 다시 전방을 바라봤다.

***

게이트 활동을 통해 마법사로서의 성장이 어렵다면, 정령사로서 성장을 하자.

그런 생각을 하고 게이트, 흙두더지의 동굴을 찾은 그날 저녁,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던 한율은 에리얼에게 연락을 취했다.

바람의 정령 외 다른 속성의 힘을 가진 정령과 계약하기 위해서는 속성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속성력이 얼마나 되어야 새로운 정령과 계약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에리얼: 20%.]

“……그렇게나 많이요?”

[에리얼: 스킬로 이어진 인연이라고는 하나, 한율 님은 바람의 정령왕인 저와 인연을 맺은 거잖아요. 그래서 속성력이 없어도 하급 정령과 계약할 수 있었지만 다른 자연의 정령과 계약하는 것은 어려워요.]

“인연을 맺지 못했으니까요?”

[에리얼: 네. 일반적인 정령사는 스킬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이 가진 속성력을 확인할 수 없으니 추측에 불과하지만 대충 20% 정도는 쌓아야 계약이 가능할걸요.]

“……그럼 중급 정령은 40%?”

[에리얼: 아마도?]

하급 정령은 20%, 중급 정령은 40%, 상급 정령은 60%, 최상급 정령은 80%.

에리얼의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 그래도 정령왕의 예측이니 ±2~3%.

“와아…….”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흘린 한율이 옆에 띄워 놓은 땅의 마나석의 정보를 확인했다.

이름: C급 땅의 마석.

설명: 자연의 힘이 담긴 마석.

효과: 대지 속성력 상승(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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