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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85화 (85/221)

085 검은 귀신 게이트(3)

한율은 대한민국, 국가가 지켜야 하는 헌터로 지정되어 어디를 가든 경호팀이 붙게 되었다.

각성하지 않은 사람도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라는 기술을 습득한 유일무이한 스페셜 원이다. 경호팀이 붙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

“…….”

백미러를 통해 째려보는 여인과 벌벌 떨며 신세 한탄을 하던 처음과는 다르게 날카로운 눈으로 자신을 째려보는 옆자리 여인들의 시선을 피해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한율이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두 분은 같이 안 가시잖아요.”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백미러를 이용해 한율을 노려보던 배희연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길어지죠.”

유지수는 바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럼 밖에서 기다리시는 건.”

“안 돼요. 습격을 당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경호팀이 한율을 따라 게이트에 진입해 대기하는 이유는 헌터가 게이트의 진입할 때,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무방비한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한율 님.”

유지수 헌터가 다시 한율을 불렀다.

“네. 유지수 헌터님.”

“왜죠?”

“네?”

“왜 그 의뢰를 받으신 거죠?”

“그야 돈이 필요하기도 하고, 어둠의 마석이 필요하기도 해서.”

“……돈은 이미 충분하지 않으신가요?”

“마법 하나 배우는 데 엄청난 돈이 들더라고요.”

“크라켄 잡아서 떼돈 버셨다고 들었는데요!”

“그 돈.”

“……?”

“건물 세우는 데 다 썼슴다.”

“그래도 많을 텐데요!”

“말했잖아요. 마법 배우는 데 필요하다고.”

“어둠의 마석은 다른 데서도 구할 수 있지 않나요!”

“울릉도 가서 구하라고요?”

“네!”

정신적인 피로가 생각보다 컸다.

하지만 그 피로를 견디면서 검은 귀신 게이트에서 활동해야 할 이유가 있다.

“거기는 D급 마석이 나오잖아요. C급 이상 어둠의 마석이 필요해요.”

“이이잇!!”

몸을 부들부들 떤 유지수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렸다.

한율은 검은 귀신 게이트로 향할 때처럼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제안했다.

“제가 말을 해 놓을까요?”

“사촌 오빠.”

“……누가요?”

“유지태 비서관님이요.”

성이 같고, 이름도 한 글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거기다 조금이지만 유지태의 얼굴이 보여서 예상하고 있었지만.

고개를 살짝 끄덕인 한율이 다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리려다 다시 백미러를 이용해 자신을 째려보고 있는 배희연을 발견하고 그녀를 불렀다.

“배희연 헌터님.”

“왜.”

“예?”

“요.”

“다른 분과 교대하셔도 돼요. 김세혁 헌터님과 유지수 헌터님은 물론…….”

상체를 틀어 뒤를 따라오는 검은 차량 다섯 대를 확인한 한율이 다시 배희연을 바라봤다.

“외국 헌터들도 저를 지키고 있으니까요.”

“왜 다른 사람하고 임무를 교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야…….”

귀신을 무서워하니까.

“저는 귀신이 무섭지 않습니다만?”

“…….”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

“하양이나 불러 주시죠.”

한율이 하양이를 소환했다.

소환 장소는 배희연의 무릎 위.

앙!

한율이 아닌 배희연이 보이자 귀를 쫑긋 세웠던 하양이가 귀여운 울음을 터트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잘 지내셨어요, 하양이님.”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안부를 물은 배희연이 천천히 손을 뻗어 하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앙!

“흐으읍.”

좋아 죽는 배희연.

그리고…….

“부럽다.”

하양이의 등장에 상체를 옆으로 살짝 기울여 보조석을 바라보는 유지수.

배희연의 손바닥에 머리를 비비던 하양이가 처음 듣는 여성의 목소리에 인사를 멈추고 고개를 홱 돌렸다.

“…….”

유지수와 눈이 마주친 하양이.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유지수를 바라보던 하양이가 다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다 큰 목소리로 울었다.

앙!

“아, 안녕?”

앙!

새로운 착한 사람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날리려던 하양이가 배희연을 떠올리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앙! 앙! 앙!

“우리 하양이 님께서 뭐라고 하는 건가요. 한율 님.”

“……새로운 사람하고 인사를 하고 싶어요. ‘가도 되나요?’라고 묻는데요?”

“…….”

배희연이 입을 꾹 다문 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하양이를 바라봤다.

“하양이 님. 나중에 저랑 놀아 주시겠습니까?”

앙!

고개를 끄덕이며 울음을 터트리는 하양이.

아쉬웠다. 하지만 배희연은 양손을 모아 손바닥을 붙였고 그 위로 하양이가 폴짝 뛰어오르자 상체를 틀어 유지수를 마주 보았다.

“유지수 헌터님.”

“네. 배희연 헌터님.”

“10분마다 교대하죠. 아니다. 한율 님.”

“……네?”

다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던 한율이 고개를 들었다.

“자리 바꾸죠.”

“네?”

“…….”

대답 대신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배희연의 눈빛에 한율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바꿨다.

달리는 차 안에서 뒷좌석에 앉은 사람과 보조석에 앉은 사람이 자리를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헌터였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신호등이 지금 막 빨간 불로 바뀐 것도 있었다.

배희연이 먼저 뒷좌석으로 이동했고, 그 후에 한율이 움직여 보조석에 앉았다.

운전자는 청일 그룹의 경호팀 사내.

인사를 건네려던 한율이 경호원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어, 잘 지내셨어요?”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에 자신을 호위하던 터프하게 생긴 경호원이었다.

