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103화 (103/221)

103 새로운 지원 시스템(1)

“정말 애매하네.”

게이트의 핵을 파괴한 직후였다. 가만히 마법 주문서를 바라보던 백호준의 말에 게이트의 입구가 생성되는 것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탐지 마법이요?”

“어.”

“……좋은 거 아닌가요?”

한율처럼 한정적 1등급 이상의 힘을 가진 헌터, 화염 능력자 한송이의 물음에 백호준이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뭐 게이트의 핵, 그리고 가디언을 찾는 데 유용한 물건이기는 하지. 하지만 일반적으로 게이트는 폭주까지 남은 시간이 사흘밖에 남지 않았을 때 게이트를 소멸시키잖아.”

“그렇죠.”

“게이트의 핵의 위치가 랜덤으로 변경되면서 게이트에서 활동하는 헌터들에게 포상금을 걸어서 핵을 수색하는 시간을 단축했고.”

“그렇죠.”

“그러니까 필요 없잖아.”

게이트의 변화 이후, 게이트를 관리하는 수호 길드는 포상금을 걸어 게이트에서 활동하는 헌터들의 도움을 받아 핵의 위치를 찾는다. 핵의 위치를 확인하면 바로 당일 소멸 작업을 진행했고.

게이트 소멸 작업을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게이트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숫자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몬스터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해 소멸 작업을 미루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행동이어서 위치를 확인하면 그날그날 소멸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지막 소멸 작업은 폭주까지 남은 시간이 사흘밖에 남지 않았을 때 진행하고 말이다.

“……뭐, 구입자를 생각하면 수호 길드와 협회 정도 되려나.”

탐지 마법 주문서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두 개의 게이트가 있다. 폭주까지 남은 시간에 큰 폭이 있어 시간 조율을 할 수가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폭주까지 남은 시간이 비슷해졌을 경우.”

“탐지 마법 주문서가 필요한 경우요?”

“……?”

“……?”

“응? 내가 소리 내서 말했나?”

“네.”

고개를 끄덕이는 헌터들.

머쓱한 표정을 지은 백호준이 고개를 한 차례 끄덕였다.

“어. 그 경우에나 탐지 마법 주문서가 필요하다고 생…….”

삐용삐용.

귓속을 파고드는 구급차 소리.

천천히 고개를 돌린 백호준이 점점 멀어지는 구급차를 바라봤다.

“잠깐. 분명, 이 탐지 마법 주문서는 대량의 마나 또는 생명력을 감지하는 마법이었지?”

“네.”

“그럼 게이트의 핵, 그리고 가디언을 찾는 데에 한정된 물건이 아니네.”

***

“인명 구조에도 사용할 수 있지.”

“아아…….”

실종된 사람을 찾는 데, 붕괴 현장에서 사람을 찾는 데,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서 사람을 찾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각성 범죄자 집단의 아지트를 찾는 데에도 유용할 거 같아요.”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발키리 길드의 길드장, 이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각성 범죄자 집단을 찾는 데도 유용할 것이다. 탐지 마법은 사용자의 마나를 사방으로 퍼트려 거대한 마나를, 그리고 생명력의 위치를 확인하는 마법이기 때문이다.

“뭐, 각성 범죄자 집단의 아지트를 찾는 데 사용하기에는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탐지 마법은 사용자의 마나를 퍼트리는 마법이었고, 마법 주문서로 탐지 마법을 사용할 시, 주문서에 담긴 마나와 주문서를 사용한 사용자의 마나를 함께 퍼트려 대량의 마나, 그리고 생명력의 위치를 확인한다. 그래서 사전 연습이 필요했다.

탐지 마법 주문서를 사용하는 데 대량의 마나를 사용하면, 사용한 대량의 마나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 누군가가 탐지 마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때문이다.

“얼마에 책정될까요?”

버프 능력자.

타인의 신체 능력을 강화시키는 길드원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이연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건 의뢰를 받아서 제작할 거야.”

“주문서 상점에서 판매하는 게 아니라요?”

“응. 사용자가 한정되어 있으니까. 아마 수호 길드 또는 탐지 마법이 필요한 기관에서 의뢰를 하면 그때 제작해서 판매할 거야.”

“그럼 의뢰비는 얼마일까요?”

“최소 500만 원.”

“에? 한 장에 오백이요?”

“응.”

“비싸다. 왜 오백이라고 생각하세요?”

숙련되지 않은 사람이 탐지 마법 주문서를 사용할 경우,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탐지 마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릴 수가 있고, 대량의 마나, 그리고 생명력의 위치를 알려 주는 것이지, 대량의 마나를 품은 사람이 누구인지, 생명력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 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모든 단점을 감수하고도 탐지 마법 주문서는 정말 좋은 물건이었다.

“뭐, 소방청과 계약한 걸 보면 의뢰자에 따라 비용이 줄어들기도 하고 커지기도 하겠지만.”

소방청과 계약해 주문서를 납품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길드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격을 추리하고 있을 때, 이연희가 들고 있는 마법 주문서를 바라보던 검을 사용하는 여성 헌터가 입을 열었다.

“언니.”

“응?”

“이거요.”

“탐지 마법 주문서?”

“네. 이거요.”

“…….”

“영초도 찾을 수 있어요?”

이연희가 고개를 돌렸고, 여성 헌터들이 고개를 돌렸다.

영초는 대량의 마나를 품고 있고, 탐지 마법은 대량의 마나를 찾아낸다.

