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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94화 (94/221)

094 소방청(2)

몇몇 이들이 처음 알았다는 듯이 되물었다.

몇몇 이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행정안전부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율은 당연히 후자에 속했다.

“경찰청은 헌터 협회와 협력하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 행정안전부 소방청을 확인한 한율이 헌터 협회를 언급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국가 소속 헌터에게서 헌터 협회 소속 헌터들에게로 돌아갔다.

“어, 한율 님이 말씀하신 대로 헌터 협회는 경찰청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소방청은 안 하고요?”

“네.”

“그렇구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행정안전부를 타고 대한민국 조직도로 넘어가 글을 읽던 한율이 다시 협회 소속 헌터들에게 물었다.

“보건복지부와도 협력하고 있네요?”

“아, 예. 치유 능력자들이 지원을 가고 있습니다.”

“환경부도 지원하고.”

“게이트 확인 및 마나가 다른 지역보다 짙은 곳은 예의 주시해야 하다 보니.”

“근데 소방청은 없네요?”

국토교통부, 법무부, 심지어 고용노동부와도 협력하고 있는데, 소방청은 협력 관계가 아니다.

“그쪽은 화염, 또는 물 능력자들을 필요로 하다 보니…….”

특정 능력자들이 필요한데, 그 특정 능력자가 부족해 소방청을 도울 수 없다.

“하긴, 상성만 빼면 가장 위력이 뛰어난 초능력자가 특정 자연계 능력자니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소방관님들만큼 마법이 필요한 분들은 없는 거 같네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소방관들이다.

방화복을 입어도 화상을 입는 것이 흔할 정도다.

달리 생각해 보면 화재라는 위험과 언제나 함께하는 그들만큼 마법을 필요로 하는 이들도 없다.

헌터 협회와 협력하지 못하는 소방청.

공무원 중에 가장 힘든 일을 하는 분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헌터들이 침묵하고 있을 때, 낡은 양복을 착용한 중년의 사내가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식사 중에 죄, 죄송합니다! 소방청! 장비기획과의 이민성이라고 합니다!”

“…….”

소방관.

정확하게는 소방 장비와 관련될 일을 하는 부서.

어쨌든 소방청 사람이다.

드르륵.

한율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헌터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민성이 당황한 듯이 몸을 흠칫 떨었지만, 그들은 안심하라는 듯이 방긋 웃으며 자리를 권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이쪽으로.”

“어우, 점심시간에 일하시게 해서 너무 죄송하네. 이모! 1인분 더 준비할 수 있어요?”

“식사하시고 오셨을 수도 있잖아. 일단 물어보고. 이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식사하셨는지 물어보고요!”

“식사하셨어요?”

***

뛰어왔는지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땀을 흘리고 있었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머리는 산발이 되어 식당을 찾았다.

“다시 한번 인사드리겠습니다. 소방청 장비기획과. 이민성이라고 합니다.”

“헌터 길드, 마법사의 탑의 대표, 한율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너무 바쁘신 분을 상대로 무리하게 약속을 잡은 거 같아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별로 바쁘지는 않은데요. 뭘.”

한율의 일정은 이랬다.

교육 준비: 8am~12pm.

게이트 활동: 13pm~18pm.

주문서 및 아티팩트 제작: 20pm~2am.

이민성에게 건넨 말과는 달리 매우 바쁜 삶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곧이곧대로 밝힐 정도로 한율은 냉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확인한 기획서를 보면 따로 시간을 낼 필요 없이 제작하는 주문서의 효과를 바꾸는 거에 불과하니 큰 문제도 없고요.”

“그, 그렇군요.”

크게 부담을 주거나 불쾌한 일이 아니라는 대답 때문인지 이민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율은 스마트폰을 열어 유지태 비서관이 보내준 기획서 내용을 확인했다.

“확인해 보니 실드, 아쿠아 그리고 화염을 조종하는 마법을 요청하셨던데요?”

“예. 아티팩트도 구입하고 싶지만, 예산이 없어서…….”

예산이 부족하다.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냈던 이민성이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하긴 아티팩트가 있으면 좋겠죠. 하지만 저도 아직 아티팩트 제작이 능숙하지 못해 당장은 어려울 거 같습니다.”

“…….”

당장은?

이민성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마법사 육성, 그리고 아티팩트 제작이 능숙해지면 소량이라도 소방 작업 관련한 아티팩트를 제작해 보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다만, 말씀드렸다시피 오래 걸릴 겁니다.”

“그래도 감사합니다.”

지원이 많이 부족한지 시간이 걸린다는 말에도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하는 이민성이다.

그런 그의 모습에 한율이 머쓱한 표정과 함께 이마를 긁적였다.

무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공격형 마법이 부여된 아티팩트 수량을 줄이고 소방 관련 마법이 부여된 아티팩트 수량을 늘리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예!”

“실드 마법과 아쿠아 마법, 그리고 화염을 조종하는 마법이라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다른 건 없을까요?”

“그, 실례가 안 된다면 염동력 마법도…….”

“염동력 마법이요?”

“예. 소방관들은 불에 달궈진 뜨거운 금속과 접촉하는 일이 많습니다.”

“아…….”

한율이 이해했다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 후, 메모장 어플을 열어 ‘아쿠아’, ‘실드’, ‘사이코키네시스’라는 단어를 작성했다.

“그, 그리고…….”

“네. 말씀하세요.”

“윈드 마법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연기 때문이군요.”