“네. 한율 님도 잘 지내셨습니까?”

“저야 뭐.”

손가락으로 라디오를 가리키는 한율.

-유리 씨는 부산 브레이크 전투에 참가한 한율 님이 마법 주문서를 공개하는 장면을 직접 보셨죠?

-네! 거기에 반해서 한율 님의 마법 강의 방송을 보자마자 마나 호흡법 외우고 있어요!

-오! 한율 님에게 반하셨어요?

-네? 마법에 반했는데요?

“…….”

“…….”

잠깐의 침묵.

터프한 경호원과 한율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런데요.”

“예.”

한율이 백미러를 통해 유지수와 함께 하양이의 애교에 미소를 그리고 있는 배희연을 힐끔 훔쳐보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귀신 무서워해요?”

“네. 배희연 팀장님이 싫어하는 게 딱 하나 있는데. 그게 귀신입니다.”

“근데 이번 임무에 참가하셨네요?”

“네. 반응 보시면 아시지 않습니까.”

“큭큭큭.”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웃음소리를 듣고 배희연이 고개를 홱 돌려 바로 웃음을 멈추고 무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 제 이름도 알려 드리지 않았군요. 김태산이라고 합니다.”

터프한 경호원, 김태산이 진한 미소와 함께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따로 소개하지 않아도 되죠?”

“하하하! 네, 괜찮습니다.”

빨간불 신호등이 파란불 신호등으로 바뀌었다.

김태산은 자연스럽게 오른발을 움직여 차를 끌었고, 한율은 운전과 함께 주변 경계까지 하고 있는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다시 라디오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만드셨어요?

-네! 단전에 마나 홀이 생겼어요.

“뭐?”

한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운전과 경계를 동시에 하고 있던 김태산도 마찬가지였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여 한율과 함께 라디오를 바라봤다.

-어, 마법 강의 방송하고 이제 20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요?

-진짠데요! 저 마나 홀 있어요! 우리 경호원 언니가 확인해 줬어요! 생겼다고!

-와! 재능 있으신가 보네요.

-네. 진짜 재능 있는 사람들보다 걸렸지만, 우리 경호원 언니가 재능 있다고 하셨어요! 아! 그리고 어제저녁에 실패했지만 아주 잠깐이지만 라이트 마법을 썼고요! 바로 실패해서 만들자마자 펑 하고 터졌지만요!

“…….”

한율이 눈을 깜빡이며 라디오를 바라봤다. 그러자 경계와 운전, 그리고 라디오 확인을 번갈아 하던 김태산이 천천히 입을 열어 한율에게 물었다.

“저 말이 진짜일까요?”

“어떤 연예인이 미쳤다고 시청률 1위인 라디오 방송에서 거짓말을 할까요.”

“그럼 저 말이 진짜면 재능이 있는 건가요?”

“네.”

그때였다.

-어, 그럼 유리 씨?

-넵.

-면접 보실 건가요? 하하하!

-넵.

-넵?

“뭐?”

유명한 여성 아이돌이 길드 면접을 본다.

한율과 김태산은 물론 뒷좌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고개를 돌렷다.

-헌터 되시게요?

-아뇨. 꼭 마법을 배웠다고 해서 몬스터와 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몬스터와 싸울 마법사를 모으기 위해 길드를 만든 건데요.”

들릴 리가 없다. 하지만 한율이 바로 면접 탈락에 가까운 말을 뱉을 때, 유리가 다시 말했다.

-주문서 장인, 아티팩트 장인과 같은 제작 마법사도 구하지 않을까요?

“……오!”

주문서 제작자, 아티팩트 제작자.

맹점이다.

-어, 방송을 듣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한율 님! 면접날 봬요! 하양이도 그때 만나요!

앙!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바로 울음을 터트리는 하양이.

“한율 님.”

“……네.”

“면접이 분명 12월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 동안 진행되죠?”

“네. 면접 날짜는 무작위지만.”

“한국을 1일?”

“네.”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

한율이 고개를 돌려 김태산을 바라봤다.

“아니지. 팀장님.”

김태산이 백미러를 이용해 배희연을 바라봤다.

“네. 태산 씨.”

“12월 1일부터 7일까지. 한율 님 경호는 제가 맡겠습니다.”

“…….”

“…….”

***

예약한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찾아간 곤지암 정신 병원.

게이트 앞이 아니라 정신 병원 앞에 선 한율이 이대한, 문수원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정비하자.”

“그래, 파트너.”

“하아…….”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대한과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이는 문수원.

한율이 그런 두 사람의 반응에 민망한 표정을 짓고 거래창을 열었다.

검은 귀신 게이트에서 사용할 무기는 군용 단검.

하지만 가디언을 토벌해 B등급 어둠의 마석을 확보하고 핵을 파괴해 게이트를 소멸시켜야 하니 만약을 대비해 총기도 준비했다.

군용 단검을 꺼내 날을 확인한 한율이 K-7을 꺼내 점검한 후에 탄창을 해체해 총알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다시 거래창에 집어넣었다.

K-7 점검을 마치고 다음으로 꺼낸 것은 마석을 섞은 몬스터 전용 수류탄.

잠시 안전 고리를 잡고 고민하던 한율이 안전 고리를 떼어 내지 않고 수류탄을 회수했다.

안전 고리를 해체한 수류탄은 따로 보관 중이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살짝 숙인 한율이 전투복을 바라보며 감정을 사용해 방어구의 상태를 확인하고 메모라이즈 마법을 외워 저장된 마법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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