“……해 볼까?”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연희 헌터는 게이트의 입구가 열리자마자 안으로 들어가 탐지 마법 주문서를 사용했다.

찌이익!

화아아악!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마나.

이연희는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았고, 탐지 마법이 끝나자 기대하고 있는 길드원들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일단 확인해 볼까?”

“찾았어요?”

“대량의 마나를 품은 무언가를 찾았어. 하나는 대량의 마나를 품었고, 하나는 대량의 마나를 품은 생명체이니까.”

“가디언와 게이트의 핵.”

“응. 그렇게 보여. 하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 대량의 마나를 품은 무언가를 확인했어.”

이연희가 설명을 마치고 달렸고, 헌터들이 뒤를 따랐다. 그렇게 도착한 초원.

“……감정.”

이름: 로즈 필.

설명: 마나를 흡수해 성장한 장미.

효과: 신체 강화(2~5%).

“…….”

“언니.”

“응.”

“정말 의뢰로 팔까요?”

“……아니. 이제는 모르겠네.”

***

“영초?”

-그래. 영초도 찾아낸다.

“헤에…….”

대량의 마나를 그리고 생명력을 탐지하는 마법이니 영초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가격을 올려야 할 거 같다.

“하지만 이거 복불복이잖아요. 거기다 사용자에 따라 범위가 한정되어 있고요.”

-하지만 영초를 찾을 수 있지.

“……흐음.”

탐지 마법을 사용해 게이트의 핵, 그리고 가디언의 위치를 확인하고 움직였다. 그래서 이번 작전에 탐지 마법이 유용하게 쓰일 거 같아 제안한 것일 뿐이었다.

-어떡할래.

“일단.”

-…….

“예정대로 의뢰를 받아 판매하죠.”

-왜?

“대량의 마나를 그리고 생명력을 탐지하는 마법이잖아요.”

-그렇지.

“변종도 포함되죠.”

-……아.

“아마 영초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보다 변종, 또는 변질된 영초, 그러니까 섭취하지 못하는 독초에 가까운 영초의 위치를 확인하는 일이 많을걸요.”

운이 좋았을 뿐이다. 분명 내일이면 변종과 접촉한 이들이 더 많을 것이고, 섭취하지 못하는 마나를 품은 독초를 찾아낸 이가 더 많을 것이며, 무리한 탐지 마법 사용으로 다수의 몬스터들에게 습격을 받은 이가 더 많을 것이다.

“이번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밖에서 사용하는 게 좋아요. 처음에 정한 것처럼.”

인명 구조와 수색.

-알았다. 일단 예정대로 의뢰를 받아 판매하는 상품이라고 소개하마.

“네, 부탁드려요.”

-그래.

청일 그룹, 이상민과의 통화를 마쳤다.

한율은 자연스럽게 거래창을 열어 스마트폰을 회수하고 고개를 들었다.

영초라는 물건이 언급된 탓인지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이대한, 그리고 문수원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탐지 마법으로 영초를 찾은 사람이 있대요?”

“응. 있다고 하네.”

“오오!”

문수원이 짧은 탄성을 흘렸다.

하지만 이대한은 반대로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너는 탐지 마법으로 영초를 찾을 수 있음에도 찾지 않았군.”

“말했잖아. 영초를 찾는 것보다 사용하지 못하는 변질된 마나를 품은 독초나 변종 몬스터와 접촉할 경우가 많다고.”

“그래서 게이트의 핵, 그리고 가디언을 찾는 데에만 사용했군.”

“응.”

한율도 처음에는 탐지 마법으로 영초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탐지 마법을 사용해서 찾은 것은 영초가 아닌 변종, 또는 변질된 마나를 품은 영초였다.

간간이 복용이 가능한 영초를 발견했지만 10번 사용하면 1번꼴에 불과해서 영초를 찾는 것은 포기했다.

“읏차.”

한율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렸다. 그러자 이대한, 문수원, 그리고 협회, 국가, 그룹에서 찾아온 헌터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열리는 게이트의 입구.

이대한, 문수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한율은 존댓말을 사용해서 헌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준비하세요. 5분 뒤에 진입합니다.”

***

폭주까지 남은 시간은 10시간.

C급 헌터부터 S급 헌터까지 등급이 높은 모든 헌터들이 C급, B급 게이트 소멸 작업을 진행하니 폭주 10시간을 남기고 모든 게이트를 소멸시킬 수가 있었다.

남은 것은 하나.

“문제는 A급 게이트인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김환성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모니터에 띄운 붉은 아룡의 대지 게이트에 대한 정보를 다시 확인했다.

“드레이크라…….”

최초 A급 게이트가 생성되었을 때, 대한민국은 몬스터의 땅으로 변한 북한 영토를 수복하고 있던 S급 헌터를 호출해 정보를 모았다.

“최소 S급 헌터 두 명, A급 헌터 열 명, 치유 능력자와 버프 능력자 스무 명.”

검의 주인과 함께 S급 헌터로 분류되는 변신 능력자가 예상하는 게이트 소멸팀.

“문제는 그만큼 모아도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김환성이 책상을 가볍게 두들기며 생각했다.

차라리 게이트를 폭주시켜 몬스터를 게이트 밖으로 불러들인 후에 미사일을 날릴까?

그게 쉬울 수도 있다.

무리해서 헌터를 희생시키느니 그냥 제주도를 포기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