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92화 (92/221)

092 농업 마법사?(2)

첫날은 물론 그다음 날에도 자신은 안 걸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면접을 본 사람들까지 전부 내쫓았다. 그래서 셋째 날부터는 악인, 그리고 스파이가 없는 면접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실드 마법을 유지하는 데 전력을 다하는 류페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한율이 고개를 돌려 하양이를 바라봤다.

앙!

“…….어?”

앙! 앙!

“없다고? 진짜?”

앙앙앙!

나쁜 사람 없어요.

네! 없어요!

진짜 없어요! 왜 안 믿어 주세요?!

한율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하양이의 대답에 다시 고개를 들고 류페이를 바라봤다.

자신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천천히 실드 마법을 취소한 류페이가 손을 쓰윽 들어 왼쪽 귀걸이를 가리켰다.

80%라는 높은 가능성 때문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 몰려 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긴 김태산이 창문 앞으로 이동해 커튼을 걷으려고 할 때, 손을 살짝 들어 그의 행동을 막은 이상민이 류페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한율에게 물었다.

“율아. 탈락자는?”

“없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이상민은 한율을 대신해 ‘진로 희망’에 관해 물었고, 전투 마법사가 둘, 제작 마법사가 하나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2차 면접 날짜를 알려 줬다.

“12월 15일 2차 면접이 진행될 터이니, 그때 다시 뵙겠습니다.”

“예! 감사했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면접자들이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건넨 후에 면접장을 벗어났다.

조금 다르게 인사를 건넨 사람은 두 명.

“12월 15일에 뵙겠습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류페이는 고개를 살짝 숙여 면접관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에 몸을 돌렸다.

드르륵.

쿵!

“스승님! 그럼 12월 15일에 뵙겠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류노스케는 한율과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인사를 하고 면접장을 벗어났다.

“…….”

“율아.”

“실드.”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대충이나마 예상할 수 있었다.

“웬 실드?”

“아니에요?”

“나중에 단둘이서 대화라도 나눠 보라고.”

“……아항.”

***

12월 5일.

1차 면접 마지막 날.

“오늘은 유망주가 없네요?”

태블릿PC를 조작하던 한율의 말에 유지태 비서관도 태블릿PC를 조작해 면접자들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래도 저희 쪽에서도 찾아내지 못한 인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

공식적으로 알려진 이야기를 종합해서 만들어진 유망주 리스트였기에 헌터 인사실에서도 확인하지 못한 인재가 다수 존재했다.

납득한 한율이 고개를 끄덕이자, 문이 열리며 면접자들이 들어섰다.

하양이의 도움을 받아 성향을 파악하고, 마법 시연을 지켜보고, 진로 희망을 물었다.

그렇게 몇 차례의 팀을 면접했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자 반사적으로 들어오는 마법사 지망생들을 확인하던 한율이 한 사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은갈치 양복에 2:8 가르마를 탄 머리가 묘하게 어울리는 순박한 청년이다.

은갈치 청년을 바라보던 한율은 마법사 지망생들이 자리에 앉자 곧바로 태블릿PC를 조작했다.

‘아, 여기가 아니지.’

유망주 파일이 들어 있는 폴더를 클릭, 12월 5일로 수정된 가입신청서를 열었다.

그리고 상대의 번호를 확인한 후 번호를 입력했다.

이름: 김덕배.

국적: 한국.

나이: 20세.

면접 번호: 5357번.

자기소개: 안녕하십니까. 저는 경기도 이천 최남단에 위치한 우레마을에 살고 있는 20살 김덕배라고 합니다. 저는 아버지(父)와 함께 농사를 짓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법이라는 초능력을 알려 주는 방송을 보고 마법을 배우게 되었습…….

길다.

초반만 읽고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한율이 파일을 아래로 내렸다.

목표: 마법을 사용해 더욱더 효율적으로 농사를 짓는 농업 마법사가 되고 싶습니다.

“…….”

농업 마법사?

다시 한번 김덕배의 목표를 확인한 한율이 사방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의 시선을 뒤늦게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면접관들뿐만이 아니라 면접자들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면접관은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면접자들은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생각해 안절부절못하면서.

“아……. 죄송합니다. 잠시 확인할 게 있어서요. 일단 실드 마법 시연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큰 목소리로 대답한 마법사 지망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문을 외웠다.

“무슨 일이냐?”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이상민이 물었다.

한율은 대답 대신에 태블릿PC를 밀어 그 앞으로 이동시켰다.

“……큭. ……어?”

담담한 표정으로 김덕배 마법사 지망생의 가입신청서를 읽던 이상민이 처음에는 웃음을, 마지막에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율에 이어 이상민까지 이상한 표정을 짓자 다른 두 면접관도 호기심이 생긴 것 같았다.

태블릿PC는 한 대, 호기심을 갖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은 둘.

한율이 턱짓으로 집중하고 있는 김덕배를 슬쩍 가리켰다.

“……큭. 어?”

“호오.”

김환성은 이상민과 같은 반응을 보였고, 유지태는 눈을 반짝였다.

마법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다.

“가능합니까?”

김덕배는 한 번에 성공했다.

다른 면접자 지망생 셋은 실패.

유지태 비서관이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 마법사 지망생들의 집중력이 흩어지지 않도록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생각보다 중요했는지 파일 아래에 페이지를 하나 더 만들어 질문을 적어 보여 주기까지 했다.