“예.”

화재에 의한 사망보다 연기에 의한 질식사가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한율은 ‘윈드’라는 단어까지 메모장에 작성한 후에 이민성을 바라봤다.

“파이어 컨트롤이라는 마법이 있습니다. 2서클 마법인데, 2서클 마법 주문서가 추가될 경우, 다른 주문서의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생산 속도의 문제군요.”

“예.”

“으으음…….”

서류 가방에서 기획서를 꺼내 식탁 위에 펼치고, 낡은 노트북을 작동시켜 메모장을 열어 내용을 정리하는 한율처럼 한글 파일을 열어 대화 내용을 작성하던 이민성이었다.

키보드 위에서 손을 뗀 이민성이 한율에게 물었다.

“한율 님은 아쿠아 마법이 화재 현장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으음, 아뇨. 3서클 물 속성 마법이라면 모를까. 대형 화재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관분들의 상황을 고려하면 3서클 정도는 되어야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생산 속도가 줄어드는군요.”

“예.”

마법사의 부재가 다시 한번 아쉬워졌다.

“그러면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주문서는 뭐가 있을까요?”

“실드, 윈드, 사이코키네시스 정도?”

“근력 강화, 그리고 회복 마법도 포함할 수 있을까요?”

“다른 주문서의 생산량이 줄어드는데 괜찮겠습니까?”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만 투입되는 게 아니니까요.”

화재 예방 및 진압, 교통사고, 건물 붕괴, 인명 구조 등등, 소방관들이 투입되는 현장은 너무나 많았다.

“금액은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나요?”

기획서에 금액이 작성되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자신이 만남을 약속한다면 예산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물었지만 대답은…….

“……원입니다.”

“하아아…….”

“허어어…….”

“허, 허허. 허허허.”

한율이 아니었다. 한숨을 내쉰 사람은 대화가 시작되자마자 사방으로 흩어져 휴식을 취하고 있던 헌터였다.

“여, 역시 너무 적은 금액이지요.”

“아뇨. 충분합니다.”

기획서를 통해 확인된 수량을 보면 10%~15% 적자다.

하지만 제값을 받자고 수량을 줄이기에는 소방청의 사정이 너무 열악했다.

“준비가 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예.”

“주문서 수량을 변경할 수도 있잖아요.”

“예. 줄어드는 쪽으로.”

“예?”

“…….”

이민성이 당황하는 한율을 향해 어색한 미소를 그렸다.

“개시발.”

단번에 지원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대답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어느 헌터의 욕설이 튀어나왔다.

“……아뇨. 어느 현장에 투입되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주문서가 다르잖아요. 그러니 달마다 구입하는 주문서 수량도 줄어들거나 늘어나거나 그래야죠.”

화재 현장에서는 염동력 마법과 윈드 마법을 주로 사용할 것이고, 붕괴 및 교통사고 현장에서는 실드 그리고 신체 능력 강화 마법을 주로 사용할 것이다.

“아. 그렇죠. 예. 한율 님의 말씀대로입니다. 현장에 따라 사용하는 주문서가 다르니까요. 그런데…….”

“……?”

“괜찮으시겠습니까?”

“실드 주문서 생산량을 줄이고 신체 능력 강화 주문서의 생산량을 늘리는 식으로 진행할 거니까 괜찮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네 가지 마법이지만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분들께서 다른 마법도 필요할 수 있잖아요.”

“예를 들면……?”

“예를 들면…….”

뭐가 있을까.

자신이 알고 있는 소방관들을 가만히 생각하던 한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산소와 관련한?”

“아, 그렇죠.”

“그러니 자주 방문해 주세요.”

빠른 속도로 키보드를 두들기던 이민성이 한율의 부탁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예?”

“매달 의뢰서를 통해 구입하는 주문서를 바꾸는 것은 너무 늦잖아요.”

***

“하나만 물어볼게요.”

-예. 말씀하십시오.

“뒷돈 먹는 새끼들 있어요? 지원금 빼돌리는 삐리리(자체심의삭제)들.”

너무나 열악한 소방청의 근무 형태에 절로 분노가 치솟았다.

-예. 있습니다.

“……당당하네. 시발.”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나왔다.

작은 배려에도 울컥하는 이민성이 떠올라 인상을 살짝 찌푸렸던 한율이 다시 물었다.

“알고 있으면서 못 잡는 이유는요?”

-대부분 뒷돈을 먹는 이들은 대형 헌터 길드와 관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못 잡는다?”

-헌터가 있어야 몬스터 그리고 게이트의 위협에서 안전할 수 있으니까요.

헌터라고 해서 모두가 선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그런 헌터들의 갑질을 느낄 수 있게 되니 정말 열 받았다.

-한율 님도 어느 정도 알고 계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제가요?”

-병무청도 비슷한 상황이니까요.

“아니, 시바. 군대보다 더 심각하니 그런 거잖아요!”

헌터 협회와 협력하지 못하는 기관 중 하나여서 그런지 소방청의 근무 상태는 너무나도 열악했다.

-당장, 쓰레기를 치울 방법은 없습니다.

“……당장은 없다는 말은?”

-헌터 외에 게이트 및 몬스터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

“…….”

-그 힘이 있으면 대형 길드와 유착 관계인 쓰레기들을 처리할 수 있겠죠. 힘을 이용해 권력을 잡은 대형 길드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헌터의 힘 외에 게이트 및 몬스터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

“마법?”

-예.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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