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 신대길 114(2)
다음 날 아침.
아침 일찍 옷을 갈아입고 가족들보다 먼저 아침 식사를 한 한율이 설거지를 하고 거실로 이동했다.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고 있는 한유라.
“유라야.”
“……진짜 갈라고?”
“응.”
“귀신 같은 거 진짜 싫어하잖아.”
“모, 몬스터니까 괜찮아.”
“괜찮다는 인간이 왜 말을 더듬어?”
한율은 귀신을 싫어했다.
아주 어렸을 때, 너무 잠이 안 왔던 한율은 거실로 나와 TV를 켰다. 그리고 귀신을 싫어하게 되었다.
TV를 켰는데, 하필 그 채널에서 공포 영화를 방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야.”
“장소는 정신 병원이라매.”
정신 병원에서 고스트 몬스터가 등장하고 좀비, 스켈레톤과 같은 언데드 몬스터가 등장한다.
안 그래도 귀신이 자주 출몰하는 것으로 유명한 정신 병원이다.
그냥 구입할까?
그런 생각도 했지만, 자연의 힘이 담긴 마석은 매우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유라야.”
“또 왜.”
“유서 써 놨으니까 나 안 돌아오면.”
“아주 지랄을 해요. 지랄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욕설을 뱉은 한유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율의 등을 밀었다.
“진짜 귀신이 아니라 몬스터거든.”
“야! 생각해 봐. 정신 병원에서 나타나는 고스트 몬스터.”
“……시끄러. 벌벌 떨다가 다치지 말고. 진짜 귀신이 아니라 몬스터라고 계속 떠올리고.”
한율이 한유라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 후에 집을 나왔다.
아주 천천히 계단을 밟아 건물을 나오자 검은 밴,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아름다운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희연 씨?”
“……!”
멍하니 스마트폰을 만지다가 한율의 부름에 화들짝 놀랐던 배희연이 상대를 확인하고는 무섭게 노려봤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한율 님.”
“네. 오랜만이네요. 희연 씨가 경호?”
“예. 그렇습니다.”
이를 갈며 대답하는 배희연.
“귀신 같은 거 싫어하시나 보네요.”
“아뇨.”
“……근데 왜 째려보시는지.”
“타시죠.”
배희연이 신경질적으로 몸을 홱 돌렸다.
예전처럼 문을 열어주거나 하는 서비스(?)는 없었다.
한율이 실소를 터트리며 직접(?) 차 문을 열었다.
활을 정비하던 도중에 자신을 발견하고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꾸벅 숙이는 안면이 있는 헌터와 몸을 부들부들 떠는 배희연과 마찬가지로 검은 양복을 착용한 아름다운 여성 헌터.
“어?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김세혁 헌터님.”
“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헌터 협회?”
“네. 의뢰를 받았습니다. 뭐, 다른 이유도 있고요.”
마법인가?
잠시 고민했던 한율이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벌벌 떨고 있는 창백한 여성을 바라봤다.
“어, 안녕하세요?”
“아, 아아아안녕하십니까. 처, 청와대 겨, 경호팀 유지수라고 합니다. 비, 빛 속성 마나 부, 부여 능력자입니다.”
귀신을 정말 싫어하지만 언데드, 고스트 몬스터에게 큰 효과를 발휘하는 빛 속성 초능력을 각성해 참가한 것이 분명한 유지수 헌터다.
두 사람은 일부러 그런 것이지만, 경호팀으로 참여할 사람들에게는 방문할 게이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지원자를 뽑으라고 부탁했다.
밴이 움직였다.
“하, 한율 님.”
“네, 유지수 헌터님.”
“저, 정말 검은 귀신 게이트로 가는 겁니까?”
“네. 안타깝게도요.”
한율은 고개를 끄덕였고, 순간적으로 울상을 지었던 유지수 헌터가 고개를 홱 돌려 아련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자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김세혁 헌터를 바라봤다.
“김세혁 헌터님은 어디 가시는지 듣고 의뢰를 받은 거죠?”
“네. 곤지암 정신 병원에 있는 검은 귀신 게이트.”
쿵!
창문에 이마를 박는 유지수.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린 두 남성은 그런 유지수 헌터를 확인하고 다시 서로를 바라봤다.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도 잠시, 한율이 김세혁에게 물었다.
“마법?”
“예. 하지만 지금은 의뢰가 우선이니 게이트 활동이 종료되면 몇 가지 묻고자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상관없어요.”
김세혁이 감사 인사를 전하고 다시 활을 정비하기 시작하자 한율도 편안히 앉아 검은 귀신 게이트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그렇게 30분.
드르륵.
“파트너.”
푸른 가죽 갑옷을 착용한, 초승달이 중앙에 그려진 원형 방패를 무기로 사용하는 캡, 이대한이 차에 올랐다.
“그래서 어디 가냐?”
“검은 귀신 게이트.”
“곤지암 정신 병원에 생성된 게이트?”
“어.”
“호오?”
되묻는 대신, 눈을 반짝이며 탄성을 흘린다. 한율이 그런 이대한의 반응에 질색한 표정을 짓고 지금까지 모은 정보를 그와 공유했다.
그렇게 또 30분.
드르륵.
“형님!”
라이트닝이라는 별명이 붙은 미소년, 문수원이 차에 올랐다. 이대한과는 다르게 게이트 앞에서 옷을 갈아입을 생각인지 긴팔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문수원이다.
“아, 어제 물어보는 걸 깜빡했는데요. 게이트 이름이 어떻게 돼요?”
“검은 귀신 게이트.”
“…….”
“…….”
“어디요?”
“검은 귀신 게이트.”
“왜요?”
