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 면접(2)
총 세 번의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59번 면접자는 세 번이나 기회를 주었음에도 실드를 생성하지 못했다.
분명 1서클이 있었지만…….
“6월, 그리고 12월마다 가입 신청을 받습니다.”
“……예.”
59번, 무릎 위에 올린 손을 강하게 말아 쥔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드르륵!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6월에 다시 뵙겠습니다!”
허리를 꾸벅 숙인 학생이 몸을 홱 돌려 면접장을 벗어났다.
“진짜 6월에 보겠군.”
이상민의 중얼거림.
“아직 모르지 않나요?”
“브레이크 사고 피해자다.”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한율이 고개를 끄덕이고 57번, 그리고 60번 면접자를 바라봤다.
“일단 57번!”
“네! 식스센…….”
습관일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하던 57번 면접자, 유아리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헤, 헤헤헤.”
“크흡.”
면접관들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김태산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누구보다 환하게 웃는다는 것 정도?
“57번.”
“네!”
“분명 제작자의 길을 희망하시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뒷조사를 했고, 깨끗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양이에게 부탁해 성향을 확인했고, 받아들여도 괜찮다는 대답을 들었다.
마법 실연도 성공했다. 긴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실드 마법을 성공했다.
한율이 고개를 끄덕인 후에 20대 후반의 사내, 60번 면접자에게 물었다.
“60번?”
“전투 마법사를 희망합니다.”
유망주는 아니다. 하지만 세 번 기회 중 두 번 만에 실드 마법 실연에 성공했다.
한율은 바로 태블릿PC에 표기를 하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2주 후에 문자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건네고 면접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찾아온 1분이라는 짧은 휴식 시간.
잠시 태블릿PC를 바라보던 한율이 다른 면접관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몇 명이나 돌아갔대요?”
칠천 명.
일주일을 늘려 14일 동안 면접을 진행해도 하루에만 500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면접을 봐야 한다.
하지만 첫날부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범죄자를 선별했고, 스파이를 선별했다.
“315명으로 줄었다. 아마 내일도 비슷한 숫자겠지.”
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경고를 주었다. 그것도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범죄자와 스파이를 선별했으니 다른 목적을 가지고 마탑에 가입하고자 하는 이들은 전부 돌아갔을 것이다.
“그럼 255명 남은 건가.”
“후우……. 율아.”
“네, 삼촌.”
“내일부터 대리인을 보내마.”
“큭큭큭.”
면접 시간이 짧아도 면접을 보는 사람이 많으니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린 한율이 다른 면접관들에게 물었다.
“두 분은요?”
“내일도 참가할 겁니다.”
“내일도 참가한다.”
농담 삼아 피로의 방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래서 이상민처럼 대리인을 보내겠다는 농담을 건넬 것이라 생각한 한율은 예상과는 다른 대답에 고개를 갸웃했다.
“안 피곤하세요?”
“돌아가면 더 피곤합니다.”
“나도.”
헌터 인사 비서관실은 현재 각국에서 지부 설립에 관한 문의를 받느라 매우 바빴다.
헌터 협회도 마찬가지.
똑똑똑.
1분.
너무나 짧은 시간.
두 사람에게 농담을 건네려던 한율이 한숨을 푹 내쉬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예! 들어오세요!”
끼이익.
그렇게 다시 시작된 면접.
63, 65, 68번 면접자들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60번대 면접자들과 면접을 진행했다.
70번대, 80번대, 90번대, 그리고 100번대까지.
“33명밖에 안 되네요.”
다른 목적으로 길드에 가입하려는 자를 거르고, 길드 및 국가가 파견한 스파이를 거르고, 세 번이나 기회를 주었음에도 마법 실연에 성공하지 못한 이들을 탈락시키니 100명 중 33명만이 통과했다.
“3할이면 2,100명인가?”
