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 농업 마법사?(1)
대한민국 서울.
서울에 위치한 중국 기업의 최고급 호텔.
“어렵군.”
중국은 대량의 영초, 영약을 복용시켜 마나 홀을 키우고 하루 종일 마법 강의, 한율의 전투 동영상 그리고 마법 연습을 시킨 국가에 충성하는 마법사 지망생을 육성했다.
“대한민국, 헌터 협회, 그리고 청일 그룹.”
강력한 힘을 가진 세 개의 단체가 조사를 한다. 면접자의 숫자가 많으니 그들의 눈을 피한 이들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성향을 보는 패밀리어라…….”
성향을 보는 패밀리어가 있었다.
선과 악.
개념은 모호하다. 하지만 범죄 기록이 있는 마법사 지망생도, 사람을 구한 적이 있는 선한 마법사 지망생도 하양이의 눈을 피하지 못한 것을 보아 ‘한율’이라는 인간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마음을 ‘악’으로 구분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류페이.”
“예, 협회장님.”
중국 헌터 협회의 협회장, 리훤이 마나 호흡법을 멈추고 눈을 뜬 잘생긴 청년, 류페이를 바라봤다.
“돌아가자.”
“……포기하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패밀리어, 하양이는 정신적이든 물리적이든, 자신의 주인인 한율에게 나쁜 마음을 가지고 접근하는 이들을 악으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포기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한율을 귀화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마법을 유출시키는 것을 포기한다.
하지만 그래서는 마법사의 탑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
리훤이 인상을 찌푸리는 순간, 류페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한율은 이후, 자신에게 마법을 배운 제자들의 실력이 높아지면 각국에 마탑 지부를 설치할 것입니다.”
“그렇겠지.”
이미 마탑 지부 설치를 통해 초급 마나 호흡법, 그리고 마법을 공개한다는 소식을 알린 상태였다.
“그리고 그 지부의 지부장은 당연히 제자들에게 맡길 것입니다.”
“그때 유출시킨다?”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강력한 힘을 지닌 세 개의 단체가 있고, 성향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하양이가 존재하는 이상, 마탑에 가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닫을 수 있느냐?”
“……시간은 충분합니다.”
류페이의 면접 날짜는 12월 4일.
고민하던 리훤 협회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았다. 그럼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하고.”
“예, 알겠습니다.”
허리를 살짝 숙이며 대답한 류페이는 자세를 유지한 채 기다렸고, 리훤 협회장이 헌터들과 함께 방을 나가자마자 주먹을 불끈 쥐었다.
***
7천 명이나 되는 마법사 지망생들이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하지만 면접이 시작되고 단 하루 만에 3천 명이나 되는 마법사 지망생들이 다시 비행기를 타고 자국으로 돌아갔고, 2천 명이나 되는 한국의 마법사 지망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갔다.
[면접을 포기하고 자국으로 돌아가는 마법사 지망생들!]
⤷스파이겠지. 한율을 귀화시키려고 했거나, 마법을 유출하려고 했거나.
⤷ㅇㅇ. 그게 아니면 면접도 보지 않고 돌아갈 리가 있나.
당연히 기사가 떴지만, 사람들은 ‘탈락’이 아닌 ‘포기’라는 단어에서 상황을 유추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억울하다는 마법사 지망생! 마탑은 왜 이유도 없이 그들을 탈락시켰나!]
⤷기레기야. 헌터 협회나 청일 그룹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라. 네 기사 올라오고 1분도 안 지나서 이유가 떴다.
⤷살인자라네.
하양이의 눈을 피하지 못한 마법사 지망생들과 관련된 기사가 올라왔다.
하지만 이미 이 상황을 예측한 세 단체와 한율이 바로 사실을 알려 5분도 지나지 않아 삭제되었다.
[내부 사정에 의해 면접 일정이 조정되었습니다. 2307번님의 면접 날짜는 12월 4일, 14시 30분입니다.]
“큭큭큭.”
인터넷 뉴스를 살피던 도중에 날아온 문자를 확인한 안대의 소년이 웃음을 터트리자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던 일본 협회 직원들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본 헌터 협회는 100명이 넘는 마법사 지망생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하지만 단 하루 만에 70명이나 되는 마법사 지망생들이 본국으로 돌아갔다.
몰랐다.
헌터 협회는 예상도 못 했다.
대기업, 또는 정치인들과 계약을 맺은 마법사 지망생이 그렇게 많을 줄은.
“그래도 30명이나 남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다른 나라는 열 명도 안 된다고 합니다.”
90~100명.
각국의 헌터 협회가 인솔한 마법사 지망생의 숫자였고.
10~15명.
첫째 날 면접 이후 한국에 남은 마법사 지망생의 숫자였다.
“그래서 남은 면접자는 몇 명인가?”
일본 유망주 앞에서 휴식을 취하던 직원, 일본 헌터 협회, 헌터 1팀 팀장, 케이시의 물음에 노트북을 다다다 두들긴 인사팀 직원이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고 대답했다.
“532명입니다.”
“하! 6천 5백?”