“가능하지 않을까요? 사용한다고 해도 자연 마법으로 지원하는 거니까요.”

“아뇨. 마법으로 영양을 높이거나, 성장 속도를 높이거나.”

“흐음……. 연구를 해 봐야 알 거 같은데요.”

“그렇군요.”

이건 레스트에게 물어봐야 알 거 같았다. 그래서 한율이 고개를 흔들면서 애매한 대답을 내놓자 유지태 비서관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턱을 쓰다듬었다.

두 번째 기회에서 또 한 명이 성공.

남은 두 사람에게 세 번째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6월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한율은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하는 그들의 행동에 맞춰 고개를 살짝 숙였다.

탈락한 두 사람이 면접장을 벗어나자 다른 면접 때와 같은 질문을 시연에 성공한 마법사 지망생들에게 물었다.

“일단…….”

김덕배에게 묻고 싶지만, 그는 가장 우측에 앉아 있었다.

“어떤 마법사가 되고 싶으십니까?”

“전투 마법사입니다.”

“제작 마법사입니다.”

“어, 음…….”

김덕배의 차례다.

사람들의 시선에 당황한 건지 잠시 주변 눈치를 보던 김덕배가 눈을 질끈 감고 대답했다.

“노, 농업 마법사입니다!”

“…….”

가입신청서에서 확인한 내용이었기에 면접관들은 당황하지 않았지만, 같은 시간에 면접을 보는 마법사 지망생들은 달랐다.

전투 마법사도 제작 마법사도 아닌 농업 마법사라니?

“마법을 이용해 농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농업 마법사가 되고 싶습니다!”

“……큭!”

마법사 지망생 중 한 명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소리에 김덕배의 얼굴은 시뻘게졌지만 한율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마법으로 농사를 짓고 싶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마법으로 농사를 지을 생각이시죠?”

“어, 일단…….”

“네.”

“그 마나를 집약시키는 마법진을 설치할 겁니다.”

“마법진을 설치하고, 그 안에 농사를 지으면 당연히 마법진이 파괴될 텐데요.”

“거 아티팩트? 그걸 설치하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나가 집약된 장소에 농사를 지으면 재배하는 식물의 영양도가 높아진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네!”

“왜요?”

“그야……. 영초나 그런 것도 평범한 식물인데 마나를 흡수해 영양가가 높아진 식물이 된 거라고 생각해서.”

“…….”

“…….”

“……어?”

영초는 마나를 흡수해 성장한 식물이다.

이상민, 김환성, 유지태 비서관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한율을 바라봤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영초는 수십, 수백 년 동안 마나를 흡수해 성장한 겁니다. 아니면 식물 자체가 다른 것보다 마나 흡수율이 높은 아주 특별한 식물이거나.”

“으음, 그러면……. 음, 뭐라고 해야 하지?”

잠시 고민하던 김환성이 테이블 위, 아직 치우지 못한 점심 메뉴판 딱지를 발견하고 말을 이었다.

“지구산 영초는 전부 특별한 식물이냐?”

“네. 뭐, 수십 년 동안 마나를 흡수해 성장한 영초도 있겠지만, 수백 년으로 추측되는 효과가 좋은 영초는 전부 마나 흡수율이 높은 특별한 식물일걸요.”

“그래서 가능합니까?”

인간의 힘으로 영초를 생산할 수 있느냐?

유지태 비서관의 물음에 한율이 고개를 흔들었다.

“어려워요.”

“이유가 무엇입니까?”

“마나 흡수 능력이 없으면 그 안에 아무리 많은 마나를 주입해도 오래가지 않아 마나가 빠져나가니까요.”

“아…….”

아쉽다는 듯이 유지태 비서관 그리고 김덕배가 탄성을 흘릴 때, 잠시 고민하던 한율이 말했다.

“하지만 연구하면 마나가 담긴 쌀은 아니어도 일반 쌀보다 수십 배나 영양가가 높은 쌀을 생산할 수 있죠. 성장 속도도 마찬가지고요. 혹시 성장 속도에 대해 생각한 방법이 있습니까?”

한율이 김덕배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러자 설명에 귀를 기울이던 다른 면접관들도 고개를 돌려 김덕배를 바라봤다.

“거기까지는 아직.”

“아…….”

“죄, 죄송합니다…….”

“아뇨. 죄송할 일은 아니죠. 12월 15일, 2차 면접을 진행합니다. 시험 내용은 공개된 1서클 마법 전부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휴식 시간이 주어지고,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드르륵.

인터넷에서 확인한 내용에 1차 합격자들이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 한 명만 빼고.

“김덕배 씨?”

“……넵!”

“궁금한 거라도 있으세요?”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날 때 같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덕배는 합격자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저, 그게…….”

“네.”

“괜찮은 겁니까?”

“뭐가요?”

“농업 마법사…….”

“……?”

한율이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머뭇거리던 김덕배가 다시 입을 열었다.

“몬스터 토벌이나 게이트 활동을 하는 마법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아아……. 상관없습니다.”

“안 싸우는데요?”

“제작 마법사도 안 싸우는데요?”

“제작 마법사는 그래도 게이트 활동을 하는 헌터나 마법사를 지원하지 않습니까.”

“농부 마법사도 게이트 활동을 하는 헌터나 마법사가 먹을 식량을 지원하죠.”

“……어?”

그게…… 그렇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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