“기본 조사를 통해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첫째 주에 모아 두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작은 목소리로 합격 인원을 예상하던 한율이 이상민의 말을 듣고 바로 물었다.
“예상하는 합격 인원은요?”
“100명.”
“확 줄어드네.”
“그래도 많다. 혼자서 100명을 감당해야 하니까.”
미리미리 동영상을 찍고 마법서를 한글로 번역했다. 또한, 마법사 육성을 위해 게이트 활동을 그만둘 생각이 없어 시간표도 작성했다.
오전에는 마법사를 육성한다.
오후에는 게이트 활동을 한다.
저녁에는 주문서 제작을 한다.
“육성 사실이요…….”
한율과 함께 면접을 보던 이들이 고개를 돌렸다.
“5서클에 올라도 공개해서는 안 되었던 것 같네요.”
“그걸 이제 알았냐?”
김환성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한율을 바라봤다.
5서클에 올라 마법사를 육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힐 자신이 있어도 그래서는 안 되었다.
일단 신뢰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이들을 뽑아 육성을 하고, 육성한 마법사들이 ‘마법사를 육성할 실력’을 얻은 후에 공개해야 했다.
“미안하다.”
이어지는 이상민의 사과.
이유리의 착한 실수 때문에 마법사를 육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었으니 아버지로서 사과를 할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똑똑똑.
면접 시작을 알리는 노크 소리.
“하아아아.”
깊은 한숨을 내쉰 한율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들어오세요!”
***
유지태 비서관이 건네준 ‘오늘의 유망주’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첫째 날에 눈여겨봐야 하는 인재는 두 명이었다.
대한민국의 유아리.
미국의 엘렌 알렉시아.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아름다운 금발의 미녀를 확인한 네 사람이 다시 태블릿PC를 확인했다.
‘11월 8일…….’
일주일 만에 1서클을 생성하고, 1서클 마법을 습득한 마법사 지망생.
한율이 비어 있는 자리를 확인한 후에 고개를 돌렸다.
처음에는 즐거웠지만, 같은 일은 계속해서 반복하니 지루해진 하양이는 책상 위에 배를 깔고 누워 있었다.
“하양아.”
앙!
머리만 홱 돌려 면접자들을 빤히 바라보던 하양이가 귀찮은 듯한 목소리로 울었다.
‘없다.’
악한 자는 없다.
한율이 고개를 돌려 다른 면접관들을 바라봤다.
이상민도, 김환성도 고개를 흔들었다.
‘……하긴.’
101~110번대 면접.
이 면접에 들어온 면접자는 세 명에 불과했다.
“그럼 바로 마법 시연을 시작하겠습니다. 기회는 총 세 번이며, 세 번이나 기회를 주었음에도 실드에 성공하지 못하면 1차 면접에서 탈락입니다.”
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작하세요.”
세 면접자가 눈을 감았다. 자연스럽게 입을 열어 주문을 외웠고, 자연스럽게 마나 홀에서 마나를 꺼냈다.
“실드!”
“……실드!”
시차가 있다.
가장 빠른 것은 역시 유망주, 엘렌.
깨끗한 실드를 확인한 한율이 고개를 끄덕인 후에 다른 두 면접자를 바라봤다.
쩌적, 쨍그랑!
파아앗!
한 사람의 실드는 생성과 동시에 균열이 생겼고, 그 균열이 실드 전체에 나타났을 때, 실드가 산산조각 났다.
한 사람의 실드는 사라졌다.
당황한 두 사람이 고개를 홱 돌려 한율을 바라봤다.
“아직 두 번이나 남았습니다.”
다시 주어진 기회.
중년의 남성은 마지막 기회에서 성공했고, 청년은 세 번 모두 실패했다.
“6월, 그리고 12월에 가입 신청을 받습니다. 그때 다시 뵙죠.”
“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청년이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두 면접자에게 2차 면접 날짜를 알려 주려던 한율이 청년에게 말했다.