“어둠의 마석이 필요해서. 변질되어도 상관없어.”
***
까악! 까악!
“존나 불길하네. 웬 까마귀야.”
까마귀가 운다. 허름한 건물 옥상에 앉아 자신을 내려다보며 울고 있다.
한율이 침을 꿀꺽 삼키고 일행을 확인했다.
김세혁은 담담했고, 이대한은 눈을 반짝였다.
나머지 셋?
한 명은 고개를 홱홱 돌려 가며 주변을 경계했고.
“시, 시발 진짜 왔어.”
“어, 엄마아아.”
두 명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후우…….”
수십 마리가 넘는 까마귀가 자리 잡은 폐건물.
먹구름이 찾아와 빛이 없는 어둡고 음산한 폐건물.
한율이 작게 심호흡을 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원래는 게이트 입구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할 헌터 협회 직원이 건물 앞에 자리를 잡은 채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고하십니다.”
“안녕하세요.”
“게이트를 찾은 헌터가 있을까요?”
“오늘은 없네요.”
“오늘만 없나요?”
“…….”
직원이 고개를 슬쩍 돌려 한율의 질문을 피했다.
“……정말 아무도?”
“게이트의 변화 이후 몇 분이 찾아왔지만 말 그대로 몇 분이죠.”
직원이 증거를 보여 주기 위해 조심스럽게 출입 기록부를 끌어와 첫 장을 펼쳤다.
작성된 기록은 중간에서 끊겼다.
12명.
딱 12명만 출입한 게이트다.
“소멸 작업이 이뤄졌던데.”
“그건 게이트 변화가 일어나기 전…….”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한율이 출입 기록부에 자신의 이름과 헌터증에 적혀 있는 번호를 적고 펜을 넘겼다.
건네받은 사람은 가장 우측에 서 있던 유지수라는 이름의 여성 헌터.
“게이트 위치는요?”
“1층 끝에 있는 식당입니다.”
“왜 하필…….”
1층 복도 끝일까.
“시, 실제로 곤지암 정신 병원은 소유주가 외국으로 이민 가서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워, 원인 모를 이유로 사람들이 죽어 문을 닫은 게 아니라요. 즉, 귀, 귀신 같은 건 나오지 않죠.”
“하지만 이제는 나오죠. 몬스터로.”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던 김세혁이 날카로운 눈으로 째려보는 배희연의 시선에 어색한 미소를 그렸다.
1분 안에 끝날 출입 기록 작성을 5분이 지나서야 끝낼 수 있었다.
“그러면…….”
한율이 다시 고개를 돌려 곤지암 정신 병원을 바라봤다.
“가죠.”
까악까악.
***
저벅, 저벅.
어두운 복도.
김세혁과 이대한을 앞장세운 채 천천히 이동하던 한율이 고개를 슬쩍 돌렸다.
문이 떨어져 나가 방 안이 바로 보였다.
곰팡이가 슨 침대가 있고, 금이 간 창문이 보였다. 벽에는 검은 자국이, 바닥에는 검은 자국이 묻은 환자복이 널브러져 있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 한율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까마귀 한 마리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율이 고개를 홱 돌려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대낮에 찾아왔다. 하지만 먹구름이 끼며 어두워져 앞장을 선 이대한과 김세혁은 랜턴으로 정면을 비추며 이동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탁.
“……!”
몸을 흠칫 떤 한율이 고개를 홱 돌려 자신의 팔을 확인했다.
손목을 잡은 누군가의 손.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던 한율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배희연이다.
허리에 찬 검을 언제든 꺼낼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잡고 있던 그녀가 반대 손으로 자신의 소매를 잡고 있었다.
“음? 보셨어요?”
앞에 서 있던 김세혁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이대한이 대답했다.
“예. 몬스터일까요?”
“……!”
네 명의 남녀가 멈춰 서서 김세혁과 이대한을 바라봤다.
“모, 몬스터?”
“그래. 파트너. 저 방에 여성이 있었다.”
“…….”
손가락으로 여성이 나타났다는 방을 가리키는 이대한이었지만 네 명의 남녀는 그 방을 확인하지 않았다.
“허, 헌터겠죠.”
“눈앞에서 사라졌다. 라이트닝.”
“시발…….”
욕설을 뱉은 문수원이 한율을 불렀다.
“유, 율이 형.”
“……어.”
“타, 탐지 마법 써 봐요.”
“썼는데 우리밖에 없으면?”
“…….”
탐지 마법을 사용했는데 정신 병원에서 확인한 생명에 여섯 개다?
미친다.
이대한만 보았다면 착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김세혁도 여성을 보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한율 씨를 노리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요.”
김세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갑작스레 나타나 갑작스레 여성이 사라진 방을 바라보며 제안했다.
“……타, 탐지.”
한율이 말을 더듬으며 탐지 마법을 사용했다.
“사, 사람 있어요?”
“아니.”
“몬스터?”
한율이 고개를 흔들었다.
배희연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유지수가 스마트폰 진동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헛것을 본 것 같네요.”
배희연이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저희 둘이 목격했습니다만.”
이대한이 그녀의 말을 받았다.
“그럼 귀신이겠네요.”
뒤이어 김세혁이 말했다.
“귀, 귀신.”
다시 진동하는 두 여인과 침을 꿀꺽 삼키는 두 남자.
김세혁이 그런 그들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초능력자가 있고, 몬스터가 있는데 귀신이 없겠습니까.”
“…….”
한율은 침묵했다.
스르릉.
배희연은 검을 꺼내 들었다.
“어, 엄마아아.”
유지수는 다시 부모님을 찾았고.
“시, 시바아알.”
문수원은 또 한 번 울상을 지은 채 욕설을 뱉었다.