“하양이 님의 눈을 피하지 못한 이들도 있으니 전부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헌터 협회, 정치인, 대기업, 길드와 계약한 마법사 지망생뿐만이 아니라 악한 마음을 지닌 이들도 면접에서 포기했다. 그러니 6천 5백 명 모두가 스파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1차 합격률은?”
인사팀 직원이 다시 노트북을 두들겼다.
“총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지며 그 안에 성공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해서 그런 건지 3명 중 1명이었습니다.”
“30%…….”
150명 정도인가.
“……2차 면접이 뭐랬지?”
하루에 불과했지만 퍼져 나간 정보는 무수히 많았고, 그중에는 당연히 2차 면접 내용도 있었다.
“공개된 모든 마법 시연입니다.”
“합격 확률은?”
“50%로 추정합니다.”
“높네?”
“두 번째니까 긴장이 풀렸을 것이고, 훈련할 시간이 있으니까요.”
몰려들었던 면접자들이 대량으로 포기하면서 예정되었던 면접 일정이 당겨졌다.
하지만 한율은 2차 면접 날짜를 변경하지 않았고, 그 덕에 1차 면접자들은 일주일이라는 훈련 시간을 얻게 되었다.
“150명 중에 절반이면 75명인가.”
“하지만…….”
스마트폰을 만지며 무언가를 조사하던 전략기획팀 직원이 입을 열자 사람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150명 모두가 합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
“예. 예상보다 다른 목적을 가진 지망생들이 많았으니까요. 이후, 지부를 건설해 마법을 전파할 계획까지 예상하면 150명 모두를 합격시켜야 합니다.”
헌터 길드, 마법사의 탑은 각국에 지부를 건설해 마법을 전파할 계획이다. 그러니 전략기획팀의 예측대로 1차 합격자들 모두가 2차 합격도 그대로 통과할 가능성도 있었다.
“뭐, 이것도 1차 면접에 합격했다는 전제하에 이야기지만요.”
“…….”
아직 한국에 남은 일본 마법사 지망생 30명 중에 첫째 날에 면접을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첫째 날에 면접을 보는 열두 명 모두 우연인지, 아니면 경고였는지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합격자 제로인 일본.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신 케이시가 고개를 돌려 안대의 소년, 사카이자와 류노스케를 바라봤다.
“류.”
“왜 부르지, 헌터.”
“하아아…….”
삼촌이 아닌 헌터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마법사 지망생, 사카이자와 류노스케.
헌터 1팀 팀장, 사카이자와 하세가 멍하니 류노스케를 바라보다 다시 한번 한숨을 푹 내쉬었다.
***
12월 4일.
“오늘은 많네요.”
“중국, 일본, 인도, 러시아.”
국가 유망주 네 명이 모였다.
네덜란드 유망주도 있었지만, 그는 오늘 아침 스스로 자백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를 포기해야 한다는 아쉬움?
없다.
네덜란드 마법사 지망생에 버금가는 재능 있는 마법사가 아직 531명이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덜란드 마법사 지망생은 첫째 날에 면접을 본 아이돌 가수, 유아리와 비슷했다.
똑똑똑.
“실례하겠습니다.”
익숙해진 헌터 협회 직원의 목소리에 태블릿을 보던 것을 중지하고 고개를 들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문을 닫았다.
똑똑똑.
그리고 노크와 함께 다시 문이 열리며 열 명의 남녀가 면접장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인사를 건네려던 한율이 말을 마치지 못하고 한 면접자를 멍하니 바라봤다.
“마스터!”
오른팔에는 붕대를 감고, 왼쪽 눈을 가리는 안대를 쓰고, 거대한 탑이 그려진 망토를 두른 흑발의 소년 때문이었다.
“제자! 사카이자와 류노스케! 스승님께 인사 올립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고 주먹을 쥔 오른손을 바닥에 대고 고개를 숙이는 흑발의 소년.
“…….”
멍하니 류노스케라는 소년을 바라보던 한율이 태블릿PC를 확인했다.
이름: 사카이자와 류노스케.
국적: 일본.
나이: 15세.
면접 번호: 2307번.
특이 사…….
특이 사항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이.
“끄으응.”
한율이 자신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
재능이라도 없었다면…….
‘와씨, 진짜…….’
마법에 필요한 것은 마나, 깔끔한 주문, 그리고 상상력.
류노스케의 실드는 초보답지 않았다.
역삼각형을 늘린 듯한 모양의 카이트 실드는 깔끔했다. 깨끗한 연푸른색을 띠고 있었고, 상상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외형 또한 완벽했다.
고개를 홱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류노스케.
한율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자신의 칭찬을 기다리는 류노스케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다음 유망주, 중국의 류페이의 실드를 확인했다.
‘오!’
류페이의 실드는 원형 방패.
류노스케와는 반대로 상상력은 부족했지만 생성된 실드 마법에서 느껴지는 마나량을 통해 예측해 보면 실드 마법의 효과인 방어력은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유망주보다 뛰어났다.
이름: 류페이.
국적: 중국.
나이: 21세.
면접 번호: 2357번.
특이 사항1: 11월 21일, 1서클 생성.
특이 사항2: 스파이 가능성 80%.
“음?”
보고서를 확인한 한율이 작은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었다. 다른 면접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스파이 가능성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