“한 번 더 기회를 드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6월에 시작되는 가입 신청에는 자동적으로 탈락합니다.”
“…….”
“드릴까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108번 면접자는 재능은 있습니다. 하지만 상상력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실드가 깨져 버린 겁니다.”
“…….”
한 번 더 기회를 얻을까.
아니면 아쉽지만, 6월에 다시 가입 신청서를 낼까.
고민하던 청년이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한율의 말을 듣고 고개를 흔들었다.
“6월, 6월에 하겠습니다.”
긴장해서 실패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길드, 마법사의 탑에 가입 신청서를 보낸 면접자들 모두 마법사 유망주였고, 그들 모두 마법이라는 기술이자 학문을 전파한 한율의 앞에서 마법을 시연한다는 것에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 그럼 6월에 다시 만나길 기대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청년이 허리를 꾸벅 숙여 작별 인사를 건네고 면접장을 벗어났다.
“그러면 먼저 101번 면접자.”
“네! 마스터!”
“생각하고 계……. 네?”
“네?”
“……마스터요?”
“네! 스승님이시니까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자신을 바라보는 엘렌이었다. 한율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이었다.
“전투 마법사, 제작 마법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조제 마법사가 있죠.”
“조……제?”
“네. 아직 제 능력이 부족해서 육성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 포션을 조제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할 것이고, 그 기술 또한 마법과 함께 공개할 생각입니다.”
레스트에게서 포션 조제법이라는 책을 구입했다. 주문서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아직 포션을 조제한 적은 없지만, 주문서 제작이 안정화에 들어가면 바로 포션 조제법을 습득할 생각이었다.
“저는 전투 마법사를 희망합니다!”
“알겠습니다.”
“제 친……. 네?”
이유를 물어볼 것으로 생각했던 엘렌이었다. 그녀는 한율의 입에서 예상과는 다른 말이 나오자 입을 다물고 한율을 바라봤다.
“마법사의 탑에서 마법을 배운 후, 미국에 신설된 마탑 지부에서 활동할 생각이시죠? 헌터, 카일 님을 도울 생각이고요.”
“역시…….”
역시?
“마스터…….”
몸을 부르르 떠는 엘렌.
한율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못 본 척 헛기침을 뱉으며 109번, 중년의 사내에게 물었다.
“109번 면접자님께서는?”
“저는…….”
제작 마법사를 생각했다.
하지만 조제 마법사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한다.
“저… 말씀드리기 전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네.”
“마법사의 포션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포션과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차이는 없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아쉬운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인 중년의 사내, 하지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바로 결심한 듯 주먹을 말아 쥐었다.
“조제 마법사입니다.”
“알겠습니다. 12월 15일에 2차 면접을 볼 겁니다. 면접에 통과하면 그대로 가입이며, 2차 면접에서 진행하는 것은 공개된 1서클 마법 전부를 시연하는 겁니다.”
“저, 전부 말입니까?”
중년의 남성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되물었다.
“물론 휴식 시간이 주어지고, 빠른 속도로 마나를 흡수할 수 있는 마법진이 설치된 훈련장에서 진행되니 걱정 마세요.”
중년의 사내는 다른 면접자들보다 마나량이 적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101번 면접자, 엘렌과 함께 면접장을 벗어났다.
“후우…….”
다시 찾아온 1분이라는 짧은 휴식 시간.
이 짓을 14일 동안 해야 한다. 그 사실을 떠올리고 깊은 한숨을 내쉰 한율이 몸을 풀고 있을 때였다. 태블릿PC를 이용해 다음 면접자들을 살피는 이상민과는 다르게 스마트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하던 김환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율아.”
“네.”
“딱 열 번만 더 보면 된다.”
“……또 줄었어요?”
“그래. 이 상태로 가면 100명도 안 될 거 같다.”
너무 많은 면접자가 몰려서 곤란하던 상황이다. 하지만.
“이걸 좋아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